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5권. 케레스(데메테르)와 프로세르피나(페르세포네).

반응형
플루토(하데스)에 의한 프로세르피나(페르세포네)의 납치. 1621–1622. 225cm. 잔 로렌초 베르니니(1598–1680).



332행—345행.

무사 여신 칼리오페(18세기). 마르첼로 바차렐리(1731–1818).


키타라(길이가 같은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
악기) 반주에 목소리를 맞추며 그녀(9명의 피에리데스    중 한 명)는 거기까지 노래했어요. 이번에는 우리
아오니아(보이오티아 지방의 일부로 그곳에 헬리콘
산이 있다) 자매들(9명의 무사 여신들)에게 노래를
하지만 여신(아테네 또는 미네르바 여신)이시여,
혹시 그대는 시간이 없어 우리의 노래에 귀기울일
여가가 없는 것은 아닌가요?“ ”망설이지 말고
그대들의 노래를 순서대로 들려주세요!“라고 말하고
팔라스(전쟁의 여신 아테네의 별칭)는 쾌적한 나무
그늘에 자리잡고 앉았다. 무사 여신이 대답했다.
”우리는 대표로 칼리오페(무사 여신들의 장녀로
‘서사시’를 관장) 한 명을 뽑아 시합에 나서게 했어요.
그녀는 일어서서 흘러내리는 머리털을 담쟁이덩굴로
묶더니 엄지손가락으로 구슬픈 소리를 내는
현들(키타라의 현들)을 시험해본 뒤 현을 쳐서 반주하며 이런 노래를 불렀어요. ‘케레스(‘곡식과 수확‘의 여신.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여신이 처음으로 흙덩이를
굽은 보습으로 갈아엎으시고, 처음으로
세상에 곡식과 부드러운 식량을 주시고, 처음으로
법을 정해주셨으니—케레스의 별칭 중 하나는
테스모포로스(Thesmophoros)인데 ‘법을
만드는 자’라는 뜻이다—모든 것이 케레스의 선물이에요.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그녀를 노래해야 할 거예요.
원컨대 내가 여신에게 합당한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여신께서 내 노래에 합당하다는 것은 확실하니까요.



[참고]

무사 석관(石棺). 기원후 2세기 전반기. 높이(92 cm), 세로(28 cm),가로(206). 무사 여신들과그들의 선도자 아폴론.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칼리오페, 탈레이아, 텔프시코레, 에우테르페, 폴리힘니아, 클리오, 에라토, 우라니아, 멜포메네.

<신들의 계보> 75행—80행.
올림포스의 집들에 사시는 무사 여신들은, 위대한
제우스에게서 태어난 아홉 딸들인 클리오(역사를
관장, 나팔과 월계관이 상징물), 에우테르페(피리와
서사시를 관장), 탈레이아(희극과 목가를 관장),
에라토(리라와 서정시를 관장), 폴리힘니아(찬신가와
무언극을 관장), 우라니아(천문학), 칼리오페(서사시).    칼리오페는 그분들 모두 중에서 가장 빼어나셨으니,
존경스러운 왕자들과도 함께하신다.


346행—374행.

시칠리아(시킬리아)의 지형. 고대 로마 시대에는 삼각형 모양의 모습을 따서 트리나크리스(라틴어 Trinacris)로 불렸다. Mount Etna(아이트나 또는 에트나 화산). 시라쿠사이(Syracuse).


