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3권. 카드모스(Kadmos)와 뱀(Draco)의 사투.

반응형
뱀의 이빨을 땅에 뿌리는 카드무스(1908). 맥스필드 패리쉬(1870–1966).


1행—4행.

아게노르는 카드무스에게 그의 여동생 에우로페를 찾아 오라고 명령한다. 루이 비네(1744–1800).


신(제우스)은 어느새 딕테(크레테 섬에 있는 산)의
들판에 도착하자 황소의 모습을 벗고는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때 소녀(에우로페)의
아버지(페니키아 왕 아게노르)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아들 카드무스(에우로페의 오빠)에게 가서 잃어버린
소녀(에우로페)를 찾으라고 명령하며 찾아내지 못하면   추방하겠노라 위협했으니,


5행—23행.

아폴로에게 카드무스는 자신의 여동생 에우로페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묻는다(1615). 헨드리크 골치우스(1588–1617).


그것은 다정함과 냉혹함을 동시에 보인 행동이다.
아게노르의 아들(카드무스)은 온 세상을 두루 헤맨 끝에 결국 고국(포이니케, 페니키아)과 아버지(아게노르)의 노여움을 피해 도망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제우스가 훔친 것(에우로페)을
어느 누가 빼앗을 수 있겠는가?] 그(카드무스)는
탄원자로서 포이부스(아폴로)의신탁에 조언을 청했고,
자신이 어느 나라에서 살아야 하는지 물었다.
포이부스가 대답했다.
그대는 외딴 들판에서 암소 한 마리를 만날
것인즉 그 암소는 멍에를 메어본 적도,
구부정한 쟁기를 끌어본 적도 없노라.
그 암소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다가 그 암소가
풀밭에 누워 쉬거든 그대는 그곳에
성벽을 쌓고 그곳을 보이오티아라고 부르도록
하라.“ —그리스 중동부 지방인 보이오티아는
‘암소의 나라’라는 뜻이다—
카드무스는 카스탈리아(델피에 있는 신성한 샘)
동굴에서 나와 아래로 내려오자 암소 한 마리가
느릿느릿 걸어오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을 지키는
사람도 없었고, 그는 암소의 발자국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자신에게 이 길을 가리켜준
포이부스(아폴로)에게 소리 없이 감사 기도를
올렸다. 암소는 어느새
케피소스(그리스 보이오티아 지방에 흐르는
강 이름이자 강의 신)의 여울과 파노페(포키스
지방의 도시)의 들판을 지나자 멈춰 서더니
뿔이 우뚝 솟은 고운 이마를 하늘을 향해 쳐들고는
대기를 울음소리로 메웠다. 그러고는 뒤따라오던
동행자(카드무스)를 돌아보더니 무릎을 꿇고
부드러운 풀밭에 옆구리를 뉘었다.


24행—45행.

카드무스와 뱀의 사투(1573–1617). 189 x 248 cm. 헨드리크 골치우스(1558–1617).


카드무스는 감사 기도를 올린 뒤 이국 땅에
입맞추고 알지 못하는 산과 들판에 인사했다.
그(카드무스)는 유피테르(제우스)에게 제물을
바치려고 시종들을 내보내 살아 있는 샘에서
의식에 쓸 물을 길어오게 했다. 그곳에는
도끼에 상한 적이 없는 태고의 숲이 있었고,
그 한가운데는 덤불과 잔가지가 우거진 동굴이
하나 있었다. 돌이 서로 맞물려 야트막한 아치를
이룬 그 동굴에서는 물이 콸콸 솟아올랐다.
동굴안에는 마르스(유피테르와 유노의 아들로
전쟁의 신, 그리스 신화의 아레스)의 뱀 한 마리가
숨어 있었다. 그 뱀의 머리에는 황금 볏이
수나 있었고, 눈에서는 불을 내뿜었으며,
몸은 온통 독액으로 부어있었다. 또 그 뱀은
세 갈래 난 혀를 날름거렸고, 이빨은 세 줄로
나 있었다. 튀로스에서 온 나그네들이 불행하게도
이 원림에 이르러 샘에 물동이를 담그며 정적을
깨뜨리자, 검 푸른 뱀이 깊숙한 동굴에서 머리를
내밀며 무시무시한 쉭쉭 소리를 냈다.
나그네들은 몽둥이를 손에서 떨어뜨렸고,
몸속의 피는 얼어붙었다. 그들은 혼비백산하여
갑자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뱀은 비닐 덮인
몸둥이로 둥글게 꽈리를 틀더니 한번 뛰어올라
거대한 활 모양으로 몸을 구부리며 몸 길이의
반 이상을 가벼운 대기 속으로 곧추세우고는
숲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그대가 뱀의 전체를
볼 수 있다면, 그것은
큰곰자리(Ursa Major)와
작은곰자리(Ursa Minor)를 갈라놓는
뱀(용자리 Draco 드라코)만큼이나 길었다.



