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0권. 아폴로(Apollo)와 히아킨토스(Hyakintos).

반응형
태양의 신 아폴로와 히아킨토스. 95 cm x 130 cm. 니콜라 르네 졸랭(1732–1804).



162행—169행.

아폴로와 꽃이 된 히아킨토스. 1325년경.


아미클라스(라코니아 지방 스파르테 남쪽에 있는
옛 도읍인 아미클라이의 창건자)의
아들(히아킨토스)이여, 그대도 포이부스(태양의 신
아폴로의 별칭)께서 하늘에 갖다 놓으셨을 것이오.
그대를 거기 갖다 놓을 시간을 슬픈 운명이 그분께
주었더라면. 하지만 그대에게 가능한 방법으로
그대는 영원히 살아가오. 봄이 겨울을 몰아내고
양자리(♈ 황도 12궁의 제 1궁. 3월 21일 춘분)가
물기 많은 물고기자리(♓ 황도 12궁의 제 12궁.
2월 19일—3월 20일)를 뒤따를 때마다
그대는 일어나 푸른 잔디밭에서 꽃피기 때문이오.
그대를 내(오르페우스) 아버지(아폴로)께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하셨고, 그리하여 세상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델피(포키스 지방의 도시로
그곳에 아폴로의 신전이 있다)를 돌보시는
신(아폴로)께서는 그곳에 계시지 않았소.


[참고. 양자리]

양자리(♈ ARIES 에리이스). 3월 21일(춘분)—4월 19일(곡우). 황도 12궁의 제 1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16번 별자리 카드.


[참고. 물고기자리]

물고기자리(♓ 쌍어궁. PISCES 파이시스). 2월 19일(우수)—3월 20일(춘분). 황도 12궁의 제 12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7번 별자리 카드.


[참고. 델피]

고대 그리스 본토.


포키스(FOKIS) 지방의 델피(Delphi).
제우스가 동쪽 끝과 서쪽 끝에서 날려보낸
새 두 마리가 만난 곳이라 하여 델피는 세상의
중심으로 생각되었고, 그곳에 있는 달걀 모양의
바윗덩이 옴팔로스(Omphalos ‘배꼽')가 이를
입증한다고 보았다. 옴팔로스에는 제우스가
날려보낸 새 두 마리가 델피에서 만나는 장면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펠로폰네소스(PELOPONNESOS) 반도의
라코니아(LAKONIA) 지방의 스파르테(Sparta).



169행—185행.

사냥을 즐기는 아폴로와 히아킨토스. 비르길 졸리스(1514–1562).


신께서 키타라(길이가 같은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도 화살도 소흘히 하신 채
에우로타스(스파르테 옆을 흘러 지나가는
라코니아 지방의 강)와 성벽을 쌓지 않은
스파르테(스파르테인들은 자신들의 용기로 능히
적을 격퇴할 수 있다고 믿고 도시에 성벽을 두르지
않았다)를 자주 찾으시는 동안에는.
그분께서는 당신의 본분도 잊으신 채 사냥용
그물을 들고 다니고 개 떼를 끌고 다니고
울퉁불퉁한 산등성이를 따라다니기를 마다하지
않으셨소. 그렇게 오래 사귀다 보니 정도 깊어갔소.
어느새 티탄(태양)이 다가올 밤과 물러간 밤의
중간에 이르러 양쪽(동쪽과 서쪽)끝에서 똑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었을 때(태양이 중천에 떠 있을 때)
그들은 옷을 벗고는 번쩍거리도록 몸에 올리브기름을
듬뿍 바른 뒤 널따란 원반으로 원반던지기 시합을
하기 시작했소. 먼저 포이부스께서 자세를 취하시더니
원반을 대기 사이로 힘껏 날려보내 가로막는 구름을
그 무게로 가르셨소. 한참 뒤에야 무거운 원반은
도로 단단한 땅 위에 떨어지며, 던진 이의
힘과 결합된 기술을 보여주었소. 그러자 즉시
타이나루스의 젊은이(히아킨토스)가 경기에 열중한
나머지 조심성 없이 원반을 집으러 달려나갔소.
하지만 단단한 땅이 원반을 도로 튀기며,
히아킨토스여, 그대의 얼굴에다 원반을 내던졌소.