거대한 섬 트리나크리스(‘세 모서리의 섬’이라는
뜻으로 시킬리아의 별칭이며 이 섬의 생김새에서
유래한 이름이다)가 기가스(여기서는 튀포에우스
또는 튀폰을 말한다)의 사지 위에 내던저져 엄청난
무게로 튀포에우스(튀폰. 지하 감옥의 신
타르타로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자식)를
짓누루니, 그자는 감히 하늘의 궁전을 바라던 자예요.
가끔은 용을 쓰며 다시 일어서려고 몸부림치지만,
그자의 오른손은
아우소니아(이탈리아, 특히 남이탈리아를 말한다)의
펠로로스<Peloros. 시킬리아의 북동쪽에 있는
곶(串. 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으로 이탈리아 쪽으로 뻗어 있어
’아우소니아의 펠로로스’라고 한 것 같다>에
눌려 있고, 왼손은 파퀴노스(시킬리아의 남동쪽에 있는 곶)여, 그대에게, 두 다리는 릴뤼바이움(시킬리아의
서쪽 끝에 있는 곶)에게 눌려 있어요. 그리고
아이트나(시킬리아의 화산)가 그자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어 사나운 튀포에우스(튀폰)는 그 아래
등을 깔고 누워 재를 던지며 입에서 화염를 토하지요.
그자는 가끔 대지의 무게를 밀어내고 도시들과
큰 산들을 몸에서 굴리려고 애를 쓰곤 해요. 그러면
대지가 흔들리며, 침묵하는 자들(죽은 이들)의
왕(하데스, 플루토)도 혹시 땅이 갈라져 쩍 벌어지면서
햇빛이 들어와 떨고 있는 그림자들(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서 실체 없는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믿었다)을 놀라게
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요. 이런 재앙이 두려워
왕(저승의 왕 하데스)은 어둠의 왕국(지하 세계)에서
나와 검은 말들이 끄는 마차를 타고 시킬리아 땅을
돌며 그 기초를 조심스럽게 살펴보았어요.
그(하데스)는 무너질 위험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음을
충분히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지요.
그때 에뤼키나(아프로디테의 별칭 중 하나로 그녀에게
바쳐진 시킬리아의 에뤽스 산에서 유래한 이름)가
자신의 산(시킬리아 서북쪽에 있는 에뤽스 산)에
앉아 있다가 그(하데스)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는
날개 달린 아들(에로스, 쿠피도)을 껴안으며 말했어요.
<내 무기이자 팔이자 내 권세인 내 아들 쿠피도야,
너는 모든 것을 정복하는 그 무기(활)를 집어 들어
우주의 통치권을 삼분할 때 ‘마지막 몫(지하 세계)을
제비로 뽑은—첫 번째 몫인 하늘은 제우스에게, 두 번째 몫인 바다는 포세이돈에게 돌아가고,하데스에게는
세 번째 몫인 지하 세계가 돌아갔다는말—저 신(하데스)의 가슴에다 네 날랜 화살(사랑의 화살)을 쏘도록 해라. 너는 하늘의 신들과 유피테르(제우스)마저도 지배한다. 너는 바다의 신들은 물론이고 바다의 신들을 지배하는
신(포세이돈, 넵투누스) 자신도 정복하고 지배한다.
그렇거늘 왜 타르타라(지하 세계)는 남겨두는가? 왜
너는 네 어머니의 왕국과 네 왕국을 늘리지 않는 게냐?
이것은 우주의 삼분의 일이 걸린 문제다. 우리는
느긋하게 참다가 하늘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내
권세와 더불어 아모르(‘사랑’이라는 뜻으로 쿠피도를
달리 부르는 이름)의 권세도 줄어들고 있다.


375행—395행.

퀴아네와 납치 당하는 프로세르피나(1573). 70 x 97 cm. 크리스토프 슈바르츠(1545–1593).


