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6행—378행.

루키페르(루시퍼Lucifer. 그리스 신화의
에오스포로스. ‘빛을 가져다 주는 자‘라는 뜻.
‘샛별‘ 또는 ’새벽별‘)의
아들(케익스)이 자기 아우(매로 변한 다이달리온)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데,
펠레우스의 소떼를 지키던 포키스(중앙 그리스의
한 지역) 사람 오네토르가 헐레벌떡 달려오더니
"펠레우스님, 펠레우스님, 그대에게 큰 재앙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라고 소리쳤다.
펠레우스는 무슨 소식을 가져왔든 말하라고
명령했고, 트라킨(텟살리아 지방의 도시)의
왕(케익스)도 불안한 안색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목자가 말을 이었다.
"태양신(헬리오스)이 중천(中天. 하늘의
한 가운데)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러 뒤돌아보는
거리가 남은 거리와 같았을 때, 저는 지칠 대로
지친 소떼를 구부정한 해안으로 몰고 갔습니다.
소의 일부는 황갈색 모래 위에 무릎을 꿇고는 그곳에
누운 채 넓고 평평한 바닷물을 바라보고 있었고,
일부는 느린 걸음으로 여기저기 어슬렁거렸으며,
다른 일부는 헤엄쳐 나가 바닷물 위로 목을 우뚝
쳐들고 있었습니다. 바닷가에 신전이 하나 있었는데,
대리석과 황금으로 번쩍이는 것이 아니라 묵직한
목재로 지은 것으로 오래된 원림의 그늘에
가려 있었습니다. 그곳은 네레우스(바다의 신)와
네레우스의 딸들(네레이데스)의 거처였습니다.
해변에서 그물을 말리던 어부가 그곳의 신들을
알려주었습니다. 신전 바로 옆에는 버드나무가
폐곡히 들어선 높이 있었는데, 빠져나가지 못한
바닷물이 늪을 이룬 것이었습니다. 그곳으로부터
거대한 괴수가, 늑대가 요란한 포효로 그 인근을
두려움에 떨게 하며 늪지대의 덤불에서 나왔는데,
불길과도 같은 쩍 벌린 입에는 거품과 피가 묻어
있었고, 두 눈에는 시뻘건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광기와 허기로 인해 미쳐
날뛰었는데, 광기로 더 사나워졌습니다. 녀석은
소를 죽이되 끔찍한 허기와 식욕은 채울 생각도 않고
적개심을 품고 모든 소에게 상처를 입혀 그 모두를
땅바닥에 눕혔으니까요. 우리 목자 가운데 일부도
녀석을 막다가 치명적인 입에 물려 죽음에
넘겨졌습니다. 해안과, 물가와, 소떼의 울부짖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늪은 피로 붉게 물들었습니다.
지체는 해악을 가져다줄 것인즉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아직 몇 마리가 남아 있을 때 우리 모두
함께 달려가 무기를, 그래요, 무기를 들고서
합세하여 창을 던져야 합니다!"
379행—384행.

펠레우스(아이아코스와 엔데이스의 아들)는
농부가 말하는 피해에도 동요하지 않았으니,
자신의 범행(아이아코스와 프사마테의 아들
포코스가 아버지의 총애를 받자 시기심에 눈이 멀어
텔라몬과 펠레우스는 이복동생 포코스를
살해했다)을 기억하고는 자식을 잃은
네레우스의 딸(포코스의 어머니 프사마테)이
죽은 포코스를 위한 제물로서 자기에게 이런
재앙을 보낸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오이테(포키스 지방의 산)의 왕(케익스.
트라킨 도시는 오이테 산에서 가깝다)은
부하들에게 무구를 입고 사나운 창을 들라고
명령했다. 그는 자신도 그들과 동행할 채비를 했다.
384행—396행.

그의 아내 알키오네가 떠들썩한
소리에 놀라 방에서 뛰어나오더니 아직 다 손질하지
않은 머리를 풀어헤친 채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는
몸소가지 말고 원군을 보내라고, 그리하여
한 목숨을 구함으로써 두 목숨을 구하도록 하라고
기도와 눈물로 간청했다. 아이아코스의
아들(펠레우스)이 그녀에게 말했다. "왕비님,
그대의 아름답고 경건한 두려움일랑 잊어버리시오.
나를 도와주시겠다는 그대의 약속에 깊이
감사드리지만 괴이한 괴물을 치려고 무기를
드는 것은 내 뜻이 아니오. 나는 바다의 여신에게
기도해야 합니다!" 성채에는 가파른 탑이 있었는데,
성채 꼭대기에 있는 이 봉화는 지친 함선들에게는
반가운 표적이었다. 펠레우스 일행은 그곳으로 올라가
한숨을 쉬며, 해안에 쓰러져 누워 있는 소떼와
사나운 약탈자를 보았다. 약탈자의 입에는 핏방울이
들었고, 텁수룩한 긴 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397행—409행.

그곳에서 펠레우스는 탁 트인 바다의 해안을 향해
두 손을 내밀고는 검푸른 바다의 요정 프사마테에게
이제는 노여움을 거두고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프사마테는 간청하는 아이아코스의
아들(펠레우스)의 목소리에 움직이지 않았으나,
테티스(펠레우스의 아내로 프사마테와
자매간이다)가 남편을 위해 탄원하여 그녀의 용서를
받아냈다. 늑대는 잔혹한 살육에서 물러서라는
명령을 받았는데도 달콤한 피맛을 보고 사나워져
살육을 계속했다. 마침내 녀석이 찢긴 암송아지의
목에 매달렸을 때 여신(프사마테)이 녀석을
대리석으로 변하게 했다. 녀석의 몸은 색깔 말고는
모든 점에서 전과 같았다. 하지만 돌의 색깔은
녀석이 이제 더이상 늑대가 아니고, 더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운명은 추방당한 펠레우스가 이 나라에 자리잡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떠돌이 추방자는
마그네시아(텟살리아의 옷사 산 남동쪽에 있는 빈도)
인들에게로 가서 그곳에서
하이모니아(텟살리아 지방의 옛 이름) 왕
아카스투스(텟살리아의 왕으로 펠리아스의 아들)
에게서 살인죄를 정화받았다.
[참고. 프사마테]
<신들의 계보> 1003행—1005행.
바다 노인(네레우스의 별명) 네레우스(바다의 남신)의
딸들(네레이데스, 바다의 여신들)에 관해
말하자면, 여신들 중에서도 고귀한
프사마테(‘모래’의 여신)는 황금의 아프로디테에 의해
아이아코스(제우스와 요정 아이기나의 아들)와
사랑하게 되어 포코스를 낳았다.
[참고. 마그네시아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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