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행—10행.

그곳(에게 해의 크레테 섬)으로부터
히메나이오스(에로스와 형제로 결혼과 사랑의
남신)는 사프란 빛 외투를 입고 무한한 대기를
지나 키코네스족(트라키아의
헤브루스 강 하류 지역에 살던 부족으로 여기서는
‘트라키아’라는 뜻이다)의 해안으로 향했다.
그곳으로 오르페우스가 그를 불렀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히메나이오스는 결혼식에
나타나기는 했으나 축복의 말도 해주지 않았고,
즐거운 표정도, 길조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들고 있던 횃불도 계속해서 바지직거리며
연기를 내뿜어 눈물을 흘리게 할 뿐 아무리 휘둘러도
활활 타오르지 않았다. 결과는 전조보다 더 나빴다.
물의 요정들을 데리고 풀밭을 거닐던
신부(물의 요정 에우리디케)가 뱀 이빨에 복사뼈를
물려 죽어 넘어졌기 때문이다.
[첨고. 히메나이오스]

[참고. 트라키아 지역]

트라키아는 역사적, 지리적으로 발칸반도의 남동쪽을
부르는 지명이다. 동트라키아(터키의 유럽 영토),
서트라키아(그리스 북동부),
북트라키아(불가리아 남부)를 일컫는다.
11행—13행.

지상에서 마음껏
아내를 애도한 로도페(불가리아와 그리스의 국경
북쪽을 따라 동서로 뻗어 있는, 트라키아 지역의
산맥으로 여기서는 ‘트라키아’라는 뜻이다)의
가인(歌人. 오르페우스)은 타이나룸(펠로폰네소스
반도 라코니아 지방의 도시로 그 근처에 있는 동굴이
저승으로 내려가 는 입구로 여겨졌다)의 문을 지나
감히 스틱스(지상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까지
내려갔으니, 그는 망령들조차도 시험해볼 참이었다.
[참고. 로도페 산맥]

발칸산맥(Balkans)은 불가리아 중부와
세르비아(Serbia) 동부 사이에 걸쳐 있다.
발칸은 '산'을 뜻하는 튀르키예어이다.
로도페산맥(Rhodopes)은 불가리아 남부에서
그리스(Greece) 북동부에 이르는 산맥이다.
본래 그 이름은 '장미로 뒤덮인 언덕'이라는 뜻으로
온난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14행—27행.

그는 무게 없는 무리와 무덤에 묻혔던 망령들 사이를
지나 페르세포네(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의 아내이자
지하 세계의 여신)와, 이 사랑스럽지 못한 왕국(지하
세계)을 다스리는, 그림자들(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서 실체없는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믿었다)의 주인(하데스와
페르세포네)에게 다가가 리라의 현을 치며 이렇게
노래했다. "오오, 필멸의 존재로 태어난 우리 모두가
되돌아오는 이 지하 세계를 다스리시는 신들이시여,
거짓말과 애매모호한 말은 집어치우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그대들이 허락해주신다면, 내가
이리로 내려온 것은 어두운 타르타로스(지하 감옥)를
구경하려는 것도 아니고, 메두사 같은 괴물의,
뱀들이 친친 감고 있는 세 개(스텐노, 에우리알레,
메두사 세 자매)의 목에 사슬을 채우려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리로 온 것은 아내 때문입니다. 발에 밟힌
독사가 그녀에게 독을 퍼뜨려 그녀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갔으니까요. 나는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고,
아닌 게 아니라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모르(사랑의 신 에로스)가 이겼습니다.
그분은 여기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위쪽(지상)
세계에서는 잘 알려진 신이지요. 아마 여기서도
그럴 겁니다.
28행—39행.

그리고 옛날의 납치(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납치해서
아내로 삼았다)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아모르는
그대들도 맺어주었습니다. 공포로 가득찬 이 장소들과, 이 거대한 카오스(정돈되지 않은 무더기)와,
이 광대한 침묵의 왕국(지하 세계)의 이름으로
청하옵건대, 너무 일찍 풀린 에우리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짜주십시오. 우리는 모두 그대들에게
귀속됩니다. 잠시 지상에서 머문다 해도 머지않아
우리는 한곳으로 달려갑니다. 우리 모두는 이곳으로
향하고,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거처이니
그대들이 인간 종족을 가장 오랫동안 통치합니다.
그녀도 명대로 살다가 때가 되면 그대들의 지배를 받게
될 것입니다. 나는 그녀를 선물로 달라는 것이 아니라
빌려달라는 것입니다. 운명이 내 아내에게 그런
특혜를 거절한다면 나는 단연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죽게 되니 그대들은 기뻐하시겠지요!"
40행—46행.

