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4권. 트로이인 아이네이아스(Aeneas)와 그리스인 아카이메니데스(Achaemenides).

eduun83 2025. 4. 2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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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탈출하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선원들. 에바 마치 터펜(1854–1930).




154행—159행.

아폴로 신전의 여사제 시빌라와 이탈리아 쿠마이 시에서 관습에 따라 제물을 바치는 아이네이아스. 152 cm 196 cm. 프랑수아 페리에(1594–1649).


경사진 길(저승길)을 따라 올라오며
시빌라(이탈리아 쿠마이 시에 있는 아폴로
신전의 여사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들은 에우보이아의 식민시(쿠마이. 그리스
에우보이아 섬의 칼카스 시민들이 기원전
8세기 나폴리 서쪽 해안에 세운,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스 식민지) 근처에서
스틱스(지상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의
거처(저승)로부터 나왔다. 트로이의
아이네이아스(로마의 건국자)는 그곳(쿠마이)
에서 관습에 따라 제물을 바치고 나서 아직은
자기 유모(카이에타)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던
해안(라티움 지방의 항구도시 카이에타)으로
향했다. 또한 그곳에는 시련을 많이 겪은
오디세우스(그리스 이오니아 해에 있는 이타카
섬의 군주)의 전우인 네리토스(그리스 이타카
섬에 있는 산. 여기서는 ‘이타카‘라는 뜻이다)의
마카레우스(그리스인)가
길고도 힘겨운 노고 끝에 정착해 있었다.


[참고. 카이에타]

이탈리아 중부 서쪽 해안의 라티나 현(Provincia di Latina)에 위치한 가에타(Gaeta).


카이에타는 라티움(오늘날 라치오)의 한
항구도시에서 죽었다. 사람들은 아이네이아스의
지시에 따라 시신을 화장하고 그녀의 유골을
대리석 항아리에 담아 인근 항구에 묻었다.
뒷날 이 항구는 그녀의 이름을 따서 카이에타라고
불리게 되었는데, 그곳은 오늘날 이탈리아
중부 서쪽 해안의 라티나 현에 위치한
가에타(Gaeta)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뱍과—



159행—176행.

그리스인 아카이메니데스는 오디세우스의 선원으로 괴물 폴리페모스가 사는 섬에 갇혔으나 트로이인 아이네이아스에 의해 구출되었다. 주세페 조키(1711–1767).


마카레우스는 전에
아이트나(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활화산)의
바위들 사이에 버려졌던 아카이메니데스를
알아보고는 그가 뜻밖에 아직도 살아 있는 것에
놀라며 말했다.
"어떤 우연이, 어떤 신이 그대를 구해주었소,
아카이메니데스? 어찌하여 그라이키아(그리스의
라틴어 이름)인이 이방인(트로이인)의 배를 타고
있는 것이오? 그대들(그리스인들)의 배는 어느
나라로 향하고 있는 것이오?" 그의 물음에
이미 더이상 누더기를 걸치지도 않고, 더이상
가시로 옷깃을 여미지도 않고 자신의 옛 모습을
되찾은 아카이메니데스가 대답했다.
"나는 폴리페모스(키클롭스들 중 하나)와,
사람의 피가 흘러내리는 그자의 쩍 벌어진
아가리를 다시 만나도 좋소. 만약 내가
여기 이 배보다 내 집과 이타카를 더 소중히
여긴다면, 만약 내가 아이네이아스를
내 아버지보다 덜 존경한다면 말이오.
내 모든 것을 다 바친다 해도 내가 아직도 살아
숨쉬며 하늘과 태양의 별자리들을 보고 있는
이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소. 한데 내가 어찌
배은망덕하게도 그것을 잊을 수 있겠소?
내 이 목숨이 키클롭스(외눈박이 거인.
여기서는 키클롭스들 중 하나인 ‘폴리페모스’)의
아가리 안으로 들어가지 않은 것은
그분(아이네이아스) 덕분이오. 나는
지금 당장 생명의 빛을 떠난다 해도 무덤에
묻히거나 적어도 그자의 뱃속에 묻히지는
않을 것이오.



177행—191행.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가 사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탈출하는 오디세우스와 그의 선원들. 66 cm x 150cm. 아놀드 뵈클린(1827–1901).


