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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1권. 알키오네(Alcyone)와 케익스(Cey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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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익스와 알키오네.



410행—420행.

호메로스 시대(기원전 8세기경) 그리스의 지도. 소아시아(햔재 트뤼키예 아나톨리아 반도) 이오니아(Ionia) 지방의 도시 클라로스(Clarus). 중앙 그리스의 포키스(Phocis) 지방의 도시 델피(Delphi). 중부 마케도니아의 아토스(Athos) 산. 텟살리아 지방의 핀도스(Pindus) 산맥.


그사이 케익스는 아우(매로 변한 다이달로스)의
운명과 그 뒤에 일어난 놀라운 일(펠레우스의 소떼를
늑대가 습격한 일)에 마음이 불안하고 어지러워,
괴로울 때 인간에게 위안이 되는 신탁(신의 말씀)에
물어보려고 클라로스(소아시아 이오니아 지방의
도시로 아폴로의 신탁으로 유명했다)의 신(아폴로)을
찾아갈 채비를 했다. 신을 모독하는 포르바스가
플레기아이족(텟살리아 지방의 도둑떼)과 더불어
델피(포키스 지방의 도시)의 신전(아폴로 신전)으로
가는 길을 지나다닐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출발하기 전에, 가장 성실한 아내인
알키오네여, 그대에게 자신의 뜻을 알렸소.
그녀는 당장 뼛속까지 얼어붙었고, 얼굴은
회양목처럼 창백해졌으며, 두 볼은 쏟아지는 눈물에
젖었소. 세 번이나 그녀는 말하려 했으나, 세 번이나
흐르는 눈물이 말을 막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흐느끼느라 몇 번씩이나 중단하며 사랑의 불평을
털어놓았다.



421행—429행.

알키오네와 케익스. 74.9 cm x 88.9 cm. 비토레 카르파치오(1465–1526).


”여보, 대체 내가 뭘 잘못했기에 당신이
내게서 마음을 돌리시는 거예요? 나를 우선으로
여기는 당신의 배려는 어디로 갔지요? 벌써 당신은
아무 가책도 없이 나를 멀리 떠나 있을 수 있나요?
벌써 먼길을 떠나는 것이 마음에 드세요? 벌써
나는 떨어져 있을 때 그대에게 더 소중한가요?
생각건대, 당신이 물길로 가신다면 나는 슬프기만
할 뿐 불안하지는 않고, 걱정은 돼도 두렵지는 않을
거예요. 나는 바닷물이, 바다의 침울한 모습이
무서워요. 얼마 전에 나는 바닷가에서 부서진
널빤지를 보았으며, 가끔은 시신 없는 빈 무덤에서
죽은 이들의 이름을 읽곤 했어요.



430행—454행.

알키오네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강력한 바람들을 감옥에 가두어두시고,
원하시기만 하면 바닷물을 잔잔하게 하실 수 있는,
히포테스의 아드님(바람의 신 아이올로스)께서
당신의 장인(알키오네는 아이올루스의 딸이다)
이시라고 해서 마음속으로 너무 자신하지 마세요.
바람들이 한번 풀려나 바닷물에 이르고 나면
바람들에게 금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모든 육지와 모든 바다가 바람들에게 내맡겨지지요.
아니, 바람들은 하늘의 구름도 못살게
구는가 하면, 서로 맹렬하게 충돌하여 붉은 번개를
일으키기도 하지요. 나는 알면 알수록
(나는 어릴 적에 아버지의 집에서 보았기 때문에
바람들을 알고 있어요.) 바람들이 더 무섭게 생각돼요.
내가 아무리 간청해도 당신이 뜻을 굽힐 수 없다면,
가겠다는 당신의 결심이 너무나 확고하다면,
여보, 나도 함께 데려가세요! 그러면 적어도 우리는
함께 폭풍에 시달릴 것이며, 나는 내가 겪는 것만
두려워하겠지요. 우리는 무슨일이 일어나든 함께
견디며 넓은 바다 위로 함께 실려갈 테니까요.
"아이올로스의 딸의 이런 말과 눈물에 별에서 태어난
그녀의 남편(에오스포로스의 아들)은 감동을 받았다.
그의 마음속의 사랑도 그녀의 사랑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번 마음먹은 바다 여행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알키오네를 위험에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아, 여러 위로의 말로 그녀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보려 했으나, 그녀의 승낙을 받아내지
못했다. 그는 이런 위안의 말을 덧붙임으로써
간신히 사랑하는 아내의 마음을 굽힐 수 있었다.
"얼마를 기다리든 기다리는 시간은 우리에겐 모두
길게 느껴지겠지요. 내 아버지의 불빛(별빛)에 걸고
맹세하겠소. 운명이 나를 돌려보내주기만 한다면
나는 달이 두 번 원을 채우기 전에 당신 곁으로
돌아오겠소." 이러한 약속으로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그녀가 갖게 되자



