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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2권. 헬리오스(Helios)의 마차를 모는 파에톤(Phaet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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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에톤의 추락. 197 cm x 180 cm. 얀 카렐 반 에이크(1649–1686).



1행—18행.

태양 마차를 모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기원전 3세기경).


태양신(솔 또는 헬리오스)의 궁전은 높다란
원주(원기둥)들 위에 우뚝 솟아 있었는데,
번쩍이는 황금과 불꽃 빛깔의 금동(金銅)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의 박공지붕은 윤기 나는
상아로 덮여 있었고, 두 짝으로 된 문은 찬란한
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재료보다 더 훌륭한 것이
솜씨(불카누스 또는 헤파이스토스의 솜씨)였다.
문짝들 위에는 물키베르(불의 신이자 대장장이의
신인 불카누스의 별칭)가 가운데 자리 잡은 대지를
둘러싼 바다와, 둥근 대지와 그 위에 걸린 하늘을
조각해 놓았기 때문이다. 바닷물 속에는
‘검푸른 신들(바다의 신들)’인, 소라고동 나팔을 부는
트리톤(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의 아들)과 변신에
능한 프로테우스(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해신)와 팔로 고래의 거대한 등을 누르고 있는
아이가이온(체구가 큰 해신)과 도리스(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아내)와 그녀의 딸들(네레우스와
도리스의 딸들인 네레이데스)이 있었다.
그녀들 가운데 일부는 헤엄치고, 일부는
바위 위에 앉아 초록빛 머리카락을 말리고,
더러는 물고기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자매들(50명 혹은 100명. 자매들 중에는
테티스는 아킬레스의 어머니이고, 암피트리테는
포세이돈의 아내이다)이 그러하듯, 그들
모두는 얼굴이 똑같지도 전혀 다르지도 않았다.
대지 위에는사람과 도시와 숲과 들짐승과 강과
요정들과 다른 시골 신들이 있었다. 그들 위쪽에는
빛나는 하늘과 그림이 잡고 있었는데,
황도(태양이 지나가는 길) 12궁 중 오른쪽 문짝에
여섯, 왼쪽 문짝에 여섯이 있었다.


19행—24행.

가운데 태양의 신 헬리오스와 황도 12궁 중 오른쪽에 여섯, 왼쪽에 여섯이 있다(1913). 천정 중앙 부분 모자이크.

 
클리메네의 아들(파에톤)은 가파른 길을 올라
그곳(태양신 헬리오스의 궁전)에 이르자마자
에파부스(제우스와 이오의 아들)가 부자간이라고
믿어주지 않던 아버지(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지붕(궁전의 지붕) 밑으로 들어가 곧장 아버지의
면전으로 발길을 향했다. 하지만 그는 멀찍이
떨어져 섰으니, 더 가까이서는 그분의 광채를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포이부스(헬리오스)는
자포를 입고 빛나는 에메랄드 왕좌에 앉아 있었다.





24행—34행.

태양신과 그의 시녀들과 맨 오른쪽에 새벽의 여신 에오스(1612–1614). 280 cm x 700 cm. 천정 프레스코화. 귀도 레니(1575–1642).


그(솔Sol)의 좌우에는 날과 달과 해와 세기들과
호라이 여신들(태양신의 시녀들로 시간과 계절의
여신들)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 있었다. 그곳에는
또 젊은 봄(에이아르 여신)이 화관을 쓰고 서 있었고,
벌거벗은 여름(테로스 여신)이 곡식 이삭 화환을
쓰고 서 있었다. 그곳에는 또 가을(프티노포론 여신)이
포도송이를 밟다가 물이 든 채 서 있었고, 얼음처럼
차가운 겨울(케이몬 여신)이 백발이 곤두선 채
서 있었다. 이어서 이들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태양신이 만물을 굽어보는 눈으로, 신기한
광경에 주눅이 든 젊은이를 보며 말했다.
“무슨 용건으로 이곳에 왔느냐? 내 아들 파에톤아,
이 성채에서 네가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
네가 내 아들임을 이 아비가 어찌 부인하겠느냐?“



34행—75행.

태양신과 그의 아들 파에톤(1664). 고드프리드 마에(1649–1700).

