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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4권. 피쿠스(Picus)와 카넨스(Canens)와 키르케(Ci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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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키르케(Circe)와 딱다구리(picus)로 변하는 피쿠스(Picus). 테오도르 루비에니에츠키(1654–1718).




308행—325행.

마녀 키르케와 딱다구리(Picus)로 변하는 피쿠스. 루카 조르다노(1634–1705).


그곳(마녀 키르케가 있는 섬)에서
우리(오디세우스와 그의 전우들)는
일 년 동안 머물렀소. 그토록 긴 기간 동안
나(오디세우스의 전우인 마케레우스)는
본 것도 많고 들은 것도 많소. 이것은
앞서 말한 그런 의식(사람을 동물의 형태로
바꾸는 의식)을 위해 임명된 네 명의 하녀 가운데
한명이 내게 몰래 들려준 이야기 가운데 하나요.
키르케(마녀)가 우리 지도자(오디세우스)하고만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하녀는 내게 머리에
딱따구리를 이고 있는, 한 젊은이의 눈처럼 흰
대리석상을 보여주었소. 그것은 신전 안에
안치되어 있었는데 수많은 화환이 걸려 있어
대번에 이목을 끌었소. 그가 누구이며,
왜 신전 안에서 경배받고 있으며, 왜 그런 새를
이고 있는지 궁금해서 묻자 그녀가 말했소.
'마카레우스(오디세우스의 전우)여, 그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우리 여주인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고, 내가 하는 말을 명심하세요!
피쿠스(피쿠스는 ’딱다구리‘라는 뜻)는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아들로
아우소니아(이탈리아, 특히 남이탈리아를
말한다) 땅의 왕이었는데 전쟁에 쓸모 있도록
군마를 조련하는 것이 그의 취미였어요.
그 영웅의 외모는 그대가 보고 있는
그대로였어요. 그대는 스스로 이 외모를 보며,
지어낸 모습을
보고 참모습을 칭찬할 수 있을 거예요.
그의 기백 또한 외모 못지않았어요. 그는 아직
그라이키아(‘그리스’의 라틴어 이름)의
엘리스(오늘날 일리아.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지방)에서 오년마다 열리는
제전(올림피아 제전. 올림피아는 그리스 엘리스
지방의 소도시이다)을
네 번은 볼 수 없었을 거예요.



[참고. 엘리스 지방의 도시 올림피아]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엘리스(Elis) 지방의 도시 올림피아(Olympia). 고대 그리스 지도.




326행—330행.

이탈리아의 주.


벌써 그의 외모는 라티움(오늘날 라치오 주이며
수도인 로마가 있다. 이탈리아 반도 중부
서안에 있던 고대 지역으로 티베르 강 유역에
위치한다)의 산들에서 태어난 나무의 요정들의
이목을 끌었고, 샘의 요정들이 그를 사모했으며,
알불라(티베르 강의 옛 이름)와,
누미키우스(라티움 지방의 작은 강)의 강물과,
아니오(라티움 지방의 강)의 강물과,
길이가 가장 짧은 알모(티베르 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강)와,
곤두박질치는 나르(로마 북동쪽에 있는 움브리아
지방의 강으로, 티베르 강으로 흘러드는 강)와,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파르파루스(티베르 강의 작은 지류로
사비니인들의 땅에서 합류한다)에 사는 요정들과,



[참고. 티베르 강]

이탈리아 라치오 주의 티베르(Tiber) 강.




331행—333행.

흑해 북쪽의 스키타이족의 나라 스키티아(Scythia). 기원전 170년경.


스키티아(지금의 크림반도. 흑해 북쪽에 살던
기마 유목민족인 스키타이족의 나라)의
디아나(여신 아르테미스)의 숲이 우거진 못과
인근 호수들에 사는 요정들도 그를 사모했어요.
하지만 그는 모두에게 퇴짜를 놓고,



333행—343행.

피쿠스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전에 팔라티움 언덕(팔라티노 언덕. 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에서 베닐리아(카넨스의
어머니)가 이오니아의(그리스의)
야누스(‘통로''아치 길'이라는 뜻. 시작과
출입문의 신으로 머리가 둘 달려 있다)에게
낳아주었다는 요정(카넨스)만을 숭배했어요.
이 소녀는 성장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자
라우렌툼(라티움 지방의 옛 도읍)의 피쿠스에게
주어졌는데, 그가 모든 구혼자보다 선호되었던
것이지요. 소녀는 용모도 빼어났지만
노래 부르는 재주는 더 빼어나
카넨스(‘노래하는 이'라는 뜻)라고 불렸어요.
그녀의 노래는 숲과 바위도 움직이고, 야수들도
온순하게 만들고, 긴 강물도 지체하게 했으며,
떠돌아다니는 새들도 날개를 멈추게 하곤 했지요.
한번은 카넨스가 여자의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이에 피쿠스가 집에서 라우렌툼의
들판으로 나갔는데 그곳에 사는 멧돼지들을
사냥하려는 것이었지요.


