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행—431행.

그러자 진실로
박쿠스(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의 신성(神聖)은
온 테바이(테베)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그(박쿠스)의 이모인 이노(세멜레의 동생)는
이 새로운 신(박쿠스 신)의 큰 권능에 관해
도처에서 말했다.
네 자매(이노, 세멜레, 아우토노에, 아가우에)
가운데 오직 이노만이 고통을 당하지 않았다.
그녀(이노)의 언니들 때문에 받은 고통 말고는.
이노(아타마스의 두 번째 아내)가
자식들(장남 레아르쿠스와 차남 멜르케르테스)과
남편 아타마스(보이오티아의 왕)와,
신(박쿠스)을 부양한 일—이노는 언니 세멜레가
죽자 세멜레의 아들 유아 박쿠스를 부양한다—을
두고 우쭐해하는 것을 보고는
유노(헤라, 제우스의 정실 부인)가 참다못해
혼잣말을 했다. “시앗(남편의 첩인 세멜레)에서
태어난 아들(박쿠스)은 마이오니아의 선원들을
변신(돌고래로)시켜 바닷물 속에 처넣고,
어미(아가우에)가 제 아들(펜테우스)의 몸을
갈기갈기 찢게 하고,
미뉘아스(오르코메누스의 왕)의 세 딸을 이상한
날개(박쥐 날개)로 덮을 권능이 있었는데,
이 유노는 불행을 당하고도 복수도 하지 못하고
눈물이나 뿌려야 한단 말인가?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단 말인가? 이게 내 유일한 권능이란 말인가?
하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자신(박쿠스)이
가르쳐 주었어.
[적(박쿠스)에게도 배울 건 배워야지.] 박쿠스는
펜테우스(아가우에의 아들)를 죽이는 것으로 광기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보여줬으니까, 왜 이노는 광기의 사주를 받아 자기
언니들의 본보기를 따라서는 안 되는 거지?“
432행—452행.

내리막길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죽음의
주목(朱木 상록 침엽수) 그늘에 가려 있다.
—당시 주목은 무덤가에 많이 심었다—
그 길은 무언의 정적을 지나 하계(지하세계)의
거처로 인도한다. 그곳에서는 느릿느릿한
스튁스 강(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이
안개를 내뿜고 있다. 갓 죽은 자들의 망령들,
적절하게 매장된 자들의 그림자들은 그 길로
해서 내려간다. 그 황량한 곳(지하세계)은 사방이
창백하고 싸늘하며, 갓 도착한 망령들은 검은
디스(죽음의 신인 하데스 또는 플루톤의 별칭)의
무시무시한 궁전(하데스의 궁전)이 있는
스튁스의 도시로 가는 길이 대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이 도시에는 천 개의 널찍한 통로가
나 있고 사방에 활짝 열린 문들이 있다. 그리고
마치 바다가 온 대지와 강을 받듯이, 꼭 그처럼
온 혼백을 받는다. 그곳(지하세계)은 어떤
백성에게도 너무 좁지 않으며, 아무리 많이 몰려와도
북적대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피도, 살도, 뼈도 없이
그림자들이 돌아다닌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혼백이 저승에 가서
그림자로 산다고 믿었다— 더러는 광장으로
몰려들고, 더러는 저승의 왕(저승의 신 하데스)의
궁전으로 몰려들고, 더러는 전생에 행하던 대로
어떤 기술에 몰두해 있으며, 또 더러는 자신이 지은
죗값을 치루고 있다.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딸 유노(헤라)는 하늘에 있는 거처를 떠나 감히
그곳(지하세계)으로 내려갔다. (그만큼 그녀는
이노가 밉고 화가 났던 것이다.) 그녀가 들어가자
그녀의 신성한 몸에 눌려 문턱이 신음했고,
케르베루스(지옥 문을 지키는 괴물 개)가 세 개의
머리를 들고는 개 세 마리가 짖는 소리를 동시에 냈다.
452행—456행.

그녀(유노)는 밤의 여신(닉스)에게서 태어난
자매들(복수의 여신들인 알렉토, 티시포네,
메가이라 등 세 명)을, 달랠 수 없는 엄혹(嚴酷
엄하고 모진)한 여신들을 불러냈다.
그들은 아다마스(강철)로 된, 지옥의 닫힌 문 앞에 앉아 올올이 시커먼 뱀인 머리털을 빗고 있었다.
여신들은 유노(헤라)가 어둠과 암흑 사이로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일어섰다.
456행—475행.

