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7행—172행.

그녀(미뉘아스의 딸들 중 한 명)는 이야기를 끝냈다.
이어서 짧은 휴식이 지나자 레우코노에가 말하기
시작했고 자매들(미뉘아스의 딸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번쩍이는 빛(태양)으로 만물을 지배하는
태양신(솔Sol, 헬리오스)도 사랑의 포로가 된 적이
있었지요. 나는 태양신의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거예요. 이 신(솔 신)이 베누스(비너스, 아프로디테)와
마르스(아레스)의 간통 장면을 맨 먼저 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172행—192행.

만물을 맨 먼저 보는 신(태양 신 Sol)이니까요. 그는
그들(베누스와 마르스)의 행동에 분개하여 베누스의
남편(불카누스, 헤파이스토스)인 유노(헤라)의
아들(불카누스)에게 어디서 어떻게 그들이 몰래 정을
통했는지 일러주었어요. 불카누스(대장장이의 신)는
정신이 아늑해져 손질하던 일거리를 손에서
떨어뜨렸어요. 그는 즉시 청동을 줄로 쓸어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가는 사슬과 그물과 올가미를
만들었지요.가장 가는 실도, 아니 대들보 위에 매달린
거미줄도 이 작품을 능가할 수는 없었어요.
그(불카누스)는 그것(올가미)들이 가벼운 접촉이나
조그마한 움직에도 반응하도록 만든 다음 교묘한 기술로
침상 주위에 쳐놓았지요. 얼마 뒤 그(불카누스)의
아내(베누스)와 샛서방(마르스)이 함께 그 침상에
누웠어요. 그들은 불카누스의 기술과 교묘하게 준비한
사슬에 걸려들어 서로 포옹하던 중에 둘 다 꼼짝없이
붙잡혔지요. 렘노스(에게해 북동부에 있는 섬)의
신(불카누스)이 즉시 상아로 만든 문짝을 활짝 열고
다른 신들을 들여보냈지요. 두 신(베누스와 마르스)은
사슬에 걸린 채 창피하게 그곳에 누워 있었어요.
하지만 신들은 불쾌하지 않았고, 누군가는 자기도
그렇게 창피를 당해봤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신들은
웃고 또 웃었으며, 그것은 오랫동안 온 하늘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가 되었지요. 하지만
퀴테레이아(베누스의 별칭 중 하나)는
이를 잊지 않고서 자기를 밀고한
자(태양신 Sol)에게 기어이 복수했으니, 그녀는
자신의 은밀한 사랑을 망쳐놓은 자를 역시 똑같은
사랑으로 망쳐놓았지요.
192행—213행

휘페리온의 아들(태양의 신 Sol, 휘페리온과
테이아의 아들)이여, 지금 그대(Sol)의 아름다움과
색채와 찬란한 빛이 그대에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요? 찬란한 빛으로 모든 나라를 불태우는
그대가 알 수 없는 불길(사랑의 불길)에 스스로 불타고,
만물을 보아야 할 그대가 레우코테아만을 보며
온 세상에 속하는 그 눈을 오직 한 소녀에게
붙박았으니 말이에요. 그대는 때로는
동쪽 하늘에 너무 일찍 뜨는가 하면,
때로는 너무 늦게 물속에 졌으며, 그녀를
훔쳐보느라 지체하여 겨울이 와야 할 때를
늦추기도 했어요. 그대는 간혹 없어지는가 하면,
마음의 병이 그대의 빛으로 옮아가 시커멓게 된
그대가 사람들의 마음을 놀라게 했어요.
그대가 창백해진 것은 달이 그대(태양)와
대지(Earth 지구) 사이로 끼어든 탓이 아니었어요.
(태양—달—지구 순서로 배열될 때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개기일식 현상이다.)
사랑이 그대의 안색을 그렇게 만든 것이지요.
그대(Sol)는 오직 그녀(레우코테아)만을 좋아했기
때문에 클리메네(오케아누스와 테튀스의 딸)도
로도스(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의 딸)도,
아이아이아(마녀 키르케가 살던 섬)에 사는
키르케(Sol과 페르세의 딸)의 더없이
아름다운 어머니(페르세)도, 그리고 비록 그대에게
퇴짜를 맞았지만 여전히 그대와 동침하기를 바라고
그때는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던 클뤼티에도 그대를
붙잡지 못했지요. 레우코테아가 그대로 하여금 그들
모두를 잊게 만들었던 것이지요. 그녀(레우코테아)를
낳은 에우뤼노메는 향로의 나라(페르시아)에서 가장
미인이었어요. 하지만 딸이 자란 뒤에는 어머니가
아름다움에서 모든 여인을 능가한 만큼 딸이 어머니를
능가했지요. 그녀의 아버지는 아카이메네스(페르시아
왕가의 시조로 여기서는 페르시아를 말한다)의
도시들을 통치하던 오르카무스로, 그는 먼 옛날의
벨루스(왕의 이름)의 7대손이었어요.
213행—233행.

