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행—188행.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아들인 아버지(유피테르,
제우스)가 하늘 가장 높은 곳에서 이들을 내려다보고는 탄식했다.
그는 아직은 알려지지 않은,
리카온(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왕으로 제우스의
아내인 칼리스토의 아버지이다. ‘아르카디아’ 이름은
제우스와 칼리스토의 아들 ‘아르카스’에서 나왔다)의
식탁에서 최근에 벌어진 끔찍한 잔치를 떠올리고는
유피테르는 마음속으로 크게 진노하여 회의를
소집했다. 소집된 이들은 지체 없이 왔다.
저 위에는 하늘이 맑을 때 눈에 보이는 길이 하나 있다.
그것은 은하수(the Milky Way ‘우윳빛 길‘)라고
블리며, 하얀 광채로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 길을 통해 하늘의 신들은 위대한 천둥 신(제우스)의
집과 궁전으로 간다. 은하수의 오른쪽과 왼쪽으로
지위가 높은 신들의 집이 줄지어 서 있는데,
활짝 열린 문짝들 사이로 수많은 손님이 드나든다.
지위가 낮은 신들은 다른 곳에서 사나, 권세 있고
유명한 하늘의 거주자들은 이곳(은하수)에다
자신들의 페나테스 신들(로마의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로마 사람들은 집안 맨 안쪽에 그 신상을
모셨다)을 모셨다. 나는 이곳을, 대담하게 표현해도
된다면,감히 높은 하늘의 팔라티아(로마의 일곱 언덕
가운데 하나인 팔라티움의 복수형. 아우구스투스가
이 언덕에 궁전을 지은 뒤로 황제의 궁전은
‘팔라티아’라고 불렸다)라고 부르고 싶다.
그리하여 하늘의 신들이 대리석으로 만든 방에
자리잡고 앉아 유피테르(제우스)는 더 높은 자리에서
상아홀(상아로 만든 홀笏)에 기댄 채 무시무시한
고수머리(곱슬머리)를 서너 번 흔들었는데,
그러자 대지와 바다와 별들이 흔들렸다.
그는 분개하여 입을 열더니 이렇게 말했다.
“뱀 발을 가진 자들(기가스들)이 저마다 백 개의
팔을 얹어 하늘을 잡으려 했을 때도, 우주의 통치권을
나는 이렇듯 염려하지는 않았소.
비록 적이 포악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그 전쟁(기가스와의 전쟁)은 하나의 집단과
하나의 원인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오.
하지만 이번에는 철썩대는 네레우스(바다의 신으로
폰토스와 가이아의 아들이다. 여기서는 ‘바다’라는
뜻으로 쓰였다.)에 둘러싸인 온 대지의
인간 종족을 없애야겠소.
[참고. 은하수의 탄생]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인간 알크메네의 아들이다.
그가 태어난 후 제우스는 그에게 불사의 생명을
얻게 하기 위해 잠이 든 아내 헤라의 젖을 물리는데
젖을 빠는 힘에 헤라가 놀라 아기를 뿌리치면서
흘러나온 젖이 ‘은하수(the Milky Way)’가
되었다고 한다. 제우스는 그런 헤라를 달래기 위해
‘헤라의 영광’이란 뜻으로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시앗(남편의 첩)의
자식 이라는 이유로 헤라의 영광이라는 뜻과는
전혀 다르게 오히려 헤라에게 온갖 고난을 겪게 된다.
188행—193행.
지하에서 스틱스의 원림을 관통하여 흐르는 강물에
맹세코, <그리스의 신들은 맹세를 할 때 스튁스 강에
대고 하는데, 제우스라 하더라도이 맹세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수단이란 수단은 다 강구해보았소만,
치유할 수 없는 환부는 칼로 도려내야 하오.
그래야만 성한 부위가 상하지 않을 것이오. 내게는
돌봐야 할 반신(半神 반만 신)들이 있고, 시골의
신들인 요정들과 파우누스(숲과 가축떼의 신으로
나중에는 그리스 신화의 판 신과 동일시되었다)들과
[참고. 스틱스 강]
193행—209행.
사티로스(Satyros 반인 반수의 자연의 정령)들과,
산에 사는 실바누스(Silvanus ‘실바’는 ‘숲’이라는 뜻.
로마 신화의 숲의 정령)들이 있소. 우리는 그들이
아직은 하늘에 살 자격이 있다고 여기지 않는 만큼
그들에게 주어진 대지에서나마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할 것이오. 신들이여, 벼락을 가졌을
뿐만아니라 그대들을 다스리는 주인인 나(제우스)
에게도 포악하기로 이름난 뤼카온이 덫을 놓는 판에
그들의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믿을 수 있겠소?“
그러자 모두 웅성거리며, 그런 짓을 한 자를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저 불경한 무리가
카이사르(기원전 100–기원전 44년. 로마의 장군이자 정치가로
갈리아 지방을 정복하고 기원전 48년
내전에서 폼페이우스를 이겼으나 기원전 44년
브루투스와 카시우스가 이끄는 무리에게 암살된다)를
살해하고 그 피로 로마라는 이름을 지우려고 미쳐
날뛰었을 때, 인류는 갑작스러운 파멸에 직면하여
큰 공포에 사로잡혔고 온 세계가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아우구스투스여,
(‘존엄한 자‘. 기원전 63–기원후 14년. 카이사르의
누이의 딸인 아티아와 옥타비우스의 아들로 태어나
나중에 카이사르의 양자로 입양되었다가 그 뒤
로마의 초대 황제가 된 옥타비아누스의 별칭이다.
