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행—273행.
유피테르(하늘의 신 제우스)는 벌써부터 대지 위로
벼락을 던지려 했으나, 그토록 많은 불로 인해
신성한 아이테르(대기)가 화염에 싸이고
하늘의 긴 축(천구의 북극과 남극을 이은 선)에
불이 붙지 않을까 겁이 났다. 그는 또 언젠가는
바다와 대지와 하늘의 궁전이 화염에 휩싸이고
우주의 구조물이 무너져 내릴 때가 올 것이라는
운명의 예언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는
키클롭스(제우스의 아버지인 크로노스의 형제들인
키클롭스 삼형제)들이 만들어 바친 날아다니는
무기(천둥과 벼락)를 거들었다. 그는 다른
벌이 마음에 들었으니, 그것은 인류를 물로 멸하고
온 하늘에서 폭우를 내려보내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북풍과 모여 있는 구름을 쫓아버리는
돌풍을 아이올로스(시칠리아 북쪽의 아이올리아
섬들에 살고 있는 바림의 신)의 동글에 가두고,
남풍(남풍과 비의 신 노토스)을 풀어놓았다.
그러자 남풍이 역청(瀝靑)같이 검은 안개로
무시무시한 얼굴을 가리고 젖은 날개를 저으며
날아나왔다. 그(노토스)의 수염은 비에 젖어 무거웠고
백발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이마에는 먹구름이
자리잡고 깃과 옷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노토스)가 하늘에 넓게 걸린 구름을 손으로 짜자
굉음이 일며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노(헤라. 제우스의 정실 부인)의
여사자(여자 심부름꾼)로 색동옷을 입은
이리스(무지개의 여신)가 물을 길어 올려 구름에양식을 대주었다.
씨앗은 땅에 묻히고 농부가 간절하게 기도하던 곡식은
비통하게도 쓰러져버려 한 해 동안의
노고가 헛일이 되고 말았다.
274행—297행.
유피테르(제우스)의
노여움은 자신의 하늘만으로는 만족하지 않았으니,
형제간인 검푸른 해신(제우스의 둘째형인 포세이돈
또는 넵투누스)이 바닷물을 원군(지원군)으로
보내주었던 것이다. 해신(포세이돈)은
하신(강의 신)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이 자신들의
왕(포세이돈)의 궁전에 들어서자 해신이 말했다.
“지금은 긴말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오.
그대(하신)들은 있는 힘을 다 쏟아 부으시오.
그래야 하기 때문이오. 그대들의 문을 열어젖혀
강둑을 무너뜨리고 그대들의 강물에 매인 고삐를
모조리 다 풀어주시오!“그의 명령에 하신들은 돌아가
샘의 수문을 열고는 고삐가 풀린 채 달려가며 바닷물을
향해 돌진했다. 해신은 삼지창으로 대지를 내리쳤다.
그러자 그 충격으로 대지가 떨며 물을 위하여 길을
활짝 열어주었다. 하신들은 강바닥을 떠나 탁 트인
들판 위로 질주하며 곡식과 과수원과 가축떼와
사람의 집과, 신전들과 그 안에 있던
성물(신성한 물건)을 함께 삼켜버렸다. 어떤 집이
남겨져 그토록 큰 재앙에 굴하지 않고 저항할 수
있었다 하더라도 그 용마루는 그보다 더 높은 물결에
덮였고, 그 탑은 소용돌이 아래로 모습을 감추었다.
어느새 바다와 대지를 구별할 수조차 없었다.
온 세상이 바다였고 바다에는 해안도 없었다.
어떤 사람은 언덕을 차지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구부정하게 흰 거룻배를 타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쟁기질하던 곳 위로 노를 저어 지나갔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의 곡식 밭이나 물에 잠긴 별장의
지붕 위로 배를 타고 지나갔고, 느릅나무 우듬지에서
물고기를 잡는 사람도 있었다.
297행—312행.
때로는 우연히 닻이 초록빛 풀밭에 내려지거나
굽은 용골(선박 바닥의 중앙을 받치는 길고 큰 나무)이
물에 잠긴 포도밭 위를 스쳐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방금 전만 해도 여윈 염소떼가 풀을 뜯던
곳에서는 이제 물개들이 보기 흉한 몸을
드러낸 채 쉬고 있었다.
네레우스(바다의 신)의 딸들(네레이데스,
바다의 여신들)은 물밑에서 원림(園林 정원이나
공원의 숲)과 도시와 집을 보고 놀랐고,
돌고래들은 숲을 차지하고는 높은 나뭇가지에
부딪치기도 하고 줄기를 들이 발아 흔들어보기도
했다. 늑대가 양떼사이에서 헤엄치는가 하면,
황갈색 사자와 호랑이도 물결에 떠다니고 있었다.
멧돼지에게 벼락 같은 힘은 쓸모없어졌고
사슴에게는 날랜 다리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으니, 함께 물에 휩쓸였다. 새들은 앉을 만한
대지를 찾아 오랫동안 떠돌아다니다가 지쳐 결국
바닷물에 떨어졌다. 바다는 엄청난 방종을 만끽하며
언덕을 뒤엎었고, 낯선 파도가 산꼭대기를 덮쳤다.
생명체는 대부분 물에 빠져 죽었고, 물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것들도 식량이 부족하여
오랜 기근으로 굶어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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