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63행—682행.

이제 힙포테스의 아들(바람을 지배하는 신 아이올루스)이 바람들을 영원한 감옥에 가두고, 사람들을 일하라고
깨우는 루키페루(루시퍼 Lucifer ‘빛을 가져다
주는 자‘라는 뜻. 샛별, 새벽별)가 가장 밝게 하늘 높이
솟았다. 그때 페르세우스는 날개(탈라리아의 날개)를
도로 집어 들어 두 발에 매어 신고 허리에
구부정한 칼(하르페)을 차더니 ‘날개 달린 샌들(탈라리아)’을 저으며 맑은 그(페르세우스)는 주위로, 아래로
수많은 부족을 뒤로한 채 날아가다가 마침내
아이티오피아의
백성과 케페우스(아이티오피아의 왕)의 나라를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어머니(케페우스의 아내이자 안드로메다의 어머니)가
한 말의 죗값을 죄 없는 딸 안드로메다가
대신 치르라고
암몬(숫양 모양의, 이집트 및 리뷔에의 신)이 부당한
판결을 내린 터였다. 아바스의 증손자(페르세우스)는
안드로메다가 단단한 바위에 두 팔이 묶인 것을
보자마자 (가벼운 미풍에 그녀의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고, 그녀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지 않았다면 그녀를 대리석상으로 여겼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불길에 사로잡혀 정신이 멍했고
자신이 본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하마터면 공중에서 날개짓하는 것도 잊어버릴 뻔했다. 그는 그녀 앞으로
내려갔다. “오오, 그대에게 이런 사슬은 당치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묶어주는
사슬이라면 몰라도 그대의 나라와 그대 자신의
이름과, 왜 그대가 사슬을 차고 있는지 내 물음에
대답해주시오. ”안드로메다는 처음에는 말이
없었으니, 처녀라서 남자에게 감히 말을 건네지
못했던 것이다.
683행—703행.

그녀는 손이 묶여 있지 않았더라면 두 손으로
수줍게 얼굴을 가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샘솟는 눈물로 두 눈을
가득 채우는 것뿐이었다. 계속되는 재촉에 그녀는
자신의 허물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나라 이름과 자기 이름, 그리고 자기 어머니가
스스로 아름답다고 얼마나 호언장담했는지
말해주었다. —안드로메다의 어머니인 카시오페
왕비는 바다의 여신 네레이데스 자매들을 다 합친
것보다 자신이 더 예쁘다고 뽐냈다. 이에 진노한
네레이데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저 오만한
인간들을 벌주도록 간청했다—
그런데 그녀(안드로메다)가 하던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바다에서 요란한 소음이 이는
가운데 한 괴물이 광대한 바다 위로 올라와 모습을
드러내더니 가슴 밑으로 바닷물을 넓게 갈랐다.
소녀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상심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바닷가에 있었다. 둘 다 비참하고 애통한
심정이었지만, 어머니가 더했다. 그들은 딸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해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치며,
묶여 있는 소녀의 몸에 매달릴 뿐이었다. 그러자
나그네(페르세우스)가 말했다. “눈물을 흘릴 시간은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으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나 페르세우스는
유피테르와, 갇혀 있을 때 유피테르께서 풍요한
황금 소나기로 가득 채우셨던 여인(다나에)의
아들이오. 나 페르세우스는 머리털이 올올이 뱀인
고르고(메두사)를 무찌른 다음 날개를 퍼덕이며
감히 대기와 바람 사이를 지나왔으니, 내가
그녀에게 구혼한다면 사위로서 누구보다도
선호되어야 마땅할 것이오. 하지만 나는 그토록
큰 구혼 선물에, 신들께서 호의를 베푸신다면,
새로운 공적을 추가할 것인즉, 내 용기가 그녀를
구출할 때 그녀는 내 것이 된다고 약조하겠소?“
[참고]

[참고]

[참고]

703행—730행.