 
소년(파에톤)이 대답했다. “오오! 이 무한한
우주에 고루 비치는 빛이시여, 아버지
포이부스(솔)시여, 제게 아버지라고 부를 권리를
허락하신다면, 그리고 클리메네(파에톤의
어머니)께서 거짓 변명으로 당신의 허물을 가리시는
것이 아니라면, 아버지, 제게 증거를 주시어, 제가
아버지의 진정한 아들임을 사람들이 믿게
해주시고, 제 마음에서 이 의혹을 벗겨주소서.”
파에톤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가 머리에 쓰고 있던 만물을
비추는 햇살 관을 벗어놓고 소년더러 더 가까이
다가오라고 명령하더니 포옹하며 말했다.
“너는 나에게서 아들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이
있으며, 클뤼메네는 네 출생에 관해 사실을
말해주었다. 네가 더는 의심하지 않도록,
무엇이든지 네가 원하는 선물을 내게 말해보아라.
그것을 너는 내 손에서 받게 될 것이다.
신들이 그것(스틱스 강)에 걸고 맹세(그리스의
신들은 맹세를 할 때 스틱스 강에 대고 하는데,
제우스라 하더라도 이 맹세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하는 늪이 내가 눈으로 본 적 없는
그 늪이 내 약속의 증인이 되리라.“
그가 말을 마치자 소년(파에톤)은
아버지의 마차(태양 마차)와, 발에 날개가 달린
말들(태양 마차를 끄는 4마리의 신마)을 하루 동안
몰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맹세한 것을 후회했다. 그는 빛나는 머리를 세 번
네 번 가로저으며 말했다. ”네 말에 의해 내 말이
경솔한 말이 되어버렸구나. 내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면 좋으련만! 고백하노니, 내 아들아,
이것만은 내가 거절하고 싶구나. 적어도 못하게
말릴 수는 있겠지. 네가 원하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 파에톤아,
너는 큰 것을, 네 그 힘과 그토록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선물을 요구하는구나.
너는 죽을 운명을 타고났는데, 네가 바라는 것은
죽을 운명을 타고난 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니, 너는 하늘의 신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 것
이상을 멋모르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 각자에게
자신의 권능이 마음에 든다 하더라도, 나 말고는
어느 누구도 이 불타는 굴대 위에 자리잡고 서지
못한다. 무시무시한 손으로 사나운 벼락을
던져대는, 광대한 올림푸스의 통치자(제우스)도
이 마차는 몰 수 없을 것이다. 한데 우리에게
유피테르(제우스)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또 어디
있겠느냐? 길의 ‘첫 부분(동쪽 끝)’은 가파르다.
그래서 아침이라 원기가 왕성한 내 말들도 애를 쓰며
간신히 올라간다. ‘중천(해가 동쪽 끝과 서쪽 끝에서
똑같이 떨어져 있을 때)’에 이르면 고도가 가장
높아져, 거기서 바다와 대지를 내려다보면 나도
어떤 때는 겁이 나고 심히 두려워 가슴이 떨린다.
길의 ‘마지막 부분(서쪽 끝)’은 내리막이라
조심히 몰아야 한다. 아래에 있는 물속으로
나를 받아주는 테티스(바다의 여신으로
오케아누스의 누이이자 아내이며 Sol의 고모)
조차도 내가 거꾸로 떨어질까 봐 염려하곤 하지.
게다가 하늘은 끊임없이 소용돌이치며
빙글빙글 돌고, 높은 곳에 있는 별들을 아찔한
속도로 휩쓸어간다. 나는 그 힘에 맞서며, 모든 것을
제압하는 그 기세에도 제압되지 않고 우주의 빠른
순환에 맞서 앞으로 나아간다. 내가 너에게
마차를 주었다고 하자. 그다음은? 하늘(천구)의
‘빠른 축(자전축)’이 너를 휩쓸어가지 않도록
회전하는 천극(天極 천구의 북극과 남극, 지구의
자전축이 끝없이 연장하여, 천구와 만나는 점)
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으냐?


76행—99행.

현대의 88개 별자리. 황도(Ecliptic)는 점선으로 표시. Declination(적위). Right ascensi(적경)


아마도 너는 그곳에는 원림과 신들의 도시와
선물이 가득한 신전들이 있으리라 마음속으로
그리고 있겠지? 천만에 그렇지 않단다. 길은
복병(숨은 적)과 야수의 형상들 사이로 나 있다.
설령 네가 주로(정해진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너는 너에게 덤벼드는
황소(♉ 황소자리 Taurus타우루스)의 뿔들
사이로, 하이모니아(그리스 텟살리아 지방의
옛 이름)의
궁수(♐ 궁수자리 Sagittarius세지테리어스,
텟살리아 지방의 현인 키론이 모텔)와
사나운 사자(♌ 사자자리 Leo레오)의 아가리
옆을 , 그리고 무자비한 집게발을 구부리고 있는
전갈(♏ 전갈자리 Scorpius스콜피우스)과
다른 쪽에서도 집게발을 구부리고 있는
게(♋ 게자리 Cancer캔서) 옆을 지나게
될 것이다. 너는 말들을 다루는 것도 힘들 것이다.
말들이 가슴속에 품고 있다가 입과 콧구멍으로
내뿜는 불기에 고무되면 말이다. 말들은 일단 씩씩한
기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목이 고삐에 반항하게
되면, 내가 고삐로 제어하는 것조차도 가까스로
참는다. 그러니 내 아들아, 조심해야 한단다.
내가 너에게 치명적인 선물을 주는 일이 없도록
아직 늦지 않을 때 소원을 바꾸도록 해라.
내 아들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내게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나는 너를 위해 염려함으로써
확실한 증거를 보이겠다. 내가 아버지답게
염려한다는 사실이 네 아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자, 내 얼굴을 보아라. 네가 내 가슴속을 들여다보고
거기서 아비의 염려를 알아챌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리고 나서 풍요로운
세상이 갖고 있는 것을 다 둘러보고, 하눌과
대지와 바다의 그토록 많은 재물 중에 무엇이든
달라 하여라. 나는 너룰 위해 그 어떤 것도 거절하지
않겠다. 하지만 제발 이 부탁만은 거두어다오.
그것은 사실 명예가 아나라 벌이다. 파에톤아,
너는 선물 대신 벌울 요구하고 있다.



[참고. 황소자리]

황소자리(♉ Taurus 타우루스). 황도 12궁의 제 2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17번 별자리 카드

 
제우스가 황소로 변신해, 납치한
에우로페(후에 크레테 섬의 왕 미노스의 어머니)를
크레터 섬으로 실어간 황소(제우스) 또는
제우스의 사랑을 받다가
암소로 변한  이오(강의 신 이나페스
의 딸)를 하늘로 옮겨놓은 것이라고도 한다.
황소자리 어깨 부분의 플레이아데스(Pleiades)
성단은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일곱 딸들로
사냥꾼 오리온에게 쫓기다가 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옮겨져 성단(별들의 집단)이 되었다고 한다.
황소자리 머리 부분의 히아데스(Hyades) 성단은
아틀라스의 또 다른 다섯 딸들로 그녀들의 남자 형제
휘아스가 사냥 중 죽었고 이에 슬프게 흐느끼던
히아데스는 하늘로 올라가 별들로 바뀌었다.
이후 이들은 비와 연결되었다.
히아데스는 플레이아데스의 이복자매들이었다.