455행—473행.

알키오네와 케익스. 1460.


그는 지체 없이 자신이 타고 갈 배를 바다 위에
띄우고 필요한 선구를 갖추라고 명령했다.
알키오네는 배를 보자 닥쳐올 일을 예감이라도 한 듯
또 다시 떨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 오듯 눈물을
쏟으며 남편을 포옹하더니 마침내 더없이
비참한 심정이 되어 슬픈 목소리로
"잘 가세요!"라고 말하곤 기절했다. 케익스는
출발을 늦출 핑계를 찾았으나, 젊은이들은 두 줄로
앉아서 억센 가슴께까지 노를 뒤로 당기며 규칙적인
노젓기로 바닷물을 갈랐다. 알퀴오네는 눈물에
젖은 두눈을 들어 남편이 구부정한 고물에 서서
자기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그녀도 그에게
손짓으로 화답했다. 그에게서 육지가 더 멀리
물러나 더이상 그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게 되자,
그녀는 사라져가는 소나무 배를 가능한 동안 눈으로
뒤쫓았다. 배도 멀리 사라져 더이상 볼 수 없게 되자,
그녀는 그래도 돛대의 꼭대기에서 펄럭이는 돛을
바라보았다. 돛마저 보이지 않자, 그녀는 침통한
마음으로 외로운 침실로 가서 침상에 누웠다.
알키오네는 침실과 침대를 보자 또다시 눈물을
흘렸으니, 자기에게서 사라진 부분을 그것들이
일깨웠던 것이다.



474행—515행.

케익스와 알키오네. 1385년경.