185행—203행.

아폴로와 히아킨토스의 죽음. 1325년경.


신께서도 소년만큼이나 안색이 창백해지시더니
그의 흐늘흐늘한 사지를 추스르시며 그대를 따뜻하게
해주시는가 하면, 그대의 치명상을 말려주기도
하시고, 약초를 붙여 도망가는 목숨을 제지하려고도
하셨소. 하지만 그분(의술의 신 아폴로)의 의술도
소용없었소. 그의 상처는 치료할 수 없었소.
마치 정원에서 제비꽃이나 빳빳한 양귀비나
노란 수술이 곤두서 있는 백합이 누군가에게 한번
줄기를 꺾이고 나면 더이상 똑바로 서지 못하고
늘어지며 시들어가는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
우듬지로 땅바닥을 내려다볼 때와 같이,
꼭 그처럼 죽어가는 얼굴은 앞으로 쓰러져 있었고,
힘 빠진 목은 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어깨 위로
내려앉았소.
'오이발루스(튄다레우스의 아버지로
스파르테의 왕)의 자손이여, 그대는 한창때의
청춘을 빼앗기고 쓰러져 있구려!'하고 포이부스께서
말씀하셨소. 내가 보고 있는 그대의 상처가 나를
고발하고 있구나. 그대는 내게 슬픔과 자책의
원인이오. 그대의 죽음은 내 손탓으로 돌려질 것이오.
내가 그대를 죽게 했으니까. 하지만 대체 내죄는
무엇인가? 그대와 시합한 것을 죄라고 할 수 없고,
그대를 사랑한 것을 죄라고 할 수 없다면 말이오.
아아, 내가 그대를 위하여, 아니면 그대와 함께
목숨을 버릴 수 있었으면!



203행—219행.

아폴로와 꽃이 된 히아킨토스. 오귀스탱 드 세인트 오빈(1736–1807).


하지만 운명의 법칙이
그러지 못하게 하니 그대는 늘 나와 함께할 것이며,
나는 그대를 기억하고는 입에 올릴 것이오.
내 손으로 연주하는 리라도, 내 노래도 그대를
찬미할 것이오. 내 그대를 새 꽃(지금의 히아신스와
다른 꽃인 것은 확실하나 어떤 꽃인지
확실치 않다)으로 만들어 내 신음 소리를 그 꽃잎에
아로새길 것이오. 그리고 때가 되면 가장 용감한
영웅(아이아스)도 그 꽃으로 변신하여 똑같은
꽃잎에서 제 이름을 읽을 수 있을 것이오.'
아폴로께서 거짓을 모르는 입으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동안, 보라, 바닥에 쏟아져 풀에 흔적을
남기던 피는 더이상 피가 아니었으니, 그 대신
그곳에 티로스산 자줏빛 염료보다 더 빛나는 꽃이
피어났던 것이오. 그것은 백합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백합이 은빛인 데 반해 그것의 색깔은 자줏빛이었다.
포이부스께서는 그것으로 만족하시지 않고
(이런 명예를 수여하는 것은 그분이셨기 때문이오.)
당신의 신음 소리를 손수 꽃잎에 적어넣으시니,
그 꽃에는 애도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인
‘아이 아이(그리스어로 AI AI)'이가 쓰여 있소.
스파르테는 히아킨토스를 낳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고, 그의 명예는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으니, 해마다 휘아킨투스제(아미클라이에서
해마다 3일 동안 거행되는 축제)가 돌아오면
아직도 그들은 선조의 관습에 따라 엄숙하게 축제를
거행하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