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행—71행.

그라이키아(그리스의 라틴어 이름)의 함대가
용감한 전사들을 태우고 다가오고 있다고 알린 것도
소문의 여신(파마/페메)이었다. 그리하여
무장한 적군(그리스군)이 뜻밖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트로이아인들은 해안을 지키며 적군의
상륙을 막았다. 프로테실라오스(그리스 텟살리아
출신의 장수로 트로이아 전쟁 때 그리스인 중에서
맨 먼저 상륙하다가 맨 먼저 전사한다)여,
운명의 뜻에 따라 그대가 맨 먼저
헥토르(트로이아 전쟁 때 용맹을 떨치던
트로이아군의 제일의 맹장)의 창에 쓰러져 죽었소.
이 전투에서 다나이족(그리스인)은 비싼 대가를
치렀고, 용감한 영웅(프로테실라우스)의
죽음으로 헥토르의 용맹을 알게 되었다.
프리기아인들(트로이아인들)도 적잖은 피를 흘리고는
아카이아(펠로폰네소스 반도 북부 해안 지방으로,
흔히 여기서처럼 ‘그리스’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의
손이 얼마나 힘센지 느꼈다.
벌써 시게움(소아시아 서북부 트로아스 지방에
있는 곶)의 해안은 붉게 물들었고,
72행—92행.

넵투누스(포세이돈)의 아들 키크노스는 일천 명의
전사를 죽음에 넘겨주었으며, 벌써
아킬레스(그리스 동맹군의 최고의 맹장)는
전차를 타고는
펠리온 산(그리스 텟살리아 지방의 산)에서 자란
나무로 자루를 박은 창으로 온 대열을 눕히고 있었다.
그는 전투의 대열을 헤치며 키그누스나 헥토르를 찾다가 키크노스와 만났다. (헥토르는 십 년째 되는 해에
죽게 되어 있었다.)
아킬레스가 빛나는 목덜미에 멍에를 메고 있던
말들을 격려하며 적을 향해 전차를 몰더니
떨리는 창을 팔로 힘껏 휘두르며 말했다.
"젊은이여, 그대가 누구든, 죽어도
하이모니아(그리스 텟살리아 지방의 옛 이름)의
아킬레스 손에 죽은 것을 위안으로 삼도록 하라!"
여기까지 아이아코스의 손자(아킬레스)는 말했다.
그의 말에 무거운 창이 뒤따랐다. 그의 확실한 창에
아무 잘못이 없었음에도, 날아간 무쇠 창끝은
아무 효과도 없이 마치 무딘 창으로 친 것처럼
적의 가슴에 타박상만을 입혔을 뿐이었다.
키크노스가 말했다. "여신(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아킬레스)이여, 소문을 통해 나는 그대를
익히 알고 있소.
그대는 내가 부상 당하지 않았다고 놀라시는 거요?
(아킬레스는 실제로 놀랐다.) 그대가 보는
말 장식이 달린 이 황갈색 투구나 내 왼팔을
누르고 있는 이 오목한 둥근 방패가 나를 지켜준
것이 아니오. 그것들은 장식일 뿐이오.
마르스(전쟁의 신 아레스)가 그런 이유에서
무구를 입고 다니는 것처럼. 이런 호신용 덮개를
벗어던진다 해도, 나는 상처 하나 없이 이곳을
떠날 것이오.
92행—108행.

네레우스의 딸(테티스)의 아들(아킬레스)이 아니라,
네레우스와 그의 딸들(50여명의 딸들)과
바다 전체를 다스리시는 분(포세이돈)의
아들(키크노스)이라는 것은 역시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라오." 그러더니 그는 아이아코스의
손자(아킬레스)를 향해 창을 던졌다.
창은 볼록한 방패에 박히고 말았으니, 그것은
청동과 그다음의 황소가죽 아홉겹은 뚫었지만
열 번째 원에서 멈춰 섰던 것이다.
영웅(아킬레스)은 그것을 뽑아내 강력한 손으로
떨리는 창을 다시 한 번 힘껏 던졌다. 또다시
그의 적의 몸은 부상도 입지 않고 온전했다.
세 번째 창도 키크노스가 가리지 않은 채
몸을 내미는데도 부상조차 입히지 못했다.
그러자 아킬레스가 불같이 화를 내니, 그 모습은
황소가 넓은 모래밭에서 자신을 약올리는
자줏빛 외투를 향해 무시무시한 뿔로 돌진하지만
부상을 입히려는 시도가 수포로 돌아갔음을
느낄 때와 다르지 않았다. 그는 혹시 창에서
무쇠 날이 떨어져나간 것이 아닌지 살펴보았다.
창날은 나무 자루에 제대로 박혀 있었다.
"그러면 내 손이 약해졌나? 전에 갖고 있던 힘을
이번 경우에만 잃어버린 것일까?" 하고 아킬레스는
말했다. "내 손은 확실히 힘이 있었으니까.
108행—110행.

내가 앞장서서 리르네소스(소아시아 트로아스
지방의 소도시)의 성벽을 함락했을 때에도, 내가
테네도스(소아시아 트로아스 지방의 앞바다에
있는 섬)와, 에에티온(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에 있는
테바이 시의 왕으로 헥토르의 아내 안드로마케의
아버지)의 테바이(여기서 테바이는 보이오티아
지방의 수도가 아니라, 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를 말한다)를 그들 자신의 피로 가득
채웠을 때에도,
111행—135행.