그들이 항구를 떠나자 미풍에
돛대 밧줄이 흔들렸다. 선장이 노를 끌어올리고
활대를 돛대의 맨 꼭대기로 올린 다음 돛을 모두
펼쳐 불어오는 미풍을 받게 했다. 배는 바다를 반쯤
또는 그보다 좀 덜 건넜고, 육지는 양쪽 모두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때 밤이 되며 물결이 부어올라
바닷물이 하얘지기 시작하더니 거센 동풍이 더욱
세차게 불어왔다. 그러자 "당장 활대를 아래로
내리고 돛을 모두 활대에 단단히 감도록 하라!"고  
선장이 소리쳤다. 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맞바람이 그의 명령을 방해했고, 바다가 울부짖는
소리는 어떤 목소리도 들리지 않게 했다.
선원들은 자진하여 더러는 서둘러 노를 배 안으로
끌어올리고, 더러는 배의 측면을 막고, 더러는 돛을
감았다. 여기서는 물을 퍼내어 바닷물을 도로
바닷물에다 쏟아부었고, 저기서는 활대를 잡아당겼다.
이런 일들이 무질서하게 진행되는 사이에도 폭풍은
거세어졌으니, 세찬바람이 사방에서 공격해와서는
성난 파도를 휘저어놓았다. 선장 자신도 겁에 질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며, 무엇을 명령하고 무엇을
금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실토했다. 파멸이 그만큼
무겁게 짓눌렀고, 그만큼 그의 기술보다더 강력했다.
사람들은 고함을 질렀고, 돛대 밧줄은 덜커덩거렸고,
파도는 파도를 덮쳤으며, 대기는 천둥을 쳤다.
바다는 제 파도를 타고 솟아올라 하늘에 닿아서는,
낮게 드리운 구름에 물보라를 뿌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닷물은 때로는 밑바닥에서 황갈색 모래를
쓸어 올려 모래와 한 색깔이 되는가 하면, 때로는
스스 강물보다더 검었으며, 그러다가 다시 흰 거품을
이고는 쉭쉭 소리와 함께 넓게 퍼졌다.
트라킨의 배도 그처럼 오르내리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으니, 어떤 때에는 높이 들어올려져 산꼭대기에서
저 아래로 골짜기와 아케론의 가장 깊은 곳을
내려다보는 것 같았고, 어떤 때에는 아래로 내려앉아
바닷물에 둘러싸인 채 지하의 심연에서 하늘
꼭대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배는 가끔 파도에 옆구리를 맞고는 엄청난 굉음을
냈는데, 맞았을 때 나는 소리는 가끔은 무쇠로 된
충차나 노포가 허물어져가는 성채를 칠 때보다
작지 않았다.
마치 사나운 사자가 힘을 모은 다음 자신을 겨누고
있는 무기와 창에 가슴으로 덤벼들곤 하듯이,
꼭 그처럼 파도도 내 닫는 바람에 쫓기게 되자 배의
높은 부분에 덤벼들며 그것을 훌쩍 뛰어넘었다.
어느새 나무못이 느슨해지고, 배를 덮었던 밀랍 층이
씻겨나가며 이음새들이 벌어져 치명적인 물결에
길을 내주었다.



516행—553행.

케익스의 난파선. 크리스핀 반 데 파스 데 우드(1564–1637).


보라, 갈라진 구름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그대는 하늘 전체가 바다로 내려오고 있고,
부풀어 오른 바다는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있다고
믿었으리라. 옻은 비에 흠뻑 젖었고, 바다의 파도는
하늘의 물과 섞였다. 하늘에는 별빛도 없었고,
캄캄한 밤은 그 자체의 어둠과 폭풍의 어둠에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번쩍이는 번갯불이 어둠을
가르며 빛을 비춰주자 번개의 불빛에 바닷물도 붉게
타올랐다. 어느새 배의 빈 선체 안으로 파도가
뛰어들어 왔다. 마치 가끔 포위된 도시의 성벽을
공격할 때면 모든 전우 중에서 빼어난 한 전사가
마침내 뜻을 이루고는 칭찬받고 싶은 열정에
불타올라 일천 명의 전사 가운데 혼자 승리자로서
성벽 위에 서 있듯이, 꼭 그처럼 파도가 아홉 번이나
배의 높은 옆구리를 쳤을때 열 번째 파도가 더 높이
일며 돌진해오더니 말하자면 함락된 배의 성벽
안으로 뛰어들기 전에는 지칠 대로 지친 배를
공격하기를 그만두지 않았다.
그리하여 바다의 일부는 여전히 소나무 배 안으로
들어오려 했고, 일부는 이미 들어와 있었다. 모두
바삐 우왕좌왕하니, 그 형국은 일부는 바깥에서
성벽을 파서 허물려 하고 일부는 안에서 지키려
할 때 한 도시가 우왕좌왕할 때와도 같았다.
손쓸 재주도 없고, 사기도 떨어졌다. 파도가 몰려올
때마다 죽음이 쳐들어와 그들을 덮치는 듯했다.
이 사람은 눈물을 억제하지 못했고, 저 사람은
망연자실했고, 또 다른 사람은 장례식을 기다리는
자들을 행복하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서약을 하며 보이지 않는 하늘을 향해
헛되이 팔을 들고 도와달라고 기도했다. 이 사람은
부모 형제가 생각났고, 저 사람은 집과 자식들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케익스는 알키오네를
떠올렸다. 케익스의 입에는 알키오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그녀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녀가 멀리 떨어져 있어 기뻤다. 그는 고향의
바닷가를 뒤돌아보며 자기 집 쪽으로 얼굴을 돌려
마지막 눈길을 주고 싶었겠지만, 그곳이 어디쯤인지
알지 못했다. 바다가 그만큼 크게 소용돌이치며
끓어오르고, 역청 같은 구름의 그림자에 온 하늘이
가려져 밤이 곱절로 어두웠기 때문이다.
세찬 회오리바람에 돛대가 부러지더니 배의 키도
부러졌다. 끝까지 살아남은 마지막 파도가
제 전리품에 의기양양해하며 승리자인 양 몸을
구부리고는 다른 파도를 내려다보았다.



