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행—96행.

바쿠스(포도의 신 디오니소스)는
그것(오르페우스를 죽인 바쿠스의 광신도들을
참나무로 변신시킨 것)으로 성에 차지 않았다.
그는 그곳(트라키아 지역)의
들판을 떠나 더 선량한 무리를 거느리고
티몰로스 산(소아시아 리디아 지방의 산)의
포도밭과 팍톨로스 강(소아시아 리디아 지방의 강.
이 강은 사금이 많이 나기로 유명하다)을
찾아갔다. 하지만 이 강은 당시만 해도 금이 나지
않았고, ‘값진 모래(사금)’ 때문에 시샘을 사지도
않았다. 평소에 그를 따르던 무리인
사티로스들(반인반수의 모습을한 숲의 정령들)과
바쿠스의 여신도들이 그의 주위에 모여들었으나,
실레누스(바쿠스의 양부이자 스승)는 없었다.
나이가 많은 데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실레누스를
프리기아의 농부들이 사로잡아 화환으로
묶은 다음 미다스 왕(프리기아의 왕)에게 데려갔던
것이다. 미다스에게 트라키아(발칸반도의
남동쪽을 부르는 지명이다)의 오르페우스는
케크롭스의(이테나이 도시의 전설적 건설자로,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뱀이었다고 한다
여기서 ‘케크롭스의’는 ‘아테나이의’라는 뜻이다)의
에우몰푸스리(오르페우스의 제자로 엘레우시스
비의의 창설자)와 함께 의식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미다스는 실레누스가
바쿠스의 일행이자 비의에 참가하는 자임을
알아보고는 그런 손님이 온 것을 축하하려고
이오 십, 열흘 밤 열흘 낮을 잇달아 잔치를 벌였다.
[참고. 티몰로스 산. 팍톨로스 강]

97행—108행.

어느새 열한 번째로 루키페르(루시퍼Lucifer.
‘빛을 가져다 주는 자’라는 뜻. 샛별 또는 새벽별)가
하늘에서 별들(새벽별들)의 무리를 몰아냈을 때,
왕은 흐뭇한 마음으로 리디아(소아시아의 지방)의
들판으로 나가 실레누스를 그의 젊은 양자(미다스)
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신(바쿠스)은
양부가 무사히 돌아온 것을 기뻐하며 왕에게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해주었는데,
그것은 즐겁기는 하지만 무익한 선물이었다.
선물을 악용할 운명을 타고난 왕은
"내 몸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누런 황금이 되게
해주소서!"라고 말했다. 리베르(바쿠스 신의 별칭)는
그의 소원대로 해악을 가져다줄 선물을 주며 그가
더 나은 것을 구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베레킨테스족의 영웅(미다스)은 흐뭇한 마음으로
떠나며 자신의 재앙을 기뻐했고, 이것저것
만짐으로써 약속이 과연 진실인지 시험해보았다.
108행—130행.

그는 반신반의하며 키가 크지 않은 떡갈나무에서
푸른 가지를 하나 꺾어보았다. 가지는 황금이 되었다.
그는 땅에서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었다. 돌멩이가
금빛으로 빛났다. 흙덩이를 만졌다. 그의 기운 찬
접촉으로 흙덩이는 금괴가 되었다. 익은 곡식
이삭을 꺾자, 그가 거둬들인 것은 황금이었다.
그는 나무에서 사과를 하나 따서 손에 들었다.
그대는 헤스페리데스들(황금 사과나무를 지키는
‘서쪽의 요정들’)이 그것을 주었다고 생각했으리라.
그가 높다란 기둥들에 손가락을 갖다 대자
기둥들이 빛을 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을 때 그의 손 위로 흘러내리는
물은 다나에(제우스의 아내. 그녀는 황금 소나기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속았다)도 속일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상상을 하자
그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희망을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가 기뻐하고 있을 때 하인들이
진수성찬을 차려 내놓았고, 거기에는 빵도 빠지지
않았다. 그가 케레스(곡식과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의 선물(음식)에 손을 뻗치자,
케레스의 선물은 굳어졌다. 그리고 탐욕스러운
이빨로 진수성찬을 먹으려고 하면 그의 이빨에
씹히는 것은 얇은 황금 조각뿐이었다.
그는 이런 선물을 준 바쿠스스 신의 포도주를
깨끗한 물로 희석했다.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포도주에 물을 타서 희석하여 마셨다)
그대는 녹은 금이 그의 목구멍 사이로 흘러
내려가는 것을 볼 수 있었으리라. 이상한 재앙에
깜짝 놀라, 부자이면서도 비참한 그는 자신의
재산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방금 전에 기원했던 것이
싫어졌다. 아무리 많은 음식도 그의 허기를 채워주지
못했다. 목 안은 타는 듯이 말랐다.
130행—145행.

그는 제 잘못으로,
가증스러운 황금으로 고통 받자 하늘을 향해
두 손과 번쩍이는 두 팔을 들고 말했다.
"아버지 레나이우스(바쿠스 신의 별칭)여,
용서해주소서.
제가 죄를 지었나이다. 바라옵건대,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이 번쩍이는 저주에서 구해주소서!"
신들은 자비로우신 법이다. 그가 죄를 지었음을
시인하자 바쿠스는 그를 복원시켜주고 계약과
선물을 무효로 하며 말했다. "그대가 잘못 기원한
황금에 온통 싸여 있지 않도록 강력한
사르디스(소아시아의 리디아 지방의 수도)에
인접해 있는 강으로 가되 그 강의 발원지에
이를 때까지 굴러 내려오는
물결을 거슬러 산등성이 위로 오르도록 하라.
거기 샘물이 거품을 일으키며 가장 많이 솟아나오는
곳에 그대의 머리와 몸을 담가 그대의 죄를 씻어내도록
하라!" 왕은 명령받은 대로 물속에 잠겼다.
그러자 사물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힘은 사람의
몸에서 강물로 옮겨가 물 빛을 바꿔놓았다.
이 오래된 광맥의 씨를 받은 들판은 지금도 황금으로
굳어지고 그 축축한 흙덩이는 금빛으로 번쩍인다.
146행—174행.

