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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4권. 포모나(Pomona)와 베르툼누스(Vertum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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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을 돌보는 요정 포모나(pomona). 포모나는 ‘과일'이라는 뜻의 라틴어 포멈(pomum)에서 유래한 것이다). 147.5 cm x 114.5 cm. 니콜라스 푸세(1653–1733).



622행—627행.

프로카스의 인물관계도. 프로카스는 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며 아벤티누스의 아들이다. 프로카스는 누미토르와 아물리우스 형제를 낳았는데, 누미토르의 딸 레아 실비아는 전쟁의 신 마르스(아레스)와 관계를 맺은 뒤, 로의 건국 시조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를 낳았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그리고 이제는 프로카스(아이네이아스의 후손이며
아벤티누스의 아들)가 팔라티움(로마의 일곱
언덕 중 하나인 팔라티노 언덕을 말한다)의
백성들을 다스리고 있었다. 이 왕의 치세 때
포모나(과일을 돌보는 님페)가 살았는데,
라티움(오늘날 이탈리아 라치오 지방)의
나무의 요정 가운데 그녀보다 더 솜씨 있게
정원을 가꾸거나, 그녀보다
더 열심히 과일나무를 돌보는 이는 달리 아무도
없었다. 거기(과일나무)서 그녀의 이름이 유래했다.
그녀는 숲과 강(숲과 강은 나무의 요정들과 물의
요정들뿐 아니라 모든 요정의 생활 터전이다)은
사랑하지 않고, 농촌과 탐스러운 과일이 열린
나뭇가지를 사랑했다.



628행—636행.

가지치기용 낫으로 사과나무를 가꾸는 과일 요정 포모나.


그녀는 손에 투창이 아니라,
구부정한 가지치기용 낫을 들고 다니며,
그것으로 나무 웃자란 것을 잘라주기도 하고
사방으로 뻗는 가지를 가지런히 골라주기도 하고
나무껍질을 열고 작은 가지를 접붙인 다음
그 낯선 가지에 영양분을 대주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나무가 목마르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목마른 뿌리의 꼬부라진 인피(靭皮)를
졸졸 흐르는 시냇물로 적셔주었다.
이것이 그녀의 낙이자 일이었다.
그녀는 애정에는 아무런 욕구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시골 주민들의 폭행이 두려워 그녀는
과수원 문을 안에서 걸어 잠금으로써
남자들의 접근을 막고 피했다.



637행—641행.

사티로스(Satyros)와 요정들. 260 cm x 180 cm. 윌리암 아돌프 부그로(1825–1905). 사티로스들은 디오니소스(바쿠스)의 종자들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염소의 귀와 말꼬리를 가진, 슾의 정령들이다. 흔히 로마신화의 파우누스나 그리스신화의 목신(牧神) 판과 동일시되었기에 염소의 발과 뿔을 가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춤 잘 추는 젊은이들의 무리인
사티로스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염소의 귀와
말꼬리를 가진, 슾의 정령들)과,
뿔에 소나무 관을 쓰고 다니는 판들(그리스
신화의 목신들)과,
언제나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는
실레누스(그리스신화의 숲의 정령들)와,
낫과 남근으로 도둑을 놀라게 하는
그 신(푸리아푸스)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별의별 짓을 다했다.



641행—642행.

포모나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사랑에서는 베르툼누스(‘바꾸다’ ‘변화다’는 뜻의
라틴어 베르토Verto에서 유래한 것으로 계절의
변화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가 이들을
능가했다. 그러나 그가 그들보다 더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643행—653행.

포모나와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 104.1 cm x 140 cm 시저 반 에베르딩겐(1616–1678).


오오, 얼마나 자주 그는 거친 수확자의
복장을 하고 바구니에다 곡식 이삭을 운반했던가!
그는 정말이지 수확자를 쏙 빼닮았다.
베르툼누스는 가끔 관자놀이에
갓 벤 풀로 띠를 엮어 쓰고 왔는데, 베어놓은
풀을 뒤집다가 온 것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또 가끔 못 박인 손에 소몰이 막대기를 들고
나타났으니, 그가 방금 지친 황소들을 멍에에서
풀었다고 그대는 맹세했으리라.
그는 손에 낫을 들고 나뭇잎을 베거나 포도 덩굴을
가지치는 이가 되기도 했다. 그는 사다리를 메고
왔는데, 그대는 그가 과일을 따려는 줄 알았으리라.
그는 칼을 가진 군인이 되기도 했고, 낚싯대를 든
어부가 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그는 다양한 변장술
덕분에 자주 그녀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미모를 보고 즐길 수 있었다.



654행—662행.

포모나와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 코리넬리스 베르묄렌(1654–1708).


