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9권. 이올레(Iole)의 언니 드리오페(Dryope)의 변신.

eduun83 2025. 3. 20.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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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안고 꽃을 꺽는 드리오페(Dryope)와 그녀의 동생 이올레. 루이 르그랑(1723–1807).




324행—344행.

아들을 안고 꽃을 몇 송이 꺽는 드리오페와 그녀의 동생 이올레. 1602.


이렇게 말하고 그녀(알크메네)는 옛날
시녀(족제비로 변한 갈락티아스)를 생각하며
감동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괴로워하자
며느리(Iole. 이올레)가 말했다.
"어머니,  그 아이가 제 모습을 잃어버렸다고
어머니께서 슬퍼하시지만 그래도 그 아이는 피붙이는
아니잖아요. 제가 제 언니(배다른 언니 드리오페)의
놀라운 운명을 말씀드려볼까요? 고통과 눈물이
말하지 못하도록 내 앞을 가로막네요. 우리 언니
드리오페는 그녀의 어머니의 무남독녀로
(나와 언니는 어머니가 다르거든요.)
오이칼리아(텟살리아 지방의 도시)의 소녀 가운데
가장 예뻤지요. 델피(델포이. 포키스 지방의 도시)와
델로스(에게 해의 섬)를 다스리시는 신(아폴로)에게
겁탈당해 처녀는 아니었지만, 언니를 데려간
안드라이몬(Andraemon)은 처복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 동네에 못이 하나 있는데, 완만하게
경사진 둑은  비스듬한 해변 모양을 하고 있었고,
물가에는 도금양숲(Myrtus 뮈르투스)이 우거져
있었어요. 드리오페는 자신의 운명도 모르고
그곳으로 갔어요. 더욱더 화가 나는 것은 언니가
그곳에 간 이유는 요정들에게 바칠 화환을 모으기
위해서였다는 거예요. 한 살도 채 안 된
아들(아폴로와 드리오페의 아들 암피소스)을
달콤한 짐으로 가슴에 안고 따뜻한 젖을 먹이고
있었어요.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꽃 색깔이
튀로스산(產) 자줏빛과도 같은 수련이 자라고
있었는데 막 열매를 맺으려는 즈음이었어요.
드리오페는 아들을 기쁘게 해주려고 그 꽃을
몇 송이 꺾었지요. 나도 따라 꽃을 꺾으려는데
(나는 그녀와 동행했거든요.)


344행—362행.


꽃에서 핏방울이 떨어지며 가지가 두려움에
떠는 것이 보였어요. 한발 늦게 농부들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요정 로티스(Lotis)가 음탕한
프리아푸스(Priapus)를 피해 달아나다가
이 나무(로토스 Lotus 연꽃)로 변신했는데,
모습은 바뀌었어도 이름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했어요. 언니는 그걸 몰랐던 거예요.
언니가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며 요정들에게 기도를
올리고 그곳에서 물러나려는 순간, 언니의 두 발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어요. 떨어져 나오려고
버둥댔지만 움직이는 것은 상체뿐, 밑으로부터는
나무껍질이 조금씩 자라 올라오더니 언니의 허리를
완전히 덮어버렸어요. 그것을 보며 드리오페는
손으로 머리털을 뜯으려 했으나, 손에 가득한 것은
나뭇잎이었어요. 벌써 머리가 나뭇잎으로
완전히 덮였던 거예요. 젖먹이 암피소스는
어머니의 젖가슴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아무리 빨아도 젖이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언니, 나는 그 옆에서 언니의 비참한 운명을 구경이나
할 뿐 언니를 도울 방법이 없었어요. 나는 꼭
껴안음으로써 되도록이면 밑동과 가지가 자라는 것을
늦추고, 고백하건대 나도 같은 나무껍질에
덮이기를 바랐어요.


363행—390행.

로토스(Lotus 연꽃)로 변신하는 드리오페. 요한 야곱(1708–1783).


보세요, 그녀의 남편 안드라이몬과 가장 불쌍한
아버지께서 오셔서 드리오페를 찾으셨어요.
드리오페를 찾는 그분들에게 나는 수련을 가리켰지요.
그분들은 아직도 따뜻한 나무에 입맞추시고는
땅에 엎드려 자신들이 사랑하는 나무의 뿌리에
매달렸어요. 사랑하는 언니는 이제 얼굴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나무가 되었어요. 언니의 가련한
몸에서 자라난 잎은 눈물에 젖었고, 말을 할 수 있는
동안, 아직도 입에 목소리가 지나갈 길이 열려 있는
동안, 언니는 대기 속으로 이런 불평을 쏟아냈어요.
'불쌍한 사람의 말도 믿을 만하다면, 신들의 이름으로
맹세하거니와, 나는 이런 끔찍한 변을 당해 마땅한
짓을 한 적이 없어요. 나는 죄도 없이 벌받고 있어요.
나는 무해하게 살았어요. 내 말이 거짓이라면,
나는 바싹 말라 가진 잎을 모두 잃고 도끼에 베어져
불타게 되기를! 하지만 이애는 제 어미의 가지에서
받아 유모에게 맡기시되, 가끔 내 나무 밑에
찾아와 젖을 먹게 해주시고 내 나무 밑에서 놀게도
해주세요. 그리고 말을 배우게 되거든 제 어미한테
인사하며 〈이 나무 밑동 안에는 우리 엄마가 숨어 있어!>라고 애처롭게 말하게 해주세요!
이애는 못을 두려워하고 나무에서 꽃을 따지 않게
해주시고, 모든 덤불을 여신들의 몸으로 여기게
해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사랑하는 남편이여!
내 아우도 잘 있고, 아버지도 안녕히 계세요!
아직도 그대들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 잎이 예리한
낫에 상처 입지 않고 양떼에게 뜯어 먹히지 않도록
해주세요. 이제 그대들에게 몸을 구부릴 수가 없으니,
그대들이 몸을 위로 뻗어 내 입술을 만질 수 있는
동안이나마 내가 그대들에게 입맞추게 해주시고
내 어린 아들도 들어올려주세요! 더이상은 말할 수가
없어요. 어느새 내 하얀 목 위로 부드러운 나무껍질이
기어 올라오고 위에서는 우듬지가 나를 덮고 있어요.
그대들은 내 눈에서 손을 치우세요. 그대들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나무껍질이 기어 올라와 죽어가는
내 눈을 감겨주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입은 말하기도
존재하기도 동시에 멈추었어요. 몸이 바뀐 뒤에도
새로 생겨난 가지는 한동안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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