[참고. 로마의 일곱 언덕]

이탈리아 테베레(Tevere) 강 동쪽의 로마의 일곱 언덕. 아벤티노(Aventino) 언덕. 첼리오(Celio) 언덕. 카피톨리노(Capitolino) 언덕. 에스퀼리노(Esquilino) 언덕. 팔라티노(Palatino) 언덕. 퀴리날레(Quirinale) 언덕. 비미날레(Viminale) 언덕.



[참고. 야누스]

로마 시대의 야누스(Janus) 상. 바티칸 박물관.




343행—364행.

마녀 키르케와 피쿠스. 크리스핀 반 데 파스 데 우드(1564–1637).


그는 기운 넘치는 말의 등에 올라타고는 왼손에
투창 두 자루를 들고, 노란 황금 브로치로
여민 자줏빛 외투를 입고 있었어요. 태양신의
딸(마녀 키르키)도 기름진 언덕에서 신선한
약초를 따 모으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따
키르케의 들판이라 불리는 들판을 떠나
같은 숲속으로 들어갔어요. 키르케는 덤불에
가려진 채 젊은이를 보는 순간 그만 넋을 잃고
말았어요. 키르케가 따 모은 약초는 손에서
떨어졌고, 화염이 그녀의 온 골수 속을
떠돌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그녀는 격렬한
정염으로부터 마음을 가다듬자마자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백하려 했으나,
그의 질주하는 말과 주위에 모여 있는 부하들
무리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었어요.
<설령 바람이 그대를 낚아챈다 해도》 하고
그녀는 말했어요.
<그대는 나를 피하지 못할 거예요. 내가 나를
알고 있고, 내 약초의 효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내 주문이 나를 버리지 않는 한!>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가짜 몸으로 멧돼지의 허깨비를
하나 만들어, 왕의 눈앞을 지나서 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어 말이 통과할 수 없는
우거진 숲속으로 사라지게
했어요. 그러자 피쿠스는 영문도 모르고
지체 없이 전리품의 그림자를 뒤쫓았고,
거품이 묻은 말의 등에서 재빨리 뛰어내리더니
공허한 희망을 좇아 깊은 숲속을 헤매고 다녔어요.



365행—371행.

키르케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키르케는 기도와 탄원의 말을 읊기 시작하며
알수 없는 신들을 알 수 없는 주문으로
경배했는데, 바로 그 주문으로 그녀는
눈처럼 흰 루나(달)의 얼굴을 묻고,  
아버지(태양신 헬리오스)의 머리를 눅눅한
구름으로 가리곤 했어요. 그때도
그녀가 주문을 외우자 하늘이 캄캄해지고,
대지는 짙은 안개를 내뿜고 수행원들은
눈먼 길 위를 헤매고 돌아다니느라 왕을
호위하지 못했어요.



372행—385행.

마녀 키르케와 피쿠스. 안토니오 템페스타(1555–1630).


그녀는 때와 장소가 적합하다 싶어 말했어요.
〈오오, 내 눈을 사로잡은 그대의 눈에 걸고,
여신조차 그대에게 탄원하게 만든, 가장
미남인 자여, 그대의 그 외모에 걸고 말하노니,
내 정염을 돌봐주시고, 만물을 보시는 태양신을
장인으로 삼으시고, 티탄(헬리오스)의 딸인
키르케를 가혹하게도 멸시하지 마세요!> 이렇게
키르케는 말했어요. 하지만 그는 잔혹하게도
그녀 자신과 그녀의 기도를 물리치며 말했어요.
<그대가 뉘시든 나는 그대의 것이 아니오.
다른 여인이 나를 차지하고 있고, 그 여인이
오래오래 차지하기를 나는 빌고 있소.
나는 다른 여자와 사랑으로 맺은 혼인 서약을
어기지 않을 것이오, 운명이 야누스의 딸
카넨스를 나를 위해 지켜주는 동안에는!>
몇 번이고 간청해도 소용없자 티탄의 딸이
말했어요. 〈그대는 대가를 치를 것이며,
카네스는 다시는 그대를 돌려받지 못하리라.
사랑하는 여자가 모욕당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대는 배우리라. 키르케야말로
사랑하다 모욕당한 여자란 말이다!〉



386행—417행.

마녀 키르케와 딱다구리가 된 피쿠스. 장 자크 르 보(1729–1786).