그는 또 한번은 수놓은 두건을 백발이 된
관자놀이 위에 쓰고 지팡이에 기댄 채 노파로
변장하고는 잘 손질된 정원으로 들어가
과일을 보고 경탄한 다음
"그렇지만 그대(포모나)가 훨씬 더 예뻐요."라고
그녀를 칭찬하며 몇 번씩이나 그녀에게
입맞추었는데, 그것은 실제 노파가 할 법한
그런 입맞춤이 아니었다.
꼬부랑 할머니는 풀밭에 앉아 가을의 무게에
아래로 흰 가지를 쳐다보았다. 맞은편에는
포도송이가 매달려 반짝이는, 잘생긴 느릅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662행—679행.

포모나와 노파로 변신한 베르툼누스. 윌리엄 헤밀턴(1751–1801).


그는 느릅나무와 함께 그것의
동반자인 포도 덩굴을 칭찬하고 나서 말했다.
"만약 저 나무가 포도 덩굴 없이 홀아비로 서 있다면,
그것에게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것은 잎밖에 없을
거예요. 느릅나무와 결합하여 편안히 쉬고 있는
저 포도 덩굴도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땅 위에 기대 누워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대는
저 나무의 교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을
피하며 남자와 결합할 생각을 하지 않는구려.
그대가 그러기를 원한다면 좋을 텐데! 그러면
그대는 헬레네(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로 아프로디테는 ‘인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헬레네를 지목했다)보다도,
라피타이족의 전쟁을 일으킨
그녀(히포다메이아)보다도,
대담한 울릭세스(오디세우스)의
아내(페넬로페)보다도 구혼자가 더 많을 거예요.
그대가 그들을 피하며 그들의 구혼을
거절하고 있는 지금도 일천 명의 남자와
반신들과 신들과,
알바(이탈리아 라티움 지방의 도시) 산에 사는
모든 신격이 그대를 원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대가 현명하다면,
그대가 좋은 배필을 원하고, 그들 모두 보다도 더,
아니 그대가 믿을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그대를
사랑하는 나 같은 노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면,
그대는 평범한 구혼은 물리치고 베르툼누스를
결혼 침대의 동반자로 선택하세요.
그를 위해서라면 내가 보증을 서겠어요.



680행—692행.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나는 그를 그 자신 못지않게 잘 알아요. 그는
온 세상을 공연히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 넓은 지역을 가꾸고 있어요.
대부분의 구혼자처럼 그는 첫눈에 반한 소녀라고
누구든 사랑하지 않아요. 그에게는 그대가
처음이자 마지막 정염이 될 것이며, 그대에게만
자신의 인생을 바칠 거예요. 게다가 그는 젊고,
타고난 매력이라는 복을 받았으며 온갖 모습으로
쉬이 변신할 수 있어, 무엇이든 그대가
명령만 하면 명령받은 모습이 될 거예요.
그대들은 또 취향도 같아요. 그대가 가꾸는 과일은
그가 맨 먼저 가지며, 그는 그대의 선물을 손에
쥐고는 흐뭇해하니까요. 하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그대의 나무에서 딴 과일도 아니고, 그대의
정원이 가꾸는 달콤한 액즙의 약초도 아니에요.
그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대 말고는.
그대는 그의 정염을 불쌍히 여기고,
그가 자신이 바라는 것을 내 입을 통해
몸소 간청하고 있다고 믿으세요!



692행—697행.

범죄를 추적하는 정의(필로테스)와 신성한 복수(네메시스, 응보의 여신). 1810년. 37 cm x 45.5 cm. 테오도르 제리코(1791–1824).


그대는 복수하는 신들과, 매정한 마음을
미워하는 이달리에(아프로디테의 별칭 중
하나로 그녀의 성소가 있던 키프로스 섬의
이달리움 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와,
람누시아(응보의 여신 네메시스의 별칭으로,
그리스 아티카 지방의 동북부에 있는 람누스
구역에 그녀의 신전이 있었던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의 잊지 않는 노여움을 두려워하세요!
그대가 더욱더 두려워하도록 (나는 오래
살다 보니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온 키프로스(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에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그러면 그대는 쉬이 설득되고
마음이 누그러질 거예요.



[참고. 네메시스(람누시아)]

<신들의 계보> 222행—224행.
파멸을 가져다주는 밤(밤의 여신 닉스)은
또 필멸(반드시 죽는)의 인간들에게 고통이 되도록
응보(네메시스, 응보의 여신)를 낳고,
그 다음에 기만(아파테, 기만과 사기의 여신),
정(필로테스, 정과 정의의 여신), 저주스러운
노년(노령의 남신 게라스)을 낳고,


[참고. 키프로스 섬]

고대 소아시아(현재 튀르키예 아나톨리아 반도)의 지역들. 지중해 동부에 있는 키프로스(Cyprus)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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