그녀의 부모는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는 (하긴
망설일 자가 있겠는가?) 도와달라고 간청하며
그에게 왕국을 지참금으로 얹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보라, 마치 날랜 배가 젊은이들의 땀 흘리는 팔에
밀려 뾰족한 뱃머리로 바닷물을 누비듯이,
꼭 그처럼 괴물은 가슴으로 들이받으며 파도를
갈랐다. 그 괴물이 바위에서, 발레아레스족(지금의
마요르카 및 미노르카 섬에 살던 부족)의 투석기가
하늘 한가운데로 빙빙도는 납덩어리를 내던질 수
있는 거리만큼 떨어졌을 때, 갑자기 젊은이가
두 발로 땅을 차고 뛰어오르더니 구름 속으로 높이
치솟았다. 바다의 수면에 영웅의 그림자가 보이자
괴물은 눈에 보이는 그림자를 미친 듯이 공격했다.
마치 유피테르의 새(독수리)가 텅 빈 들판에서
뱀이 얼룩덜룩한 등을 햇볕에 맡기고 있는 것을
본 순간 뒤에서 녀석을 덮쳐 녀석이 그 사나운
입을 뒤로 틀지 못하도록, 비늘 덮인 목덜미를
탐욕스러운 발톱으로 휘어잡듯이 꼭 그처럼
이나쿠스의 자손(페르세우스)은 빈 하늘을 지나
재빨리 거꾸로 내리꽂히며 괴물의 등을 공격했고,
울부짖는 괴물의 오른쪽 어깨에 칼자루가 다
들어가도록 굽은 칼(하르페)을 깊이 박았다.
괴물은 중상을 입고 때로는 하늘 높이 솟구치는가
하면, 때로는 물밑으로 들어가기도 했으며, 때로는
짖어대는 개떼에 에워싸인 겁에 질린 멧돼지처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다. 페르세우스는 탐욕스럽게
낚아채려는 괴물의 입을 날랜 날개로 피하며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구부정한 칼(하르페)로
처댔으니, 때로는 빈 조개껍질로 덮인 등을,
때로는 옆구리의 갈빗대를, 때로는 꼬리가 가장
가늘어지며 물고기로 변하는 곳을 쳤던 것이다.
괴물은 입에서 점차 자줏빛 피가 섞인 바닷물을
토해냈다. 그사이 날개들이 물보라에 젖어
무거워지자 페르세우스는 물에 젖은,
‘날개 달린 샌들(탈라리아)’에 더이상 의지할
수가 없었다.
731행—755행.

그래서 그(페르세우스)는 바닷물이 잔잔해지면서
꼭대기가 밖으로 드러났다가 바다가 요동을 치면
덮이는 바위를 보아두었다가, 거기에 몸을 기댄 채
왼손으로 바위 꼭대기를 꼭 붙잡고는 괴물의
내장을 칼로 서너 번 거푸 찔렀다. 그러자 요란한
박수갈채가 해안과 하늘에 있는 신들의 궁전이
떠나가라 터져 나왔다. 카시오페와 아버지
케페우스는 기뻐하며 그를 사위로 맞이했고,
그를 가문의 버팀목이자 구세주라고 불렀다.
그의 노고의 보상이자 원인인 소녀는 사슬에서
풀려나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페르세우스는
길어온 물에 승리를 쟁취한 두 손을 씻으며,
고르고(메두사)의 뱀 머리가 딱딱한 모래에
찰과상을 입지 않도록 땅바닥을 나뭇잎으로
부드럽게 하고 그 위에 해초를 깐 다음
포르퀴스의 딸 메두사의 머리를 올려놓았다.
갓 따온 해초는 아직도 살아 있고 줄기 속까지
구멍이 나 있었으나 괴물의 힘을 빨아들이며
괴물과 닿자 굳어지더니 줄기와 잎이 이상하게도
딱따해졌다. 바다의 요정들이 이 기적을 몇몇 다른
줄기에 시험해보고는 마찬가지로 똑같은 일이
일어나자 이를 기뻐하며 거기에서 씨를 받아
바닷물 위에다 자꾸 뿌렸다. 지금까지도
산호들 속에는 같은 성질이 남아 있어, 그것들은
대기에 닿으면 굳어지고, 물속에서는 나긋나긋한
가지였던 것이 물위에서는 돌이 되는 것이다.
페르세우스는 세 분신을 위하여 그만큼 많은
잔디 제단을 쌓았으니, 왼쪽 것은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의 제단, 오른쪽 것은
호전적 처녀신(미네르바, 아테네)이여, 그대의 제단,
가운데 것은 유피테르(제우스) 것이었다.
755행—771행.

미네르바(아테네 여신)에게는 암소가, 날개달린
신(메르쿠리우스, 헤르메스)에게는 송아지가,
최고신이시여, 그대(제우스)에게는 황소가 제물로
바쳐졌나이다. 그(페르세우스)는 당당하게 자신의 위대한 업적에 대한 상으로 안드로메다를 요구했고
지참금은 받지 않았다. 휘메나이우스(결혼의 신)와
아모르(쿠피도, 에로스)가 앞장서서 결혼식
횃불을 흔들었다. 향불이 넉넉하게 피워졌고
지붕에서는 화환이 드리워졌다. 그리고 도처에
뤼라(길이가 같은 5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와 피리와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으니,
이것들은 모두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증거였다. 문이 열리며 황금 홀이 완전히 드러나자
케페우스(아이티오피아의 왕)의 귀족들은
성대하게 차려진 왕의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너그러운 박쿠스(포도의 신)의 선물(포도주)로
마음이 흥겨워졌을 때 륑케우스의
자손(페르세우스)이 이 나라의 특성과 농사와
이곳 백성의 품성과 기질에 관해 물어보았다.
연회에 참석한 자들 가운데 한 명이 그의 물음에
대답하고 나서 즉시 이렇게 말했다. “가장 용감한
페르세우스여, 청컨대 이제 그대가 어떤 용기와
어떤 재주로 머리털이 올올이 뱀인
고르고(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왔는지 말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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