너(에로스)는 팔라스(아테네 여신의 별칭)와
디아나(아르테미스)가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것이
보이지도 않느냐?—아테네와 아르테미스 이 두 여신은 끝까지 처녀신으로 남는다—그리고 케레스의
딸(프로세르피나, 유피테르와 케레스의 딸)도 우리가
내버려두면 처녀신이 될 것이다. 그녀도 똑같은
희망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네가 우리 공동의
왕국에 조금이라도 긍지를 느낀다면 그것을 위해
여신(프로세르피나)을 백부(플루토. 플루토는
유피테르의 친형이기에 플루토는 프로세르피나의
백부가 된다)와 결합시키도록 해라!>
베누스(아프로디테)가 이렇게 말하자
쿠피도(에로스)가 화살통을 열고는 어머니의 뜻대로
일천 개의 화살 중에서 하나를 고르니, 그보다 더
날카롭고 더 확실하고 활의 말을 더 잘 듣는
화살은 없었어요. 그는 무릎에 대고 나긋나긋한
활을 구부리더니 미늘(화살촉) 달린 화살(사랑의 화살)로 디스(저승의 신 플루토의 별칭))의 심장을 꿰뚫었어요.    헨나시의 성벽에서 멀지 않은 곳에 페르구스라는
물이 깊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미끄러지듯 흘러가는
강물 위에서 카위스트로스(소아시아 뤼디아 지방의
강으로 에페수스 근처에서 에게 해로 흘러든다.
백조가 많기로 이름난 강) 강도 이 호수보다 더 많은
백조의 노랫소리를 듣지는 못해요. 호수 주위로 빙 돌아가며 숲이 물을 에워싸고 있어, 그 나뭇잎이 차일(遮日, 햇볕을 가리기 위해 치는 포장)처럼 포이부스(태양)의
햇살을 막아주고 있어요. 나뭇가지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촉촉한 땅에는 온갖 색깔의 꽃이 만발해
있지요. 그곳은 늘 봄이에요. 이 원림(原林, 자연 그대로의 숲)에서 프로세르피나가 놀면서 제비꽃이나 흰
백합을 꺽고 있었어요. 그녀가 소녀답게 열심히
바구니와 옷자락을 가득 채우며 또래들보다 더 많은
꽃을 모으려고 애쓰는 동안, 디스(플루토)가
그녀를 보고는 보자마자 원하여 납치했어요.


396행—404행.

플루토에게 납치당한 프로세르피나(19세기). 135 x 98 cm. 요제프 안톤 코흐(1768–1839).


그(플루토)의 사랑은 그만큼 조급했어요.
여신(프로세르피나)은 겁에 질려 애절하게
어머니(케레스)와 동무들을 불렀으나, 어머니를
더 자주 불렀지요. 그리고 프로세르피나가 입고 있던
옷의 어깨 부분이 찢겨 나가자 옷자락이 흘러내리며
거기에 모아둔 꽃들도 떨어져 흩어졌어요.
순진하고 어린 소녀는 그 와중에도 꽃을 잃는 것이
마음 아팠어요. 그녀를
납치한 자(플루토)는 마차를 몰면서 말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격려했고, 검은 물을 들인 고삐를
말들의 목과 갈기 위에서 흔들어댔어요.
그는 말들을 급히 몰아 깊은 호수들과, 대지의
갈라진 틈 사이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유황내
나는, 팔리키들(제우스와 요정 탈리아의 쌍둥이 아들로
시칠리아의 팔리카 도시의 유황 못가에 그들의
신전이 있었다)의 못들을 지나고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 코린토스 출신인
바키아다이(헤라클레스의 자손인 바키스의 후손으로
코린토스의 오래된 왕족이다. 그들은 시칠리아로 건너가 시라쿠사이 도시를 세웠다) 가(家)가 크기가 다른
두 항구 사이에 도시(시라쿠사이)를 세운 곳을
지나갔어요. 키아네(시라쿠사이 근처의 아나피스 강으로
흘러드는 샘과 그 요정)와 아레투사(엘리스 지방의
샘 및 그 요정으로 하신 알페우스가 겁탈하려 하자
지하로 숨어들어 시라쿠사이 도시 옆의 오르티기아
섬에서 다시 솟아 올랐다고 한다) 사이에
만(灣)이 하나 있는데


[참고]

코린토스 지협(Isthmus von Korinth).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 코린토스 지협(Isthmus von   Korinth)은 서쪽의 코린토스 만(Golf von Korint
과 동쪽의 사로니코스 만(Saronischer Golf)을
말한다. 코린토스 운하(Kanal von Korinth).



410행—452행.

요정 퀴아네와 플루토에게 납치 당하는 프로세르피나. 세부 사항.

