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6행—584행.


아우로라(새벽의 여신 에오스)도 트로이의
무구들을 편들어주었지만, 그녀에게는 트로이의
함락과 헤카베(트로이의 마지막 왕비)의 재앙을
슬퍼할 겨를이 없었다. 더 가까운 근심이,
아들 멤논(프리아모스와 형제지간인 티토노스와
에오스의 아들)을 잃은 집안의 슬픔이 여신을
괴롭히고 있었으니, 그의 금빛 찬란한 어머니인
그녀는 그가 아킬레스의 창에 죽어
프리기아(트로이가 있는 지방)의 들판에
누워 있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여신이 그것을 보자, 아침나절을 붉게 물들이는
여신의 밝은 얼굴빛은 창백해졌고, 맑은 대기는
구름 속에 숨어버렸다.
그의 사지가 마지막 화염 위에 올려졌을 때,
그의 어머니는 차마 그것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585행—595행.

그래서 여신은 산발한 그대로 위대한
유피테르(제우스)의 무릎에 쓰러져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나는 황금빛 하늘이 떠받쳐주는 모든 여신보다
지위가 낮지만 (나는 온 세상에 매우 적은 수의
신전만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여신은
여신이에요. 내가 온 것은, 신전과, 제물 바치는
날(축제일)과, 불로 데워질 제단을 달라고
간청하려는 것이 아녜요. 내 비록 한낱
여신에 불과하지만 날이 밝아올 때마다
밤의 경계 지대를 지킴으로써 내가 그대에게
얼마나 봉사했는지 떠올리신다면, 그대는 내가
보답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받아 마땅한 명예를 요구하는 것은
이 아우로라의 관심사도 아니고, 나는 지금 그럴
처지도 아녜요. 내가 온 것은 내 멤논을 잃었기
때문이에요.
595행—605행.

그애(멤논)는 숙부(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를 위해 용맹스러운 무기를
들었다가 보람 없이 초년에 용감한 아킬레스의
손에 쓰러지고 말았어요. (그것이 그대들의
뜻이었으니까요.) 청컨대 그대는 그애에게
죽음에 대한 위안으로 명예를 좀 나눠주시고,
어미의 상처를 달래주소서,
신들의 가장 높으신 지배자이시여!"
유피테르는 승낙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멤논의 높다란 화장용 장작더미가
솟아오르는 불길에 싸여 내려앉으며
소용돌이치는 시커먼 연기가 날을 어둡게 하니,
그 모습은 마치 물의 요정이 강에서 안개를
내뿜어 햇빛이 그것을 뚫고 내려오지
못할 때와도 같았다. 시커먼 재가 날아
올라가 하나의 덩어리로 똘똘 뭉치며 하나의
형상을 취하더니 불에서 열기와 생명의
숨결을 빨아들였다.
606행—622행.

그 자체의
가벼움이 그것에게 날개를 주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새처럼, 잠시 뒤에는 진짜
새가 되어 날개를 퍼덕였다. 그와 동시에
무수히 많은 자매도 날개를 퍼덕였는데,
이들도 모두 같은 방법으로 태어났던 것이다.
세 번이나
그것들은 화장용 장작더미 위를 맴돌며,
세 번이나 한목소리로 대기 속에서 울어댔다.
네 번째로 날다가 무리가 나뉘어 두 패로
갈리더니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사납게 덤벼들며
부리와 발톱으로 분통을 터뜨렸고,
서로 싸우느라 날개와 가슴을 지치게 만들었다.
결국 그것들은 자기들이 용감한 전사에게서
태어났음을 기억하고는 자신들의 친족인
재 위에 장례식 제물로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새들에게 자신들을 생기게 해준
장본인(멤논)이 이름을 주었으니,
그의 이름에서 따와 그것들은
멤노니데스(멜빌은 이들을 목도리도요로
보고 있다)들이라고 불린다.
태양이 황도 12궁을 다 돌고 나면 여전히
멤노니데스들은 죽은 아버지(멤논)를
기념하여 애처로이 소리지르며 서로
싸우다가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디마스의
딸(죽어 개로 변신된 헤카베)이 짖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렸으나
아우로라는 자신의 슬픔에 빠져 있었다.
지금도 여신은 모정의 눈물을 흘려
온 대지를 눈물(이슬)로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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