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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3권. 불타는 세멜레(Semele)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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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우스와 세멜레(1700). 146cm x 91cm. 본 불로뉴(1649–1717).

 


253행—267행.

제우스와 세멜레 그리고 헤라(17세기). 얀 에라스무스 퀠리누스(1634–1715).


이 소문(악타이온의 죽음)이 퍼지자 의견이
나뉘었는데 여신(디아나, 아르테미스)이 과도하게
잔혹하다고, 더러는 여신의 행위는 그녀의 엄격한
처녀성에 비추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모두 나름대로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냈다.
오직 유피테르(제우스)의 아내(유노, 헤라)만이
비난하는 말도 찬동하는 말도 않고
아게노르(악타이온의 외할아버지) 집안에 닥친
재앙(악타이온의 죽음)을 고소해했으니,
유노는 이제 자신의 증오심을 튀루스(티레) 출신의
시앗(남편의 첩, 에우로페)에서
—카드무스와 에우로페는 남매간이다—
그녀(에우로페)의 친척(세멜레)에게 돌렸던 것이다.
—세멜레는 에우로페의 조카딸이다—
보라, 묵은 이유(시앗인 에우로페)에
새 이유(시앗인 세멜레)가 보태졌으니 유노(헤라)는
세멜레가 위대한 유피테르(제우스)의
씨(박쿠스 또는 디오뉘소스)를 밴 것을 알고는
마음이 괴로웠던 것이다. 그래서 유노는 종종
험담을 하곤 했다. 하지만 유노는 말했다.
“내가 그토록 자주 험담을 해서 얻은 게 뭐지?
이번에는 아예 시앗(세멜레)을 혼내줘야겠어,
암, 시앗을 말이야. 내가 위대한 유노라고 말이야.
내가 위대한 유노라고 불리는 것이 정당하다면,
내 오른손으로 보석이 박힌 홀을 휘두르는 것이
합당하다면, 내가 하늘의 여왕(최고의 여신)이자
유피테르의 누이이자 아내라면 말이다.
누이라는 것은 확실치 않은가! 그녀(세멜레)가
은밀한 사랑으로 만족하고, 내 침상을 모욕하는
것은 잠깐 동안일지도 모르지.



268행—287행.

세멜레에게 접근한 유노(1615). 헨드리크 골치우스(1558–1617).


하지만 그녀(세멜레)가 설상가상으로 임신을 하여
남산만한 배로 명백한 유죄의 증거를 드러내며
같은 유피테르에 의해 어머니(박쿠스의 어머니)가
되려고 하는데 그런 행운을 내게도 가까스로
주어지지 않았던가! —제우스와 헤라 사이의 자녀는
아레스, 헤베, 에일레이티이아 등 세 명이다—
제(세멜레) 미모에 어찌 그리 자신만만할 수
있는지.그 자신감에 배반당하도록 해주겠어.
유피테르에 의해 그녀가스튁스(지상과 저승의
경계가 되는 강)의 물속에 잠기지 않는다면
나는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딸이 아니지.“
이렇게 말한 유노는 옥좌에서 일어나
황금빛 구름으로 몸을 가리고
세멜레의 집 문턱을 찾았다. 그러고는
구름을 걷기 전에 먼저 자신을
노파와 비슷하게 만들었으니, 관자놀이의 머리털은
희게 만들고 살갗에는 주름을 파놓았으며 등을
구부린 채 떨리는 걸음걸이로 걸어갔다. 목소리도
노인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세멜레의 에피다우루스(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를 숭배한 도시 이름) 출신 유모
베로에였다. 그 노파(유노)는 세멜레와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유피테르의 이름이 나오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정말로 그분이
유피테르이시라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지만 나는
이번 일이 두렵기만 해요. 많은 남자가 신의 이름을
들먹이며 정숙한 규방으로 들어갔지요.
유피테르이신 것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진실로
유피테르이시라면 사랑의 증거를 보여달라고
하세요. 그분이 하늘나라에서 유노에게
환영받으실 때와 같이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그대를
포옹하시되 먼저 그분의 휘장(신분을
나타내는 띠)을 걸고 오시라고 간청하세요!“
유노는 영문도 모르는 카드무스의 딸(세멜레)을
주물러놓았다.



