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행—24행.

미뉘아스의 딸 알키토에(Alcathoe)는
신(바쿠스, 디오니소스)의 야단스러운 축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지각없이
바쿠스가 유피테르(제우스)의 아들이라는 것을 부인했으며, 그녀의 언니들도 그녀의 이런 불경에 동조했다.
사제는 백성들에게 반드시 축제를 거행하라고 이르며,
하녀들에게 일에서 풀려나 안주인과 함께 짐승의
가죽으로 가슴을 가리고, 머리띠를 풀고, 화관을 쓰고,
잎을 감은 튀르수스 지팡이(포도 덩굴 또는 담쟁이
덩굴을 감은 지팡이로, 박쿠스 축제 때 그와 그의
여신도들이 들고 다녔다)를 손에 들라고 명령했다.
그(사제)는 신이 모욕당하면 사정없이 노여워하리라고
예언했다. 어머니들과 며느리들은 이에 복종하여
베틀과 양털 바구니를 치우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는
분향하며 바쿠스를 연호하되, 브로미우스(바쿠스의
별칭 중 하나로 '떠들썩한 이'라는 뜻),
뤼아이우스(박쿠스의 별칭 중 하나로 '근심에서
해방시켜주는 이'라는 뜻), 불에서 태어난 이
(바쿠스의 별칭 중 하나로, 여기서 '불'이란 제우스의
벼락을 말한다), 두 번 태어난 이(바쿠스는 한 번은
어머니 세멜레의 뱃속에서 또 한 번은 아버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다),
두 어머니(태어나기 전 어머니 뱃속에서, 태어난 후
이모 이노에게서 길러진다)에게서 태어난 유일한
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또한 그들은 바쿠스를
뉘세우스(뉘사 산의''뉘사 산에서 자란 이'라는
뜻으로 바쿠스가 자란 뉘사 산에서 따온 이름이다),
튀오네(세멜레의 별칭)의 장발의 아들(바쿠스),
레나이우스(박스의 별칭 중 하나로 '포도를 압착하는 이'라는 뜻), 기쁨을 주는 포도송이의 창시자(포도의
신 바쿠스), 닉텔리우스(‘밤의 신'이라는 뜻으로
바쿠스의 축제가 밤에 열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아버지 엘렐레우스(바쿠스의 별칭 중 하나로
'환호하는 이'라는 뜻), 이악쿠스(축제 때 부르는
바쿠스의 이름), 에우한(박쿠스의 별칭 중 하나로
바쿠스 신도들의 환호하는 소리인 에우안euan에서
따온 이름이다)이라고, 그 밖에도 리베르(식물의
생육을 관장하는 이탈리아의 신이었으나
나중에는 바쿠스와 동일시되었다)여, 그대가
그라이키아(그리스의 라틴어 이름)의 부족들
사이에서 불리는 수많은 이름으로 불렀다. 왜냐하면
그대의 젊음은 시들지 않고, 그대는 영원한 소년이고,
그대는 높은 하늘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오. 그대가 뿔(바쿠스는 때로는 황소에 비유되고 황소의
뿔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 없이 우리 앞에 나타나면,
그대의 머리는 소녀처럼 보이오. 그대는 까무잡잡한
인디아(인도의 라틴어 이름)를, 가장 멀리 있는
강게스 강이 적셔주는 곳까지 동방을 정복했소.
존경스러운 이여, 그대는 펜테우스(테바이의 왕)와
쌍날 도끼를 들고 다니던 뤼쿠르구스(트라키아
지방에 살던 에도니족 의 왕으로 바쿠스를 죽이려다
미쳐 제 아들을 포도나무인 줄 알고 도끼로 쳐서 죽인다)를 신성모독 죄로 죽이고, 튀르레니아의 선원들을
바닷물에 빠뜨리고, 한 쌍의 살쾡이(표범) 목에
알록달록한 고삐를 얹어 그대의 수레를 끌게 했소.
[참고]

25행—32행.

바쿠스의 여신도들과 사튀루스(바쿠스의 종자들로
염소의 귀와 말꼬리를 가진, 들의 정령. 흔히 파우누스나 판과 동일시되었기에 염소의 발과 뿔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다)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지를 지팡이로
지탱하거나 구부정한 당나귀 등에 불안하게 매달린
영감(숲의 정령들인 ‘실레누스’)이 그대를 따르오.
그대가 가는 곳이면 어디서나 젊은이들의
환호성과 동시에 여인들의 목소리, 손바닥으로 북
치는 소리, 오목한 청동 바라를 부딪치는 소리,
길게 구멍을 뚫은 회양목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오.
"그대는 자애롭고 온유하신 분으로서 우리와
함께해주소서!" 라고 외치며 이스메노스(보이오티아
지방의 강)의 여인들은 시킨 대로 의식을 거행했다.
33행—54행.

미뉘아스의 딸들만은 집안에 틀어박혀 때아닌
실잣기로 축제를 망쳐놓고 있었으니, 그들은
양털실을 뽑거나, 엄지손가락으로 실을 꼬거나,
베틀 앞에 들러붙어 하녀들을 재촉했던 것이다.
그중 한 명이 엄지손가락으로 솜씨 좋게 실을 뽑으며
말했다. “다른 여인들이 일을 내팽개치고 엉터리
축제(바쿠스 축제)로 몰려간 사이 더 나은 여신인
팔라스(공예와 직조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에게
붙들려 있는 우리도 갖가지 이야기로 우리의 유익한
손노동을 덜어주고,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한 명씩 번갈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은 함께
듣도록 해요." 언니들은 그녀의 말에 찬동하며
그녀더러 먼저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녀는(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던 터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물고기로 변한 뒤 온몸이 비늘로
덮인 채 연못에서 헤엄쳤다고
팔라이스티네(지금의 팔레스티나 지방을 가리키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서 처럼 그 북쪽의 쉬리아
지방을 말하기도 한다)인들이 믿고 있는
바빌로니아의 데르케티스여,
그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지, 아니면 그녀의 딸이
어떻게 날개가 돋아나 하얀 성탑 위에서 만년을 보내게
되었는지에 관해 이야기해야 할지, 아니면 어떤
물의 요정이 주술과 엄청나게 강력한 약초로 몇몇
젊은이의 몸을 말 못 하는 물고기로 변신시키다가
결국 그녀에게도 어떻게 같은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할지, 아니면 전에는 흰 열매가
열리던 나무에 핏방울이 닿은 뒤로 이제는 어떻게 검은
열매가 열리게 되었는지에 관해 이야기할지 그녀는
망설였던 것이다. 그녀는 아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 양털로 실을 자으며
이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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