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0권. 아도니스(Adonis)와 아프로디테(Aphrodite)의 만남.

519행—522행.

날개 달린 시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어느덧
지나가니, 세월보다 빠른 것은 없소.
제 누이(어머니이자 누이 미르라)의
아들(아도니스. 그는 키프로스의 왕 키나리스가
그의 딸 미르라와 관계하여 낳은 자식이다)이자
제 할아버지(키니라스)의 아들이기도 한 그는
얼마 전에 나무 안에 숨고, 얼마 전에 태어났건만,
그 뒤 곧 더없이 아름다운 소년이 되더니 어느새
청년이 되고 어느새 어른이 되며 이전의 자신보다
더 아름다웠소.
523행—529행.

그는 어느새 베누스(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애인이 되어 그녀(베누스)가 어머니(아도니스의
어머니 미르라)에게 정염(불꽃 같른 정)을
심어준 것에 앙갚음했소.
(미르라가 아버지 키니라스에게 연정을 품게
된 것은 그녀가 아프로디테 여신을 무시했기에
여신의 저주 때문이라고 한다)
화살통을 멘 소년(쿠피도. 에로스)이
어머니(베누스. 아프로디테)에게 입맞추다가
툭 튀어나온 화살로 뜻하지 않게 어머니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 것이오. 여신은 부상 당하자마자 손으로
아들을 밀쳤지만 상처는 겉보기보다 깊었고,
여신도 처음에는 그런 줄 몰랐소. 그리하여 남자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힌
529행—530행.

그녀는 더이상
‘키테레이아의 해안(키테라 섬의 해안)’에도
관심이 없었고,
530행—534행.

깊은 바다에 둘러싸인
파포스(지중해 동부 시프로스 섬의 도시)도,
물고기가 많은 크니도스(소아시아 내 카리아 지방의
도시)도, 광물이 많이 나는 아마토스(지중해 동부
시프로스 섬의 도시)도 찾지 않았소.
그녀는 하늘(하늘에는 신들의 궁전이 있다)도
멀리했으니, 아도니스가 하늘보다 더 좋았던 것이오.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따라다녔고, 전에는
늘 그늘에서 하릴없이 아름다움이나 가꾸곤 하는
것이 일이었으나,
534행—559행.

지금은 디아나(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처럼 무릎까지 옷을 걷어올린 뒤
허리띠로 동여맨 채 산등성이와 수풀과, 덤불이
우거진 바위 사이를 돌아다녔소. 그러면서
그녀는 사냥개를 부추겨 사냥하기 안전한 짐승인
허겁지겁 도망치는 토끼와 뿔이 우뚝한 수사슴과
노루를 추격했소. 강력한 멧돼지는 멀리했고,
약탈자인 늑대와 발톱으로 무장한 곰과 소떼를 죽여
포식하는 사자는 피했소. 그녀는, 아도니스여,
그대에게도 이들 짐승을 두려워하라고 충고했소.
혹시 자신의 충고가 무슨 도움이 될까 해서 말이오.
'도망치는 것들에게는 용감하라.' 하고 그녀는 말했소. '하지만 대담한 것들에게 대담한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
젊은이여, 내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 무턱대고
덤비지 말고, 자연이 무기를 준 야수는 도발하지 말라.
그대의 영광을 위해 내가 큰 대가를 치르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대의 젊음도, 그대의 미모도,
그 밖에 베누스를 움직인 것들도 사자와 센털의
돼지와, 야수의 눈과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날카로운 멧돼지의 구부정한 엄니에는 벼락이
들어 있고, 황갈색 사자에는 충동과 엄청난 분노가
들어 있어, 나는 그런 것들이 싫구나.' 그가 그까닭을
묻자 그녀가 말했소. 말해주지. 그러면 옛날에 있던
과오의 끔찍한 결과에 놀라겠지. 하지만 나는
익숙하지 않은 노고에 지쳤다. 보라, 마침 미루나무가
그 그늘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고, 잔디가
누울 자리를 내주는구나. 거기서 그대와 쉬고 싶다,
(그리고 그녀는 쉬었소.) 땅바닥 위에서.' 그녀는
풀밭과 그의 위에 누워서 젊은이의 가슴을 베고는
이야기 도중에 간간이 입맞추며 이렇게 이야기했소.
[참고. 아프로디테의 탄생]

<신들의 계보> 189행—202행.
그것(우라노스의 급소)을 육지에서 바닷속으로
던지자 오랫동안 그렇게 파도 위를 떠다녔다.
그러다가 그 주위로 불사(죽지 않는)의
살점에서 흰 거품이 일더니 그(흰 거품) 안에서
한 소녀(아프로디테)가 자라났다.
(호메로스에서는 아프로디테는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로 나온다)
그녀는 처음에 신성한 키테라(펠로폰네소스 반도
라코니아 지방 앞바다에 있는 섬)로 다가갔다가
그 뒤 그곳(키테라)으로부터 바닷물로 둘러싸인
키프로스(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로 갔다.
그리하여 존경스럽고 아리따운
한 여신(아프로디테)이 밖으로 걸어 나오니,
그녀의 날씬한 발밑에서는 사방으로
풀이 자라기 시작했다. 그녀를
신들과 인간들이 아프로디테 (거품에서 생겨난
여신이자 고운 화관의 키테레이아)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거품(아프로스 Aphros)에서
자랐기 때문이고, 키테레이아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키테라로 다가갔기 때문이며,
키프로스 출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파도에
둘러싸인 키프로스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며,
급소를 좋아한다고 부르는 것은 그녀가 급소에서
출현했기 때문이다. 애로스(사랑의 남신)와
아름다운 애욕(히메로스. 애욕의 남신)이 그녀가
태어날 때 배석했고, 그녀가 신들의 종족에게
갈 때 배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