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9권. 헤라클레스(Heracles)의 탄생과 갈린티아스(Galinthias).

273행—305행.

아틀라스는 그(죽어서 하늘의 별자리
‘헤르쿨레스자리‘가 된 헤라클레스)의 무게를 느꼈다.
하지만 아직도 스테넬루스의 아들
에우리스테우스(Eurystheus. 신탁에 따라
헤라클레스에게 12고역을 부과한 인물이다)는
분이 풀리지 않아
아버지(힐로스의 아버지 헤라클레스)를 향한
잔혹한 분노를 그 자식들에게 터뜨렸다.
오랜 근심에 시달리던 아르고스의 알크메네는
이올레(Iole. 오이칼리아의 왕 에우리토스의 딸)를
붙들고 그녀에게 늘그막의 고통을 하소연하며
온 세상이 다 아는 아들의 노고(헤라클레스의 12고역)와 자신의 불행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헤라클레스의
명령에 따라 힐로스(Hyllos. 헤라클레스와
데이아네이라의 아들로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이올레와 결혼한다)가 이올레를 아내로 마음과 집안에 받아들이고 그녀의 자궁을 고귀한 씨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알크메네가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신들께서
너에게만이라도 자비를 베푸시어, 달이 다 차서
산고의 여신인 에일레이티이아(제우스와 헤라의 딸로
그리스의 출산의 여신으로 로마의 루시나에 해당한다)를 부를 때 재빨리 해산할 수 있게 해주시면 좋으련만!
이 여신은 유노(헤라)의 간섭으로 나에게는 매우
가혹했지. 그러니까 노고를 참고 견딘 헤라클레스가
태어날 때가 되고 태양이 하늘의 제10궁(♑ 염소자리)을 지났을 때, 무거운 짐이 내 자궁을 늘어뜨리고
내 뱃속에 든 것이 어찌나 묵직하던지 아이의 아버지가
유피테르(제우스)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지.
더이상 진통을 참고 견딜 수가 없었어.
그 이야기를 하려니 지금도 등골이 오싹하고,
생각만으로도 고통이 새로워진다니까.
나는 이레(일곱) 밤 이레 낮을 시달리다가 고통에
지칠 대로 지쳐 하늘을 향하여 두 팔을 뻗고 큰 소리로
루키나(Lucina. ’빛Lux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여자‘라는 뜻으로 출산의 여신으로서의 헤라 또는
아르테미스의 별칭)와 출산을 돕는 신들인
닉시(Nixi. 출산하는 여인을 보호해주는 세 명의
신들로, 무릎을 꿇고 있는 그들의 조각상이 로마의
카피톨리움 언덕 위에 있었다고 한다)들을 불렀어.
루키나가 오긴 했지만 뇌물을 받은 그녀는 일찌감치
내 머리를 잔혹한 유노(헤라)에게 넘길 심산이었지.
루키나는 거기 문 앞의 제단 위에 앉아 내 신음 소리를
들으며 오른 무릎을 왼 무릎 위에 얹고 손가락을
깍지 낀 채 출산을 저지하고 있었지.
게다가 나직이 주문을 외워대며 이미 시작된 내 출산을
저지했어. 나는 용을 쓰다가 까무러치고 그러다가
배은망덕한 우피테르에게 공연히 욕설을 퍼부었지.
나는 차라리 죽고 싶었고, 단단한 바위도
움직일 수 있는 말로 하소연했지.
카드모스(테바이의 전설적인 건설자로 여기서는
‘테바이’라는 뜻이다)의 어머니들도 와서 서약을 하며
괴로워하는 나를 격려 했지.
306행—318행.

내 시녀 중에 갈란티아스(Galanthias)라는 평민
출신 금발 소녀가 있었는데, 늘 내 말을 잘 알아듣고
싹싹하게 봉사한 까닭에 내 귀염을 받는 애였지.
그애는 잔혹한 유노가 뭔가 음모를 꾸미는 것임을
알아차렸어. 심부름을 하며 집안을 들락거리다가
여신이 두 팔과 깍지 낀 손가락으로 무릎을 안고
제단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말했지.
"그대가 누구시든 우리 안주인을 축하해주세요.
아르고스의 알크메네께서 아이를 낳았어요.
기도한 보람이 있어 아들을 낳으셨다고요."
출산의 여신은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나면서
깍지 낀 손을 풀었고, 그 바람에 주술에서 풀려난 나는
해산을 했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갈란티아스는
자기에게 속은 여신을 보고 깔깔댔나 봐. 그 애가 웃자
잔인한 여신은 그애의 머리채를 잡고 땅바닥으로
끌어당기더니,
318행—323행.

일어서려는 그애를 제압하여
그애의 두 팔을 앞발로 바꿔버렸어.
그런데도 그애는 옛날처럼 싹싹했고,
등도 제 색깔(금발의 색깔)을 잃지 않았어.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모습(족제비. 그리스어
갈리 Galee)이었어. 그애는 입으로 거짓말을 하여
내 출산을 도운 까닭에
입으로 새끼를 낳으며(고대인들은 족제비가
입으로 새끼를 낳는 줄 알았다),
여전히 우리집을 들락거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