554행—572행.

케익스의 죽음. 비르길 졸리스(1514–1562).


마치 누가 아토스 산(중부 마케도니아 지방에 있는 산)
과 핀도스 산(태살리아 지방의 산맥)을 뿌리째
뽑아 통째로 열린 바닷속으로 던지기라도 한 듯,
그 파도는 거꾸로 곤두박질치며 그 무게와 떨어지는
기세로 배를 맨 밑바닥에 가라앉혔다. 배와 더불어
선원 대부분은 묵직한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다시는 대기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었다. 다른 사람들은 배의 파편을 붙잡고 있었다. 케윅스 자신은 왕홀을
잡곤 하던 손으로 배의 파편을 붙잡고는 아아,
하릴없이 장인과 아버지를 불렀다.
하지만 헤엄치던 그가 가장 자주 부른 이는
아내 알키오네였다. 그는 아내를 기억하고는
아내의 이름을 되풀이해서 부르며, 자신의 시신이
그녀의 눈앞으로 파도에 떠밀려가서 죽긴 죽되
자신이 아내의 사랑하는 손에 묻히기를 바랐다.
헤엄치는 동안 그는 입을 벌리는 것을 파도가 허락할
때마다 멀리 있는 알퀴 오네의 이름을 불렀고,
파도가 입을 막아도 그녀의 이름을 속삭였다.
보라, 바닷물의 시커먼 아치가 주위의 물결을 덮치더니 물에 잠긴 그의 머리를 부서지는 파도 아래 묻어버렸다.
그날 아침 루키페르는 희미하여 알아볼 수 없었다.
루키페르는 하늘을 떠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짙은 구름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573행—591행.

유노(헤라) 여신에게 간청하는 알키오네. 비르길 졸리스(1514–1562).


그사이 아이올로스의 딸은 그토록 큰 재앙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지나간 밤을 세면서 때로는
그가 입을 옷을, 때로는 그가 돌아올 때 자신이 입을
옷을 서둘러 지었고,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에게
이루어질 수 없는 약속을 했다. 그녀는 하늘의 모든
신에게 경건하게 분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신 중에서 유노(결혼과 가정의 신 헤라)의 신전을
가장 공경했고, 이미 이 세상에 없는 자기 남편을
위해 제단 앞으로 다가가 그가 무사히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했고, 그가 다른 여인을 자기보다
더 사랑하는 일이 없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모든 기도 중에서 이 기도만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여신은 죽은 이를 위해 이렇게 간청하는 것을
참다못해 애도의 손으로부터 자신의 제단을
지키기 위해, “이리스(무지개의 여신)여,
내 목소리의 가장 충실한 여사자(여전령)여,
그대는 잠을 가져다주는 잠의 신 솜누스의 궁전으로
가서 죽은 케익스의 모습으로 알키오네에게 꿈을
하나 보내 그의 운명을 사실대로 알려주라고
그에게 명령하라!"고 말했다.
여신이 이렇게 말하자, 이리스는 천 가지 색깔의
외투를 걸치고는 하늘에 무지개 곡선을 그리며
명령대로 구름에 가려진 잠의 신의 왕궁을 찾아갔다.


[참고. 이리스]

공작이 끄는 수레에 오른 여신 헤라와 그녀의 여전령 무지개 여신 이리스. 246 cm x 156 cm. 안토니오 팔로미노(1655–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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