그가 100년 동안 지속된 내전을 종식시키고 겉으로는
모든 권력을 원로원에 넘겨준 까닭에 원로원이
그에게 그런 이름을 부여했다.) 유피테르(제우스)에게
그의 신하들의 충성이 반가웠던 것 못지않게
그대(아우구스투스)에게는 그대의 신하들의 충성이
반가웠나이다. 그가 말과 손짓으로 웅성거림을 제지하자,
모두 침묵을 지켰다. 통치자(제우스)의 위엄에 눌려
술렁임이 가라앉자 유피테르가
또다시 침묵을 깨며 이렇게 말했다. “뤼카온은
이미 죗값을 치렀소. (그 점은 걱정 마시오.)
210행—232행.
자, 그자(리카온)가 어떤 죄를 짓고 어떤 벌을
받았는지 내 알려주겠소. 어느 날 이 시대에 관한
고약한 소문이 내 귀에도 들려왔소. 소문이 거짓이기를 바라며
나는 올림푸스의 정상에서 내려가 신이면서도
인간의 모습을 한 채 대지 위를 돌아다녔소.
곳곳에서 얼마나 많은 해악을 목격했는지 일일이
이야기하자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이오.
사실에 비해 소문은 약과였소. 나는 산짐승의 소굴이
많아 두려움의 대상인 마이날로(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높이 1,981미터의 산)와
킬레네(아르카디아 지방의 북동부에 있는 산으로
헤르메스가 태어난 곳)와 차디찬
리카이온(아르카디아 지방의 남서부에 있는 산)의
소나무 숲을 지났소. 거기서 나는 손님에게 불친절한
아르카디아 왕(뤼카온)의 거처로 들어갔으니,
늦은 황혼이 밤을 불러들였기 때문이오. 신이 왔음을
내비치자 백성들은 기도하기 시작했소.
하지만 뤼카온은 그들의 경건한 기도를 비웃으며 이렇게 말했소.
‘나는 이자(제우스)가 신인지 인간인지를 틀림없는
시험으로 알아낼 것이다. 그래야만 진실에 한 점
의혹도 남지 않겠지.’ 그자는 내가 깊이 잠들었을 때
불시에 나를 죽일 작정이었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그러한 시험이 스스로 마음에 들었던 것이오.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자는 몰로시(Molossi
그리스 서북부 에피로스 지방에 살던 부족)족이 보낸
한 인질의 목을 단검으로 베어 아직 식지도 않은
그의 사지 일부를 뜨거운 물에 삶고, 일부는 불에
얹어 구웠소. 그것을 그자가 식탁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보고 나는 복수의 화염으로 그자의 지붕이
페나테스 신들 위로 폭삭 내려앉게 했소. 그 주인에
그 수호신들일 테니 말이오. 그자는 질겁하고
달아나더니 고요한 들판에 이르러 울부짖었소.
[참고. 킬레네 산]
킬레네 산(Mt. Cyllene).
‘아르카디아’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와 칼리스토(리카온의 딸)의 아들
’아르카스‘에서 나왔다.
233—252행.
말을 하려고 해도 뜻대로 되지 않았으니까,
그자(리카온)의 주둥이는 자신에게서 광기를
받아들였고, 그자는 몸에 밴 살육의 욕구로 작은
가축(양, 염소 등)을 습격하여 지금도 그 피를
즐기고 있소. 그자가 입었던 옷은 텁수룩한 털이
되고 팔은 다리가 되었소. 그자는 늑대가 되었으나
이전 모습의 흔적은 그대로 남아있소. 잿빛
머리털도 그대로이고, 포악한 얼굴 표정은
그대로이고, 번쩍이는 눈빛도, 야수의 모습은
그대로요. 집 한 채가 무너졌지만 한 채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소.
대지가 펼쳐진 곳 어디나 사나운 복수의
여신(여기서 복수의 여신은 ’죄악‘이라는 뜻)이
지배하고 있소. 그대들은 아마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기로 공모했다고 여길 것이오.
되도록 빨리 그들 모두는 받아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하오. 이것이 내 판결이오.“
신들 중 일부는 유피테르(제우스)의 말에
큰 소리로 찬동하며 그의 노여움을 부추겼고,
다른 신들은 묵묵히 찬성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인류의 절멸은 그들 모두에게 고통이었다.
그들은 인간이 없는 대지의 미래는 어떠할
것이며, 누가 신들의 제단에 분향할 것이며,
유피테르가 과연 야수에게 대지를 약탈하라고
넘겨줄 작정인지 물었다. 하늘의 신들의
왕(제우스)은 (나머지는 자신이 알아서 할 것이니)
불안해하지 말라며 먼젓번 종족과는 다른
경이로운 기원애서 유래하는 새로운 인류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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