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1권. 다이달리온(Daedalion)과 키오네(Chione).

266행—269행.

펠레우스(아이아코스와 엔데이스의 아들)는
아들(아킬레우스) 복도 있고 처(테티스)복도
있었을 뿐더러 만사가 형통했다. 그대가
펠레우스에게서 포코스(아이아코스와 프사마테의
아들 포코스가 아버지의 총애를 받자 시기심에
눈이 멀어 텔라몬과 펠레우스는 이복동생
포코스를 살해했다)를 살해한 죄만
걷어낼 수 있다면 말이오. 손에 아우의 피를
묻힌 채 아버지의 집에서 쫓겨난 그를
트라킨(텟살리아 지방의 도시)땅이 받아주었다.
270행—289행.

그곳은 얼굴에 아버지의 광휘를 지닌,
루키페르(루시퍼Lucifer. 그리스 신화의
에오스포로스. ‘빛을 가져다 주는 자‘라는 뜻.
‘샛별‘ 또는 ’새벽별‘)의 아들
케익스가 폭력도 쓰지 않고 살육도 저지르지 않으며
통치하고 있었다. 그 당시 케익스는 그답지 않게
슬픔에 잠겨 있었으니, 아우(다이달리온)를 잃은
것을 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아코스(제우스와 아이기나의 아들)의
아들(펠레우스)은 여행과 근심에 지친 몸으로
케익스를 찾아와서는 수행원 몇 명만 거느리고
시내로 들어갔고, 양떼와 함께 몰고 온 소떼는
성벽에서 멀지 않은 그늘진 골짜기에 남겨두었다.
펠레우스는 왕을 알현하는 것이 허락되자
탄원자로서 양털실을 감은 올리브 가지를 앞으로
내밀며 자신이 누구며, 누구의 아들인지
아뢰었으나, 자신의 범죄만은 숨겼고,
망명한 까닭에 관해서도 거짓말을 하며
도시에서든 시골에서든 살아갈 수만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에게 트라킨인은 상냥하게
대답했다. "펠레우스여, 우리 왕국에서는 평범한
백성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며, 내가 다스리는
이 왕국은 손님을 홀대하지 않소이다. 우리의
이런 정서에다 그대는 명성과 유피테르(제우스)의
손자라는 유력한 동기를 덧붙여보시오.
자, 간청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오!
그대는 구하는 것을 다 얻을 것이며,
예서 그대가 보는 것은 그것이 어떠하든 그대의
것이라 여기시오. 그대가 더 나은 것을 본다면
좋으련만!"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쳤다.
289행—303행.

펠레우스와 일행이 그토록 슬퍼하는 까닭을 묻자
케익스는 그들에게 대답했다. "그대들은 아마도
약탈로 살아가고 모든 새를 두려워 떨게 하는
여기 이 새(매)가 애초부터 깃털을 달고 있었다고
생각하겠지요. 아니오, 그 새는 사람이었소.
(성격이 아주 단호한 사람이었소.)
그때도 그것은 사납고, 호전적이고, 폭력을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었소. 그것은 이름이
다이달리온이었소. 우리는 형제간으로, 새벽의
여신(에오스)을 깨우고 나서
마지막으로 하늘을 떠나는 신(루키페르)의
아들들이오. 나는 평화를 숭상했고,
평화를 유지하고 아내를 돌보는 것이 관심사였으나,
내 아우는 잔혹한 전쟁이 마음에 들었소.
그의 용기는 여러 왕과 부족을 굴복시켰고,
변신한 지금도 티스베(보이오티아 지방의
소도시로, 야생 비둘기가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의
비둘기를 쫓고 있소.
그에게는 키오네라는 딸이 하나 있었는데,
그애는 미모라는 지참금을 가장 많이 받은 터라
결혼할 나이인 열네 살이 되자 천 명의 구혼자가
줄을 섰소. 그런데 마침 포이부스(아폴로
신의 별칭)와, 마이아의 아들(헤르메스)이
304행—321행.

