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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6권. 리키아(Lycia)의 농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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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로 변하는 리키아의 농부들(15세기).



313행—334행.

제우스와 레토의 쌍둥이 남매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의 탄생(1692). 175 x 210 cm. 마르칸토니오 프란체스키니(1648–1729).

남녀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그토록 공공연히
여신(라토나, 레토)의 노여움이 드러나는 데 겁을
먹었다. 그리하여 모두 쌍둥이(레토의 자녀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신의 어머니(레토)인 위대한 여신을전보다 더 지극히 공경했다. 흔히 그러하듯, 이즈음일어난
사건은 옛일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 중
한 명이 말했다. “기름진 리키아 평야에서도 옛날에
여신(레토)을 깔보다가 벌받은 농부들이 있었지요.
등장인물들이 지체가 높지 않아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놀라운 이야기요. 나는 그 못과 기적으로
유명해진 그 장소를 직접 보았소. 내 아버지께서
어느새 연민해져 여행하시기가 어려워 나더러
그리로 가서 가려 뽑은 소떼를 몰고 오라 하시며
그곳 출신 길라잡이까지 붙여주셨기 때문이오.
내가 그와 함께 풀이 무성한 풀밭을 지나가고
있는데, 보라, 호수 한가운데 제물 바칠 때의 불에
시커멓게 그을린 오래된 제단 하나가 흔들리는
갈대에 둘러싸인 채 서 있었소. 길라잡이가 멈춰
서더니 두려운 듯 ‘내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고
중얼 거렸소. 내가 그 제단이 물의 요정들의 것인지,
파우누스(숲과 가축떼의 신, 그리스의 신 판Pan)의
것인지, 또는 어떤 토착신의 것인지 묻자, 이방인이
이렇게  말했소. ‘젊은이여, 이 제단에는 어떤 산신이
살고 있는 게 아니오. 이곳을 자기 처소로 요구하는
이는 전에 하늘나라의 여왕(제우스의 정실 부인
유노, 헤라)이 온 세상에다 받아주지 말 것을 명했던
바로 그 여신(레토), 표류하던 델로스(에게 해에
있는 섬)가 가벼운 섬으로서 바다 위를 떠다닐 때
간절한 부탁을 받고는 가까스로 받아준
그 여신(레토)이오.



[참고]

소아시아 지역(오늘날 트뤼키예의 아나톨리아
반도). 기원전 500년 지도. 연두색 표시의
리키아(Lycia).

리디아(Lydia). 프리기아(Phrygia).
반도 북쪽에는 흑해(BLACK SEA), 남쪽에는
지중해(MEDITERRANEAN SEA), 서쪽에는
에게해(AEGEAN SEA)가 있다.


[참고]

레토와 그녀의 썽둥이 자녀인 아폴론과 아르테미스. 기원후 350년—400년경.



[참고]

요정 시링크스와 ‘판 파이프(Pan’s Pipe)’를 불고 있는 신 판(Pan). 월터 크레인(1845–1915).


시링크스(Syrinx)는 산에 살면서 순결을
상징하는 처녀 신 아르테미스를 본받았다고 한다.
어느 날
가축떼의 신 판(Pan)이 쫓아오자 정절을 지키기
위하여 라돈 강까지 달아났는데, 강물에 막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판에게 잡히려는 순간,
강의 님프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 달라고
간청하여 갈대로 변신하였다. 시링크스를 놓치고
아쉬워하던 판은 갈대가 바람과 어울려 내는 소리에
반하여, 몇 개의 갈대 줄기를 밀랍으로 이어 붙여
피리를 만들었다. 이것이 판 파이프의 유래가
되었으며, 그래서 판 파이프 를 그리스어
시링크스라고도 한다.


335행—341행.

레토를 조롱하는 리키아의 농부들(1601). 얀 브뤼겔(1568–1625).


그곳에서 라토나(레토)는 종려나무와 팔라스(아테나
여신의 별칭)의 나무(올리브 나무)에 기대어 의붓어머니(헤라.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의붓어머니)의 의사에
반해 쌍둥이 남매(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낳았지요.
갓 해산한 여신(레토)은 둘 다 신인 갓난아이들을 가슴에 안고 유노(헤라)를 피해 도망쳤다고 하오.
그리하여 이제 불볕이 들판을 뜨겁게
내리쬐는 가운데 키마이라(앞은 사자의 머리에 가운데는 염소의 머리와 용의 꼬리를 가진 괴물)의 고장인 리키아 땅의 경계에 이르렀을 때, 여신은 오랜 노고에 지친 데다 불볕더위에 목이 바싹 말라 있었고,


[참고]

키마이라(기원전 400년경). 높이(78.5 cm), 길이(129 cm). 재질(청동).