그 물은 좁은 곳(串. 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들로 둘러싸여 있지요. 이곳에
시킬리아의 요정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퀴아네가
있었는데, 못 이름도 그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었어요. 퀴아네는 허리까지 상반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연못 한가운데에서 서 있다가 납치당하는
소녀(프로세르피나)를 알아보고 말했어요. <그대들은
더는 못 갑니다. 케레스의 뜻을 거스른 그대(플루토)가
여신(케레스)의 사위가 될 수는 없었요.
—플루토는 케레스의 친동생이다—
소녀(프로세르피나)에게 청혼을 해야지 납치를
하다니요. 작은 것을 큰 것에 견주어도 된다면,
나(퀴아네)도 아나피스에게 사랑받았으나 내가 결혼한 것은 그에게 청혼받았기 때문이지, 이 소녀처럼
겁에 질려서가 아니에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리며 그의 길을 막았어요.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아들(플루토, 하데스)은
더 이상 노여움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시무시한 말들을
재촉하며 강한 팔로 왕홀을 휘둘러 못의 맨 밑바닥을
쳤어요. 그러자 타르타라(지하 세계)까지 길을
열더니 곤두박질 치는 마차를 쩍 갈라진 틈 한가운데로
받아들였어요. 퀴아네는 소녀가 납치당하고 자신의
샘의 권리가 무시당하자 이를 슬퍼하여 아무도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말없이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끝없는 눈물로 완전히 소진되어 얼마 전까지도 그녀가
그것의 위대한 신성이었던 바로 그 물로 녹아버렸어요. 그대는 퀴아네의 사지가 물러지고, 그녀의
뼈가 흐물흐물해지고, 그녀의 손발톱이 딱딱함을
잃는 것을 볼 수있었을 거예요. 무엇보다도 맨 먼저 검은 머리와 손톱과 다리와 발 같은, 그녀의 몸 가운데서
가장 가느다른 다른 부분들이 녹았어요.
가느다란 지체가 차가운 물로 변하는 것은 간단하기
때문이지요.
그 다음에는 그녀의 양어깨와 등과 옆구리와 가슴이
가녀린 물줄기로 변해 사라졌어요. 마지막으로
살아 있는 피 대신 맑은 물이 그녀의 망가진 혈관으로
흘렀고, 그대가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그사이 어머니(케레스)는 걱정이 되어
모든 나라와 모든 바다에서 딸(프로세르피나)을
찾았으나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이슬 젖은 머리털로
다가오는 아우로라(새벽의 여신 에오스)도,
헤스페루스(저녁 때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 즉
저녁샛별 일명 개밥바라기)도 여신(케레스)이 쉬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그녀는 아이트나에서 불 붙인
관솔 햇불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서리 내리는 밤의
어둠 속을 쉬지 않고 돌아다녔어요. 자애로운 낮이
다시 별을 희미하게 만들면 그녀는 해 지는 곳에서
해뜨는 곳까지 딸을 찾아 다녔어요. 여신은 노고로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샘물로 입을 축이지 못해 갈증까지 났어요. 마침 짚으로 지붕을 인 오두막 한 채를
발견한 여신은 나지막한 문을 두드렸어요. 그러자
노파가 나오더니 여신을 보았고, 여신이 물을 청하자
볶은 보리 낟알을 뛰운 달콤한 물을 주었어요.
여신이 물을 받아 마시는 동안 우락부락하게 생긴
건방진 소년이 여신 앞에 멈춰 서서 웃으며 여신을
욕심꾸러기라고 불렀어요.


453행—479행.

건방진 소년, 여신 케레스, 노파(1602).

