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4권. 살마키스(Salmacis)의 사랑 헤르마프로디투스(Hermaphroditus).

271행—289행.

이야기는 끝났고 그 놀라운 이야기(헬리오트로프
꽃으로 변한 요정 클리티에)는 그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일부는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했고, 일부는
진정한 신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바쿠스는 그들 축에 들지 않았다. 자매들은 다시
잠자코 있다가 알키토에(미뉘아스의 딸)에게 이야기를
청했다. 그녀는 서 있는 베틀(당시의 베틀은 세로로
길게 누운 우리나라 베틀과는 달리 가로로 서 있어
그 앞을 왔다갔다하며 베를 짜게 되어 있었다)의
실들 사이로 북(날실의 틈으로 왔다갔다 하면서
씨실을 푸는 기구)을 움직이며 말했다. "이다 산의
목동 다프니스(요정들의 사랑을 받던 목동)의
유명한 사랑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을 거예요.
어떤 요정이 경쟁자에게 화가 나 그를 돌로
바꿔버렸다죠. 사랑하는 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그만큼 큰가 봐요. 나는 또 전에 시톤이 어떤 방법으로
자연법칙에 어긋나게 때로는 남자로, 때로는
여자로 살았는지도 이야기하지 않을래요.
나는 또 켈미스Celmis(지모신의 난쟁이
대장장이들인 이른바 '이다 산의
엄지동이들Dakryloi ldaio' 중 한 명)여, 지금은
아다마스(쇳덩이)이지만 전에는 아기
유피테르(제우스)의 가장 성실한 친구였던
그대와, 억수 같은 소나기에서 태어난
쿠레테스들 (제우스의 어머니인 레아의 시종들.
레아에게서 아기 제우스를 받아 아기가 울 때면
사투르누스가 이를 듣지 못하도록 무기들을 두드리며
춤추었다고 한다)과, 스밀락스와 함께 작은 꽃으로
변한 크로코스(그는 요정 스밀라스Smilax를
짝사랑하다가 사프란으로 변하고, 스밀라스는
청미래덩굴Smilax aspera로 변했다고 한다)에
관한 이야기도 다 그냥 지나치고, 달콤한 새 이야기로
언니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래요. 어찌하여
살마키스 못(소아시아 할리카르나수스 시에 있는
샘으로, 남자가 그 물에 목욕하면 허약해지는 것으로
믿어졌다)이 악명이 높은지, 어찌하여 그 못이
무기력하게 하는 물결로 거기에 닿는 사지들을
허약하고 연약하게 만드는지 들어보세요.
그 까닭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샘의 효력은
널리 알려졌지요.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에게
여신 키테레이스(여신 아프로디테의 별칭)가
아들(헤르마프로디투스)을 낳아주자, 물의
요정들이 이다 산(소아시아 프리기아 지방에 있는 산)의
동굴에서 그 아이를 길렀어요.
290행—301행.

아이의 얼굴을 보면 어머니와 아버지를 분명히
알아볼 수 있었고,
이름(헤르마프로디토스Hermaphroditos) 또한
어머니(아프로디테Aphrodite)와
아버지(헤르메스Hermes)에게서
따왔어요. 그는 삼오 십오, 열다섯 살이 되자
고향의 산과 유모인 이다 산을 떠났어요.
낯선 나라를 방랑하고 낯선 강을 보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었으니까요.
그는 그런 열성 덕분에 힘든 줄도 몰랐어요.
그는 리키아(소아시아 남서부 지역)의 도시들과,
리키아의 이웃에 사는
카리아(리키아의 북동쪽 지역)인들의 나라에도 갔어요. 그곳에서
그는 물이 맑아 밑바닥까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연못을 보았지요. 그곳에는 늪지대에
흔히 나는 갈대도, 열매를 맺지 않는 방동사니도,
줄기가 뾰족한 등심초도 자라지 않았고,
물은 수정처럼 맑기만 했어요. 하지만 연못의
가장자리에는 싱싱한 잔디와 늘 푸른 풀이
자라 있었어요.
[참고]

프리기아의 이다 산(Mt Ida).
[참고]

소아시아(현재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반도) 남서부
지역의 리키아(LYKIEN). 리키아 북동쪽의
카리아(KARIEN).
301행—316행.