그러고 나서 키르케는 서쪽으로 두 번,
동쪽으로 두 번 돌아서더니, 젊은이를 지팡이로
세 번 건드리며, 세 번 주문을 외었어요.
피쿠스는 돌아서서 도망쳤으나, 여느 때보다
더 빨리 달리는 자신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그제야 자기 몸에서 깃털들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지요. 그는 자신이 라티움의 숲속에서
갑자기 이상한 새로 변한 것에 어리둥절해
딱딱한 부리로 껍질이 거친 참나무들을 쪼며
분을 삭이지 못하고 그것들의 긴 가지들에 상처를
입혔어요. 그의 날개는 입고 있던 외투의
자줏빛을 띠었고, 옷깃을 여미고 있던 황금
브로치는 깃털이 되어 그의 목에 노란 황금 띠를
둘렀어요. 피쿠스에게 이름 말고는 이전 것은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어요.
그사이 그의 수행원들은 헛되이 들판을 누비며
피쿠스를 부르고 또 불렀으나 어디에서도 그를
찾지 못하다가 키르케를 발견하고는
(어느새 그녀가 대기를 희박하게 하며 바람과
해에 의해 안개가 흩어지게 했기 때문이지요.)
그녀 탓이라고 정당하게 그녀를 나무라며 왕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폭력을 쓰겠다고 위협하며
매서운 창으로 덤벼들 채비를 했어요. 하지만
키르케는 그들에게 해로운 약제와 독이 든
액즙을 뿌리며 밤과 밤의 신들을
에레보스(카오스의 아들로 암흑의 신)와
카오스(다음에 생길 모든 것이 들어갈 공간)에서
불러냈고, 길게 비명을 지르며
헤카테(모든 마녀의 여신)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그러자 (말할 수 없이 놀라운 일이었어요.)
숲이 제 자리에서 뛰어오르고, 땅바닥이
신음하고, 근처의 나무들이 창백해지고,
액즙을끼얹은 풀에서는 핏덩이가 뚝뚝
떨어졌어요. 돌들이 거친 목소리로 울부짖고,
개 떼가 짖어대고, 땅바닥에서는 시커먼 뱀 떼가
우글거리고, 실체 없는 혼백들이 말없이
날아다니는 것 같았어요. 그런 괴물들을 보고
무리는 혼비백산했어요. 두려워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는 그들의
얼굴을 그녀가 지팡이로 건드렸어요.
그러자 젊은이들은 갖가지 야수의 괴물 같은
모습으로 변했고, 원래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어요. 서쪽으로 지는
포이부스(태양)가 타르텟수스(스페인 남서부
바에스타 강의 하구에 있는 도시. 여기서는
‘먼 서쪽 지방’이라는 뜻이다)의 ‘해안에 빛을
뿌리고 나자’(‘해가 지자’라는 뜻이다),



417행—440행.

피쿠스의 아내인 요정 카넨스(Canens). 조반니 프란치스코 바르비에리(1591–1666).


카넨스는 눈과 마음으로 남편을 기다렸으나
소용없었어요. 하인들과 백성들이
그를 만날 수 있을까 해서 횃불을 들고
온 숲을 누비며 뛰어다녔어요.
요정(카넨스)은 눈물을 흘리고 머리를 쥐어뜯고
가슴을 쳐보았지만 그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집에서 뛰쳐나가더니 라티움의 들판을
정신없이 돌아다녔어요. 엿새 밤과,
햇빛이 다시 돌아오는 엿새 낮이 그녀가
자지도 먹지도 않고 우연이 인도하는 대로
산등성이와 골짜기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어요.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곳은
티브리스(티베리스 강의 그리스 이름, 주로
시에서 사용한다)인데, 그녀는 슬픔과 방랑에
지칠 대로 지쳐 어느새 긴 강가에 몸을 뉘고
있었어요. 그곳에서 카넨스는 눈물을 흘리며
가냘픈 목소리로 슬픔에 가락을 맞춰 비탄의
말을 쏟아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죽어가는 백조가 가끔 제 장송곡을 부를 때와도
같았어요. 그녀는 결국 슬픔에 소진되어
부드러운 골수가 녹아내리며 차츰차츰 희박한
대기 속으로 사라졌어요. 하지만 그녀에 대한
기억은 그 장소가 잘 간직하고 있어요. 오래된
카메나 여신들이 그곳을 적절하게도
요정의 이름에서 따와 카넨스라고 불렀기
때문이지요.' 기나긴 한 해 동안 나는
그런 것들을 많이도 듣고 보았소.
우리는 활동을 하지 않은 탓에 게으르고
굼떠졌으나, 다시 바다로 나가 다시 돛을
올리라는 명령을 받았소.
티탄(헬리오스)의 딸(키르케)은 우리에게
불확실한 여로와 기나긴 여행과 우리가
겪어야 할 사나운 바다의 위험을 이야기해주었소.
고백하건대 나는 겁이 나 이 해안에 닿자
눌러앉아버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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