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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1권. 솜누스(Somnus)와 모르페우스(Morph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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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총새로 변한 알키오네(Alcyone)와 케익스(Ceyx) 부부.




592행—615행.

잠의 신 힙노스Hypnos 또는 솜누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Thanatos) 형제. 69.8 cm x 90. 8 cm.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1849–1917).


킴메리이족(서쪽 끝의 영원한 어둠 속에 산다는
전설적인 부족)의 나라 근처에는 속이 빈 산속에
깊숙한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곳이 게으른 잠의 신
솜누스(그리스 신화의 ‘힙노스’와 동일시된다.
솜누스는 ‘잠‘이라는 뜻이다)의 집이자 안방이다.
그곳으로는 포이부스(태양의 신 아폴로의 별칭)도
해 뜰 때든, 한낮이든, 해 질 때든, 결코 햇살로
다가갈 수 없다. 안개가 김과 섞여 땅에서 발산되고,
어둑어둑한 어스름이 그곳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는 잠들지 않는, 볏이 달린 수탉이
울음소리로 아우로라(새벽의 여신 에오스)를
불러내지도 않고, 경비견이나 개보다 더 예민한
거위(기원전 390년 카피톨리움 언덕을 지키던
로마인들은 거위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는 잠에서
깨어나 한밤에 공격해온 갈리아인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가 목소리로 정적을 깨는 일도 없다.
야수나, 가축 떼나,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가지
소리도 들리지 않고, 서로 다투는 사람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곳에는 무언의 정적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바위 맨 밑에서는 망각의 강이
흘러나와, 그 물결이 자갈 바닥 위를 졸졸거리고
미끄러지듯 지나가며 잠자기를 청한다.
동굴의 입구 앞에는 양귀비꽃과 수많은 약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데, 이슬에 젖은 밤의 여신은
그것들의 즙에서 졸음을 모아 가지고는 어둠에 싸인
나라들에 뿌린다. 돌쩌귀가 돌면서 소음을 내지
않도록, 온 집안에 문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문턱에는 문지기도 없다. 동굴 한가운데에는
흑단으로 만든, 깃털처럼 부드럽고 한 색깔로 된
높다란 침상이 하나 있는데, 그 위에는 검은 이불이
펴져 있다. 잠의 신은 그곳에 누워 있는데,
나른하여 사지가 풀려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여러 모습을 흉내낸 공허한 꿈들이
사방에 누워 있는데, 수확기의 이삭이나, 숲속의
나뭇잎이나, 바닷가에 흩어져 있는 모래알만큼이나
그 수가 많았다.



616행—632행.

무지개 여신 이리스와 잠의 신 솜누스(힙노스). 비르길 졸리스(1514–1562).


처녀신(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이 그곳으로
들어가서 길을 막는 꿈들을 두 손으로 옆으로
밀어냈을 때, 그 신성한 집은 그녀가 입고 있던
의상으로 환해졌다. 그러자 신(솜누스)이 잠의
무게에 짓눌린 두 눈을 간신히 뜨더니 자꾸만
자꾸만 도로 넘어지고 끄덕이는 턱으로 제 가슴을
치다가 마침내 자신에게서 자신을 털어내고는
그녀에게
(그는 그녀를 알아보았던 것이다.) 찾아온
용건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만물의 휴식인 잠의 신이여, 신들 중에서 가장
온유한 잠의 신이여, 근심을 내쫓고, 힘겨운 봉사에
지친 육신을 어루만져주며, 노고를 위해 육신을
다시 준비시켜주는, 그대 마음의 평화여, 그대는
진짜 모습을 똑같이 흉내내는 꿈들에게 명하여
케익스 왕의 모습을 하고는 헤라클레스의
트라킨(텟살리아 지방의 도시)으로
알키오네(트라킨의 왕 케익스의 아내)를 찾아가서
그녀에게 난파당한 자의 모습(케익스의 모습)을
그려 보여주라고 하세요. 유노(제우스의 아내 헤라)의
분부입니다. "이리스는 임무를 수행하고 나서
그곳을 떠났으니, 졸음의 힘을 더이상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잠이 자신의 사지 속으로 살그머니
스며드는 것을 느끼자, 방금 전에 지나왔던
무지개를 따라 되돌아갔다.



633행—649행.

