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9행—753행.
나란히 넓은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이 새들(물총새들)을 보며 한 노인이 끝까지 변함없는
그들(물총새가 된 알키오네와 케익스 부부)의
사랑을 칭찬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람이,
아니면 아마도 같은 사람이 말했다.
"그대도 보시다시피, 가느다란 다리를 끌며
바닷물 위를 스쳐지나가는 저 새도"
(그러면서 목이 긴 잠수조를 가리켰다.)
754행—761행.
"왕가의 자손이오. 그대가 윗대로부터
그에 이르기까지 쭉 대(代)를 따진다면 그의 선조는
일로스(트로이아 왕 트로스의 아들로 일리온의
건설자)와, 아사라코스(왕 트로스의 아들로
카피스의 아버지이며 얀키세스의 할아버지이다)와,
유피테르(제우스)에게 납치된
가니메데스(왕 트로스의 아들)와,
노왕 라오메돈(왕 일로스의 아들)과,
트로이아의 최후를 볼 운명을 타고난
프리아모스(왕 라오메돈의 아들로 트로이아의
마지막 왕)이지요.
저기 저 새는 헥토르(왕 프리아모스의
헤카베의 아들로 트로이아 전쟁 때 용맹을 떨치던
트로이아군의 제일의 맹장)의
아우(파리스)였지요. 그가 만약 초년에 기이한
운명(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와의 만남)을 겪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헥토르 못지않은 명성을 얻었을 것이오.
헥토르는 디마스의 딸(헤카베)이 낳았으나,
761행—770행.
아이사코스(왕 프리아모스와 알렉시로에의 아들)는
뿔둘 달린 하신 그라니쿠스(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의 강 및 하신)의 딸 알렉시로에가
그늘이 많은 이다(소아시아 트로이아 근처에 있는
산)의 산기슭에서 몰래 낳았다고 하더군요.
그는 도시를 싫어하여 번쩍이는 궁전을 멀리하며
한적한 산기슭이나 소박한 시골에서 살았고,
일리온(소아시아 내 트로이아의 별칭)의 군중을
찾는 일은 드물었어요. 하지만 고루하거나
사랑에 무관심한 자는 아니어서, 가끔 온 숲을 지나
케브렌(트로아스 지방의 강 및 하신)의 딸
헤스페리에를 뒤쫓곤 했지요.
그러다가 그는 어느 날 그녀가 아버지의 강둑에서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머리털을 햇볕에 말리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참고. 트로아스 지방]
771행—782행.
그에게 들킨 요정은 도망쳤는데, 그 모습은 마치
겁에 질린 암사슴이 황갈색 늑대 앞에서, 또는
야생 오리가 제 못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습격을
받고 매 앞에서 도망치는 것 같았소. 두려운 만큼
빠른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빠른 트로이아의 영웅이
뒤쫓았지요. 보시오, 그때 뱀 한 마리가 풀숲에
숨어 있다가 도망치던 그녀의 발을 옥니로 물어
그녀의 몸에 독을 남겼소. 숨이 멈추며 그녀의
도주도 멈추었소. 사랑하는 애인은 정신을 잃고
숨이 끊어진 그녀를 껴안으며 외쳤소. 그대를
쫓아간 게 후회되고 또 후회되오. 이리 될 줄은
몰랐소. 이기는 게 그토록 중요한 것은 아니었는데.
우리 둘이서 가련한 그대를 죽였소. 뱀은 부상을
입혔고, 나는 그 원인을 제공했으니, 나는 뱀보다
책임이 크오. 나는 내 죽음으로 그대의 죽음을
위로할 것이오.'
783행—795행.
그는 노호하는 파도에 밑이
갉아먹힌 절벽에서 바다로 뛰어들었소.
하지만 테티스(바다의 여신. 펠레우스의 아내이자
아킬레우스의 어마니)가 그를 불쌍히 여겨
그가 떨어질 때 부드럽게 받아 물위로 헤엄치던 그를
깃털로 덮어주었소. 바라던 죽음의 기회가 그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소. 사랑에 빠진 애인은 자신의
의지와 달리 살도록 강요받은 것에, 자신의 영혼이
비참한 처소를 떠나려다 방해받은 것에 화가 났소.
그래서 그는 어깨에 새 날개가 돋아나자마자
높이 날았다가 다시 한번 제 몸을 물속으로 내던졌소.
하지만 깃털은 그의 추락을 가볍게 해주었소.
아이사코스는 미쳐 날뛰며 물속 깊숙이 곤두박질치며
끊임없이 죽음에 이르는 길을 찾으려 했소.
사랑은 그렇게 그를 여위게 만들었소.
그러는 사이 관절 사이의 다리는 길어지고,
긴 목은 여전히 길었으며, 머리는 몸에서 멀리 떨어졌소. 그는 전과 같이 바다를 사랑하여 그 밑으로
잠수하기에 잠수조란 이름을 갖게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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