[참고. 궁수자리]

궁수자리(♐ Sagittarius 세지테리어스). 황도 12궁의 제 9궁. 남쪽왕관자리, 현미경자리, 망원경자리.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4번 별자리 카드.


궁수자리의 모델은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텟살리아의 펠리온 산에서 사는
켄타우루스족 가운데 한 명으로 헤라클레스, 이아손,
아킬레스 같은 많은 영웅들을 가르친 케이론(키론)이다.
헤라클레스는 히드라를 죽이고 나서 그 독액에
화살을 담가 독화살을 만드는데, 독화살이 실수로
자신의 스승인 케이론의 발에 떨어지는 바람에
그가 고통을 참다못해 죽게 해달라고 애원하자
제우스가 그를 하늘로 보내 궁수자리가 되게 한다.



[참고. 사자자리]

큰사자자리(♌ Leo Major). 황도 12궁의 제 5궁. 작은사자자리(Leo Minor).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0번 별자리 카드.

 
사자는 온 짐승의 왕이므로 제우스가
하늘로 올려보내 별자리가 되게 한다.



[참고. 전갈자리]

전갈자리(♏ Scorpio, Scorpius). 황도 12궁의 제 8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3번 별자리 카드.




[참고. 게자리]

게자리(♋️ Cancer 캔서). 황도 12궁의 제 4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0번 별자리 카드.

 
헤라클레스가 네메아의 사자를 목 졸라 죽인 다음
레르나의 거대한 히드라와 싸울 때 다른 동물들은
모두 헤라클레스에게 호의적이었으나 게 한 마리가
늪에서 나와 헤라클레스의 발을 물다가 밟혀 죽자
헤라가 이를 하늘로 옮겨 게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99행—124행.

밤의 장막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며 아침을 여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 기원전 4세기 후반. 도자기 그림.


이 어리석은 것아, 왜 이렇게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고 응석을 부리는 게냐? 의심하지 마라.
네가 무엇을 원하든 너는 그것을 받을 것이다.
나는 스튁스 강에 걸고 맹세했으니까. 하지만
너는 더 현명해야 한다!“ 아버지의 충고는 끝났다.
하지만 파에톤은 그 말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았고, 마차를 몰아보고 싶은 욕망에
불타올랐다. 아버지는 되도록 시간을 끌며
불카누스(대장장이의 신)의 선물인 높다란 마차
(태양 마차)가 있는 곳으로 젊은이를 데리고 갔다.
그 마차(태양 마차)는 굴대는 물론 채도,
바퀴 테도 모두 황금이었다. 하지만 바퀴살만은
은이었다. 멍에 위에 질서정연하게 박힌 감람석과
보석들은 포이부스(태양)가 비출 때 그 찬란한 빛을
반사했다. 의기양양한 파에톤이 그것을 보며
그 솜씨에 감탄하는 동안, 보라, 밝아오는 동녘에서
망을 보던 아우로라(아침을 여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장미가 가득한 방의 자줏빛 문을 활짝
열었다. 별들이 달아나기 시작했고, 루키페르(빛을
가져다주는 자라는 뜻. 샛별)가 그 대열의 후미를
이루며 하늘에 있는 자신의 망루를 맨 마지막으로
떠났다. 티탄(태양신)은 루키페르(샛별, 새벽별)가
대지로 향하며 세상이 붉어지기 시적하고
이우는 달의 뿔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을 때,
날랜 호라이 여신들에게 명하여 말들에 멍에를
씌우게 했다. 여신들은 재빨리 명령을 거행했으니,
암브로시아(신들이 먹는 음식)를 배불리 먹은,
불기를 내뿜는 네발짐승들(태양 마차를 끄는
4마리의 신마)을 높다란 마구간에서 끌고 나와
철커덕거리는 고삐를 채웠다. 아버지가
아들의 얼굴에 신성한 연고를 발라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화염(불꽃)을 견딜 수 있게 해주고 나서,
머리에 빛살 관을 씌어주며 재앙을 예견하고는


125행—146행.

태양 마차와 파에톤(1664). 고드프리드 마에(1649–1770).

 
근심에 찬 가슴에서 연방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
“아비의 이 충고만이라도 잘 듣도록 해라.
그럴 수 있다면 말이다. 내 아들아, 채찍은 아끼고,
고삐는 힘껏 틀어쥐도록 해라. 말들은 자진하여
서둘 것이다. 힘든 일은 그들의 열성을 누그러뜨리는
것이다. 너는 하늘의 다섯 구역(오른쪽 두 구역과
왼쪽 두 구역과 가운데 구역)을 곧장 통과하려고
하지 마라. 길은 넓게 곡선을 그리며 비스듬하게
나 있고 세 구역(오른쪽 구역과 왼쪽 구역과
가운데 구역)의 경계 안에 한정되어 있어,
남극과 큰곰자리(Ursa Major. 북극 주변)와 그것의
북풍을 피할 수 있다. 이것이 네 길이 되게 하라.
너는 내 마차의 바퀴 자국을 뚜렷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과 대지가 똑같이 데워지도록 마차를
너무 낮게 몰지도 말고 하늘의 꼭대기로 몰지도
마라. 너무 높게 날면 하늘의 궁전을 태울 것이고,
너무 낮게 몰면 대지를 태울 테니까. 중간으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똬리를 튼 뱀(북쪽 하늘에
있는 뱀자리 Serpens세르펜스)을 향하여 너무
오른쪽(서쪽. 뱀자리 머리 부분)으로 벗어나지도 말고,
하늘 깊숙한 곳에 제단(祭壇 남쪽 하늘에 있는
제단자리 Ara)을 향하여 너무 왼쪽으로 몰지도
마라. 그 둘 사이를 지나가도록 해라. 나머지는
포루투나(행운 또는 운의 여신)에게 맡기니,
바라건데, 그녀가 너를 도와주고, 너를 자신보다
더 잘 보살펴주시길! 내가 말하는 사이에,
‘이슬에 젖은 밤(새벽)’이  서쪽 해안에 있는
목적지에 닿았다. 더 지체할 수가 없구나.
이제 우리가 나타날 차례이다.
아우로라(밤의 장막을 걷고 아침을 여는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는 밤의 장막을 자줏빛으로 물들이며,
태양신을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가 불타고
있고, 어둠이 쫓겨나고 있지 않은가! 자, 고삐를
손에 쥐어라. 아니면 혹시 네 마음이 바뀔 수 있다면,
내 마차가 아니라 내 충고를 받도록 해라.



