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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권. 시링크스(Syrin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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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신과 시링크스(1620). 175.3 cm x 134.6cm. 야콥 요르단스(1593–1678).



689행—693행.

메르쿠리우스와 아르구스(1635–1640). 49 x 64.5 cm. 야콥 요르단스(1593–1678).


그러자 신(메르쿠리우스. 헤르메스)이 말했다.
“아르카디아의 서늘한 산중에, 노나크리스(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산이자 도시)에 사는 나무의
요정(나무와 수명을 함께하는 요정. 나무가 죽으면
요정도 함께 죽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정이
한 명 있었는데, 요정들은 그녀를 쉬링크스라고
불렀소. 그녀는 사티로스(숲의 요정)들과,
그늘진 숲과 기름진 들판을 차지하고 사는 온갖
신의 추적을 피해 달아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하지만 그녀(쉬링크스)는 하는 일에서는
오르티기아(디아나 여신의 별칭 중 하나.
오르티기아는 델로스 섬의 다른 이름이다)를
본보기로 삼았고, 처녀성에서도 그점은 마찬가지였소.
디아나(처녀신) 여신처럼 허리띠를 메면, 보는
이들은 그녀(쉬링크스)를 라토나(레토)의
따님(디아나, 아르테미스)으로 여길 정도였소.
그녀(쉬링크스)의 활이 뿔로 만들어졌고,
여신(디아나)의 활이 황금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면 말이오. 그래도 보는 이들은 속곤 했지요.
어느 날 판 신(숲과 가축떼의 신)이 리카이우스
산에서 돌아오는 쉬링크스를 보고는 머리에
뾰족한 솔잎 관을 쓰고 이렇게 말했소•••.“
메르쿠리우스는 이어서 판 신이 무슨 말을 했으며,
요정(쉬링크스)이 어떻게 그의 간청을 거절하고
길도 없는 황무지를 지나 달아나다가 마침내
모래가 많은 라돈 강의 조용한 강가에 이르렀는지
이야기 하려던 참이었다. 그리고 거기 강물에 막혀
더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된 그녀가 강물 속의
언니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달라고 간청했으며,
판 신은 이제야 쉬링크스를 붙잡았다고 기뻐했으나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은 요정 대신 늪지대의
갈대(시링크스는 갈대로 변했다)뿐이었다고
말이다.



706행—714행.

판 신과 쉬링크스(17세기 중반). 51.4 x 85.6 cm. 얀 브뢰헬 2세(1601–1678).


판 신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바람이 갈대를
스치면서, 탄식하는 소리와도 같은 가느다란
소리가 났으며, 신은 이 새로운 예술과 감미로운
소리에 현혹되어 “나는 그대(쉬링크스)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언제까지든 대화를 나누리라!”
하고 외쳤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그(판 신)는
길이가 서로 다른 갈대를 밀랍으로 이어 붙인 다음
이 악기(팬파이프)에 소녀의 이름(쉬링크스)을
붙여주었던 것이다. 퀼레네 출신의
신(메르쿠리우스)은 이런 이야기를 더 하려하는데
아르구스의 눈이 모두 제압되며
잠을 못 이기고 눈꺼풀들이 감기는 것을 보았다.



715행—723행.

메르쿠리우스와 아르구스(1648–1650). 114 x 195 cm cm. 야콥 요르단스(1593–1678).


그(메르쿠리우스)는 즉시 목소리를 억누르고
아르구스의 풀어진 눈들 위로 요술 지팡이가
지나가게 하여 그자가 더 깊이 잠들게 했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낫처럼 굽은 칼(하르페)‘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자의 머리가 목에 이어지는
부위를 친 다음 피 흘리는 그자를 바위 아래로
내던져 그 가파른 절벽이 피투성이가 되게 했다.
아르구스여, 그대는 누워 있구나! 그토록 많은 눈에
들어 있던 빛도 모두 꺼져버리고, 그대의 일백 개의
눈을 하나의 밤이 차지했구나.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딸(유노, 헤라)은
이 눈들을 수습하여 자신의새(공작새)의 깃털에
옮겨 놓으며



724행—729행.

유노(헤라)와 아르구스(1611). 249 x 296 cm. 페테르 파울 루벤스(1577–1640).


그것(공작)의 꼬리를 별 같은 보석으로 가득채웠다.
유노는 당장 분노에 불탔고 복수를 뒤로 미루지
않았으니, 아르고스 출신 시앗(남편의 첩, 이오)의
눈과 마음 앞에다 공포를 안겨주는 복수의 여신을
세우고 가슴속에는 광기의 가시 막대기를 심어 온
세상을 도망 다니게 했던 것이다. 닐루스 강(나일강의
의인화된 신)이여, 그대(닐루스)가 그녀(이오)의
지난한 방황의 마지막을 장식했도다. 이오는
강가에 닿자마자 강둑에 무릎을 끓었다.


730행—733행.

이오니아해(Ionian Sea). 이오가 소의 모습으로 건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는 목을 뒤로 젖히고 유일하게 들 수 있는
얼굴을 저 높은 하늘을 향하여 들더니 한숨과 눈물과
슬픈 음메 소리로 유피테르를 원망하며 자신의
불행이 끝나게 해달라고 기원하는 것 같았다.



734행—746행.

이집트에 온 소뿔을 쓴 이오를 환영하는 이집트 여신 이시스(기원후 1세기경). 폼페이의 프레스코화.


그러자 유피테르가 두 팔로 아내(유노)의 목을
끌어안고는 이제 그만 벌을 끝내주라고 간청하며
말했다. “앞일은 염려마시오. 이오는 그대에게
결코 근심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오.”
그(유피테르)는 스튁스 강(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상)의 늪을 증인으로 불렀다.
(그리스의 신들은 맹세를 할 때 스튁스 강에
대고 하는데, 제우스라 하더라도 이 맹세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
여신(유노, 헤라)의 분노가 가라앉자 이오는
이전의 얼굴 모습을 되찾고, 본래의 이오가 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센털이 사라지고, 뿔이 오그라들고,
크고 둥근 눈이 작아지고, 쭉 찢어진 입이 좁아지고,
어깨와 손이 되돌어오고, 발굽이 사라지며 각각
다섯 개의 손발톱으로 나뉘었다. 이오에게는
눈부시게 희다는 것 말고 소의 흔적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요정(강의 요정 이오)은 다시 두 발로
서게 된 것에 만족하고 똑바로 섰다. 하지만
암소처럼 음매하고 울까 봐 말하기가 두려웠고
겁에 질린 채 오랫동안 쓰지 않던 말을
한마디씩 시험 삼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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