46행—48행.

용자리(Draco 드라코). IAU Draco Chart. 큰곰자리(Ursa Major)와 작은곰자리(Ursa Minor)를 갈라놓는 용자리(Draco).



그것(뱀)은 지체 없이
포이니케(고대 왕국 페니키아의 라틴어 이름)인들을
덮쳐서 그들이 무기를 준비하든, 도망칠 준비를
하든, 겁에 질려 이도저도 못 하고 있든 구애받지
않았다. 그 뱀은 더러는 물어 죽이고,


[참고]

용자리(Draco)와 작은곰자리(Ursa Minor).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1번 별자리 카드.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갈라놓는 용자리.



48행—71행.

용에게 공격당하는 카드무스의 전우들(1588). 148.5 x 195.5 cm. 코르넬리스 판 하를럼(1562- 1638).


더러는 감아서 조여 죽이고, 또 더러는 치명적인
독한 입김을 내뿜어 죽였다. 어느새 해가 중천에
이르러 그림자를 가장 짧게 줄였다. 그러자
아게노르의 아들(카드무스)은 전우들이 늦어지는
것을 이상히 여기고 그들을 찾아 나섰다. 그에게는 사자에게서 벗긴 털가죽이 방패였고, 날이 번쩍이는 창 한 자루와 투창 한 자루와 그 어떤 무기보다
더 뛰어난 용기가 그의 무기였다. 카드무스는
숲속에 들어가 전우들의 시신을 보았는데,
덩치 큰 적(뱀)이 그들(전우들) 위에
의기양양하게 우뚝 버티고 선 채 피투성이가 된
혀로 그들의 가련한 상처를 핥고 있었다.
그(카드무스)는 소리쳤다.
“내 충실한 전우들이여, 나는 그대들의 원수를
갚든지 아니면 그대들과 동행하리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오른손으로 큰 돌덩이를
집어 들어 힘껏 내던졌다. 그 돌덩이에 맞았다면
그 충격에 높은 성벽도 우뚝한 성벽과 함께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뱀은 다치지
않았으니, 녀석의 갑옷과 비닐과 탄탄하고 검은
살갗이 돌덩이의 강력한 가격을 막아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탄탄한 살갗도 곧이어 날아든 카드무스의
투창을 이기지는 못했다. 투창은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의 유연한 등 한 복판에 꽂히며 무쇠로 된
창끝 전체가 녀석의 내장에 내리 꽂혔다.
사나운 뱀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제 등쪽으로
고개를 돌려 상처를 살펴보더니 거기에 꽂힌
창자루를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창 자루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더니 간신히
뽑아냈다. 하지만 무쇠는 뼛속에 박혀 있었다.



72행—98행.

용을 죽이는 카드무스(1765). 프란체스코 수카렐리(1702–1788).


타고난 광기에다 광기를 부릴만큼 새로운 이유가
보태지자, 녀석의 목구멍은 팽팽한 핏줄로
부어올랐고, 녀석의 파멸을 가져다주는 아가리
주위에서 흰 거품이 흘러내렸다. 녀석의 비늘에
문질러져 대지가 울렸고, 녀석의 입김은
스튁스(저승과 이승의 경계가 되는 강)의
동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악취처럼 대기에
독을 퍼뜨렸다. 녀석은 나선형으로 거대한 꽈리를
트는가 하면, 키 큰 나무처럼 몸을 곧추세우기도
했고, 빗물에 불어난 강물처럼 엄청난 기세로 내달리며 앞을 막는 숲을 가슴으로 쓸어 눕히기도 했다.
아게노르의 아들(카드무스)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사자 가죽으로 적의 공격을 버텨냈고, 달려드는 적의 아가리를 창끝을 앞으로 내밀며 막아냈다.
그러자 뱀은 미쳐 날뛰며 단단한 무쇠에 부상을 입히려고 헛수고를 했고 날카로운 창끝에다 이빨을 박았다. 어느새 녀석의 독이 든 목구멍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푸른 풀이 흩뿌려진 핏덩이로 물들었다. 하지만 상처는 경미했으니, 뱀은 그가 찌르지 못하도록 뒤로 피하며 부상 당한 목을 음추렸고,
뒤로 물러남으로써 무기가 급소를 가격하거나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사이
아게노르의 아들(카드무스)은 계속 몰아붙이며 단단히 박힌 창을 뱀의 목구멍 안으로 힘껏 밀어넣었다.
그러자 마침내 참나무 한 그루가 녀석의 퇴각을 막으며 녀석의 목이 나무와 함께 꿰뚫렸다. 나무는 뱀의 무게로 인해 휘어버렸고, 그 밑동은 뱀 꼬리의 맨 끝부분에 난타당하여 신음 소리를 냈다. 승리자가
패배한 적의 큰 덩치를 바라보고 서 있는 순간 느닷없이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아무튼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게노르의 아들아, 그대는 왜 그대가 죽인 뱀을
보고 있느냐? 사람들은 그대도 뱀으로 보게되리라.”