솜누스(힙노스)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한편 아버지(힙노스. 솜누스)는 일천 명이나 되는
자기 아들들의 무리 중에서 모르페우스(꿈의 신)를
깨우니, 그는 인간의 모습을 교묘히 모방하는
자이다. 걸음걸이와 얼굴 표정과 말하는 목소리를
그보다 더 교묘하게 재현할 자는 달리 아무도 없다.
거기에다 그는 각자의 옷차림과 흔히 쓰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는 사람들만 흉내내는 데 반해,
둘째 아들은 야수가 되기도 하고, 새가 되기도 하고,
몸이 긴 뱀이 되기도 한다. 둘째 아들을 하늘의
신들은 이켈로스라고 부르고,
인간의 무리는 포베토르(‘겁주는 자'라는 뜻)라고
부른다. 셋째 아들은 판타소스(‘상상력'이라는 뜻의
그리스어)인데, 그는 또 다른 재주에 능하다.
그는 땅이나 바위나 물이나 나무나 온갖 무생물로
둔갑한다. 이들 꿈은 밤에 왕이나 장군에게
자기 모습을 드러내고, 다른 꿈들은 서민 대중들
사이에 출몰한다. 연로한 잠의 신 솜누스는 이들은
모른 체하고 지나치고 모든 형제 중에서
모르페우스 한 명만을 골라
타우마스의 딸(이리스)의 명령을 이행하게 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나른함에 풀려 도로 고개를
숙이더니 높다란 침상 위에 머리를 뉘었다.



650행—679행.

꿈의 신 모르페우스(Morpheus)와 알키오네. 비르길 졸리스(1514–1562).


모르페우스는 소리 없는 날개를 타고는 어둠을
헤치고 날아가 얼마 안 있어
하이모니아(텟살리아 지방의 옛 이름)의
도시(트라킨)에 도착했다. 모르페우스는 몸에서
날개를 벗어놓은 다음 케익스의 얼굴과 모습을
취하고는 죽은 사람처럼 파리한 안색으로 옷도
입지 않은 채 가련한 아내의 침상 앞으로 다가섰다.
모르페우스의 수염은 젖어 있는 것 같았고,
흠뻑 젖은 그의 머리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볼 위로 눈물을 쏟으며 그녀의 침상
위로 몸을 구부리고 이렇게 말했다.
"가장 비참한 아내여, 나를 알아보겠소?
아니면 내가 죽으며 얼굴도 변했나요? 나를 보시오.
그러면 당신은 나를 알아보고는 당신의 남편 대신
남편의 그림자를 발견할 것이오.
알키오네여, 당신의 기도는 내게 도움도 되지 못했소.
나는 죽었으니까. 나에 대해 헛된 희망을 품지 마시오!
구름을 데려다주는 남풍이 아이가이움 해(에게 해의
라틴어 이름)에서 내 배를 덮치더니 엄청나게 센
입김으로 이리저리 흔들다가 산산이 부숴버렸고,
헛되이 당신 이름을 부르던 내 입은 파도로 가득찼소.
이 소식을 당신에게 전하는 것은 믿지 못할 사자도
아니며, 당신은 뜬소문으로 이 소식을 듣는 것도
아니오. 난파당한 내가 몸소 예까지 와 그대에게
내 운명을 전하는 것이오.
자, 일어나서 나를 위해 곡을 하고 상복을 입어요.
나를 위해 울어주는 이도 없이 공허한
타르타로스(지하 세계)로 보내지 말고!"
이런 말을 모르페우스는 그녀가 남편의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또 실제로
눈물을 흘리는 것처럼 보였으며, 그의 손짓도
케익스의 손짓이었다. 알키오네는 눈물을 흘리며
신음했고, 자면서도 두 팔을 내밀어 그의 몸을
찾았지만 허공만을 껴안으며 외쳤다.
"멈춰 서세요. 어디로 그리 급히 가세요?
우리 함께 가요!" 그녀는 제 목소리와 남편의 모습에
놀라 잠에서 깨어, 우선 방금 본 그이가 그 자리에
있는지 보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679행—709행.

