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르메스와 아르고스(1620). 241cm x 202 cm. 야콥 요르단스(1593–1678).
625행—632행.

아르구스의 머리에는 백 개의 눈이 있었다.
한 번에 두 개씩 돌아가며 휴식을 취했고,
나머지 눈들은 치켜뜨고 파수(지킴이)를 보았다.
그(아르구스)는 어떤 자세로 서 있든 이오를
감시할 수 있었으니, 설령 그가 등을 돌려도
이오는 그의 눈들 앞에 있었다.
그는 그녀(이오)에게 낮에는 풀을 뜯게 했고,
대지 아래로 해가 깊숙이 지고 나면 가두고
그녀의 목에 모욕적인 고삐를 채웠다.
이오는 나뭇잎과 쓰디 쓴 풀을 뜯어먹었다.
633행—659행.

불행한 그녀는 늘 침상 대신 풀이 나 있는 것도 아닌
땅바닥에 누웠고, 진흙투성이 강물을 마셨다. 그녀는
아르구스에게 팔을 내밀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녀에게는 내밀 팔이 없었고, 투덜거리고 싶어도 입에서는 소 울음소리가 나왔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랐고 제 목소리가 무서워졌다. 또 그녀는 가끔
뛰놀던 이나쿠스 강의 강둑으로 갔다가 물에 비친 괴상한 제 뿔을 보고는 깜짝 놀라 질겁하고 자신의 모습 앞에서 도망쳤다 물의 요정들도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했고,
이나쿠스(이오의 아버지) 역시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이오)는 아버지와 언니들을 따라 다니며 자신을
쓰다듬게 내버려두었고 감탄하는 그들에게 자신을
내맡겼다. 연로한 이나쿠스가 풀을 좀 뜯어
암소에게 내밀자, 이오는 아버지의 손을 핥고 손바닥에 입맞추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그녀는 제 이름과 슬픈 운명을 말하며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 대신 발굽으로 땅바닥에
글을 써서 자신이 변신하게 된 슬픈 사연을
알렸다. 아버지 이나쿠스는 깜짝 놀라 소리지르며
신음하고 있는, 눈처럼 흰 암송아지의 뿔과 목에
메달렸다. “아아, 슬프도다!” 그(이나쿠스)는 탄식했다. “네(이오)가 비로 내가 온 세상을 찾아 헤메던
내 딸이란 말이냐? 차라리 너를 찾지 못했더라면
찾았을 때보다 이 고통은 더 가벼웠을 것을! 너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한숨 쉬며 음매하고 우는구나.
하기는 네(이오)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더 있겠느냐! 이런 줄도 모르고 나는 너를 위해
신방과 결혼식 때의 햇불을 준비하며
먼저 사위를 보고, 곧 손자 보기를 바라고 있었지.
659행—681.

하지만 이제 너(이오)는 소떼 중에서 네 남편감과
아들을 찿을 수밖에 없게 되었구나.
나(이나쿠스)는 이토록 큰 슬픔을 죽음으로도
끝낼 수 없으니 내가 신(강의 신)이라는 것이
괴롭구나. 죽음의 문은 내게 닫혀 있고 내 슬픔도
영원토록 지속되어야 하니 말이다.“ 그가 이렇게
탄식하고 있을 때, 눈이 별처럼 총총한 아르구스가 그를 밀치고 딸을 아버지에게서 떼어내 먼 풀밭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진 높은 산꼭대기
위에 앉아 사방으로 망을 보았다.
하늘의 신들의 통치자(유피테르, 제우스)는
포르네우스(이오의 오빠)의 누이(이오)의 그토록
큰 고통을 보다 못해, 반짝이는 플레이아데스(여기서는 플레이아데스 중 한 명인 마이아를 말한다)가
낳아준 아들(메르쿠리우스, 헤르메스)을 부르더니
그에게 아르구스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메르쿠리우스는 지체 없이 ‘날개 달린 샌들(탈라
리아)‘을 매어 신고, 잠을 가져다주는 지팡이를
강력한 손에 들고 모자를 썼다.이렇게 차려입고
유피테르(제우스)의 아들(메르쿠리우스, 헤르메스)은
아버지의 성채(궁전)에서 대지로 뛰어내렸다.
그곳에서 그는 모자를 벗고 날개를 치우더니
지팡이만 손에 들었다. 이것으로 그는 도중에 모은
염소떼를 몰고 목자처럼 호젓한 시골길을 지나가며
손수 만든 목적(목동의 피리)을 불었다. 유노(헤라)의
파수꾼(아르구스)은 그 신기한 피리 소리와 재주에 현혹되었다. “이봐요, 그대가 누구든 이 바위에 나와 나란히 앉아도 좋아요.“ 아르구스가 말했다. “가축떼룰 워하여 이보다 풀이 많은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그대도
보다시피 이곳에는 목자를 위한 서늘한 그늘도 있소.”
[참고]

플레이아데스들은 아틀라스의 일곱 딸들로 사냥꾼
오리온에게 쫓기다가 유피테르(제우스)에
의해 하늘로 옮겨져 성단(별들의 집단)이 되었는데,
마이아(Maia),
엘렉트라(Electra),
타위게타(Taygeta),
알퀴오네(Alcyone),
켈라에노(Caleane),
스테로페(Sterope),
메로페(Merope)와 그녀들의 부모 아틀라스(Atlas)와
플레이오네(Pleione) 이름이 붙어있다.
681행—688행.

그러자 아틀라스(마이아의 아버지)의
외손자(메르쿠리우스, 헤르메스)는
그(아르구스) 곁에서 온갖 이야기로 무료함을
달랬고, 갈대 피리를 불어 그자의 깨어있는 눈들을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아르구스는 부드러운 잠을
물리치려고 애썼고, 또 그자의 눈들 중 일부는
깨어 있었다. 또 그자는 어떻게 해서 그것(피리)이
(갈대 피리는 근래에 발명되었으므로)
만들어졌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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