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행—53행.

세상의 한가운데에, 대지와 바다와 하늘의 중간에,
세 겹의 우주가 서로 만나는 장소가 있다.
그곳에서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무엇이든
다 보이고, 열린 귀로는 무슨 소리든 다 들린다.
그곳에 소문의 여신 파마가 살고 있다.
그녀는 맨 꼭대기에다 거처를 고른 다음 그 집에
수많은 입구와 일천의 통로를 냈으나 문턱에 문을
달지는 않았다. 그 집은 밤낮으로 열려 있다.
그 집은 온통 울리는 청동으로 되어 있어 전체가
울리고, 메아리치고, 들은 것을 되풀이하여
들려준다. 그 안에는 고요도, 정적도 없다.
요란한 소음도 없고,
누가 멀리서 들을 때 바다의 파도 소리와 같은,
또는 유피테르(천둥, 번개, 하늘의 신 제우스)가
먹구름을 맞부딪칠 때 들리는 천둥소리의
울림과 같은, 나지막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있을 뿐이다.
53행—63행.

군중이 홀을 메우고 있다. 경박한 무리가 오가고,
참말과 뒤섞인 거짓말이 도처에 돌아다니고,
수천 가지 소문과 혼란스러운 말이 떠돈다.
그들 가운데 더러는 한가한 귀를 수다로 채우고,
더러는 들은 것을 퍼뜨린다. 그리하여 지어낸
이야기는 자꾸 커지고, 새로 전하는 자마다
들은 것에다 무엇인가를 보탠다.
그곳에는 경박한 믿음이 있고,
그곳에는 부주의한 실수와 근거 없는 기쁨과
걷잡을 수 없는 두려움이 있으며, 그곳에는
갑작스러운 선동과 출처를 알 수 없는 속삭임이 있다.
소문의 여신은 하늘과 바다와 대지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지켜보고 있고, 온 세상에서 새로운
소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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