내가 뒤에 남아 그대들이 높은 바다로
향하는 것을 보았을 때 두려움이 내 모든 감각과
감정을 앗아가버렸기에 망정이지 내 심정이
어떠했겠소? 나는 소리지르고 싶었지만
적에게 들킬까 두려웠소. 그대들이 타고 있던
배도 오디세우스의 고함소리에 부서질 뻔했으니
말이오. 나는 그자가 산기슭에서 거대한 바위를
뜯어내어 바다 한가운데로 던지는 것을 보고
있었소. 나는 그자가 또다시 큰 바윗덩이들을
거대한 팔로 마치 투석기에서 쏘듯 힘차게 던지는
것을 보고는 내가 그 배에 타고 있지 않다는 것도
어느새 잊어버리고 너울과 바윗덩이에 배가
가라앉지 않을까 두려웠소. 그대들이 확실한
죽음에서 도망쳐 벗어나자 그자는 신음 소리를
내며 온 아이트나 산(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
있는 활화산)을 싸돌아다녔소. 그자는 숲속을
손으로 더듬어 나아가다가, 눈을 잃은 탓에
바위에 부딪히자 피투성이가 된 팔을 바다 쪽으로
내밀며 이런 말로 아키비족(그리스인들.
특히 트로이에서 싸운 그리스인들을 말한다)을
저주했소.



191행—222행.

폴리페모스에게 포도주를 먹여 취하게 한 뒤 올리브나무 말뚝을 움켜잡고 그자의 눈에다 밀어넣는 오디세우스. 펠레그리노 티발디(1527–1596).


'아아, 어떤 기회가 오디세우스나 그자의 전우
가운데 한 명을 내게 돌려준다면 좋으련만!
그러면 그자에게 분통을 터뜨리며 그자의
내장을 씹어 먹고, 그자의 살아 있는 사지를
내 이 오른손으로 찢고, 그자의 피를 내 목구멍에
흘러들게 하고, 그자의 망가진 사지들이
내 이빨들 사이에서 버둥대게 해주련만!
그렇게만 된다면 눈을 잃은 것은 얼마나
보잘것없고 경미한 손실이 될 것인가!'
그 난폭한 자는 이런 말과 그 밖의 다른 말을
내뱉었소. 아직도 피에 젖은 그자의 얼굴과
무자비한 손과 눈이 없는 눈구멍과 사람의 피가
들러붙은 수염을 보자 나는 겁이 나 새파랗게
질렸소. 죽음이 내 눈앞에 어른거렸소. 하지만
죽음의 공포는 약과였소. 그자가 당장이라도
나를 붙잡을 것만 같았고, 당장이라도 내 내장을
제 내장 속으로 삼켜버릴 것만 같았소.
나는 그자가 내 전우 중 두 명을 붙잡아 서너 번
땅바닥에다 패대기치더니 그 자신은 털북숭이
사자 모양 그들 위에 올라앉아 그들의 내장과
살코기와 골수가 가득 든 뼈와 살아서 아직도
따뜻한 사지를 탐욕스러운 뱃속으로 삼키는 것을
보았는데, 그 광경을 마음에서 떨쳐버릴 수가
없었소. 나는 전율하기 시작했으며, 겁에 질려
핏기가 가신 채 서서 그자가 씹어대고 피투성이가
된 음식물을 뱉어내고 포도주와 범벅이 된
음식 덩어리를 게우는 것을 괴로운 마음으로
보고 있었소. 나도 그런 운명을 당할 것이라고
상상하며 여러 날을 숨어서 지냈소. 무슨
소리만 나도 떨면서,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죽기를 바라면서 말이오. 도토리와 풀과
나뭇잎으로 나는 허기를 달랬소. 나는
외로웠고, 의지가지도 없었고, 희망도 없이
죽음과 고통에 내맡겨져 있었소.
그때 나는 오랜만에 멀리서
여기 이 배를 보고는 손짓으로 구해달라고
간청하며 해안으로 달려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소.
트로이의 배가 그라이키아(그리스의
라틴어 이름)인을 받아주었던 것이오.
가장 사랑하는 전우여, 그대도 그대 자신과,
그대들의 지도자와, 그대와 함께 자신을
바다에 맡겼던 무리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
이야기해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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