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행—41행.

트라키아의 가인(歌人. 오르페우스)이 그런
노래로 숲과, 야수들의 마음과, 바위들을
뒤따라오도록 인도하는 동안 보라, 가슴에 야수의
가죽을 걸친 채 광란하던, 키코네스족(트라키아의
헤브루스 강 하류 지역에 살던 부족)여인들이
언덕 꼭대기에서 리라(길이가 같은 5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악기) 현의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오르페우스를 보았다. 그러자 그중 한 명이
미풍에 머리털을 흔들어대며 "저것 봐요.
저기 우리를 경멸하는 자가 있어요!"라고
말하더니 아폴로(오르페우스의 아버지)의
가인(오르페우스)의 낭랑한 입을 향해
창을 던졌다. 하지만 나뭇잎을 감은 창은
목표물을 맞히긴 했어도 상처를 입히지는
못했다. 또 다른 여자가 돌을 던졌는데, 그것은
공중을 날다가 목소리와 리라의 화음에 제압되어
마치 그런 미친 짓을 감행한 데 대해 사죄라도
하는 듯 그의 발 앞에 굴러떨어졌다. 앞뒤를
헤아리지 않는 공격이 더욱 거세지며 절제가
사라지자, 광기 어린 복수의 여신이 그곳을
지배했다. 그런데도 그들의 모든 무기가
그의 노래의 마력 앞에 무력해졌을 것이나,
엄청난 소음과, 구부정한 뿔이 달린,
베레컨테스족의(소아시아 프리기아 지방에 살던
부족으로, '베레컨테스족의'는 프리기아의‘
뜻으로 쓰인다) 피리 소리와, 북소리와, 박수 소리와,
바쿠스(디오니소스) 신도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키타라 소리를 압도해버렸다. 그리하여 결국
더이상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가인의 피로
돌멩이들이 붉게 물들었다.
마이나스들(‘광란하는 여자'라는 뜻으로
바쿠스의 여신도를 말한다)은 먼저 여전히 가인의
목소리에 넋을 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새와,
뱀과, 야수의 무리를 잡아 죽였는데,
이것들은 오르페우스의 명성이자 청중이었다.
이어서 그들은 피투성이가 된 손을 오르페우스에게
향하며 그의 주위로 몰려드니, 그 모습은
밤의 새가 낮에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을
때의 새떼와 같았고, 이른 아침 원형극장의
모래밭에서 죽게 된 수사슴이 개떼의 먹이가 될
때와 같았다. 그들은 가인에게 달려들어 그에게
푸른 덩굴이 감긴 티르수스지팡이(포도 덩굴 또는
담쟁이 덩굴을 감은 지팡이로, 바쿠스 축제 때
그와 그의 여신도들이 들고 다녔다)를 던졌는데,
그것은 이런 용도로 쓰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이 여인들은 흙덩이를, 저 여인들은 나뭇가지를
꺾어 던졌으며, 일부는 돌멩이를 던졌다.
그리고 그들의 광기에 무기를 대주려고 마침
소들이 쟁기를 깊숙이 끌며 땅을 갈고 있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건장한 농부들이
비지땀으로 수확을 늘리려고 단단한 땅을 파고
있었다. 이들은 여인들의 무리를 보자 일하던
도구를 버려둔 채 줄행랑을 쳤다. 빈 들판에는
괭이와 묵직한 쇠스랑과 기다란 곡괭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난폭한 여인들은 농기구를 집어
들고 우선 뿔로 자기들을 위협하는 소를 갈기갈기
찢고 나서 가인을 죽이러 갔다. 두 손을 내밀며
그는 살려달라고 애원해보았지만, 난생 처음으로
그의 말은 아무 소용없었고, 그의 목소리는 누구도
움직이지 못했다.
41행—60행.