99행—108행.

뱀의 이빨을 뽑는 카드무스(1615). 17.15 x 25.72 cm. 헨드리크 골치우스(1588–1617).


그는 한참동안 파랗게 질린 채 넋을 잃고 서 있었고,
얼어붙는 공포로 온몸의 털끝이 쭈뻣쭈뻣 섰다. 보라
이 영웅(카드무스)의 후원자인 팔라스(아테네)가
높은 대기 사이로 미끄러져 내려와 그에게 다가가더니, 땅을 갈아엎고 장차 한 민족으로 자랄 뱀의 이빨을
뿌리라고 명령했다. 그는 이 말에 따라 쟁기를 눌러
고랑을 열고는 명령받은 대로 인간의 씨앗인 뱀의
이빨을 땅에 뿌렸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흙덩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고랑에서
창끝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어서 염색한 깃털
장식이 너울거리는 투구가 그랬다.



109행—117행.

뱀의 이빨을 땅에 뿌린 카드무스(1610). 27.7 x 43.3 cm.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이어서 사람의 어깨와 가슴과 무기를 잔뜩 든 팔이
올라오며 방패를 든 전사들의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랐다. 그 모습은 마치 축제 때 극장에서 막이 오르면
거기에 새겨진 사람의 형상이 떠오르며 처음에는 얼굴만 보이지만 차츰차츰 나머지 부분을 다 보이다가,
마지막에는 결국 부드럽게 끌어올려져 전체 모습이
드러나며 막의 맨 아래쪽 가장 자리에 발을 올려놓을
때와 같았다. 이 새로운 적의 출현에 놀란  카드무스가
무기를 집어들 채비를 했다.
“무기를 집어 들지 마시오.” 대지가 낳은 백성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우리의 내전에 끼어들지
말란 말이오.“


117행—132행.

미네르바는 카드무스에게 뱀의 이빨을 뿌리라고 명령한다(1636–1638). 야콥 요르단스(1593–1678).


이렇게 말하고 그는 근접전에서 대지에서
태어난 형제들 가운데 한 명을 무자비한 칼로 쳤다.
하지만 그 자신도 멀리서 던진 투창에 맞아
쓰러졌다. 그를 죽인 자 역시 그보다 더 오래
살지 못하고 방금 전에 받은 생명의 숨결을
내뱉어버렸다. 이처럼 무리 전체가 미쳐 날뛰니,
갑작스레 태어난 이들 형제는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서로 부상을 입히고 입으며 쓰러졌다.
짧은 수명을 타고난 젊은 전사들은 이제 피투성이가
된 어머니 대지를 뜨거운 가슴으로 치고 있었다.
살아남은 것은 다섯 명뿐이었다.
그 중 한 명이 에키온이다. 그(에키온)는
트리토니스(여신 아테네)의 권고에 따라
자신(에키온)의 무구를 땅바닥에 내려놓고
형제끼리 화친하기를 요구했고 그 자신도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시돈(Sidon 페니키아의 도시 이름)의
나그네(카드무스)가 포이부스(아폴로) 신탁의
명령에 따라 도시를 창건할 때 바로
이들(살아남은 다섯 명)이 그(카드무스)의 일을
도와주었다. 어느새 새 테바이(테베)가 세워졌다.
카드무스여, 비록 추방당했지만 그대는 이제
행복한 것처럼 보일 것이오.
그대에게는 마르스(아레스)와
베누스(아모르, 비너스, 아프로디테)가
장인(마르스) 장모(베누스)가 되었소.
—카드무스는 마르스와 베누스 사이에서 태어난
하르모니아와 결혼한다—
—땅에 뿌려진 이빨에서 살아 남은 다섯은 에키온,
펠로루스, 크토니우스, 휘페레노르, 우다이우스
이다—


133행—137행.

카드무스와 하르모니아의 자녀들. 이노, 폴리도로스, 아우토노에, 아가베, 세멜레, 일뤼리우스.


거기에다 그대(카드무스)는 그토록
훌륭한 아내(하르모니아)한테서 태어난
자녀들을, 그토록 많은 아들딸을, 그리고
사랑의 소중한 담보인 손자를 보태시오.
이들도 어느새 성년이 되었소.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한 인간의 마지막 날을 기다려야 하며,
죽어 장례식을 치르기 전에는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말해서는 안 되는 법이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