<신들의 계보> 318행—325행.
에키드나는 또 제압할 수 없는 불을 내뿜고 무섭고 크고 발 빠르고 강력한 키마이라(티폰과 에키드나의 괴물)를 낳으니, 키마이라는 머리가 셋으로, 하나는 눈을
부라리는 사자의 머리고, 하나는 암염소의 머리고,
하나는 강력한 용의 머리였다. [그것은 앞은 사자고
뒤는 용이고 가운데는 암염소였으며 타오르는 불의
강력한 힘을 내뿜었다.] 그러나 키마이라를
페가수스(포세이돈과 메두사의 천마)와
고귀한 벨레네폰테스(포세이돈의 아들)가 죽였다.


342행—367행.

물을 마시려는 라토나(레토). 1649. 벤체슬라우스 홀라르(1607–1677).


아이들은 게걸스럽게 어미의 젖을 모두 빨아 먹었소.
마침 여신은 계곡 저 밑에서 중간 크기의 호수를
발견했는데 농부들이 그곳에서 무성한 고리버들과
골풀, 늪이 좋아하는 갈대를 모으고 있었소.
티탄(티탄 신족 코이오스와 포이베)의 딸(레토)은
물가로 다가가 땅에 무릎을 꿇고는 시원한 물을
마시려 했지요. 한데 농부 무리가 마시지 못하게
했소. 그래서 여신(레토)이 이렇게 말했소
‘왜 그대들은 물을 못 마시게 하는 거죠? 물은
누구나 마실 권리가 있어요. 자연은 햇빛도 공기도
맑은 물도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만들지 않았어요.
나는 만인에게 주어진 선물을 찾아온 거예요.
한데도 그것을 달라고 그대들에게
탄원하고 간청하고 있어요. 여기서 멱을 감거나 지친
사지를 씻으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갈증을 식히려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입이 마르고,
목이 타고, 목구멍에서는 말도 나오지 않아요. 한 모금의 물은 내게 넥타르(신들이 마신다는 음료)가 될 것이며,
나는 물과 함께 생명을 받았다고 고백할 거예요.
그대들은 물로 내게 생명을 주게 될 거예요.
내 젖가슴에서 그대들을 향해 작은 손을 내밀고 있는
이 어린 것들을 불쌍히 여기세요!‘ 과연 아이들은
팔을 내밀고 있었소. 여신의 부드러운 말에 어느
누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소? 하지만 여신이
간청해도 그들은 한사코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며
떠나지 않으면 봉변을 당할 것이라고 위협하며
욕설까지 퍼부었소.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아 그들은
손발로 호수의 물을 탁하게 했고, 심술 부리느라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면서 호수 밑바닥에서
부드러운 진흙을 휘저어 올렸지요. 여신은 화가 나
이제 목마름도 잊었소. 코이우스(코이오스)의
따님(라토나, 레토)은 이제 그럴 가치도 없는
자들에게 탄원하지도 않았고,


368행—374행.

별들을 향해 말하는 라토나(Latona). 니콜라 드 로네(1739–1792).


여신답지 않은 겸손한 말을 쓰는 것을 더는 참지  못했소. 여신은 별들을 향해 두 손을 높이 들고 ‘너희는 영원히
그 못 속에서 살거라!‘ 라고 말했소. 여신의 바람대로
되었소. 농부들은 물밑에 있는 것이 즐거웠으니,
때로는 에워싸는 늪의 물속에 잠수하는 것이,
때로는 머리를 내미는 것이, 때로는 수면에서 헤엄치는 것이 그러했소. 그들은 가끔은 못 둑에 앉기도
하고, 가끔은 찬 호수 물에 도로 뛰어들기도 했소.



[참고]

별들을 향해 말하는 레토(Leto)와 리키아의 농부들. 장 주브네(1644–1717).



374행—381행.

개구리로 변하는 리키아의 농부들


하지만 지금도 그들은 이전처럼 말다툼을 하며
상스러운 혀를 놀려대고 있으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물밑에 들어가서도 악담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지요.
어느새 그들은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목은 납작하게
부어오르고, 노상 말다툼하느라 쭉 째진 입이 더욱
찢어졌소. 어깨는 머리와 맞닿아서 목이 사라져버린
것 같았소. 등은 초록색이고, 몸의 가장 큰 부분인 배는
흰색이었소. 그리하여 새로 생겨난 개구리들로서
그들은 진흙 못 안을 펄쩍펄쩍 뛰어다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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