신성을 모독하는 여인들이
그를 죽이자, 맙소사, 바위도 귀기울이고 야수도
알아듣던 그 입술 사이로 목숨이 빠져나오더니
바람 속으로 흩어졌다. 오르페우스여, 슬퍼하는
새도, 야수의 무리도, 단단한 바위도, 종종 그대의
노래를 쫓아다니던 숲도 그대를 위해 울었소.
나무는 잎을 벗고 삭발한 채 그대를 위해 슬퍼했소.
사람들이 말하기를, 강물도 제 눈물로 불어났고,
물의 요정들과 나무의 요정들도 검은 상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쳤다고 한다. 가인의 사지는
사방에 흩어졌으나, 그의 머리와 리라는,
헤브루스(트라키아 지방의 큰강)여, 그대가
받았소.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것들이 강 한복판을 떠내려가는 동안 리라는
뭔지 알 수 없는 슬픈 소리를 냈고, 숨이 끊어진
혀는 슬피 중얼거렸으며, 강둑은 이에 슬피
화답했다. 어느새 그것들은 고향(트라키아)의
강물(헤브루스 강물)을 떠나
바다로 떠내려가서 메팀나(레스보스 섬의 주요
도시 가운데 하나) 시 근처의 레스보스(소아시아
아이올리스 지방 앞바다에 있는 섬)해안에 닿았다.
그곳에서 이방의 모래 위에 드러난 그의 얼굴과
바닷물이 뚝뚝 듣는 그의 머리털을 사나운 뱀이
공격했으나 마침내 포이부스(아폴로 신의 별칭)가
나타나, 물려고 하던 뱀을 몰아내더니 뱀의
쩍 벌어진 입을 돌로 변하게 하고 열린 턱을
그대로 굳어지게 했다.
[참고. 헤브루스 강. 레스보스 섬]

[참고. 오르페우스 인물관계도]

61행—84행.

그의 그림자(망령)는 대지 아래(지하 세계)로
내려가 전에 보았던 장소를 모두 알아보았다.
복 받은 자들의 들판'을 찾아 헤매다가 그는
에우리디케(죽은 그의 아내)를 발견하고는 두 팔로
힘껏 껴안았다. 지금 그들은 그곳에서 나란히
함께 거닐고 있다. 때로는 앞서가는 그녀를
오르페우스가 뒤따르기도 하고 때로는 그가
앞서가며 지금은 안전하게 에우루디케를
뒤돌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뤼아이우스(바쿠스의 별칭 중 하나로,
‘포도를 압착하는 이’라는 뜻)는 그런 범행을
벌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으니,
자신의 비의(비밀 의식)를 노래하던 가인을
잃은 것을 슬퍼하여, 만행을 본
에도니족(트라키아의 스트리몬 강변에 살던
부족)의 모든 여인을 즉시 나무뿌리를 꼬아
숲속에다 묶고는, 그들의 발가락을 그들 각자가
그때 오르페우스를 추격한 거리만큼 길게 늘어뜨린
다음 그 끝을 단단한 대지에 박아버렸다.
마치 새가 교활한 사냥꾼이 쳐놓은
올가미에 다리가 걸리면 걸렸다는 것을 느끼고
날개를 퍼덕거려 보지만 버둥대면
버둥댈수록 올가미의 끈이 더 단단히 죄어들듯이,
꼭 그처럼 이 여인들도 땅에 단단히 들러붙자
질겁하고 저마다 달아나려 안간힘을 썼으나
소용없었다. 단단한 뿌리가 꼭 붙들고는 아무리
몸부림쳐도 놓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은 어디 있고, 발은 어디 있으며,
손톱은 어디 있느냐고 묻는 사이에 나무껍질이
날씬한 장딴지를 타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속이 상해 허벅지를 치려고 했으나, 그들이 친 것은
참나무였다. 가슴도 참나무가 되었고, 어깨도
참나무였다. 그대가 그들의 긴 팔을 나뭇가지라고
생각한다면, 그대의 그런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닐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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