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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권. 인간의 네 시대(Four Ages of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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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시대(The Golden Age). 피에토르 다 코르토나(1596–1669).



89행—115행.

황금시대(The Golden Age). 1530.. 75 x 103.5 cm. 루카스 크라나후 the elder(1472–1553).


첫 번째 시대는 황금시대였다. 이 시대에는 벌주는
자도 없고 법이 없어도 모두 스스로 신의를 지키고
정의로운 일을 행했다. 처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고, 동판(구리판)에 새겨진 위협적인 말을
읽을 수 없었으며, 탄원하러 간 무리가 판관의 입를
두려워하는 일도 없었다. 벌주는 자 없이도 그들은
마음놓고 살았다. 아직은 소나무가 낯선 나라를
방문하려고 고향 산에서 베어져 맑은 바닷물 속으로
내려오는 일도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의
해안을 알 뿐이었다. 아직은 도시가 가파른
해자(적을 막기 위해 성 주위를 둘러 판 못)를
두르지 않았다.
곧은 청동 나팔도, 굽은 청동 호른도
없었으며, 투구도, 칼도 없었다. 군대가 필요
없었으니, 부족들은 걱정 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이
살았다. 또한 대지는 시키지 않아도, 괭이에 닿거나
보습에 갈리지 않고도 저절로 온갖 것들을 대주었다.
강요한 이가 없은데도 저절로 자란 먹을 거리에
사람들은 만족하며 돌능금과 산딸기와 산수유
열매와 우거진 가시덤불에 매달린 나무딸기와
사방으로 가지를 뻗은 유피테르(제우스)
나무(유피테르에게 바쳐진 나무인 떡갈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모았다. 그때는 늘 봄이었고,
부드러운 서풍은 씨 뿌리지 않아도 자라난 꽃둘을
따뜻한 숨결로 어루만지곤 했다. 그뒤 곧 대지는
경작하지 않아도 곡식을 생산했고, 밭은 묵히지
않아도 묵직한 이삭으로 가득차 황금빛을 띠었다.
어느새 젖과 넥타르(신들이 마신다는 술)가 냇물을
이루며 흘렀고, 초록빛 너도밤나무에서는 누런
꿀이 방울방울 떨어졌다. 사투르누스(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타르타라(타르타로스, 지하 감옥)로 추방되고 유피테르(제우스)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자
은(銀)의 종족이 그 뒤를 이었다. 이 시대는 황금시대만은 못했으나 싯누런 청동시대보다는 나았다.


116행—126행.

청동시대(The Bronze Age). 1580. 128.2 x 195 cm. 파울로 피아밍고(1540–1596).


유피테르(하늘의 신 제우스)는 이전의 봄의
기간을 줄여 일 년을 겨울과 더운 여름, 변덕스러운
가을과 짧은 봄 네 계절로 나누었다. 그때야 처음으로
대기가 메마른 열기로 하얗게 달아오르는가 하면,
고드름이 바람에 얼어 매달리기도 했다. 그때야
사람들은 집을 지어 그 안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집이래야 동굴과 짙은 나무껍질로 엮은 나뭇가지가
고작이었다. 그때야 케레스(데메테르, 크로노스와
레아의 딸로 농업과 곡물의 여신)의 씨앗들이
긴 이랑에 뿌려지기 시작했으며, 소들은 멍에에
눌려 신음했다. 그다음 세 번째로 청동의 종족이
뒤를 이었는데, 이들은 마음씨가 더 거칠고


126행—150행.

철기시대(The Iron Age). 128.2 x 195 cm. 파울로 피아밍고(1540–1596).


더 쉽게 무서운 무기를 들기는 했으나 범죄와는
거리가 멀었다. 마지막으로 온 것은 단단한
철(鐵)의 시대였다. 더 천박한 금속의 시대가 되자
지체없이 온갖 불법이 쳐들어왔다. 부끄럼과 진실과
성실은 온데간데없었다. 그 자리에는 기만과 계략과
음모와 폭력과 저주받을 탐욕이 들어찼다. 뱃사공은
여태까지 잘 알지 못하던 바람들에게 돛을 맡겼고,
전에는 높은 산 위에서 서 있던 용골(龍骨 선박 바닥의
중앙을 받치는 길고 큰 나무)은 여태까지 알지못했던
파도 위에서 오만하게 춤추었다. 그리고
전에는 햇빛과 공기처럼 공유물이었던 지면 위에
세심한 측량사가 경계선을 길게 그었다.
사람들은 풍요로운 땅에 씨앗과 땅이 자신들에게
빚지고 있는 식량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대지의
내장 속으로 파 들어갔다. 그리하여 대지가
스틱스(Styx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이루는 강이자
그것을 신격화한 여신이다. 여기서는 저승을
말한다.)의 그림자(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서 실체없는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믿었다.)들 근처에 감춰둔
재보(財寶 보물)를 파내니, 이 재보야말로 악행을
부추기는 자극제이다. 어느새 유해한 무쇠와
무쇠보다 더 유해한 황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이 두 가지를 두고 끊임없이 전쟁이 벌어져
인간은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요란하게 울리는
무기를 휘둘렀다. 사람들은 약탈을 생업으로 삼았다.
친구는 친구 앞에서, 그리고 장인은
사위 앞에서 안전하지 못했고, 형제들 사이에서도
우애는 드물었다. 남편은 아내가 죽기를, 아내는
남편이 죽기를 바랐다. 무시무시한 계모는 사람을
창백하게 만드는 독약을 만들었고, 아들은 때가 되기도
전에 아버지의 수명을 알아보았다(점성가에게
알아보았다는 말.) 경건함이 패하여 쓰러져 눕자,
처녀신 아스트라이아(별의 여신. 제우스와 그의
고모이자 아내인 정의의 여신 테미스의 딸로
하늘에 올라 처녀자리♍️가 된 정의의 여신)가
하늘의 신들 중
마지막으로 살육의 피에 젖은 대지를 떠났다.



[참고]

처녀자리(쌍녀궁 ♍️ Virgo). 황도 12궁의 제 6궁. ‘우라니아(천문의 여신)의 거울‘ 12번 별자리 카드.


처녀자리의 주인공은 제우스와 그의 고모이자
아내인 정의의 여신 테미스의 딸인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아(Astraea ‘별의 여신’)이다.
철기시대가 찾아와 살육의 피에 젖은 대지를
마지막까지 지상에 머물면서 사람들에게
정의를 계속 호소했으나, 결국 하늘의 신들 중
마지막으로 대지를 떠났다. 기원전 4,000년 경
수메르의 기록에는 원래 ‘두 명의 여인(쌍녀 雙女)‘이
각각 따로 존재했다. 보리이삭을 들고 있는
'샬라'와 대추야자 가지를 들고 있는 ‘인안나‘인데,
그리스로 넘어가면서 두 명의 여인이
한 명으로 합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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