그곳(저승)은 ‘범죄자들의 거처‘ 라고 불렸다.
그곳에서는 티튀오스—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 레토를 겁탈하려다 저승에서 독수리에게 간을
뜯기는 벌을 받는다—가 아홉 유게룸(1유게룸은 2,523제곱미터)의 땅 위에 뻗어 누워 자신의 내장을 뜯으라고 내밀고 있었다. 탄탈루스여, 그대는
물을 먹을 수 없고, 머리 위에 나 있는 나무의 열매는 그대에게서 도망치오. 시쉬프스여, 그대는 되돌아갈 바위를 뒤쫓거나 밀고 있소. 익시온은 빙글빙글 돌며
동시에 자신을 뒤쫓고 자신에게서 도망친다.
벨루스의 손녀들(다나우스의 50명의 딸들)은
감히 자신들의
사촌 오라비들(아이깁투스의 50명의 아들들로 사촌
오라비들이자 남편들)을 죽인 까닭에 또 잃어버리게 될 물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다나우스는
아이깁투스의 쌍둥이 동생이다—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딸(유노, 헤라)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들 모두들, 그중에서도 특히 익시온을
노려본 다음 다시 시쉬푸스(아타마스의 동생)에게로
눈길을 돌리며 말했다.
“형제 중에서 왜 이자만이 이런 영원한 벌을 받지?
그의 거만한 형 아타마스(이노의 남편)는
아내(이노)와 함께 늘 나를 멸시하면서도 부유한
궁전에서 살고 있는데 말이야.”
그러고는 이노를 미워하는 이유와 찾아온 용건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설명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카드무스(이노의 아버지, 테바이의 건설자)의
궁전이 서 있지 못하고, 복수의 여신 자매들이
아타마스를 범행으로 이끄는 것이었다. 그녀는
명령과 약속과 기도를 한꺼번에 쏟아내며 여신들을
꼬드겼다. 유노의 말을 듣더니 티시포네가 자신의
백발을 산발된 그대로 흔들더니 얼굴을 덮은 뱀들을
뒤로 젖히며 이렇게 말했다.
[참고]

탄탈로스는 프뤼기아의 왕으로, 제우스의
아들이자 펠릅스와 니오베의 아버지이다. 아들
펠릅스로 음식을 해서 신들을 시험하고 그
죗값으로 타르타로스의 연못에 서 있게 되었다. 물은
가슴까지 차오르고 머리 위에는 과일이 가득 매달린
가지가 늘어져 있는데,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면
물은 말라버리고, 과일을 따려고 손을 뻗으면
나뭇가지는 손이 닿지 않도록 높이 올라가 버려
영원한 갈증과 배고픔에 시달리게 되었다.
[참고]

시쉬푸스는 아이올루스의 아들로 코린투스 시의 건설자이다. 당시 가장 교활한 악당으로 온갖 기만과 비행을
일삼다가 지옥에 가서 그 죗값으로
돌덩이를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는 벌을 받는다.
산꼭대기에 닿으려는 순간 그 돌덩이가 도로 굴러떨어져 이 절망적인 고역을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 아이올루스와 에나레테의 아들.
아타마스(이노의 남편), 시쉬푸스(코린투스 시를
건설한 왕), 살모네우스, 크레테우스.
[참고]

익시온은 라피타이족의 왕으로 그는
헤라(제우스의 아내)를 겁탈하려다 그 죗값으로
지옥에서 빙글빙글 도는 불타는 수레바퀴에 묶인다.
[참고]

다나우스는 벨루스의 아들이다. 아이깁투스의 쌍둥이
동생이다. 아이깁투스에게는 50명의 아들이 있었고,
다나우스에게는 50명의 딸이 있었다. 아버지가 죽자
왕권다툼이 일어나, 다나우스는 딸들을 데리고 아르고스로 가 그곳 왕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아이깁투스의 50명의 아들이 찾아와서 그의 딸들에게
결혼할 것을 강요하자, 다나오스는 딸들에게 단도를
주어, 결혼 첫날밤에 남편의 목을 베도록 명하였다.
딸들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명령을 따랐기
때문에, 지옥에서 구멍 뚫린 물통에다 물을 부어 채워야 하는 벌을 받았다. 다나우스는 결국 유일하게 살아 남은
사위 린케우스에게 죽었다.
476행—515행.