여신이 화가 나서 못 다 마신 음료를 거기에 섞인
보리 낟알과 함께 그렇게 말한 소년의 얼굴에 끼얹었어요. 그러자 즉시 소년의 얼굴에는 반점이 생겼고, 팔이
있던 곳에는 다리가 생겼으며, 바뀐 사지에는 꼬리가
덧붙여졌어요. 소년은 해코치하는 큰 힘을 갖지 못하도록 작은 모습으로 줄어들어, 비록 크기는 더 왜소하지만
작은 도마뱀이 되었어요. 노파는 놀라 눈물을
흘리며 그 괴이한 짐승을 만지려 했으나,
그 짐승은 노파에게서 도망쳐 숨을 곳을 찾있어요.
그것은 제 몸 색깔에 맞는 이름<스텔리오(Stellio)란
이름은 ‘별‘이란 뜻의 스텔라(Stella)애서 유래했다>을 갖고 있어요. 그것의 몸에는 온갖 색깔의 반점이
별처럼 뿌려져 있으니까요.
여신이 어떤 나라와 어떤 바다를 헤매고 다녔는지
이야기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예요. 딸을
찾아다니는 어머니에게는 온 세상도 좁았으니까요.
여신은 시카니아(시킬리아를 달리 부르는 이름)로
되돌아왔고, 이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퀴아네(요정)에게로 갔어요. 요정이 물로 변하지
않았더라면 자초지종을 이야기해주었으련만, 요정은
말하고 싶어도 입도 혀도 없었으며, 말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하지만 요정은 명백한
단서를 주었으니, 어머니가 잘 알고 있던 것을,
페르세포네(프로세르피나의 그리스어 이름)가
우연히 거기 신성한 물 위에 떨어뜨렸덩 허리띠를
못의 수면 위로 보여주었던 거예요. 여신은 그것을
알아보자 딸이 납치되었음을 그때 처음으로 깨달은
것처럼 산발한 머리를 쥐어뜯고 두 손으로 연방
가슴을 쳤어요. 여신(‘곡식과 수확’의 여신 케레스)은
딸이 어디 있는지 아직 알지 못했지만 모든 나라를
배은망덕하다고 나무랐고, 곡식의 선물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중에서도 실종된 딸의
발자취를  발견한 트리나크리아(시칠리아)에서
특히 심했답니다. 그곳에서 여신은 흙덩이를 갈아엎는
보습을 화난 손으로 박살냈고, 성이 나서 농부와
밭갈이 하는 소를 함께 죽음에 넘겨주었으며,


479행—503행.

케레스와 아레투사. 얀스 소엔스(1547–1661).

밭에 명하여 신뢰를 저버리게 했고, 씨앗이 말라죽게
만들었어요. 비옥하기로 세상에 널리 이름난
이 나라(시킬리아)는 그 이름값을 못하고 불모의 땅으로
누워 있었어요. 씨앗은 싹을 틔우자마자 죽었고,
때로는 너무 강한 햇볕에, 때로는 억수 같은 비에
망가졌어요. 별들과 바람들이 그것들을 해코치했고,
탐욕스러운 새들이 뿌려지자마자 씨앗을 쪼아 먹었으며, 독보리와 엉겅퀴와 제거할 수 없는 잡초가
밀의 수확을 망쳐놓았어요. 그때 알페오스(그리스
엘리스 지방의 강 및 강의 신)의 애인이었던
요정(아레투사)이 엘리스에서 흘러온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물방울이 듣는 머리털을 이마에서
귀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어요. <오오, 소녀를 찾아 온
세상을 헤매는 어머니여, 곡식의 어머니여, 이제
끝없는 노고는 그만 두시고 그대에게 성실하기만 한
이 나라를 향한 격한 노여움을 거두세요! 이 나라는
죄가 없으며, 납치를 위해 열렸던 것은 본의가
아니었어요. 내가 탄원하는 것은 내 나라를 위해서가
아녜요. 나는 이방인으로 이곳에 왔으니까요. 피사가
내 고국이며, 나는 엘리스에서 태어났어요. 시카니아에서 나는 이방인으로 살고 있어요. 하지만 나는
이 나라가 어떤 땅보다도 더 좋아요. 지금 나
아레투사에게는 이곳이 내 가정이고 내 거처이니까요.
그러니 가장 자비로운 분이여, 이 땅을 구해주세요.
내가 고향을 떠나 그토록 크다큰 바다를 건너
오르튀기아(시킬리아 쉬라쿠사이 시 앞바다의 섬)로
온 사연은, 그대가 근심에서 벗어나 더 즐거운 안색이
되면 그대에게 이야기할 적당한 때가 오겠지요.
대지가 나를 위해 지나갈 길을 열어주어서 나는
저 아래 대지의 가장 낮은 곳(지하 세계)에 있는
동굴들을 통과한 뒤에야 이곳에서 다시 머리를 들어
그사이 생소해진 별들을 쳐다보았지요.