미다스는 부에 진저리가 나서 숲과 들판을
찾아다니며 언제나 산속 동굴에 사는
판(그리스 신화에서 염소 뿔에 염소 발굽을 가진,
숲과 가축떼의 신)을 숭배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련한 사람인지라, 그의 어리석은 생각은
또다시 이전처럼 그 주인에게 해를 끼쳤다.
트몰로스 산은 저 멀리 바다를 내다보며 가파르게
우뚝 솟아 있는데, 그 산비탈은 한쪽으로는
사르디스에 닿아 있고, 다른 쪽으로는 소도시
히파이파(리디아 지방의 소도시)에 접해 있다.
그곳에서 판은 부드러운 요정들 앞에서 제 노래를
뽐내며 ‘밀랍으로 이어 붙인 갈대(판 파이프)’로
가벼운 곡을 연주하는 동안 아폴로의 음악이
자신의 음악만 못하다고 감히 헐뜯다가
트몰로스(산이자 산의 신)를 심판관으로 삼고
고르지 못한 시합을 했다. 연로한 심판관은
제 산(트몰로스 산) 꼭대기에 자리잡고 앉더니
두 귀에서 나무를 치웠다. 그의 검푸른 머리털에만
참나무 관이 둘러져 있었고, 움푹 팬 관자놀이
주위에는 도토리가 매달려 있었다.
그는 양떼의 신(판 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심판으로 인해 지체할 일은 없소." 그러자 판이
시골의 갈대를 연주하여 야만적인 노래로
미다스의 마음을 녹였다. (그는 우연히 거기서
노래를 듣게 되었던 것이다.) 판이 노래를 마치자
신성한 트몰로스는 포이부스(‘태양’ 또는
‘빛나는 자’라는 뜻으로 아폴로 신의 뱔칭) 쪽으로
얼굴을 돌리니 그의 숲도 얼굴을 따라 돌았다.
포이부스의 금발에는 파르나소스 산(그리스 포키스
지방의 산)의 월계수 관이 씌워 있었고,
티로스(티레. 고대 페니키아의 항구 도시)의
자줏빛 염료로 물들인 그의 외투는 땅바닥을 쓸었다.
포이부스는 보석과 인디아의 상아를 박아넣은
현악기를 왼손에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채를
들고 있었다. 그 자세는 그가 예술가임을 말해주었다.
이어서 그가 숙련된 엄지손가락으로 현을 뜯자,
트몰로스는 그 달콤한 가락에 매혹되어 판더러
그의 갈대(판 파이프)를 키타라(길아가 같은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에 복종시키라고
명령했다. 신성한 산신의 판정과 판단은 모든 이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미다스의
목소리는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174행—193행.

델리우스(아폴로 신의 별칭)가 그런 아둔한 귀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참다못해 그 귀를
길게 늘이고는 굵고 거친 잿빛 털로 채우고 나서
귀뿌리를 안정성 없이 만들어 움직일 수 있게 했다.
미다스는 다른 부분에서는 모두 인간이었으나
한 부분에서만 벌을 받아, 느릿느릿 걷는
당나귀의 귀를 갖게 되었다. 그는 이 사실을 감추고
싶었고, 자줏빛 모자로 자신의 관자놀이에게
수치와 치욕을 덜어주려고 했다. 하지만 무쇠로
그의 긴 머리털을 잘라주곤 하던 하인이 그 귀를 보았다. 자기가 본 수치스러운 광경을 차마 누설할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하인은 발설하고 싶었고,
침묵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하인은 외딴곳으로
가서 땅에 구덩이를 파고는 나직한 목소리로
그 구덩이에 대고 자신의 주인이 어떤 귀를 갖고
있는지 본 대로 속삭였다. 그러고는 흙을 던져 넣어
자신의 목소리의 증언을 묻고 구덩이를 도로 채운 다음
말없이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그곳에 속삭이는
갈대숲이 우거지기 시작하더니, 그 해가 끝날 무렵
키가 다 자라자 그것을 심은 자가 누군지 누설했다.
그것이 부드러운 미풍에 흔들리자 하인이 묻었던 말을
되풀이하며 그의 주인의 귀에 관한 비밀을
폭로했던 것이다.
[참고. 판 신]

시링크스는 산에 살면서 순결을
상징하는 처녀 신 아르테미스를 본받았다고 한다.
어느 날 가축떼의 신 판(Pan)이 쫓아오자 정절을
지키기 위하여 라돈 강까지 달아났는데, 강물에 막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판에게 잡히려는 순간,
강의 님프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 달라고
간청하여 갈대로 변신하였다. 시링크스를 놓치고
아쉬워하던 판은 갈대가 바람과 어울려 내는 소리에
반하여, 몇 개의 갈대 줄기를 밀랍으로 이어 붙여
피리를 만들었다. 이것이 판 파이프의 유래가
되었으며, 그래서 판 파이프 를 그리스어
시링크스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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