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권. 아테나 여신의 비밀을 본 케크롭스(Kekrops)의 딸들

553행—554행.

전에 어머니 없이 태아난 아이인
에리크토니오스(Erichthonius. 헤파이스토스가
아테네나 여신을 겁탈하려다 실패하여
땅에 뿌려진 정자에서 태어난 아이)를
팔라스(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께서
악테(아티카 지방)의 고리버들(버드나무)로
554행—589행.

엮은 상자에 넣으신 다음 그것을 두 모습(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뱀)의 케크롭스(아테나이의
전설적 건설자)의 세 딸에게 맡기시며,
자신(여신아테나)의 비밀(에리크톤니오스)을
보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셨지. 나(빨간부리까마귀)는
잎이 무성한 느릅나무의 가벼운 잎사귀 뒤에 숨어
그들(세 딸)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았지.
그(세 딸)중 판드로소스와 헤르세 두 명은 맡은
것(상자)을 성실히 지켰으나, 아글라우로스만은
언니들을 겁쟁이라 부르며 한 손으로 매듭을 풀었어.
그러자 그들은 그 안에서 아기(애리크토니오스)와
그 옆에 길게 누운 뱀 한 마리를 보았어.
내(빨간부리까마귀)가 목격한 일을 나는
여신(미네르바, 아테나)에게 전했지. 그 보답으로
나는 미네르바의 총애를 잃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밤의 새(부엉이, 아테나여신을 상징하는 새)에게
자리(아테나의 시녀)를 내주고 말았어. 내가 벌을
받은 것은 괜한 수다로 화를 자초하지 말라고
여신께서 우리에게 경고하신 것일 수 있어.
너(큰까마귀)는 아마도 내(빨간부리까마귀)가
그렇게 해달라고 졸라댄 것이지 여신께서 스스로
나를 찿으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 그 점은
여신에게 직접 물어봐. 여신께서 화가 나셨지만
화가 났다고 해서 이를 부인하시지는 못할테니까.
나는 포키스(그리스 중부 지방) 땅에서 유명한
코로네우스의 딸로 태어났어. (이건 다 알려진
이야기야.) 그러니까 나는 공주였고(비웃지 마.)
부유한 총각들이 내게 구혼했지. 하지만 내 미모가
내게 재앙이 되었어. 내가 늘 그랬듯이 어느 날
바닷가를 따라 모래 위를 거닐고 있을 때, 바다의
신(포세이돈)이 나를 보고 뜨거워졌어.
그래서 내게 매달리고 꾀어보아도 그것이
시간 낭비라는 것을 알게 되자 그(포세이돈)는
폭력을 쓰려고 나를 뒤쫓았어. 나는 딱딱한 모래를
뒤로한 채 도망쳤고,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도망치기
위해 애썼지만 소용없었어. 나는 신들과 사람들애게
도와달라고 소리쳤으나 내 목소리는 어떤 인간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어. 하지만 처녀신(여신 아테나)깨서 처녀(빨간부리까마귀)를 동정하시어 내게
도움을 주셨어. 내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었울 때
그것들(두 팔)이 가볍고 까만 깃털로 변하기
시작하지 뭐야. 나는 어깨에서 겉옷을 벗어던지려
했지만 그것(겉옷)은 이미 깃털이 되어 내 살갗 속에
깊숙이 뿌리박더군. 나는 드러난 젖가슴을
손바닥으로 치려고 했으나 내게는 이미 손도, 드러난
젖가슴도 없었어. 나는 달렸지. 그러자 모래는
아까처럼 내 두 발을 방해하지 않았고,
나는 땅바닥에서 들어올려졌어. 나는 곧 대기
속으로 높이
날아올랐어. 그리하여 나는 미네르바께 나무랄 데
없는 시녀로 주어졌던 거야. 하지만 닉티메네가 몹쓸
죄를 지은 탓에<뉙티메네는 레스보스 왕
에포페우스의 딸로
본의 아니게 아버지와 동침하게 되어 절망한 나머지
숲속으로 도망치자 미네르바가 그녀를 부엉이로
변신시켰다고 한다>
589행—595행.

새(부엉이)가 되어 내 명예로운 자리(여신
아테나의 시녀)를 차지해버린다면, 그게 다
나(빨간부리까마귀)에게 무슨 소용이겠어?
아니면 레스보스 섬(에게 해 북동부에 있는 섬)에서는
누구나 아는 것을 너(큰까마귀)는 아직 못 들었니?
닉티메네가 아버지의 잠자리를 더렵혔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래서 그녀(닉티메네)는
새(부엉이)가 된 지금도 여전히 죄의식을 느껴
사람의 눈길과 햇빛울 피하며 자신의 치욕을
어둠 속에 감추려 하는 거야. 그녀는 모든
이에 의해 온 하늘에서 쫓겨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