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8행—716행.

여신은 충고를 마치고 백조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대기를 지나갔소. 하지만 그(아도니스)의 용기는
충고를 따르려 하지 않았소. 마침 그의 사냥개들이
확실한 발자국을 뒤쫓다가 은신처에 숨어 있던
멧돼지 한 마리를 들쑤시자, 숲 밖으로 나오려던
녀석을 키니라스의 젊은 아들(아도니스)이 옆에서
창을 던져 맞혔소. 사나운 멧돼지는 구부정한
주둥이로 제 피로 물든 사냥용 창을 금세 뽑아버리고
겁에 질려 안전을 위해 도망치던 그를 뒤쫓아가
엄니들을 그의 사타구니 사이로 깊숙이 찔러 넣어
죽어가는 그를 황갈색 모래 위에 길게 뉘었소.
717행—727행.

키테레이아(아프로디테 여신의 별칭)는 날개 달린
백조들이 끄는 가벼운 수레를 타고 대기 한가운데를
지나가다가 아직 키프로스(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에 이르기도 전에 죽어가는 젊은이의
신음 소리를 멀리서 알아듣고 하얀 새들을 그쪽으로
돌렸소. 그가 숨이 끊어진 채 여전히 제 피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높은 하늘에서 보고는 그녀는
뛰어내리더니 옷을 찢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손바닥으로 죄 없는 가슴을 쳤소. 그녀는 운명에
시비를 걸며 '하지만 모든 것이 그대들의 지배 아래
들지는 않으리라.'라고 말했소. '아도니스여,
내 슬픔을 기념하는 축제(매년 6월 말에 열리는
아도니스제의 행렬에서는 아프로디테와 와
아도니스의 상이 운반되었다 한다)는 언제까지나
지속되어, 해마다 되풀이되는 그대의 죽음의
장면에서 사람들은 그대를 향한 내 애도를
흉내낼 것이다.
728행—739행.

하지만 그대의 피는 꽃으로 변할 것이다.
페르세포네(지하 세계의 여신)여, 전에 그대에게는
한 여인(요정 민테)의 사지를 향기로운 박하로
바꾸는 것이 허용되었거늘, 내가 키니라스의
영웅다운 아들(아도니스)을 변신시킨다고 해서
시샘을 사지는 않겠지요?' 그녀는 향기로운
넥타르(신들이 마신다는 술이나 음료)를 그의
피에다 뿌렸소. 넥타르가 닿자 피가 부풀어
올랐는데, 그 모습은 마치 누런 진흙에서 투명한
거품이 솟아오를 때와도 같았소. 한 시간도
채 안 되어 핏빛 꽃 한송이가 피어났는데,
그 색깔은 마치 질긴 껍질 아래 씨를 숨겨두는
석류나무의 열매와 같았소. 하지만 그 꽃은
오래 즐길 수는 없소. 약하게 매달려 있는 데다
너무나 가벼워 쉬이 떨어지는 그 꽃을
바로 그 꽃(아네모네Anemone)에 이름을 대준
바람(‘바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아네모스Anemos)이 흔들어 떨어뜨리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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