케익스의 닌파선. 비르길 졸리스(1514–1562).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하인들이 등불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를
아무데서도 찾을 수 없자 알키오네는 제 손으로
제 얼굴을 치고 가슴에서 옷을 찢더니 가슴을 쳤다.
그녀는 먼저 머리를 풀 생각은 않고 그냥 쥐어뜯으며,
비통해하는 까닭을 묻는 유모에게 말했다.
"이제 알키오네는 없어, 없단 말이야. 그녀는 그녀의
케익스와 함께 죽었다. 위로의 말은 집어치워!
그이는 난파당해 죽었다. 나는 그이를 알아보고
떠나가는 그이를 붙들려고 두 손을 내밀었지.
그이는 그림자였어. 하지만 분명히 내 남편의 또렷한
그림자였어. 그대가 묻는다면, 그이는 안색이
여느 때와 같지 않았고, 얼굴에도 이전처럼 화색이
돌지 않았어. 그이는 파리한 얼굴로 옷도 벗고 있었고,
머리에서는 아직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지.
그것이 내가 본 가련한 그이의 모습이야.
가련한 그이는 여기, 봐, 바로 이곳에 서 있었어."
그녀는 혹시 발자국이라도 남아 있나 하고 찾았다.
"나는 마음에 짚이는 바가 있어, 그것이, 바로
그것이 두려워서 내 곁을 떠나 바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당신에게 간청한 거예요. 당신이 이왕
죽으러 갈 바에는 나도 함께 데려갔더라면 정말
좋았을 거예요. 나에게는 당신과 함께 가는 것이
훨씬 유익했을 거예요. 그랬더라면 나는 내 인생의
일부를 당신 없이 보내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는
죽어도 함께 죽었을 테니까요. 나는 지금 거기
없지만 죽었고, 거기 없지만 역시 파도에
내던져졌으며, 거기 없지만 바다가 나를 붙들고
있어요. 내 마음이 내게는 바다보다도 더
잔인하겠지요, 만약 내가 더 오래 살려고 노력한다면,
그토록 큰 슬픔에서 살아남으려고 싸운다면 말이에요.
나는 싸우지 않을 것이며, 가련한 이여, 당신 곁을
떠나지도 않을 거예요. 지금이라도 나는 당신에게
동반자로 다가가려 해요. 그러면 유골 항아리가
아니더라도 무덤가 비문이나마 우리를 결합시켜줄
것이며, 뼈끼리는 아니라도 이름이라도 서로 닿겠지요." 그녀는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고, 말끝마다
가슴을 쳤으며, 놀란 가슴에서는 신음 소리만
새어나왔다.



710행—725행.

알키오네와 케익스릐 주검. 리처드 윌슨(1714–11782).


아침이 되었다. 그녀는 바닷가로 가서는
그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던 장소를 비통한
마음으로 찾았다. 그녀가 거기 머무는 동안, 그녀가
"여기서 그이는 밧줄을 풀었지. 이 해안에서 떠나가며
그이는 내게 입맛춰주었지."라고 말하는 동안,
그리고 그녀가 그의 행동을 일일이 그것이 일어난
장소에서 회상하며 바다를 내다보고 있는 동안
저 멀리 맑은 바닷물 위에 시신 같은 것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았다. 그것이
물결에 조금씩 밀려오자, 비록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어도, 시신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것이
누구의 시신인지 알지 못했으나, 난파당한 자였기에
불길한 전조에 놀라 마치 알지 못하는 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양 말했다. "아아, 그대가 뉘시든
참 안됐구려. 그대의 아내도. 그대에게 아내가
있다면 말이에요." 그사이 시신이 물결에 더
가까이 밀려왔고, 그녀는 그것을 오래 보면 볼수록
그만큼 더 제정신이 아니었다. 어느새 시신이
육지 가까이 다가오자 이제야 그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725행—747행.

물총새가 되는 케익스와 알키오네. 카를 반 로오(1705–1765).


"그이다!"라고 소리치며
그녀는 두 볼과 머리털과 옷을 동시에 찢었고,
떨리는 두 손을 케익스에게 내밀며 "오오!
이런 모습으로, 더없이 사랑하는 낭군이여,
이런 모습으로 당신은 내게 돌아오시나요,
가련한이여?"라고 말했다. 바닷가에는 사람 손으로
만든 방파제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노도를
막으며 달려드는 물결의 예봉을 꺾어놓았다.
그 위에서 그녀는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그녀가 그럴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이었다- 그녀는
가련하게도 한 마리 새가 되어 방금 돋아난 날개로
가벼운 대기를 치며 수면 위를 스치듯 날았다.
날아다니며 방금 전까지 입이었던 가느다란
부리에서 애도하는 자의 목소리와도 같은, 원망으로
가득찬 소리로 짹짹거렸다. 하지만 말없고 핏기 없는
시신 곁에 이르자 알키오네는 새로 돋은 날개로
사랑하던 사지를 껴안으며 딱딱한 부리로 그의
싸늘한 입술에 헛되이 입맞추려 했다.
케익스가 그것을 느꼈는지, 아니면 물결에 밀려
얼굴을 든 것처럼 보였는지 사람들은 확실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느꼈던 것이다.
하늘의 신들마저 이들을 불쌍히 여겨, 이들은 둘다
새(물총새)로 변했다. 똑같은 운명을 겪은 뒤에도
이들의 사랑은 여전히 변함없었고, 새가 된 뒤에도
이들의 결혼 서약은 깨지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교합하여 부모가 된다. 그리하여
알키오네(바람의 신 아이올로스의 딸)는
겨울철의 평온한 이레(7일) 동안
바닷물 위에 떠다니는 둥지에서 알을 품는다.
그때는 바다의 파도도 잔잔해진다.



747행—748행.

바람들을 가두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알키오네의 아버지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Aiolos). 베르나르 피카르(1673–1733).


아이올로스(알키오네의 아버지)가
바람을 지키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외손자들에게 바다를 내맡기기 때문이다.


[참고. 알키오네]

알키오네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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