[참고. 뱀주인자리. 뱀자리]

현대의 88개 별자리. 황도(Ecliptic)는 점선으로 표시. Declination(적위). Right ascensi(적경)



[세부 사항]

현대의 88개 별자리, 세부 사항. 황도(Ecliptic)는 점선으로 표시.


뱀자리(Serpens)는 현대의 88개
별자리 중 유일하게 별자리 영역이 뱀의 가운데
부분인  뱀주인자리(⛎ Ophiuchus)에 의해
뱀의 꼬리와 뱀의 머리로 나뉘어져 있다.
나뉘어진 두 부분중 서쪽(오른쪽)이
뱀의 머리(Serpens Caput),
동쪽(왼쪽)이 뱀의 꼬리(Serpens Cauda)에
해당한다. 뱀주인자리는 황도를 지나기 때문에
2011년 황도 12궁에 추가 되어 황도 13궁이 되었다.



[참고. 뱀주인자리. 뱀자리]

뱀주인자리(⛎ Ophiuchus) 황도 13궁. 뱀자리(Serpens).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12번 별자리 카드.


뱀주인자리의 모델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아폴론과 코로니스의 아들)가
뱀이 다른 뱀에게 약초를 가져다 주는 모습을 보고
죽음을 피하는 비법을 발견했기 때문에 별자리
그림에서는 그가 두손으로 뱀을 붙잡고 있는
모습으로 나오며, 초기에는 두 별자리를 하나로
취급하기도 했다.


[참고. 제단자리]

현대의 88개 별자리, 세부 사항. 황도(Ecliptic)는 점선으로 표시.


제단자리(祭壇자리 Ara)는 남쪽 하늘의 별자리로,
전갈자리(♏ Scorpius)와 남쪽삼각형자리 (Triangulum Australe)사이에 놓여있다.



147행—168행.

태양 마차와 파에톤(1808). 34.2 x 37.7 cm. 제임스 길레이(1756–1815).


아직 늦지 않았을 때, 아직은 네가 단단한
땅바닥 위에 서 있을 때, 대지에 빛을 가져다주는
일은 내게 맡기고 너는 그것을 안전한 곳에서
보거라!“ 하지만 파에톤은 젊은 몸으로
가볍게 마차에 올라 그 위에 의기양양하게
자리잡고 서서 사뿐히 고삐를 손에 쥐었으며,
마음 내키지 않는 아버지에게 거기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사이 태양신의 날개 달린 말들이
퓌로이스(불)와 에오우스(새벽)와 아이톤(불길)과
네 번째로 플레곤(화염, 불꽃)은 불을 내뿜는
말 울음소리로 대기를 가득 채우며 가로장을 발로
걷어차고 있었다. 테튀스(클뤼메네의 어머니)가
외손자(클뤼메네의 아들 파에톤)의 운명을 알지
못하고 가로장을 열어젖히자 말들 앞에 무한히
넓은 하늘이 열렸다.
(태양 마차를 보내고 받는 것이 테튀스의 임무이다.)
말들은 앞으로 내달으며 대기 사이로 발을 움직여
앞을 막는 구름을 찢었고, 날개에 높이 실려
올라가서는 자신들과 ’같은 구역(동쪽)‘에서 이는
동풍(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앞질렀다. 하지만
짐이 가벼워 태양신의 말들이 못 느낄 정도였으니,
멍에를 누루는 무게가 여느 때와 달랐던 것이다.
마치 구부러진 배들이 적당한 바닥짐이 없으면
이리저리 흔들리고 너무 가벼운 나머지 안정감 없이
바다 위를 떠밀려 다니듯이, 그 마차도 여느 때의
짐을 싣지 못해 대기 속으로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마치 빈 수레처럼 높이 솟구쳤다. 그렇게 느끼자
마자 사두마차는 질주하며 익숙한 궤도를
이탈하더니 더는 전과 같은 주로를 달리지 않았다.



168행—194행.

현대의 88개 별자리, 세부사항. 황도(Ecliptic)는 점선으로 표시. Ursa Major(큰곰자리), Ursa Minor(작은곰자리), Draco(드라코 용자리).


