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3행—626행.

하지만 운명은 트로이의 희망이 그 성벽과 함께
사라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니,
키테레이아(여신 아프로디테의 별칭.
헤시오도스에 의하면 아프로디테는 바닷속 거품
속에서 자라나면서 키테라 섬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키테레이아라는 별칭을 얻었다)의
아들인 영웅(아이네이아스)은
신성한 상(像)들과 또 다른 성물(聖物)로
존경스러운 짐인 아버지(안키세스)를 양어깨에
떠메고 갔던 것이다.
626행—631행.

그토록 많은 재물 중에서 그는 경건하게도
이러한 짐과 아들 아스카니오스만
택했다. 그러고는 도망치는 함대를 이끌고
안탄드루스(소아시아 트로아스 지방의 도시)를
출발하여 트라키아인들의 죄 많은 집들과
폴리도로스(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라이모스의
막내아들로 트라키아의 왕 폴리메스토르에게
살해된다)의 피가 듣는 땅(트라키아)을 뒤로하고
순풍과 유리한 조수에 힘입어 전우들을 데리고
아폴로의 도시(아폴로는 에게 해에 있는
‘델로스 섬’에서 태어났다)에 들어갔다.
632행—647행.

왕으로서 사람들을 다스리고, 사제로서
포이부스(태양의 신 아폴로의 별칭)에게 봉사하던
아니오스(아폴로와 로이오 아들이자 그리스
델로스 섬의 왕)가 그를 자신의 신전과 집으로
맞아들이더니 그에게 도시와 이름난 신전과,
전에 라토나(레토. 아폴로와 쌍둥이 누나 디아나
여신의 어머니)가 출산할 때 꼭 붙잡았던
두 그루의 나무(종려나무와 올리브나무)를
보여주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화염에 향을 뿌리고
향 위에 포도주를 부어드리고 나서 관습에 따라
소를 잡아 그 내장을 태워드렸다. 그러고는
왕궁으로 가서 높다란 긴 의자에 기대 누워
케레스(곡식의 여신 데메테르)의 선물과
바쿠스(포도의 신 디오니소스)의 음료를 즐겼다.
이어서 경건한 얀키세스가 말했다.
"오오! 포이부스(아폴로)의 가려 뽑힌 사제여,
내가 처음에 이 성벽을 보았을 때 그대에게는
아들 하나와 딸 넷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혹시 내가 착각한 것인가요?" 그러자 아니오스가
눈처럼 흰 머리띠를 맨 머리를 흔들며 슬픈
어조로 대답했다. "가장 위대한 영웅이여,
그대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오. 그대는 나를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서 보았으나, 지금 그대는
자식을 거의 잃다시피 한 (그만큼 인간의
운명이란 변화무쌍한 것이지요.) 나를 보고 있소.
647행—660행.

그도 그럴 것이 내 곁을 떠나 그애
이름(안드로스)에서 따와 안드로스라고 불리는
섬에 살고 있는 내 아들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되겠소?
그애가 제 아비 대신 그곳을 다스리고 있으니 말이오.
델리우스(아폴로는 에게 해에 있는 델로스 섬에서
태어난 까닭에 델리우스란 별칭을 얻게 되었다)께서
그애에게 예언의 능력을 주셨소. 하지만
내 딸애들(바쿠스의 증손녀들)에게
리베르(포도의 신 바쿠스의 별칭)는
그애들이 기구하거나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다른 선물들을 주셨소. 내 딸애들이 만지기만 하면
모든 것이 곡식과 물 타지 않은 포도주와
푸르스름한 미네르바(아테나이 여신)
나무(올리브나무)의 기름(올리브기름)으로 변하니,
그애들은 내게 큰이익을 가져다주었지요.
트로이의 약탈자인, 아트레우스의
아들(그리스 연합군 총지휘관인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사실을 알고는
(그대들을 덮친 재앙의 회오리바람을 우리도
어느 정도 느꼈다는 것을 알아두시오.)
싫다는 딸애들을 무력을 써서 아비의 품에서
억지로 끌고 가서는 하늘의 선물로
아르고스의 함대를 먹여 살리라고 명령했소.
하지만 딸애들은 저마다 할 수 있는 대로
도망쳤소.
660행—676행.