그 연못에는 요정이 살고 있었는데,
그녀는 사냥을 좋아하지 않았고, 활을 당기거나
달리기 시합을 하는 데도 익숙하지 않았어요.
물의 요정 중에 발 빠른 디아나(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녀뿐이었어요.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자매들이 가끔 그녀에게
말하곤 했대요. '살마키스야, 너도 투창이나
색칠한 화살통을 들고 나와서 네 잔잔한 여가 시간에
힘든 사냥으로 변화를 줘봐!'
하지만 그녀는 투창도 색칠한 화살통도
들지 않았고, 힘든 사냥으로 안락한 여가 시간에
변화를 주지도 않았어요.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연못에서 어여쁜 사지를 씻기도 하고,
때로는 키토로스(Cyrorus 흑해 남쪽 기슭
파플라고니아 지방의 소도시이자 산이며 회양목의
산지로 유명하다) 산(産) 빗으로 머리를 빗기도 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물속을
들여다보곤 했어요. 그녀는 또 살이 비치는 겉옷을
두르고 부드러운 나뭇잎이나 풀 위에 눕기도 하고,
때로는 꽃을 모으기도 했어요. 그때도 그녀는 꽃을
모으다가 소년을 보았고, 자신이 본 것을 갖고자 했어요.
317행—338행.

그녀는 소년에게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마음을 가다듬기 전에는. 옷매무새를 고치고,
매력적인 얼굴 표정을 짓고, 자신이 아름다워 보일 거라고
생각되기 전에는 말예요. 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어요. '신으로 여겨지고도 남을
소년이여, 그대가 신이라면 아마도 쿠피도
(사랑의 신 에로스)겠지요. 그대가 혹시 인간이라면
그대를 낳아주신 분들은 복되고, 그대의 형제는
행복하며, 그대에게 누이가 있다면 그대의 누이와,
그대에게 젖을 물린 유모는 정말로 복 받은 거예요.
하지만 그대에게 약혼녀가 있다면, 그대가 누군가를
아내가 될 만하다고 여긴다면 그 여자야말로 그들
모두보다 훨씬 더 행복하겠지요. 그대에게 혹시
그런 여자가 있다 해도 나는 그대와 몰래 즐기고
싶어요. 그런 여자가 없다면 내가 그대의 신부가 되어
같이 한방에 들고 싶어요.' 물의 요정은 여기서
입을 다물었어요. 소년은 얼굴이 빨개졌어요.
그는 사랑이 뭔지 몰랐으니까요.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그에게는 어울렸어요.
그것은 햇빛 비치는 나무에
매달린 사과나 염색한 상앗빛이었고,
청동(놋쇠 북)이 그것을 구해주려고 헛되이 울릴 때
환히 비치는 대신 발개지는 달의 빛이었어요.
요정이 누나처럼 입맞추게 해달라고 자꾸 졸라대며
어느새 상아처럼 흰 그의 목으로 팔을 가져가려고 할 때,
그가 말했어요. '그만둘래요? 아니면 내가 그대가
있는 이곳을 떠날까요?' 살마키스는 겁에 질려
'나그네여, 이곳은 내가 그대에게 넘겨줄테니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말한 뒤 돌아서서 가는 척했어요.
339행—355행.