파에톤은 겁에 질려 자신에게 맡겨진 고삐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리고 길이 어디로 나 있는지 알지
못했고, 설령 안다 해도 말들을 제어할 수 없었을 것이다.
차가운 트리오네스들(‘탈곡하는 황소들‘이라는 뜻.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를 로마인들은 그
생긴 모양에 따라 트리오네스들이라고도 부른다)이
처음으로 햇빛에 데워져 금단(禁斷 딱 잘라 금함)의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려 했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북극에 가장 가까이 자리잡고 있는
용(용자리 Draco 드라코)도 전에는 추위 때문에
굼떠 어느 누구에게도 무섭지 않았으나,
지금은 데워져 열기에 의해 새로운 광기를 품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보오테스(Boötes 목동자리)여,
그대는 비록 굼뜨고 또
짐수레(큰곰자리를 그리스인들은 그 생긴 모양에
따라 짐수레라고도 부른다)가 뒤에서 그대를
붙드는데도 허둥지둥 도망쳤다고 하오. 불행한
파에톤은 이때 하늘 꼭대기에서
저 멀리 아래쪽에 펼쳐진 대지를 내려다보고는,
파랗게 질리며 갑작스러운 공포에 무릎이 떨렸고,
너무나 많은 빛에 눈앞이 캄캄했다.
그제서야 그는 아버지의 말들을 손대지 말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혈통을 찾아내고
소원을 이룬 것을 후회했으며, 이제는 아예
매롭스(아이티오피아의 왕으로 클뤼메네의
아내이자 파에톤의 의붓아버지)의 아들이라
불리기를 간절히 원했다. 그가 끌려가는 모습은
마치 소나무 배가 갑작스러운 북풍을 만나자
사공이 무용지용이 된 키를 버리고 신들과 기도에
배를 맡길 때와도 같았다. 어떻게 한담?
그가 ‘뒤로한 하늘(동쪽 하늘)’도 많지만,  
‘눈앞의 하늘(서쪽 하늘)’은 더 많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양쪽을 다 재보며, 때로는 그로서는
닿지 못하도록 정해져있는 서쪽을 내다보는가 하면
때로는 동쪽을 돌아보았다. 그는 아찔해지며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고삐를 놓을 수도
없었지만 쥐고 있을 힘도 없었으며, 말들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넓은 하늘 곳곳에
거대한 야수들의 놀라운 형상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안절부절못했다.



195행—216행.

현대의 88개 별자리, 세부 사항. 황도(Ecliptic)는 점선 표시. Scorpius(♏ 스콜피어스 전갈자리), Libra(♎ 리브라 저울자리).


하늘에는 전갈(♏ 전갈자리Scorpius)이
집게발들을 구부려 두 개의 호(弧)를 이루며 꼬리의
양쪽으로 뻗은 구부린 팔로  ‘두 황도궁의  
자리(♏ 전갈자리와, ♎ 저울자리Libra)‘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소년은 전갈이 검은
독액을 땀처럼 흘리며 구부정한 침으로 자신을
찌르려고 위협하는 것을 보자 싸늘한 공포를 느끼며
정신을 잃고 그만 고삐를 놓아버렸다. 말들은 고삐가
자신들의 등 위로 미끄러져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주로를 이탈하여, 이제는 제어하는 자도 없는
상태에서 대기의 낯선 영역을 마구 질주했다.
자신들의 충동이 이끄는 대로 말들은
무턱대고 내달았다. 하늘 높이 박힌 별을 향해
돌진하는가 하면 길 아닌 길로 마차를 낚아챘다.
때로는 아래로 곤두박질치며 대지에 가까이
다가갔다. 루나(달의 여신 셀레네)는
오라비(솔, 헬리오스)의 말들이 자신의 말들보다
더 낮게 달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고, 그슬린
구름에서는 연기가 피어 올랐다. 대지는 가장
높은 곳부터 화염에 휩싸이며 습기를 모두 빼앗겨
쩍쩍 갈라 터지기 시작했다. 풀밭은 잿빛으로
변했고, 나무는 잎과 더불어 불탔고, 마른 곡식은
제 파멸을 위해 뗄감을 대주었다. 하지만 내가
탄식하는 이런 피해는 약과였다. 대도시들이
성벽과 더불어 파괴되고, 화재는 온 민족을 그들의
부족과 함께 잿더미로 바꿔놓았다. 숲은 산과
더불어 불탔다.


[참고. 저울자리]

저울자리(♎ Libra), 황도 12궁의 제 7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22번 별자리 카드.


저울자리는 전갈자리(♏)의 전갈이 너무 긴 데다
그 집게다리가 저울처럼 생겼다 하여 전갈자리와
저울자리로 나뉜 것이다. 전갈자리 전갈은
뛰어난 사냥꾼 오리온을 찔러 죽인 전갈인데,
그 전갈을 보낸 신은 같이 사냥하다가 오리온에게
겁탈당할 뻔했던 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라고 한다. 전갈자리와 오리온자리는
거의 반대편 위치에 있는데, 이는 이들의 앙숙 관계가
하늘에서도 계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말이 있다.



[참고. 전갈자리와 저울자리]

전갈자리(♏ Scorpius)와 저울자리(♎ Libra). 빨간색 점선은 황도. 노란색 점선은 별자리 경계선. 파란색 음영은 다른 밝기의 은하수 영역.

 
샤를 메시에(Charles Messier 1730–1817)는
프랑스의 천문학자였다. 1774년 그는
문자 M(메시에)과 1에서 110 사이의 숫자로 언급된
110개의 성운과 성단, 은하등의 목록을 출간했다.



217행—223행.

호메로스 시대(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의 지도.


아토스(동마케도니아 칼키디케반도 중
맨 동쪽 반도에 있는 높이 2,033미터의 산)와
킬리키아(소아시아 내 남동 지역) 지방의
타우루스(높이 3.734미터의 산맥)와,
트몰루스(소아시아 내 리디아 지방의 산)와,
오이테(텟살리아 지방과 아이톨리아 지방
사이에 있는 산맥)와
전에는 물이 많았으나 그때 말라버린
이다(소아시아 내 트로이아 근처에 있는 높이
1,706미터의 산)와 처녀신인 무사Mousa 여신들의
산인 헬리콘 산(키타이론 산. 보이오티아 지방에
있는 높이 1,764 미터의 산)과 아직은
오이아그루스(트라키아 지방의 왕으로 전설적
가인歌人인 오르페우스의 아버지)와 인연이 없던
하이무스(트라키아 지역의 높이
2,376미터의 산맥)가 모두 불탔다.
아이트나(시칠리아 섬에 있는 높이 3,323미터의
활화산)가
이중의 화염으로 불타며 거대하게 솟아 올핬고,
파르나소스(델피 중앙에 위치한 높이
2,457미터의 산)의 나란히 솟은 두 봉우리와
에릭스(시칠리아에 있는, 아프로디테에게 바쳐진 산)와
킨투스(에게해에 있는 델로스 섬의 산)와
오트리스(텟살리아 지방에 있는 높이 1,726미터의 산)
그때 마침내 눈이 녹아내리게 되어 있던
로도페(트라키아 지방의 높이 2,191미터의 산맥)와,
미마스(소아시아 내 이오니아 지역의 산)와
딘디마(소아시아 내 미시아 지방에 있는 산)와
미칼레(소아시아 내 이오니아 지방의 곶)와
신성한 의식을 위해 생겨난
키타이론(헬리콘 산. 보이오티아 지방의 산)도 불탔다.