504행—538행.

프로세르피나와 플루토(기원전 5세기경).

그래서 대지 아래에 있는 스튁스 못(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을 미끄러지며 지나가다가 거기서 그대의 프로세르피나(페르세포네)를 바로 이 두 눈으로
보았어요. 프로세르피나는 확실히 슬퍼 보였고,
아직도 두려운 얼굴빛이었어요. 하지만 그녀는
여왕(지하 세계의 여왕), 그림자들(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서 실체 없는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믿었다) 세계의 가장 위대한 여왕이었고, 지하 세계 왕(플루토, 하데스)의 강력한
아내였어요.> 어머니는 이 말을 듣자 마치 돌이 된 듯
그 자리에 그대로 섰고 한동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어요. 하지만 심한 충격이 심한 고통에 자리를
내주자 그녀는 마차를 타고 하늘나라로 올라갔어요.
그곳에서 여신은 침울한 얼굴빛에 산발한 채
유피테르(제우스) 앞에 서서 분개하며 말했지요.
<유피테르여, 나는 내 핏줄과 그대의 핏줄을 위해
탄원자로서 그대를 찾아왔어요. 그대가 어미에게
관심이 없다면, 딸이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이게라도
해주세요. 내가 그 애의 어미라고 해서, 부탁이에요.
그 애에 대한 그대의 배려를 소홀히 하지 말아주세요. 보세요, 나는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다니던 딸을 드디어
찾아냈어요. 만약 그대가 그애를 더 확실히 잃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 부르신다면, 또는 그애가 어디 있는지 아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 부르신다면 말예요.
그애가 납치된 것은 참겠어요. 그애를 돌려주기만
한다면. 그대의 딸이 도둑의 아내가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그애가 내 딸이 아니라 하더라도 말예요.> 유피테르께서 대답하셨어요. <그애는 내 딸이자 그대의 딸이며, 우리의 공동의 담보아자 걱정거리요. 하지만
만약 그대가 사물에 바른 이름을 붙이기를 원한다면,
이것은 불법행위가 아니라 사실은 사랑의 행위요.
그리고 그(지하 세계의 신 플루토, 하데스)는 우리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윗감이오. 그대가 원하기만 한다면
말이오, 여신이여. 그가 달리 내세울 것이 없다
하더라도 유피테르의 형(플루토는 유피테르의 친형이다)이 되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이오! 한데 내세울 것이
없지도 않다면, 그리고 그가 단지 제비뽑기에 져서
내게 양보한 것이라면 어떻겠소? 그들을
갈라놓기를 그대가 그토록 바란다면 프로세르피나는
하늘로 돌아올 것이나, 저승에서 어떤 음식도 입에 댄
일이 없어야 한다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그렇게
운명의 여신들(Moirai 모이라이)이 정해놓았기
때문이오.> 그분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으나
케레스(데메테르)는 딸(프로세르피나, 페르세포네)을
끌어내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운명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소녀가 끝까지 금식하지 못하고 잘 손질된
정원을 거닐다가 휘어진 가지에서 순진하게도 석류를
하나 따서 노스름한 껍질을 벗기고는 그 씨 일곱
알을 입에 넣고 씹었던 거예요.



[참고]

운명의 여신들(모이라이 1525년). 201 × 210 cm. 소도마(1477-1549년).