한 분은 델피(포키스 지방의 도시로 아폴로
신의 신전이 있는 곳이다)에서, 다른 한 분은
킬레네(아르카디아 지방의 북동부에 있는
산으로 헤르메스가 태어난 곳)의 산꼭대기에서
돌아오다가 둘이 동시에 그애(키오네)를 보고
둘이 동시에 정염에 사로잡혔소.아폴로는
자신의 사랑의 희망을 밤 시간으로 연기했으나,
다른 분은 연기하는 것을 참지 못하고 잠을
가져다주는 지팡이로 소녀의 얼굴을 건드렸소.
그래서 그애는 그분의 힘 있는 접촉에 드러누워
신의 폭력을 참았소. 밤이 하늘에 별을 뿌리자
포이부스(아폴로 신의 별칭)가 노파로 둔갑하고,
선수를 빼앗겼지만 그녀에게서 기쁨을 맛보았소.
그리하여 달이 차 해산할 때가 되자 발에 날개가
달린 신(헤르메스)에게 온갖 꼼수에 능한 교활한
아들 아우톨리쿠스가 태어나니, 그는 능히
검은 것을 희게 할 수 있고 흰 것을 검게 할 수
있어 아버지(도둑의 신 헤르메스)의 재주에
손색없는 후계자였소.
포이부스에게도 낭랑한 노래와
키타라(길이가 같은 5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로 유명한 필람몬이 태어났소.
(그애는 쌍둥이를 낳았으니까요.)
하지만 쌍둥이를 낳고,
두 분 신(헤르메스와 아폴로)의 마음에 들고,
용감한 아버지와 천둥 신 할아버지(제우스)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이 그애(키오네)에게 대체 무슨
독이 되었을까요? 많은 사람에게 영광도 해가
되느냐고요? 그애에게 해가 된 것은 확실해요.
321행—329행.

그애(키오네)는
디아나(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보다
자기가 더 낫다며 감히 여신의 얼굴을 헐뜯었소.
여신이 크게 역정을 내며 "그러면 내 행동이
네 마음에 들게 해주지!"라고 말했소.
지체 없이 여신은 활을 구부리더니 시위에서
화살을 날려보내 그런 벌을 받아 마땅한
혀를 화살대로 꿰뚫었소. 혀는 침묵을 지켰고,
말을 하려 해도 목소리가 따르지 않았으며,
말을 해보려는 그녀에게서 피와 함께 목숨이
빠져나갔소. 나는 비참하게도 마음속에 그애의
아비(다이달로스)의 슬픔을 느끼며 그애를
껴안았고, 내 아우(아폴로 신)에게는 위로의 말을
해주었소
330행—345행.

하지만 그애의 아비(다이달로스)는
마치 암벽이 바다가 속삭이는 소리를 듣듯 내 말을
들으며, 잃어버린 딸을 위해 하염없이 울기만 했소.
그는 딸이 화장되는 것을 보자 네 차례나 장작더미로
뛰어들려 하다가 네 차례나 뒤로 밀쳐졌소
다이달리온은 미친 듯이 달아나며, 말벌의 침에
목덜미를 황소 모양 길도 없는 곳으로 내달았소,
내가 보기에 그는 그때 벌써 인간이 달릴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달리고 있었고, 그대는 그의 발에
날개가 생겼다고 생각했을것이오. 그렇게 그는
우리 모두에게서 도망쳐 죽기를 바라고 재빨리
파르나소스 산꼭대기에 이르렀소. 다이달리온이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졌을 때, 아폴로가 그를
불쌍히 여겨 새가 되게 하여 갑자기 돋아난 날개로
떠 있게 했으며 구부러진 부리와 구부정한 발톱을
주었소, 그에게는 또 옛날의 용기와, 제 몸보다
더 큰 힘이 주어졌소. 그리하여 매가 된 지금도
그는 누구에게도 호의적이지 않고 모든 새에게
분통을 터뜨림으로써 저도 괴로워하고
남도 괴롭히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