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6행—599행.
그렇게 말하는 빨간부리까마귀(아테나 여신의
시녀)에게 큰까마귀(코르부스. 아폴론 신의 시녀)가
말했다. “나를 못 가게 하려는 술책은 너에게나 재앙이
되기를! 나는 허튼 전조는 경멸해.“ 큰까마귀는
일단 시작한 여행을 그만 두지 않았고
주인(아폴론)에게 가서 코로니스(아폴론의
아들을 임신한 그의 연인)가
하이모니아(텟살리아 지방의 옛 이름)의 젊은이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고 일러바쳤다.
[참고. 텟살리아]
그리스 북동부
텟살리아(Thessaly) 지방의 라리사(Larissa).
599행—622행.
사랑하는 소녀(테살리아 왕 플레기아스의 딸
코로니스)의 허물을 알게 된 애인(아폴론)에게서는
월계관(월계수는 아폴로를 상징하는 나무)이
미끄러져 내렸다. 신은 안색이 변했고 손에서는
리라(아폴로를 상징하는 악기)의 채가 떨어졌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마음이 달아오르자,
그는 익숙한 무기를 집어 들고 활의 뿔들을
구부려 시위(활줄)를 매기더니 자신이 그토록
자주 품에 껴안던 여인의 가슴을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화살로 꿰뚫었다.
화살에 맞은 소녀(코로니스)는 신음했고,
그녀의 몸에서 무쇠(화살)가 뽑혀 나오자 그녀의
하얀 사지는 붉은 피에 흥건히 젖었다.
그녀가 말했다. “포이부스(아폴로)여, 나는
아이를 잃은 뒤에 그대에게서 벌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아이와 내가 한꺼번에
죽어가고 있어요.” 그렇게 그녀가 말했을 때
피와 함께 그녀의 목숨도 사라졌다. 영혼이
빠져나간 육신 속으로 싸늘한 죽음이 파고 들었다.
아아, 사랑하는 이(아폴로)는 잔인한 벌을
후회했지만 그것은 때늦은 후회였다. 그는
고자질하는 말을 듣자마자 화를 참지 못한 자신이
미웠다. 신은 자신의 괴로움의 원인인 그녀의
허물을 알려준 새(큰까마귀)가 미웠다. 그는 활과
자신의 손이 미웠고, 그 손과 함께 성급하게
쏜 화살이 미웠다. 그는 쓰러진 소녀를 애무하며
황급히 그녀의 운명을 바꿔보려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고, 의술을 배풀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이런 시도가 쓸데없는 짓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이미 화장용 장작더미를 쌓아올려 둠으로써
그녀의 사지가 마지막 화염 속에서 타버릴 것임을
알았을 때, 그는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동정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의 신들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623행—632행.
그것은 오른쪽 귀 위로 번쩍 들린 망치가
젖먹이 송아지의 움푹 팬 관자놀이 위에 쿵하고
떨어지는 것을 눈 앞애서 목격한 젊은 암소가 지르는
신음 소리와도 같았다. 신은 그녀의 가슴에 고맙지도
않은 향로를 쏟고, 마지막 포옹을 한 다음 부당한
죽음이 정당하게 요구하는 의식을 모두 마쳤다.
하지만 포이부스는 자신의 씨(아들)가 같은 화염
속에서 소멸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아들을 화염과
어머니의 자궁에서 낚아채어 두 모습의
키론(케이론. 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 족의 현자)의
동굴로 데리고 갔다. 그러고는 주인(아폴론)에게
사실을 말해준 대가를 기다리던 큰까마귀는 앞으로
흰 새들 축에 끼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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