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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0권. 사이프러스(Cupressus)가 된 키파리소스(Cypariss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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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삼나무)가 되는 키파리소스. 120 cm x 88.3 cm. 1616. 도메니키노(1581–1641).



86행—90행.

리라(Lyre)를 연주하는 오르페우스(Orpheus). 폴 라크로익스(1806–1884).


그곳(케아 섬. 그리스 아티카 지방 남동쪽 가장
가까운 섬)에는 언덕이 하나 있는데, 그 언덕
위에는 푸른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탁 트인
평평한 땅이 있었다. 그곳에는 그늘이 없었다. 하지만
신들(아폴론과 무사 여신인 칼리오페)에게서
태어난 가인(歌人. 오르페우스)이 그곳에 앉아
리라(길이가 같은 5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의 소리 나는 현들을 연주한 뒤로는
그늘이 그곳으로 옮겨왔다. 카오니아(에피로스
지방의 한 지역. 여기서 '카오니아‘는 '에피로스'
라는 뜻이다)의 참나무도 빠지지 않았고,



[참고. 케아 섬]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 아티카(ATTIKA) 지방 남동쪽
케오스(Keos) 섬 또는 케아 섬.




91행—92행.

미루나무로 변하는 파에톤의 누나들인 헬리아데스(Heliades). 1590.


헬리아데스들(태양신 헬리오스의 딸들로 오라비
파에톤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미루나무로 변했다)의
의 숲(미루나무 숲)도, 잎이 높다랗게 달린
상수리나무도, 부드러운 보리수도, 너도밤나무도,



92행—103행.

아폴로(Apollo)와 월계수가 된 다프네(Daphne). 1622–1625. 243 cm. 잔 로렌초 베르나니(1598–1690).


처녀(월계수가 된 처녀 다프네) 나무인 월계수도,
잘부러지는 개암나무도, 창 자루로 쓰이는
물푸레나무도, 옹이가 없는 전나무도,
도토리가 매달려 가지가 휜 떡갈나무도,
너그러운(그 아래에서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그늘을 드리우기 때문인 듯하다) 플라타너스도,
다채로운 단풍나무도, 강가에 사는 버드나무도,
수련도, 늘 푸른 회양목도, 가냘픈 위성류도,
두 가지 색깔의 도금양(도금양은 검은 열매가 여는
것과 흰 열매가 여는 것, 이 두 종류가 있다고 한다)도,
검푸른 열매가 여는 까마귀밥나무도 그곳으로
옮겨왔다. 또한 발이 나긋나긋한 담쟁이덩굴이여,
너희도 왔고, 너희와 함께 포도 덩굴과, 포도 덩굴이
감긴 느릅나무와, 산물푸레나무와, 가문비나무와,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산딸기나무와,
승리자의 상인 나긋나긋한 종려나무와, 밑동은
벗었지만 우듬지에는 잎이 무성한 소나무도 왔다.



104행—105행.

지모신(Earth Mother) 키벨레(Cybele)와 소나무 밑동을 손에 쥐고 있는 아티스(Attis). 기원전 2세기.


키벨레(소아시아 내 프리기아 지방의 지모신)의
애인 아티스(프리기아 지방의 미남 목동으로
키벨레 여신의 사랑을 받아 그녀의 사제가 되었으나,
순결의 약속을 어긴 까닭에 미쳐서 제 손으로 자신을
거세했다)가 사람의 모습을 벗고 소나무가 되어
그 밑동으로 굳어졌기에 소나무는 신들의
어머니(키벨레)가 좋아하는 나무이다.



106행—125행.

티파리소스와 수사슴. 1625. 자코프 비날리(1592–1664).


이들 사이에는 원뿔 모양의 삼나무(삼나무의 라틴어
이름은 사이프러스이다)도 서 있었는데, 그것은
지금은 나무지만 전에는 현으로 키타라(리라와 비슷한
길이가 같은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를
제어하고, 시위(활줄)로 활을 다스리는
저 신(아폴론)의 사랑을 받던 소년이었다.
큰 수사슴 한 마리가 있었는데,
카르타이아(케아 섬의 도시)의 들판에 사는
요정들에게 바쳐진 이 수사슴은 사방으로 뻗어나간
뿔로 제 머리 위에 그늘을 드리웠다. 그것의 뿔은
황금으로 번쩍였고, 그것의 둥근 목에 매인,
보석을 박은 목걸이는 어깨 아래로 매달려 있었다.
이마 위에는 태어났을 때부터 차고 다니는, 은으로
만든 부적이 가는 노끈에 매인 채 흔들렸고,
양쪽 귀에 매단 구슬은 움푹 들어간 관자놀이
주위에서 반짝였다. 수사슴은 타고난 소심함도
잊어버리고 겁도 없이 가끔 사람이 사는 집을 찾아와
낯선 사람에게도 쓰다듬어달라고 목을 내밀곤 했다.
하지만 그 수사슴은 케아(그리스 아티카 지방
동쪽에 있는 섬)의 백성 가운데 가장 잘생긴
키파리소스여, 어느 누구보다도 그대를 좋아했으니,
그대가 그 수사슴을 신선한 풀밭과 맑은 샘물가로
데려가곤 했던 것이오. 그대는 때로는 그것의
뿔을 위해 여러 꽃을 여기도 하고, 때로는
기수로서 그것의 등에 올라앉아 자줏빛 고삐로
그것의 부드러운 입을 신이 나서 이리저리 인도하곤
했소.


126행—135행.

태양의 신 아폴로와 키파리소스. 안토니오 템페스타(1555–1630).


어느 여름날 한낮이었다. 바닷가를 좋아하는
게자리(♋ 황도 12궁의 제 4궁으로 태양이
이 별자리에 이르렀다 함은 한여름이라는 뜻이다)의
구부정한 다리들이 태양의 열기에 타오르는데
수사슴은 지칠 대로 지쳐 풀이 우거진 대지에
몸을 뉘고는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소년 키파리소스는 그런 줄도 모르고 날카로운
투창으로 그것을 꿰뚫었다. 수사슴이 무자비한
상처를 입고 죽어가는 것을 보고 소년은 자기도
죽기로 결심했다. 포이부스(아폴로 신의 뱔칭)는
온갖 위로의 말을 다하며 그에게 상황에 맞게 적당히
슬퍼하라고 충고해주었다. 하지만 소년은 신음하며
하늘의 신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자기가 언제까지나
슬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136행—143행.

사이프러스 거리. 이탈리아.


그러자 하염없이 운 까닭에 어느새 생명의 피가 모두
빠져나가 그의 사지는 초록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잠시 전만 해도 눈처럼 흰 그의 이마를 덮고 있던
머리털이 헙수룩하게 흐트러지며, 그는 가녀린
우듬지로 별 많은 하늘을 쳐다보는 꼿꼿한
나무(삼나무. 삼나무는 애도의 나무이다)가 되었다.
신이 슬픔을 이기지 못해 신음하며 말했다.
"나는 너를 위해 슬퍼하지만 너는 남을 위해
슬퍼하며 애도하는 자들과 함께하리라."



[참고. 게자리]

게자리(♋️ Cancer 캔서). 황도 12궁의 제 4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0번 별자리 카드.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목 졸라 죽인 다음
레르나의 거대한 히드라와 싸울 때 다른 동물들은
모두 헤라클레스에게 호의적이었으나 게 한 마리가
늪에서 나와 헤라클레스의 발을 물다가 밟혀 죽자
헤라가 이를 하늘로 옮겨 게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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