카이쿠스(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의 강으로
에게 해로 흘러든다)가 그 유역에 사는
백성이 살육되어 자줏빛으로 흘렀을 때에도,
텔레포스(소아시아 미시아 지방의 왕으로
헤라클레스와 요정 아우게의 아들)가 두 번이나
내 창의 힘을 느꼈을 때에도. 내가 그토록 많은 자를
죽여 그 시신들을 바닷가에 쌓아올리게 했고,
또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있는 이곳에서도
내 오른팔은 힘이 있었고 또여전히 힘이 있지 않는가!"
그는 자신의 이전 무훈이 믿어지지 않는 양
리키아(소아시아의 지역)의 병사 가운데 한 명인
메노이테스를 향해 창을 던져 흉갑과 그 밑의
가슴을 동시에 꿰뚫었다. 적이 죽어가며 머리로
무거운 대지를 쾅 하고 치자 아킬레스가 뜨거운
상처에서 창을 뽑으며 말했다.
"이것이 내가 방금 이겼던 그 손이고, 그 창이다.
나는 저자에게도 같은 손과 창을 쓸것인즉 바라건대,
저자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오기를!"
그는 다시 창을 던졌다. 물푸레나무 창은 빗나가지 않고, 피하지 않은 그의 왼쪽 어깨를 쾅 하고 맞혔으나,
마치 담벼락이나 단단한 바위에 맞은 것처럼
도로 튀어나왔다.
아킬레스는 키그누스가 창을 맞았던 곳에 핏자국이
나 있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상처는 한 군데도 없고 그것은 메노이테스의 피였던
것이다. 아킬레스는 화가 나 씩씩거리며 높다란
전차에서 급히 뛰어내려 번쩍이는 칼로
부상 당하지 않는 적과 백병전을 벌였다.
그는 적의 방패와 투구가 칼에 뚫린 것을 보았으나,
적의 단단한 몸에서는 칼도 무디어지고 말았다.
아킬레스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방패를 뒤로 당겼다가 그것으로 서너번 적의 얼굴을 치고 움푹 팬 관자놀이를
칼자루로 때렸다. 그는 물러서는 적을 따라가며
압박하고 불안하게 하고 덤벼들었고, 당황한 적에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136행—167행.

키크노스는 겁이 났고 눈앞이 캄캄했다. 그가
뒷걸음질칠 때 들판 한가운데에 놓여 있던 돌덩이가
그의 뒷걸음질을 막았다. 아킬레스는 키크노스를
몸이 뒤로 젖혀질 때까지 돌덩이 뒤로 밀어붙이더니
있는 힘을 다해 빙글빙글 돌리다가 땅에다 내팽개쳤다.
그러고는 방패와 단단한 무릎으로 적의 가슴을 누르며
투구 끈을 당기니, 그 끈이 적의 턱밑을 죄며 목구멍과
기도를 막고 숨길을 끊어버렸다. 그는 패배한 적의
무구를 벗길 채비를 했다. 한데 그는 무구들 안이
비어 있는 것을 보았다. 바다의 신(포세이돈)이
키크노스의 몸을 흰 새(백조)로 변신시켰던 것이다.
그리하여 키크노스(Cycnus)는 지금도
그 새(백조)의 이름(백조를 뜻하는
영어 시그너스 Cygnus)을 쓰고 있다.
이 노고와 이 격전이 끝난 뒤 여러 날 동안
소강상태가 계속되었고,
양측은 무기를 놓고 휴식을 취했다.
깨어 있는 파수병들이 프리기아의 성벽을 지키고,
깨어 있는 파수병들이 아르고스인들의
해자(성 주위에 둘러 판 못)를 지키는 사이
축제일이 다가와, 키크노스에게 이긴
아킬레스가 암송아지 한 마리를 잡아 그 피로
여신 팔라스(전쟁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를 달랬다.
그것의 내장이 활활 타는 제단 위에 올려져
신들이 좋아하는 냄새가 일단 대기 속으로 오르고
난 뒤에, 의식에 필요한 부분은 의식에 쓰이고
나머지는 식탁에 올려졌다.
장수들은 긴 의자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는
구운 고기를 배불리 먹으며 포도주로 근심을 쫓고
갈증을 식혔다. 그들을 즐겁게 해주려고
키타라(길이가 같은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 소리도, 노랫소리도, 구멍을 여러 개 뚫은,
회양목으로 만든 기다란 피리의 소리도 울려
퍼지지 않았다. 그들은 이야기로 밤을 보냈고,
용기가 이야기의 주제였다. 그들은 적군과 자신들의
전투에 관해 이야기했고, 자신들이 겪고 견뎌냈던
위험에 관해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며 즐겼다.
사실 아킬레스가 그 밖의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하겠으며, 위대한 아킬레스 면전에서 그들이
어떤 다른 이야기를 꺼내겠는가?
무엇보다도 그가 키크노스를 제압하고 거둔 최근의
승리가 화제가 되었다. 젊은이가 어떤 창으로도
뚫을 수 없고, 부상 당하지 않으며, 무쇠를 무디게
하는 몸을 가졌다는 것은 그들 모두에게
기적처럼 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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