[참고]

고대 보이오티아 지역의 지도.

 
키타이론(Cithaeron)은 흉폭한 살인자로,
자기의 형 헬리콘(Helicon)을 절벽에서 집어던져
죽이고 자신도 추락사했다. 이들 형제의 이름은 두 개의
산 이름으로서 후세에 전해지고 있다.
델피(Delphi) 중앙의 파르나소스 산(M. Parnassus).



[참고]

시칠리아(시킬리아)의 지형.

 
시칠리아 섬은 고대 로마 시대에는
삼각형 모양의 모습을 따서
트리나크리스(라틴어 Trinacris)로 불렸다.
Mount Etna(아이트나 또는 에트나 활화산).


[참고. 로도페 산맥]

트라키아 지역의 발칸산맥과 로도페산맥. 빨간 점선은 발칸산맥, 검정 일점 쇄선은 각 나라의 경계선이다.

 
발칸 산맥(Balkans)은 불가리아 중부와
세르비아(Serbia) 동부 사이에 걸쳐 있다.
발칸은 '산'을 뜻하는 튀르키예어이다.
로도페 산맥(Rhodopes)은 불가리아 남부에서
그리스(Greece) 북동부에 이르는 산맥이다.
본래 그 이름은 '장미로 뒤덮인 언덕'이라는 뜻으로
온난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224행—234행.
그 차가운 날씨도 스키티아(흑해 및 카스피 해
북쪽 기슭과 도나우 강 하류 지방에 살던
스키타이족의 나라)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카우카수스(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뻗어 있는 높이 5,630 미터의 산맥)와
옷사(텟살리아 지방의 높이1,978미터의 산)와
핀두스(그리스 서북부 에피로스 지방과 텟살리아
지방 사이에 있는 높이 2,637 미터의 산맥),
이 둘보다 큰 올림푸스(텟살리아 지방에 있는,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높이 2,917 미터의 산)도 불탔고,
하늘을 찌르는 알페스(알프스 산맥의 라틴어 이름)와
구름을 이고 있는 압펜니누스(이탈리아 아펜니노
산맥의 라틴어 이름)도 마찬가지였다. 파에톤은
지구가 온통 불바다가 된 것을 보았다. 그는 그토록
강렬한 열기를 견딜 수 없었다. 들이쉬는 공기는
용광로 깊숙한
곳에서 나온 것처럼 뜨거웠고, 발밑에서 마차가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날리는 재와
소용돌이치는 불똥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고,
뜨거운 연기에 완전히 휩싸였다. 칠흑 같은 어둠에 덮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고, 날개 달린 말들이
가자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


[참고]

기원후 125년경 흑해의 북쪽 곶을 따라 있는 스키타이(Scythae)의 영토. 흑해(Black Sea)의 옛 이름인 ‘폰토스 에욱시누스‘(PONTUS EUXINUS ‘친절한 바다’라는 뜻).



[참고]

세부 사항. 호메로스 시대(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지도.

 
테살리아 지역의 옷사(Ossa) 산. 옷사 산 북동쪽의
올림푸스(Olympus) 산. 옷사 산 서남쪽의
핀두스(Pindus) 산.



235행—243행.

사람들은 아이티오피아(‘얼굴이 그을린 자들’의
나라) 백성이 까맣게 된 것도 그때라고 믿는다.
열기 때문에 피가 살갗의 표면으로 몰려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열기로 인해 습기를 모두
빼앗긴 탓에 리비아(북아프리카 지역)는
사막이 되었으며, 그때 요정들도 머리를 풀고
자신들의 샘과 호수들이 없어진 것을 애통해했다.
보이오티아(그리스의 중동부 지방으로 그 수도가
테바이이다)는 다르케(테바이 근처의 샘)를,
아르고스(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동부에 있는
아르골리스 지방의 수도)는 아미모네(아르고스의
이름난 샘)를, 에피레(코린토스 시의 옛이름)는
피레네(코린토스 근처의 이름난 샘)의 샘을
아쉬워했다. 비록 서로 멀리 떨어진 강둑 사이를
흐르긴 했지만 강들도 무사하지 못했다.
타나이스(흑해 동북쪽의 아조프해로 흘러드는
지금의 돈 강)는 강물 한가운데서 김을 내뿜었고,
오래된 페네오스(텟살리아 지방의 강 및 강의 신으로
월계수가 된 다프네의 아버지이다)와
테우트라스(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의 왕으로
‘테우트라스’는 ’미시아’라는 뜻이다)의
카이쿠스(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의 강으로 에게 해로
흘러든다)와,


[참고]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기원전 500년—기원전 479년.


보이오티아(BEOTIS) 지방의 수도 테바이(Thebes).
아르골리스(ARGOLIS) 지방의 수도 아르고스(Argos).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코린토스(Corinth).



244행—256행.