그가 리라(길이가 같은 5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악기)를 연주하며 이렇게 노래했을 때
핏기 없는 망령들(그림자들)도 눈물을 흘렸다.
탄탈로스는 도망치는 물결을 잡지 않았고,"
익시온의 바퀴도 놀라 멈춰 섰으며,
새들은 간을 쪼지 않았고,
벨루스의 손녀들은 항아리를 내려놓았으며,
시시포스여, 그대는 그대의 돌덩이 위에 앉아 있었소.
그때 처음으로, 소문에 따르면,
자비로운 여신들(‘자비로운 여신들'이란
복수의 여신들의 별명으로 이들을 달래기 위해
부르는 이름이다)도 노래에 압도되어 볼이 눈물에
젖었다고 한다.
46행—54행.

왕비(페르세포네)도, 지하 세계를 다스리는
이(하데스)도 차마 탄원자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들은 에우리디케를 불렀다. 그녀는 막 도착한 그림자들 사이에 있다가 상처 때문에 절룩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로도페(트라키아 지방)의
영웅(오르페우스)은 아내를 받았는데, 그가
아베르누스(이탈리아의 서남부 캄파니아 지방에 있는
호수로 그곳에는 저승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다고
믿어졌으며, 그래서 때로는 여기서처럼 '저승'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의 골짜기를 떠날 때까지는
뒤돌아보지 않겠다는 조건도 아내와 함께 받았다.
뒤돌아본다면 그 선물은 무효가 될 것이었다.
그들은 소리 없는 적막을 지나 오르막길로 올라갔다.
그 길은 가파르고,
식별이 안 되고,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55행—64행.

이제 그들은 대지의 맨 바깥 표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남자는 아내가
힘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아내를 보고 싶기도
하여 뒤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그의 아내도 도로
미끄러졌다. 그는 팔을 내밀어 그녀를 잡고 자기는
잡히려 했으나,, 불행히도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뒤로 물러나는 바람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이제
두 번 죽으면서 남편에게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았다.
(하긴 그녀로서는 사랑받은 것말고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그녀는 남편의 귀에 들릴락 말락 하게
마지막으로 "안녕."이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떠나왔던
곳으로 도로 미끌어져 갔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두 번째 죽음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65행—71행.

그는 가운데 목에 사슬을 맨, 머리 셋 달린
개(지옥문을 지키는 괴물 개 케르베루스)가
끌려오는 것을 보고는 사지가 돌로 변해 그 본래의
성질을 버린 뒤에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겁쟁이나, 아내의 죄를 뒤집어쓰고는 제 자신이
죄인처럼 보이려 했던 올레노스와, 불행한
레타이아여(아내 레타이아가 어떤 여신보다 제가
더 잘났다고 자랑하자 남편인 올레노스가 그 죄를
자신이 덮어쓰고는 둘 다 돌이 되었다는 이야기),
자기 미모를 과신했던 그대와 다르지 않았소.
그대들은 전에는 서로 더없이 가까운 가슴이었으나
지금은 물기 많은 이다 산 위에서 두 돌이 되었소.
72행—77행.

오르페우스는 또다시 강(스틱스 강)을 건너고 싶어
간청해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뱃사공(스틱스 강의
뱃사공 샤론)이 거절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누추한 모습으로 이레 동안 케레스(곡식과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의 선물(음식)도 즐기지 않고 거기
강가(스틱스 강가)에 앉아 있었다. 근심과 마음의
괴로움과 눈물이 그의 양식이었다.
에레보스(카오스의 아들로 암흑의 신. '저승'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의 신들은
잔인하다고 불평하며 그는 높은 로도페와 북풍에
채찍질당하는 하이무스(트라키아 지역의 산맥으로
여기서는 ‘트라키아’라는 뜻이다)로 돌아갔다.
78행—85행.