“길게 이야기하실 필요 없어요. 그대(유노)가
명령한 것이 행해졌다고 생각하세요. 그대는
이 사랑스럽지 못한 곳을 떠나 건강에 좋은 하늘의
대기로 돌아가세요.” 기쁜 마음으로 유노는
돌아갔다. 그리고 유노가 하늘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타우마스(폰토스와 가이아의 아들)의 딸
이리스(무지개의 의인화 된 신으로 신들의 전령)가
유노에게 물을 뿌려 정화해주었다. 인정사정없는
티시포네는 지체 없이 피에 담갔던 횃불을 집어
들고 핏방울이 뚝뚝 듣는 붉은 외투를 걸치고
몸부림치는 뱀을 허리띠로 두르더니 집을 나섰다.
슬픔과 두려움과 공포와 불안한 얼굴의 광기가
티시포네(복수의 여신)와 동행했다. 티시포네는
문턱 위에 서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말하기를,
아이올루스(아타마스의 아버지)의 집의
문설주가 흔들리며 단풍나무 문짝이 창백해지고
태양신(솔 또는 헬리오스)이 그곳을 피했다고 한다.
이 무서운 광경에 아타마스의 아내(이노)는 물론
아타마스도 질겁하고 집을 떠날 채비를 했다.
하지만 불행을 가져다주는 복수의 여신이 앞을
막으며 나가지 못하게 했다. 여신은 살무사들이
친친 감긴 두 팔을 내밀며 머리털을 흔들어댔다.
뱀떼가 불안해하며 쉭쉭 소리를 냈다.
그중 일부는 어깨 위에서, 일부는 가슴 주위로
미끄러져 내려와 쉭쉭 소리를 내고 독액을
토하며 혀를 날름 거렸다. 이어서 여신은 머리털
한 가운데서 뱀 두 마리를 뽑더니 낚아채어진
뱀들을 역병을 가져다주는 손으로 내던졌다.
그 뱀들은 이노와 아타마스의 가슴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독한 입김을 불어넣었다. 그들의
사지는 어떤 부상도 입지 않았다. 그 끔찍한
가격을 느낀 것은 그들의 마음이었다.
복수의 여신은 마력을 지닌 독액까지 가져왔으니,
케르베루스(지옥문을 지키는 괴물 개)의 입에서
나온 침과 에키드나(상반신은 소녀이고 하반신은
뱀인 괴물)의 독과 막연한 환각과 마음을 눈멀게
하는 망각과 범죄의 눈물과 광란과 살육을 욕망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여신(티시포네)은 이 모든 것을
함께 갈아 신선한 피와 섞은 다음 청동 솥에 달이며
푸른 독미나리 줄기로 저었다. 두 사람이 두려움에
떠는 사이에 여신은 그들의 가슴에다 미치게 하는
이 독즙을 부어 마음 깊숙한 곳으로 스며들게 했다.
그러고는 횃불을 자꾸만 빙글빙글 돌려 같은
원을 그리며 재빨리 움직이는 불에 불이 뒤따르게
했다. 그렇게 여신은 임무를 마치고 승리자가 되어
위대한 디스(죽음과 저승의 신 하데스)의
그림자(죽은 사람) 왕국으로 돌아가서 허리에
둘렀던 뱀을 풀었다. 그러자 곧
아이올루스의 아들(아타마스)이 미쳐서 자신의
궁전 한가운데에서 소리쳤다. “이봐, 친구들,
여기 이 숲에다 그물을 치도록 해! 방금 새끼
두 마리(아들 둘)를 거느린 암사자(이노)가 보였어.”
그는 제정신을 잃고 사냥감인 양 아내(이노)의
발자국을 뒤쫓더니,
516행—523행.

웃으며 자기를 향해 작은 손을 내민
레아르쿠스(아들)를 어머니(이노)의 품에서
낚아채어 투석기처럼 공중에서 두 세번 빙글빙글
돌리다가 어린아이의 머리를 무자비하게도 단단한
바위에 패대기쳤다. 어머니도 고통 때문이든 아니면
몸에 뿌려진 독액 때문이든 마침내 발광하여
울부짖더니 정신을 잃고 머리를 휘날리며 드러난
가슴에, 멜르케르테스여,
어린 그대(멜르케르테스)를 안고 도망쳤고
“야호, 박쿠스여!” 라고 외쳤다.
523행—542행.

박쿠스라는 이름을 듣고 유노는 웃으며 말했다.
“네 양자(언니 세멜레의 아들 박쿠스)가 네게
늘 그런 복을 가져다 주기를!” 바다 위로 돌출한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아랫부분이 파도에
패여서 그 아래의 바닷물에는 밧방울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었다. 그 윗부분은 우뚝 솟은 채 바다 위로
툭 튀어나와있었다. 이노는 이 바위로 기어 올라가
(광기가 그녀에게 힘을 주었다.) 아무런 머뭇거림도 없이 자신과 자신의 짐(아들 멜르케르테스)을
바다 위로 내던졌다.
그녀(이노)가 떨어진 바닷물에는 힌 거품이 일었다.
하지만 베누스(아프로디테)는 죄 없는
외손녀(이노)—이노의 어머니 하르모니아는
아레스와 아프로디테(제우스의 딸)의 딸이다—의
고통을 불쌍히 여겨 자신의 삼촌(제우스의 형인
포세이돈)에게 이런 말로 아양을 떨었다. “오오,
물의 신(포세이돈)이시여, 그 권능이 하늘에
버금가는 넵투누스(포세이돈)이시여, 주제넘은
요구인 줄 알지만, 그대도 보셨다시피 방금 광대한이오니움 해(이오니아 해의 라틴어 이름)에 뛰어든 내 가족을
불쌍히 여기시어 그들을 그대의 해신들
동아리에 들게 해주세요. 나도 바다로부터 혜택을
받을 만해요. 만약 내가 전에 심연 한복판
바다 거품(아프로스 Aphros)에서 태어났고,
—기원전 8세기 무렵 헤시오도스의 ‘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바다 거품에서 태어났다—
내 그라이키아(그리스) 이름이 그것(거품)에서
유래했다면 말이에요.“ 넵투누스는 그녀의 기도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노 모자에게서 필멸의 부분을
벗기고 존경스러운 위엄을 입힌 다음 이름과 외모를
한꺼번에 바꾸었다. 새로운 신(멜르케르테스)을
그는 팔라이몬이라고 부르고 그의 어머니(이노)는
레우코토에(하얀 물보라)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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