287행—306행.

세멜레와 제우스(1782). 토마스 쿡(1744–1818).


세멜레는 유피테르(제우스)에게 선물(제우스의
본 모습)을 요구하며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세멜레에게 신(제우스)이 대답했다.
“골라보아라! 네(세멜레)가 거절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네가 더 안심할 수 있도록 나는 세차게 흐르는
스튁스의 신성을 맹세의 증인으로 삼겠다.
그는 신들도 두려워하는 신(스튁스 여신)이다.“
—스튁스는 지상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이자
그것을 신격화한 여신이다—
너무나 큰 힘을 갖게 된, 그리고 애인(제우스)의
관대함으로 인해 죽게 된 세멜레는
자신의 재앙(죽음)을 기뻐하며 말했다.
”그대들(제우스와 헤라)이 서로 사랑의 포옹을
할 때 그대가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따님(유노, 헤라)에게 보이시는 그 모습으로
그대(제우스)를 제게 주세요!“
신(제우스)은 이렇게 말하는 그녀의 입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성급한 말에 어느새
대기 속으로 나온 뒤였다. 그(제우스)는 신음했으니,
그녀는 소원을, 자신(제우스)의 맹세를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신들은
맹세를 할 때 스튁스 강에 대고 하는데, 제우스라
하더라도 이 맹세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그는 더없이 괴로운 마음으로 하늘로
올라가 고분고분 뒤따르는 안개를 고갯짓으로
끌어모은 다음 이것을 먹구름과 번개와 바람과
천둥과 아무도 피할 수 없는 벼락과 뒤섞었다.
그는 되도록이면 자신의 힘을 줄이려 했고, 이번에는
백 개의 팔을 가진 튀포에우스(괴물 이름)를
쓰러뜨렸던 불(벼락)로 무장하지 않았다. 그것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퀴클릅스(제우스에게 번개를 만들어준 삼형제)의
손이 사나운 화염을 덜 덧붙이고 노여움도 덜 넣은
더 가벼운 또 다른 벼락이 있었다.



306행—315행.

제우스와 세멜레의 죽음(1640). 27 x 37.5 cm. 루벤스(1577–1640).


하늘의 신들은 그것을 ‘제2의 무기’라고 불렀다.
이것(벼락)을 집어 들고 유피테르는 아게노르의
아들(카드무스)의 집으로 들어갔다. —세멜레는
카드무스의 딸이다— 그리하여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세멜레의 몸은 하늘의 소동(벼락)을 견디지 못하고
결혼 선물(벼락)에 타 죽었다. 아직도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아기(박쿠스, 디오뉘소스)는
어머니의 자궁에서 꺼내어져,
전해 오는 이야기를 믿어도 좋다면,
아버지(제우스)의 넓적다리 안에 꿰매어진 다음
거기서 달이 차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 뒤 태어난 갓난아기(박쿠스)를 이모인
이노(세멜레 친언니)가 맡아 몰래 기르다가
뉘사 산(인도 또는 트라키아 지방에 있는 산)의
요정들에게 맡기자, 이들이 아이를 동굴 안에
숨긴 채 자신들의 젓을 먹여 길렀다.

[참고]
세멜레와 자매인 이노와 아가우에.
이노는 언니 세멜레가 제우스의 벼락에
타 죽은 뒤 제우스의 넓적다리에서 태어난
세멜레의 아들 박쿠스(디오뉘소스)를
양육하다가 헤라의 노여움을 사게 되자
미쳐서 자기 아들 멜리케르테스를 끓는 물에
던져 죽이고 자신도 아들의 시신을 안고
바닷물에 뛰어들었으나 레우코테아(하얀 여신)란
이름의 바다 여신이 된다.
아가우에는 박쿠스(디오뉘소스)의
여신도가 되어 박쿠스를 박해하던 자신의
아들 펜테우스 왕을 사자인 줄 알고 찔러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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