물살이 빠른 이스메노스(보이오티아 지방의 강)와,
페기아(아르카디아 지방 도시)의
에리만투스(여기서는 아르카디아 지방의 산이 아니라
알페오스 강의 지류이다)와 또다시 불타게 된
크산투스(일명 스카만데르는 트로아스 그 평야를
흐르는 강으로 트로이아 전쟁 때 하신 크산투스가
아킬레스를 괴롭히자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그의 강에다 불을 지른다)와,
황갈색의 리코르마스(그리스 중서부 아이톨리아
지방에 있는 에우에누스 강의 옛 이름)와,
장난치듯 꾸불꾸불 흘러가는
마이안드루스(소아시아 리디아 지방의 강으로
밀레투스 시 근처에서 에게 해로 흘러든다)와,
믹도네스족(원래 서트라키아 지방에 살던 부족으로
그 일부가 소아시아의 프리기아 지방으로 이주 했다.
여기서 '묵도네스족의'는 '트라키아의'라는 뜻이다)의
멜라스(트라키아 지방의 강)와,
타이나롬(Taenarum.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라코니아 지방의 최남단에 있는 곶串으로
그 근처에 있는 동굴이 저승으로 내려가는 입구로
여겨졌다. 여기서 '타이나룸의'는
'라코니아의' 또는 '스파르타의'라는 뜻이다)의
에우로타스(스파르타 옆을 흘러 지나가는
라코니아 지방의 강)도 마찬가지였다.
바빌론(에우프라테스 강변에 있는,
바빌로니아 지방의 수도)의
에우프라테스(터키 동부에서 발원해 이라크를 거쳐
페르시아 만으로 흘러드는 강)도 불탔고,
오론테스(인도의 강)와 물살이 빠른
테르모돈(소아시아 파플라고니아 지방의 강으로
흑해 남쪽 기슭으로 흘러든다. 이 강가에 전설적인
호전적 여인족 아마존족이 살았다고 한다)과
강게스(인도의 강)와 파시스(흑해 동쪽 기슭으로
흘러드는, 콜키스 지방의 강)와 히스테르(도나우
강의 하류)도 불탔다. 알페오스(그리스 엘리스
지방의 강)는 끓어올랐고, 스페르키오스(텟살리아
지방의 강)의 강둑도 불탔으며, 타구스(사금砂金이
나는 스페인의 강)의 강물에 실려 가던 황금은
불속에서 녹았고, 마이오니아(소아시아 리디아
지방의 옛 이름)의 강둑을 노래로 찬미하던 새들은
카위스트로스(소아시아 퓌디아 지방의 강으로
에페수스 근처에서 에게 해로 흘러든다. 백조가
많기로 이름난 강이다) 강 한복판에서도 더위로
기진맥진했다. 닐루스(나일 강의 옛 이름)는
질겁한 채 세상 끝까지 도망하여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그것은 여태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일곱 하구는 먼지투성이가 되어 비었고,
일곱 물길에는 강물이라곤 없었다.


[참고]

세부 사항.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호메로스 시대(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 지도,


펠로폰네소스 반도 라코니아(Laconia) 지역의
최남단 서쪽에 있는 타이나롬(Taenarum) 곶串.
스파르타(Sparta).



257행—264행.

똑같은 운명이 이스마루스(트라키아 지방의
도시이자 산으로 헤브루스 강 하구의 서쪽에 있다.
여기서 ‘이스마루스의‘는 흔히 ’트라키아의’라는
뜻이다)의 헤브루스(트라키아 지방의 큰 강)와
스트리몬(트라키아 지방의 강)을, 그리고 서쪽의
강들인 레누스(독일 라인 강의 옛 이름)와
로다누스(프랑스 론 강의 라틴어 이름)와
파두스(이탈리아 포 강의 라틴어 이름)와, 세계를
지배하도록 약속 받은 티브리스(로마 옆을 흐르는
티베리스 강의 별칭으로, 그리스어 팀브리스에서
유래한 이름이다)룰 말렸다. 땅바닥이 모두
갈라지자 그 틈으로 햇빛이
타르타라(타르타로스의 중성 복수형, 지하세계)로
비쳐 들어가 하계(지하세계)의
왕(플루토, 디스, 하데스)과 그의
아내(프로세르피나, 페르세포네)를 깜짝 놀라게
했다. 바다도 오그라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바다였던 곳이 마른 모래 들판이 되었다. 그리고
깊은 바다에 덮였던 산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흩어져
있던 퀴클라데스(‘둥근 군도’라는 뜻으로 에게 해
남부에 흩어져 있는 섬들이 델로스 섬을 중심으로
하나의 원을 이루어서 붙여진 이름이다)군도의
수를 늘렸다.



265행—297행.