두 명은 에우보이아(그리스 에게 해에
있는 섬)로 가고, 두 명은 오라비가 있는
안드로스(그리스 에게 해에 있는 섬)로 갔소.
군사들이 뒤쫓아와서,
그애들을 넘겨주지 않으면 전쟁을 하겠다고
위협했소. 두려움이 남매간의 우애를 이기자,
그애는 누이들을 벌받도록 내주었소. 그대는
겁 많은 오라비를 용서해줄 수 있을 것이오.
이곳에는 안드로스를 지켜줄 아이네이아스도,
그대들이 그에 힘입어 십 년(십 년의 트로이
전쟁)을 버텼던 헥토르(트로이 제일의 맹장)도
없었으니까요.
벌써 사로잡힌 그애들의 팔에 사슬을 채울
채비를 하고 있을 때, 그애들은 아직도 자유로운
팔을 하늘을 향해 뻗으며 "아버지 바쿠스여,
도와주소서!' 하고 말했소. 그러자 그애들에게
선물을 주신 분이 도움을 주셨소. 불가사의한
방법으로 본성을 잃는 것을 도움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오. 그애들이 어떻게 본성을
잃었는지 나는 알 수 없고 지금도 말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 불행의 결과는 잘
알려져 있소. 그애들은 깃털이 나더니 그대의
아내(아프로디테)의 새들인 눈처럼 흰
비둘기로 변한것이오."
연회가 진행되는 동안 그들은 이런 이야기와
그 밖의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다가 잔치가 파하자 잠을 자러 갔다.
677행—681행.

그리고 날이 밝는 대로 일어나
그들이 포이부스(아폴로)의 신탁소를 찾아가자,
신은 그들에게 옛 어머니(아폴로가
아이네아스에게 한 이 말은 사실은 이탈리아의
라티움 지방을 의미하는데도 안키세스는
크레타 섬으로 오해한다)와,
선조(다르다노스)의 해안(일설에 따르면
트로이를 건국한 다르다노스는 ‘이탈리아’를
떠나 트로이로 건너갔다고 한다)을 찾으라고
명령했다.
그들이 출발하자 왕은 그들을 바래다주며
작별 선물을 주었는데, 얀키세스에게는 왕홀을,
그의 손자에게는 외투와 화살통을,
아이네아이스에게는 포도주 희석용 동이를
주었다.
681행—704행.

그 동이는 이스메노스(보이오티아
지방의 강)의 테르세스가 전에 친구로서
아오니아(보이오티아 지방의 일부)의 해안에서
왕(아니오스)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테르세스가 보내긴 했으나
그것은 힐레(보이오티아 지장의 소도시)출신
알콘이 제작한 것으로, 그 위에는 긴 이야기가
조각되어 있었다. 도시가 하나 있었는데,
그대는 일곱 성문을 가리킬 수 있었으리라.
그 성문이 이름(테바이. 보이오티아의 수도
테바이 성은 일곱 성문을 갖고 있었다)을
대신하고 있어, 그곳이 어딘지 말해주고 있었다.
도시 앞에서는 장례식이 거행되고 있었는데,
무덤과,, 화장용 장작더미의 불과, 머리를 풀고
가슴을 드러낸 여인들이 슬픔을 말해주고 있었다.
요정들도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샘이 말랐다고
비통해하는 것이 보였다. 나무는 잎도 없이
발가벗고 서 있고, 염소떼는 말라버린 바위를
갉아먹고 있었다.
보라, 알콘은 테바이의 한복판에 오리온의
딸들(오리온의 두 딸 메니오케와 메니페는 나라를
역병에서 건지기 위해 신탁에 따라 자진하여
자신들을 제물로 바쳤다고 한다)을 만들어
넣었는데, 한 명은 여자답지 않게 자신의 드러난
목을 찌르고 있었고, 한명은 용감한 가슴에
무기를 밀어넣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백성을 위해 쓰러져 죽자, 화려한 장례 행렬이
따르는 가운데 도시를 지나 운구되어
번화가에서 화장되고 있었다. 그러자
그들의 집안이 없어지지 않도록 그들의
처녀의 재에서 두 젊은이가 나왔는데,
(일설에 따르면 오리온의 두 딸은 별자리가 되어
코로니데스라는 이름으로 경배받았다고 한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은 이름이
코로나이라고 한다. 이들이 어머니의 유골을
모시는 행렬을 선도하고 있었다. 오래된
청동에서는 이런 형상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포도주희석용 동이의 위쪽가장자리에는
아칸서스가 황금으로 거칠게 조각되어 있었다.
트로이인들은 답례로 그에 못지않은 선물을
주었으니, 사제에게 향을 담아두는 상자와 제물을
올려두는 접시와 황금과 보석이 반짝이는 관을
주었던 것이다.
705행—710행.