서쪽 하늘 아래에는 태양신의 말(태양 마차를 끄는
4마리의 신마)을 위한 목장이 있는데, 이곳의 말들은
풀 대신 암브로시아(신들이 먹는 음식)를 먹지요.
그것을 먹고는 낮 동안 봉사하느라 지친 사지에 활력을
불어넣고 노고를 위해 원기를 회복하는 거예요.
그곳(서쪽 하늘)에서 네발짐승들(4마리의 신마)이
하늘의 음식(암브로시아)을 먹고 낮을 교체(낮을 밤과)
하는 동안 태양신은 그녀(레우코테아)의 어머니
에우뤼노메의 모습을 하고는 연인의 방으로 들어갔지요.
거기서 그(Sol)는 레우코테아가 이륙 십이,
열두 하녀에 둘러싸인 채 등불 밑에서 물레를 돌려
가는 양털실을 잣는 것을 보았지요. 그는 마치
어머니가 귀여운 딸에게
입맞추듯 그녀에게 입맞추고 나서 말했지요.
‘내가 은밀히 볼일이 왔다. 하녀들아, 너희는 물러가고,
딸에게 은밀히 말할 수 있는 어머니의 권리를 내게서
빼앗지 마라!‘ 하녀들은 시키는 대로 했지요. 방안에
증인이 아무도 없자 그는 말했어요. ‘나로 말하면
긴 한 해를 재는 이고, 만물을 보는 이며, 그로 인해
대지가 만물을 보게 하는 이, 그러니까 세상의 눈이다.
믿어라, 나(Sol)는 네(레우코테아)가 마음에 든다.’
레우코테아는 겁이 났고 두려운 나머지 쥐었던 손이
펴지며 실패와 물레 가락을 떨어뜨렸어요. 그녀의
두려움은 그녀를 더욱 아름다워 보이게 했지요. 그는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과 여느 때와 같은
광채로 돌아갔지요. 소녀는 비록 이 뜻밖의 광경에
깜짝 놀라긴 했지만 신의 광채에 압도되어 불평 없이
그의 행동을 받아들였어요.
234행—255행.

클리티아(오케아노스와 테튀스의 딸)는 샘이 났어요.
(그녀는 태양신을 이루 말할 수 없이 사랑했으니까요.)
자신의 경쟁자(레우코테아) 때문에 화가 나 이 간통
사건을 널리 알렸고, 소문을 퍼뜨려 소녀(레우코테아)의
아버지(오르카무스)가 이를 알게 했지요.
오르카무스는 대로하여 레우코테아가 애원하는데도
불구하고, 태양신(Sol)의 빛을 향해 두 손을 들고
‘나는 원치 않았는데도 그분이 강제로 그런 거예요.‘
라고 말하는 그녀를 잔인하게도 땅속 깊숙히 묻고는
그 위에다 무거운 모래 무덤을 쌓아올렸어요.
(정조를 잃은 딸에게 분노한 오르카무스는
레우코테아를 생매장했다)
그것(모래 무덤)을 휘페리온의 아들(태양신 Sol)이
자신의 빛살로 가르고는, 레우코테아여,
그대가 파묻힌 얼굴을 내밀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주었어요. 하지만 요정이여,
그대는 대지의 무게에 짓눌려
고개를 들지 못하고 핏기 없는 시신으로 거기
누워 있었어요.
파에톤(Sol과 클뤼메네의 아들)이 불에
타 죽은 뒤로, 날개 달린 말들(4마리의 신마)을
모는 이(태양신 Sol)가 이보다 더
마음이 아파하는 광경을 본 적은 없다고 해요.
그는 그녀의 싸늘해진 사지에 자신의 빛살의 힘으로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으려고 시도해보았어요. 하지만
운명이 그토록 간절한 그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자 그는
그녀의 시신과 무덤에 향기로운 넥타르(신들이 마시는
술이나 음료)를 뿌리고 슬피 울고 나서 ‘그럼에도
그대는 하늘에 닿게 되리라.‘ 라고 말했어요.
그 뒤 즉시 하늘의 넥타르(신들이
마시는 술이나 음료)에 젖은 그녀의 시신이 녹아
없어지며 주위의 대지를 달콤한 향기로 가득 채웠어요. 그러자 유향(乳香 유향나무) 덤불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는 흙덩이를 뚫고 차츰 돋아나더니
그 우듬지로 무덤을 갈랐어요.
256행—261행.

한편 클뤼티에에게는, 비록 사랑이 그녀의 고통을
용서하고 고통이 그녀의 고자질을 용서할 수 있었을
것이나, 빛의 주인(Sol)이 더이상 다가가지 않아
그녀(클뤼티에)에 대한 그(Sol)의 애정은 그것으로
끝났던 거예요. 그 뒤로 클뤼티에는 사랑의 아픔으로
초췌해지기 시작했으니, 그녀는 다른 요정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노천에서 밤이고 낮이고 맨땅에
앉아 있었어요. 맨머리에 산발한 채 말이에요.
262행—265행.

아흐레 동안 그녀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은 채
순수한 이슬과 눈물로만 허기를 달래며 땅바닥에서
움직이지 않았어요. 그녀는 하늘에 지나가는
신(Sol 또는 헬리오스)의 얼굴을 쳐다보며 그를
향하여 자신의 얼굴을 돌릴 뿐이었어요.
266행—267행.

전하는 말에 따르면, 그녀의 사지는 땅바닥에
들러붙었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온몸의 일부는
핏기 없는 식물(헬리오트로피움 인디쿰)이 되고
[참고] Heliotrope(헬리오트로프)는
해를 뜻하는 Helios(헬리오스)와 돌다를 뜻하는
tropos(트로프)를 붙인 말로 ‘태양을 향하여 도는
꽃’이라는 뜻이다.
268행—270행.

일부는 발개지며 얼굴이 있던 곳에는 제비꽃과
흡사한 꽃(헬리오트로피움 아르보레스켄스)이
자라났대요. 그녀(클리티아, 물의 요정)는
뿌리에 붙들려 있음에도 여전히 태양신을 향하고,
변신한 뒤에도 사랑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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