물고기는 바닥을 찾고, 돌고래는 익숙한 대기를
향해 예전처럼 몸을 구부려 바닷물 위로 감히
뛰어오르지 못했다. 배를 뒤집은 채 죽은 물개들이
바닷물의 수면 위로 떠다녔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네레우스(바다의 신, 아킬레스의 어머니인
테티스의 아버지)와 도리스(네레우스의 아내),
그녀의 딸들(네레이데스)도 뜨거워진 동굴(바닷속
동굴)에 숨었다고 한다. 넵투누스(포세이돈)는
세 차례나 두 팔과 성난 얼굴을 물 밖으로 드러내려
했으나, 매번 대기의 불기운을 견다지 못했다.
버다에 둘러싸인 자애로운  대지의 여신(가이아,
제우스의 할머니)은 바닷물과, 사방에서 오그라들며
그늘을 드리워주는 어머니의 뱃속으로 숨어버린
샘들 사이에서 비록 목 가까이까지 바싹 말랐지만
침울한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어 만물을 뒤흔들더니
여느 때보다 조금 더 낮게 주저앉으며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이 그대(제우스)의 뜻이고,
내가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면, 최고신이여,  
왜 그대의 벼락은 놀고 있지요? 내가 불의 힘에 죽을
운명이라면 그대(제우스)의 불에 죽게 하시오.
그대가 가해자가 되는 편이 내게는 더 견디기 쉽겠어요.
나는 입을 열어 이런 말을 하기도 힘들어요.“
(뜨거운 열기가 그녀의 목을 졸랐던 것이다.)
“자, 그대(제우스)는 그을린 이 머리털과,
내(대지의 여신 가이아) 두 눈과 내 얼굴 위에
이토록 많은
재를 보세요! 이것이 나의 다산과 봉사에 대해
그대가 지불하는 이자이며, 그대의 보답인가요?
내가 구부정한 보습과 곡괭이에 일 년 내내
부상 당하고 고문당한 보답이, 내가 자애롭게도
가축떼에게는 잎을, 인간 종족에게는 곡식을,
그대들 신들에게는 향(香)을 대준 보답이 고작
이것인가요? 나는 이런 일을 당해 마땅하다고 쳐요.
하지만 바다는, 그대(제우스)의 형(둘째 형
포세이돈)은 대체 무슨 벌받을 짓을 했지요?
제비뽑기에 의해 그(포세이돈)의 몫으로 주어진
바다는 왜 오그라들고 하늘에서 더 멀리 물러서야
하는 거죠? 만약 그대(제우스)가 그대의 형이나
나를 배려할 생각이 없다면, 그대(하늘의 신 제우스)의  
하늘이라도 불쌍히 여기세요! 주위를 둘러보세요.
하늘의 양극(북극과 남극)에서 연기가 나고 있어요.
그것들이 불에 상하면 그대들(신들)의 궁전도
무너질 거예요. 보세요, 아틀라스(하늘을 떠메는
벌을 받는 중)도 힘겨워하며 발갛게 단 하늘의
축을 간신히 두 어깨로 떠메고 있어요.


298행—304행.

파에톤의 추락(16세기 후반—17세기 초반) 헨드릭 골티우스(1558–1617).

 
바다와 육지, 하늘의 성채가 없어진다면 우리는
옛날의 카오스(우주가 생기기 이전의 텅 빈 공간)로
내동댕이쳐질 거예요. 아직도 남은 것이 있다면
화염에서 구하시고 우주의 안위를 생각하세요!“
대지의 여신(가이아)은 여기까지 말했다. 그녀는
더이상 뜨거운 열기를 견딜 수 없었고, 더이상 말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대지) 속에
얼굴을 묻으며 ‘망령들의 나라(지하세계)‘ 가까이
있는 동굴로 물러갔다. 한편 전능한 아버지(제우스)는
하늘의 신들과, 마차를 준 신(파에톤의 아버지
헬리오스)을 불러놓고


305행—328행.

파에톤의 추락(19세기). 천정화. 요한 미카엘 프란츠(1792–1877).

 
만약 자기가 돕지 않으면 모든 것이 비참한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일러 준 다음 급하게 하늘 꼭대기로
올라갔으니, 그곳에서 그는 광대한 대지 위로 구름을
펼치고, 천둥을 굴렸으며 벼락을 힘껏 내던지곤
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에게 대지 위에 펼칠 구름도
없었고, 하늘에서 내려보낼 비도 없었다. 그는
천둥을 한 번 친 다음 벼락을 오른쪽 귀 위로 번쩍
들어올리더니 마부(파에톤)를 향해 내던졌다.
그리하여 그는 마부(파에톤)를 마차와 생명으로부터
동시에 내던지며 사나운 불로 다른 불을 껐다.
말들은 겁을 먹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며
멍에에서 목을 빼더니 갈기갈기 찢긴 고삐를 뒤에
두고 떠났다. 고삐와 채에서 떨어져 나간 굴대와
부서진 바퀴의 바퀴살이 여기저기 흩어졌다.
부서진 마차의 잔해도 사방에 널려 있었다.
파에톤은 불길에 머리털이 발갛게 그을리며
거꾸로 내던저져 긴 꼬리를 남기며 대기 사이로
떨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맑은  하늘에서 가끔 별이,
실제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때와도 같았다. 그의 고향(아이티오피아)에서
멀리 떨어진 지구의 다른 쪽 끝에서 위대한
에리다누스(대지의 서쪽 끝에 있다는 전설적인 강으로,
훗날에는 이탈리아의 강 또는 프랑스의 론 강과
동일시 되었다)가 그를 벋아 연기가 나는 그의 얼굴을
씻어주었다. 서쪽나라(흔히 이탈리아와 동일시되곤
한다)의 물의 요정들이 세 갈래 난 벼락의 화염에
싸여 아직도 연기가 나는 그의 시신을 묻어주며
비석에 이런 문구를 새겼다.
여기 파에톤 잠들다. 아버지의 마차를 몰던 그는
비록 그것을 제어하지는 못했지만 큰 일을
감행하다가 떨어졌도다.


329행—339행.

파에톤의 무덤(1680). 37 x 46 cm. 장 프랑수아 밀레(1666–1723).

 
그(파에톤)의 가련한 아버지(헬리오스)는 슬프고
괴로운 나머지 얼굴을 감춰버렸고, 그래서, 우리가
믿어도 좋다면, 만 하루가 태양 없이 지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불길이 빛을 보내주었으니 그 재앙도
조금은 유용한 일에 쓰인 셈이다.
한편 클뤼메네(파에톤의 어머니)는 그런
큰 재앙을 만났을 때 해야 할 말을
모두 쏟아내고 괴로운 나머지 실성한 듯 옷을
찢고 가슴을 치며 처음에는 죽은 아둘의 사지를,
나중에는 뼈를 찾아 온 세상을 떠돌아다녔다. 그녀는
마핌내 그것들이 먼 나라 강둑에 묻힌 것을 발견하고는
그곳에 엎드려 대리석에 새겨진 그의 이름에
눈물을 쏟으며 맨가슴으로 그것을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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