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5권. 물의 요정 아레투사(Aretusa)가 도망친 사연.

eduun83 2025. 3. 6. 10:07
반응형
알페이오스(Alpheus)와 도망치는 아레투사. 피에르 프랑수아 바산(1723–1797).



572행—590행.

곡식과 풍요의 여신 케레스(데메테르)와 물의 요정 아레투사. 1771.. 윌리엄 헤밀턴(1751–1801).

이제 자애로운 케레스(‘곡식과 수확’의 여신 데메테르)는
딸(프로세르피나, 페르세포네)을 돌려 받아 기분이
좋아져서, 아레투사(물의 요정)여, 그대가 도망친
사연은 무엇이며, 왜 그대가 신성한 샘인지 물었어요.
그러자 물결이 조용해지며, 요정(아레투사)이
깊은 샘에서 머리를 들어 초록빛 머리털을 손으로
말리며 엘리스 지방 하신(강의 신 알페이오스)의
오래된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나는
아카이스(그리스의 다른 이름) 지방에 살던 요정 중
한 명이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어요. <나보다 더
열심히 숲이 우거진 산을 뛰어다니고, 나보다 더
열심히 사냥용 그물을 치는 요정은 아무도 없었어요.
나는 강하고 용감하여 예쁘다는 말을 들으려 애쓰지
않았건만  예쁘다는 평을 들었어요. 나는 얼굴이
예쁘다고 너무 자주 칭찬받았으나 기쁘지 않았어요.
다른 소녀들이 기뻐하는 매력적인 외모 때문에 나는
시골뜨기처럼 오히려 얼굴을 붉혔고, 남에게 잘
보이는 것을 죄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녹초가 되어
(잘 기억하고 있어요.) 스튐팔루스(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호수 및 강) 숲에서 돌아오고 있었어요.
날씨가 더웠는데, 애쓴 탓에 더위가 갑절로 힘들게
느껴졌어요. 소용돌이치지 않고 소리 없이 흘러가는
냇물과 마주쳤는데, 물이 어찌나 맑은지 바닥까지
들여다보였고, 깊은 곳에 있는 조약돌을 모두 셀 수
있을 정도였어요. 그대는 물이 흐르고 있다고는
거의 생각지 못했을 거예요.


590행—613행.

아레투사와 알페이오스(1610). 21 x 33 cm. 요한 쾨닉(1586–1642).

이 물을 먹고 자란 은빛 버드나무와 미루나무가
비탈진 강둑에 자연스레 그늘을 지어주고 있었어요.
나는 물가에 다가가 먼저 두 발을 담그고 이어서
무릎까지 다리를 담갔어요. 그러고는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허리띠를 푼 다음 부드러운 옷을 벗어
아래로 흰 나뭇가지에 걸어두고 알몸으로 물속에
들어갔지요. 내가 물을 치기도 하고 당기기도 하고
온갖 방법으로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두 팔을 들어
휘젓고 있는데, 물속 깊은 곳에서 뭔지 모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나는
깜짝 놀라 가까운 강둑으로 뛰어 올러갔지요.
그러자 알페오스(그리스 엘리스 지방의 강 및
강의 신)가 자신의 물에서 ‘아레투사야, 어디로
급히 가느냐? 어디로 가느냐? 하고 거친 목소리로
재차 나를 불렀어요. 나는 옷도 입지 않고 벗은
그대로 도망쳤어요. 내 옷은 맞은편 강둑에 놓여
있었어요. 그는 그만큼 더 세게 달려들었고 사랑에
불타올랐지요. 내가 알몸이라 그에게는 더 쉽게
잡힐 것처럼 보였던 거예요. 나는 달리고, 알페오스는
그렇게 나를 거칠게 압박하니, 그 모습은 마치
비둘기들이 떨리는 날개로 매 앞애서 도망치고,
매는 겁먹은 바둘기들을 추격할 때와 같았어요.
오르코메노스(아르카디아 지방의 도시)와
프소피스(아르카디아 지방의 도시)와
킬레네(아르카디아의 북동부에 있는 높이 2,376미터의 산으로 헤르메스가 태어난 곳)와
마이날로스(아르카디아 지방의 산)의 골짜기들과
차가운 에리만토스(아르카디아 지방의 산)와
엘리스(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서부에 있는 지방)
까지 나는 계속해 달렸고, 그는 나보다
더 빠르지는 못했어요. 나는 힘으로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해 오랫동안 속도를 유지할 수 없는 반면
그는 오랜 노고를 감당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나는
평야와 나무로 덮인 산을 지나고 바위와 절벽을 넘고
길이라고는 없는 곳을 지나 달렸지요.


[참고]

고대의 펠로폰네소스 반도 지역 지도.

엘리스(ELIS) 지역.
아르카디아(ARCADIA) 지역의 킬레네(Cyllene) 산,
에리만토스(Erymanthos) 산.



614행—638행.

알페오스와 아레투사(17세기). 78 x 96 cm. 카를로 마라타(1625–1713).

나는 해를 등지고 있어, 그의 긴 그림자가 내 발을
앞지르는 것을 보았어요. 겁이 나서 그렇게 보인
것이 아니라면 말이에요. 그의 발소리가 나를 놀라게
하고, 그의 헐떡이는 거친 숨결이 머리띠로 묶은 내 머리털에 닿은 것은 확실해요. 나는 힘들게 도망치느라
지쳐 소리쳤어요. ‘나는 곧 잡혀요. 디아나
여신(사냥의 여신)이여, 그대는 가끔 그대의 활과
화살이 든 화살통을 내게 들라고 맡기셨거늘, 그대의
무기를 들던 시녀를 도와주소서!‘ 그러자 여신은
마음이 움직여 짙은 구름 조각으로 나룰 쌌어요.
하신은 어둠에 싸인 내 주위를 맴돌며 무슨 영문인지
몰라 빈 구름 주위를 두리번 거렸어요. 그는
여신이 나를 가려놓은 곳을 멋모르고 두 번이나 돌며
두 번이나 ’이봐 아레투사, 이봐 아레투사! 하고
불렀어요.그때 가련한 내 심장이 어떠했겠어요?
높은 양우리주위에서 늑대들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있는 새끼 양이나 가시덤불 속에 숨어서 개떼의
적대적인 주둥아리를 보고는 감히 꼼짝달싹도 못하는
산토끼의 심정이 아니었을까요? 그는 떠나지 않았어요.
거기서 더 앞으로 나아간 발자국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그는 안개가 있는 곳을 지키고
있었어요. 지친 내 사지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고,
온몸에서 검은 물방울이 쏟아져 내렸어요. 내가 발을
움직이는 곳마다 못이 생기고 머리털에서는 물이
줄줄 쏟아져 내리며, 내가 지금 그대에게 일어난
일을 이야기 하는 것보다 더 빨리 나는 물줄기로
변하고 있었어요. 그러자 하신(알페오스)은 그 물이
자신이 사랑하던 소녀임을 알아차리고는 앞서
빌렸던 인간의 모습을 벗고 나와 교합하려고
본래대로 물로 되돌아갔어요. 델리아(델로스 섬에서
태어난 디아나의 별칭)가 땅을 갈라주시어 나는
곤두박질한 다음 캄캄한 동굴 속을 지나


639행—641행.

알페오스와 아레투사(2016). 그래피티. 시칠리아.

여기 오르티기아(시킬리아 시라쿠사이 시 앞바다의 섬)에 왔어요. 내가 이곳을 사랑하는 것은 이곳이
내가 모시던 여신(디아나)의 이름을 지니고 있기도
하거니와 처음으로 나를 위쪽의 대기로  인도해주었기
때문이에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