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3행—859행.
아틀라스(마이아의 아버지)의
외손자(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 헤르메스)는
소녀(돌이 된 아글라우로스)의 불경한 마음과 행위에
벌을 내리고는 팔라스(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
에게서 이름을 따온 나라(아테나이)를 뒤로하고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그(헤르메스)의 아버지(제우스)가 그를
따로 부르더니 사실은 사랑(에우로페와) 때문에
그런다는 것을 감추고는 이렇게 말했다.
“내(제우스) 아들아! 내 명령의 충실한 이행자여,
지체하지 말고 익숙한 진로를 따라 하늘에서
재빨리 대지로 미끄러져 내려가되 왼쪽에서
네 어머니(마이아)의 별(마이아 별)을 쳐다보는
나라(페니키아)를 찾도록 하라.
<토착민들은 그곳을 시돈(Sidon 페니키아의
도시 이름) 땅이라고 부른다.>
그곳(시돈)에서 너는 멀리 떨어진 산 기슭의
풀밭에서 왕의 소떼가 풀을 뜯는 것을 볼 것인즉
그 소떼를 바닷가로 몰도록 하라!“
그(제우스)가 그렇게 말하자 어느새 소떼가
산에서 내몰려 그가 지정한 바닷가로 가고 있었으니,
그곳은 위대한 왕의 딸이 티로스(티레 Tyre)의
처녀들과 어울려 놀곤 하던 곳이다.
위엄과 사랑은 서로 잘 어울리지 않거니와
한곳에 오래 동거하지도
않는 법이다. 그래서 신들의 아버지이자 통치자인
그(제우스)는 세 갈래 난 벼락을 오른손으로
휘두르고 머리를 끄덕이면 온 세상이 흔들리는
그런 분이건만, 왕홀(왕의 지휘봉)의 위엄을 버리고
황소의 모습으로 변하더니 소떼에 섞여 음메하고
울부짖으며 부드러운 풀밭 위를 당당하게
돌아다녔다. 그 항소(제우스)의 털은 딱딱한 발에
밟혀 발자국이 난 적도 없고 비를 머금은 남풍에
아직 녹지 않은 눈처럼 희었다. 목에는 근육이
튀어나와 있었고, 어깨 아래로는 군살이 처져
있었다. 뿔들은 비록 작기는 해도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그대는 우길 수 있을 것이며
보석보다 더 맑고 투명했다. 이마에는 위협적인 데가
없었고, 눈에는 무서운 데가 없었으며, 얼굴 표정은
평화로웠다. 아게노르(페니키아의 왕으로 카드무스와
에우로페의 아버지)의 딸(에우로페)은 그것이
그토록 아름답고 전혀 공격할 의사를 보이지
않는 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참고. 페니키아의 시돈과 티레]
페니키아(라틴어 Phœnicia)의
시돈(Sidon)과 티레(Tyre).
[참고. 플레이아데스 성단]
헤르메스의 어머니 마이아(Maia)는
일곱자매 중 맏언니이다.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의
일곱 딸들과 관련이 있다. 이들은 흥겹게 춤을 추고
있을 때에 용사 오리온이 나타나, 모두 놀라 달아났다.
하지만, 이들은 미인이어서 오리온이 5년간
쫓아다녔다. 7자매는 여신 아르테미스의 도움을
받아 학이 되어 오리온으로부터 달아났다.
그 후, 제우스에 의해 별자리에 올려져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되었는데,
마이아(Maia), 엘렉트라(Electra),
타위게타(Taygeta), 알퀴오네(Alcyone),
켈라에노(Caleane), 스테로페(Sterope),
메로페(Merope)와 그녀들의 부모
아틀라스(Atlas)와 플레이오네(Pleione)
이름이 붙어있다.
[참고. 유럽]
에우로페(라틴어 Europa)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이다. 대륙 유럽(Europe)의 이름과
목성(Jupiter 주피터, 유피테르, 제우스)의 위성
유로파(Europa), 원소 유로폼(Europium)의 이름은
그녀(에우로페)에게서 따온 것이다.
860행—869행.
그토록 유순해 보였어도 처음에는
그 황소(제우스)를 만지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곧 소녀(에우로페)는 다가가 그것(황소)의 눈처럼
흰 입에 꽃송이를 내밀었다. 사랑하는 이(제우스)는
기뻐하며, 바라던 쾌락이 주어질 때까지
소녀의 손에 입맞추었다. 그 이상의 행워는
간신히, 정말 간신히 미룰 수 있었다. 장난치듯
푸른 풀밭 위에서 껑총껑총 뛰는가 하면,
때로는 눈처럼 흰 옆구리를 누런 모래 위에
눕히기도 했다. 차츰 소녀의 두려움이 가시자
황소(제우스)는 자신을 쓰다듬을 수 있도록
소녀에게 가슴을 내미는가 하면, 싱싱한 화환을
감으라고 뿔을 내밀기도 했다.
그러다가 공주(페니키아 공주)는 누구의 몸을
누루는지도 알지 못한 채
황소의 등에 올라타기에 이르렀다.
870행—875행.
그러자 신(제우스)은 시나브로 육지와 마른 해변에서
멀어 지더니 처음에는 소녀를 태운 채 자신의 가짜
발굽을 얕은 물속에 담그다가 나중에는 더 멀리 나아가며
어느새 난바다를 지나 전리품(에우로페)을 나르고
있었다. 유괴당한 소녀는 더럭 겁이 나 멀어지는
해안을 돌아보며, 오른손으로는 뿔을 붙잡고
다른 손은 황소의 등에 올려놓았다.
공주의 펄럭이는 옷이 바람에 부풀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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