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4권. 카드모스(Kadmos)와 하르모니아(Harmonia).

563행—568행.

아게노르(페니키아의 왕)의
아들(카드무스, 테바이의 왕)은 자신의 딸(이노)과
어린 외손자(이노의 아들 레아르쿠스와
멜르케르테스)가 해신이 된 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당한 일련의 불행에 상심하고 수많은
전조에 기가 꺽인 나머지, 마치 자신을 짓누르는
것이 자신의 운이 아니라 그곳(테바이)의 운인 양
자신이 창건한 도시(테바이)를 떠났다. 그는 오랜
방랑 끝에 자신과 함께 도망 다니는 아내
하르모니아(아레스와 아프로디테의 딸)를 데리고
568행—573행.

마침내 일뤼리쿰—에피로스 북쪽 아드리아 해
동쪽 연안에 있는 지방—지방의 경계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그들은 불행과 세월에 짓눌려 집안의
첫 불운(딸 세멜레의 죽음)을 회고하며 자신들의
노고에 관해 이야기 했다. 카드무스가 말했다.
“내가 창으로 찔러 죽인 그 뱀(전쟁의 신 아레스의 뱀)이 혹시 신성한 뱀이 아니었을까요? 내가 전에
시돈(페니키아의 도시)에서 막 도착하여 그(죽인 뱀)
이빨들을 새로운 종족의 씨앗으로 땅에다 뿌렸던
그 뱀 말이오.
574행—582행.

만약 신들께서 그토록 어김없는 노여움으로 그(뱀)의
죽음을 복수하시는 것이라면, 바라건대 나도 뱀이
되어 배를 깔고 길게 뻗었으면!“ 이렇게 말하자마자
그는 뱀처럼 배를 깔고 몸이 길어졌다. 그는 살갗이
단단해지며 비늘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고 검어진
몸에 군데군데 검푸른 반점이 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가슴을 깔고 엎어졌고 두 다리는 하나로
뭉쳐지더니 차츰 가늘어져 뾰족하고 둥굴뭉수레한 꼬리가 되었다. 두 팔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는
남은 두 팔을 뻗고는 아직도 인간의 것인 두 뺨 위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583행—603행.

“이리 오시오, 더없이 가련한
내 아내(하르모니아)여, 이리 오시오,
아직도 내가 조금은 남아 있는 동안, 나를,
내 손을 잡아주시오. 아직도 내게 손이 있고,
뱀이 나를 완전히 차지하지 못한 동안 말이오.”
더 말하고 싶었으나 갑자가 그의 혀가 두 조각으로
갈라지며, 원하는 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어떤 불평을 내뱉으려 할 때마다 그는 쉭쉭 소리를
낼 뿐이었으니, 그것이 자연이 그에게 남겨둔
유일한 목소리였다.
그의 아내(하르모니아)가 드러난 가슴을
손으로 치며 말했다. “불행한 카드무스,
여기 머무르세요. 그리고 그 괴물을 벗어버리세요!
카드무스,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당신의 발은
어디로 갔으며, 당신의 어깨와 손과 안색과
얼굴은 어디로 갔나요? 내가 말하는 동안
모든 것이 어디로 갔나요? 하늘의 신들이시여,
왜 저를 똑같은 뱀으로 바꾸지 않으시나이까?“
하르모니아는 그렇게 말했다. 카드무스는
아내의 얼굴을 핥았고, 마치 그곳을 잘 아는 양,
아내의 사랑스러운 품속으로 들어가 포옹하며
그녀의 친숙한 목덜미를 찾았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 (시종들이 함께 있었다.) 질겁했다.
그녀만이 볏이 난 뱀의 매끄러운 목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갑자기 뱀이 두 마리가 되더니 서로
엉킨 채 가까이 있는 숲속으로 기어 들어가 숨었다.
지금도 그들은 사람을 피하고 사람에게 부상을
입히지 않으니, 그 온순한 뱀들은 전에 자신들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