그러면서도 그녀는 뒤돌아보며 우거진 덤불 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 채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웅크리고 앉았어요. 한편 소년은 아무도 보는 이 없이
이제 혼자인 줄 알고 풀밭위를 이리저리 거닐더니
찰싹찰싹 밀려드는 물결에 처음에는 발가락 끝을,
다음에는 복사뼈 있는 데까지 발을 담갔어요.
이어서 그는 애무해주는 물의 시원함에 매료되어
입고 있던 부드러운 옷을 날씬한 몸에서 지체 없이
벗었어요. 그러자 살마키스는 정말로 그가 마음에 들어,
그의 알몸을 차지하고픈 욕망으로 불타올랐어요.
요정의 눈은 이글거렸으니, 그 모습은 눈부신
태양의 둥근 얼굴이 맞은편에 있는 거울의 표면에
반사될 때와 다르지 않았어요. 그녀는 가까스로
쾌락의 욕구를 참을 수 있었으나,
이미 그를 껴안고 싶었고 벌써 정신과 자제력을
잃다시피 했어요. 소년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몸을
찰싹찰싹 때리며 재빨리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두 팔을 번갈아 들어올리며 헤엄치자 그는 투명한
물속에서 번득였는데, 그 모습은 마치 누군가가
상아 조각상이나 흰 백합을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넣어두었을 때와 같았어요.
356행—372행.

물의 요정은 '내가 이겼어. 그는 내 거야!'라고 외치고
옷이란 옷은 모두 멀리 벗어던지고는 저도 물속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녀는 반항하는 소년을 붙들고는
싫다는데도 입맞추고, 밑으로 손을 가져가고,
원치 않는데도 가슴을 쓰다듬으며 때로는 이쪽에서,
때로는 저쪽에서 소년에게 달라붙었어요.
결국 그녀는 빠져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그를 친친
감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뱀이 새들의 왕(독수리)
에게 공중으로 낚아채어져 발톱에 매달린 채 그것의
머리와 발에 똬리를 틀고 꼬리로는 그것의 날개를
감아 펴지 못하게 할 때나, 담쟁이덩굴이 긴 나무
밑동을 감아 오를 때나, 바다 밑에서 문어가 적을
붙잡아 사방에서 촉수로 에워싸며 죄어들 때와 같았어요.
아틀라스의 자손(헤르마프로디투스. 그의 아버지
헤르메스는 아틀라스의 외손자이다)은 힘껏
저항하며 요정이 바라는 쾌락을 거절했어요.
하지만 그녀는 죄어들며 온몸으로 밀착하며 말했어요.
'이 바보!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대는 내게서 도망치지
못해요. 신들이시여, 그대들은 명령을 내리시어
누구든 그 어느 날도 나에게서 그를 떼어놓거나
그에게서 나를 떼어놓지 못하게 하소서!'
373행—388행.

그녀의 기도를 신들이 들어주었어요. 두 몸은 엉클어진
그대로 하나로 결합되어 둘이서 하나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던 거예요. 마치 누군가 나무에
어린 가지를 접붙이면 두 나무가 자라면서 하나가 되고
함께 성장해가는 것처럼 그렇게 그들의 사지가
엉클어진 채 꼭 껴안고 있으니, 그 둘은 더는 둘이
아니라, 여자라고도 소년이라고도 할 수 없으며
둘 중 어느 쪽도 아니면서 둘 다인 것처럼 보이는
한몸이 되었지요. 헤르마프로디투스는 자신이
남자로 들어간 맑은 물이 자신을 반쪽 남자로 만들고
거기서 자신의 사지가 연약해진 것을 보고는
두 손을 내밀며 이미 남자의 것이 아닌 목소리로
말했어요. '아버지 어머니, 두 분의 이름을 쓰고 있는
당신들의 아들에게 한 가지 선물을 주시어, 누구든
남자로 이 연못 속에 들어오는 자는 반쪽 남자로
나오게 하시고, 이 물에 닿는 즉시 연약해지게 해주소서!'
그러자 그의 양친은 측은히 여겨 이제 양성(兩性)이 된
자신들의 아들의 기도를 들어주고 그 샘물에
그런 괴상한 약을 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