<신들의 계보> 904행—906행.
그녀(테미스)는 또 운명의 여신들인 클로토(운명의 실을 잣는 여자)와 라케시스(운명의 실을 할당하는 여자)와
아트로포스(목숨이 다하면 실을 끊는 여자)를 낳으니,
이들에게 지략이 뛰어나신 제우스께서
가장 많은 특권을 주시어 이들이 필멸의 인간들에게
복도 주고 화도 준다.



538행—556행.

올빼미로 변하는 아스칼라포스(1690).

그것을 본 것은 아스칼라포스(Ascalaphus)
딱 한 명이었는데,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아베르누스(또는  아베르나는 이탈리아의 서남부
캄파니아 지방에 있는 호수로 그곳에는 저승으로
내려가는 입구가 있다고 믿어졌으며, 그래서 때로는
여기서처럼 ‘지옥’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의 요정
중에서도 가장 덜 알려진 편은 아닌 오르프네가 전에
저승의 캄캄한 숲속에서 자신의 아케론(저승을 흐르는
강의 신)에게서 잉태하여 낳은 아들이라고 해요.
그가 보고 일러바쳐 잔인하게도 그녀가 귀환할 수
없게 만들었어요. 그러자 에레보스(지하 세계)의
왕비(프로세르피나, 페르세포네)가 신음하며 증인을
불길한 새로 만들었으니, 왕비는 그의 머리에
플레게톤(저승을 흐르는 강 가운 데 하나)의 물을
끼얹어 부리와 깃털과 큰 눈을 주었던 거예요. 그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벗고 황갈색 날개를 걸쳤으며,
머리는 커지고 발톱은 길어지며 구부러졌고,
게으른 팔에 돋아난 깃털을 거의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그는 다가오는 재앙을 예고해주는 나쁜 새, 인간에게
불길한 전조인 나태한 올빼미가 되었던
것이지요. 그는 혀를 나불거렸으니 그런 벌을 받아
마땅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을 거예요. 아켈로우스의
딸들(시렌 자매들. 이들은 얼굴은 소녀이나 다른 부분은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지나가는 선원들을
노래로 유혹하여 배가 바위섬에 부딪혀 부서지게
만들었다고 한다)이여, 그대들은 어째서 소녀의
얼굴은 그대로인 채 새의 깃털과 발을 갖고 있나요?
프로세르피나가 봄꽃을 따 모을 때, 유식한
시렌 자매들이여, 그대들도 그녀의 동무들 사이에 섞여
있었기 때문인가요? 그대들은 그녀(프로세르피나)를
찾아, 온 세상을 헛되이 헤맨 뒤에,


557행—571행.

시렌 자매들(The Sirens 1891). 100.6 x 202 cm.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1849–1917).

그대들이 염려한다는 것을 바다도 알도록
그대들이 날개로 노 저어 파도 위에
떠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했으니 말예요.
신들은 그대들의 소원을 들어주었고, 그대들은
자신들의 사지가 갑자기 황금빛 깃털로 덮이는 것을
보았지요. 하지만 귀를 즐겁게 하려고 태어난 낭량한
음성과 그토록 풍요한 노래의 지참금을 그대들이
잃지 않도록 처녀의 얼굴과 인간의 목소리만은
남겨놓았던 거예요. 한데 유피테르께서는
형(플루토)과 슬퍼하는 누이(케레스) 사이의 중재자로서 돌고 도는 한 해를 똑같이 둘로 나누셨어요
한데 유피테르께서는 형(플루토, 하데스)과 슬퍼하는
누이(케레스, 데메테르) 사이의 중재자로서 돌고 도는
한 해를 똑같이 둘로 나누셨어요.
그리하여 이제 두 영역에 공통된 신인 프로세르피나는
일 년 열두 달 중 반은 어머니와 보내고, 반은
남편과 보내게 되었어요. 그러자 즉시 프로세르피나의
기분과 얼굴빛이 변했어요. 잠시 전까지
디스(플루토)에게조차 슬퍼 보이던 여신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으니, 그 모습은 마치 여태까지 눅눅한
구름에 가려 있던 해가 구름을 몰아내고 얼굴을
내밀 때와 같았어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