티탄(태양신)이 한 해를 마감하는, 물 많은
물고기자리(♓ 황도 12궁의 제 12궁. 태양이
이 별자리에 이르렀다 함은 겨울이 끝났다는 뜻이다)에
세 번이나 이르렀다. 그동안 오르페우스는 사랑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든, 아니면 언약을 했기
때문이든 여자와의 사랑은 일절 피했다. 하지만
많은 여인이 가인(오르페우스)과 결합하기를
열망했고, 많은 여인이 퇴짜를 맞고 비탄에 잠겼다.
게다가 그는 트라키아의 백성에게 부드러운 소년들을
사랑하는 법과 아직 성년이 되기 전의 짧은 봄과
청춘의 첫 꽃을 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참고. 탄탈로스]

탄탈로스는 프리기아의 왕으로, 제우스의
아들이자 펠롭스와 니오베의 아버지이다. 아들
펠롭스로 음식을 해서 신들을 시험하고
그 죗값으로 타르타로스(지옥)의 연못에 서 있게
되었다. 물은 가슴까지 차오르고 머리 위에는 과일이
가득 매달린 가지가 늘어져 있는데,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면 물은 말라버리고, 과일을 따려고 손을
뻗으면 나뭇가지는 손이 닿지 않도록 높이 올라가
버려 영원한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참고. 익시온]

익시온은 라피타이족의 왕으로 그는
헤라(제우스의 아내)를 겁탈하려다 그 죗값으로
지옥에서 빙글빙글 도는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다.
[참고. 티티오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거인이다.
레토 여신을 겁탈하려다 그녀의 자식들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맞고 죽었다. 죽은 뒤 저승
타르타로스(지옥)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형벌을 받았다.
[참고. 벨루스의 손녀들]

다나우스는 벨루스의 아들이다. 아이깁투스의
쌍둥이 동생이다. 아이깁투스에게는 50명의 아들이
있었고, 다나우스에게는 50명의 딸이 있었다.
아버지가 죽자 왕권다툼이 일어나, 다나우스는 딸들을
데리고 아르고스로 가 그곳 왕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아이깁투스의 50명의 아들이 찾아와서
그의 딸들에게 결혼할 것을 강요하자, 다나오스는
딸들에게 단도를 주어, 결혼 첫날밤에 남편의 목을
베도록 명하였다. 딸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명령을 따랐기 때문에, 지옥에서 구멍 뚫린
물통에다 물을 부어 채워야 하는 벌을 받았다.
다나우스는 결국 유일하게 살아 남은 사위
린케우스에게 죽었다.
[참고. 시시포스]

시시포스는 아이올로스의 아들로 코린토스 시의
건설자이다. 당시 가장 교활한 악당으로 온갖 기만과
비행을 일삼다가 지옥에 가서 그 죗값으로
돌덩이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는 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닿으려는 순간 그 돌덩이가 도로
굴러떨어져 이 절망적인 고역을 끊임없이 되풀이 한다.
[참고. 복수의 여신들]

<신들의 계보> 180행—185행.
친아버지(크로노스의 아버지인 우라노스)의 급소를
재빨리 자르더니 아무 데나 날아가라고 등 뒤로
던져버렸다. 그러나 그것(우라노스의 급소)이
무익하게 그(크로노스)의 손을 떠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거기(우라노스의 급소)서 떨어지는
핏방울들을 가이아(대지의 여신이자 대지 그 자체)가
모두 받아 해가 다 차자 강력한 ‘복수의
여신들(티시포네, 알렉토, 메가이라)’과,
[참고]
복수의 여신(에리니스 Erinys 죄악)은
티시포네(Tisiphone ‘살인를 응징하는 여자),
알렉토(Alecto ’멈추지 않는 여자‘),
메가이라(Megaera ’시기심 많은 여자‘)
세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특히 가족 내에서의
범죄를 응징하는 여신들로, 올림포스의 신들보다
더 오래되었으며 제우스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흔히 손에 횃불 또는 회초리를 들고 머리털은
뱀들로 이루어져 있는 날개달린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다. ’자비로운 여신들‘ 또는 ‘존엄한 여신들‘이라고도 불리는데, 그들을 달래기 위함이다. 피해자가
부르지 않으면 지하의 가장 깊은 곳에 머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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