그곳(델로스 섬)으로부터 그들은
테우크로스(트로이의 전설적인 왕)
백성(트로이인들)이 테우크로스의 피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하고는
크레테를 향해 항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곳의
기후를 오래 견딜 수가 없어 그곳의 일백 도시를
뒤로하고 아우소니아(이탈리아, 특히
남이탈리아를 말한다)의 항구들에 도착하기를
열망했다. 그러나 폭풍이 미쳐 날뛰며 전사들을
이리저리 흔들어댔다.
스트로파데스(펠로폰네스 반도 서쪽 이오니아
해의 남동부에 있는 섬들. 그곳에서 아이네아아스
일행은 반인반조의 괴물인 하르피이아들을
만난다)의 음흉한 항구들에 닿았을 때 날개 달린
아엘로가 그들을 놀라게 했다.
711행—713행.

그들은 어느새 둘리키움의 항구들과
이타카(이타키. 오디세우스가 군주로 있는
섬으로 그리스 이오니아 해에 있는 섬)와
사모스(오디세우스가 다스리던 섬으로,
이타카 섬 근처에 있는 섬)와, 기만적인
오디세우스의 왕국인,
네리토스(이타카 섬의 산. 여기서 '네리토스의'는
'이타카의'라는 뜻이다)의 집들 옆을 지나
항해했다.
713행—723행.

그들은 신들(아르테미스와 아폴론과 헤라클레스)이
영유권을 다투던 암브라키아(그리스 북서부
에피로스 지방의 도시)와, 변신하기 전의
재판관(크라갈레우스) 모습을 하고 있는
바위(헤라클레스가 암브로키아를 다스려야
한다는 판결을 크라갈레우스가 내리자 아폴론은
그 자리에서그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를 보았다.
암브라키아는 지금은 악티움(암브라키아 만
남쪽 입구에 있는 곳으로 그곳에 아폴로의
오래된 신전이 있었다)의
아폴로로 유명해졌다. 그 밖에 그들은 말하는
참나무가 있는 도도나(그리스 에피로스 지방에
있는 도시) 땅과, 카오니아(에피로스 지방의
해안 지대) 만을 보았는데, 그곳은
몰로소이족(그리스 서북부 에피로스 지방에 살던
부족)의 왕(무니코스)의 아들들이 새로 돋아난
날개(무니코스의 가족들을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그들을 새로 변신시켜 목숨을 구해주었다)를
타고 불경한 자들(침략자들)이 놓은 불에서
도망쳤던 곳이다.
그다음 그들은 풍요한 과수원이 많은,
파이아케스족(스케리아에 산다는 전설적인
부족)의 들판을 향했다.
다음으로 그들은 에피로스와,
프리기아의 예언자(프리아모스의 아들
헬레누스)가 다스리고 있던
부트로토스(에피로스 지방의 도시)를 향했는데,
그곳은 트로이를 본떠 만든 도시였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모든 미래를
확실히 알고
-프리아모스의 아들 헬레누스가 성실하게
예언해주었던 것이다-
724행—729행.

시카니아(시킬리아 섬을 달리 부르는 이름)로 갔다.
이 나라에는 세 개의 곶이 바닷물 속으로 달리고
있는데, 그중 파키노스(시킬리아의 남동쪽에
있는 곶)는 비를 가져다주는 남풍을 향하고 있고,
리바이움(시킬리아의 서쪽 끝에 있는 곶)은
부드러운 서풍을 마주하고 있고,
펠로로스(시킬리아의 북동쪽에 있는 곶으로
이탈리아 쪽으로 뻗어 ’아우소니아의 펠로로스‘
라고 한 것같다)는 바닷물에 잠기지 않는
큰곰자리(북극 부근의 별자리)와 북풍을
바라보고 있다. 이곳으로 테우케르
백성들(트로이인들)은 왔고, 노와 유리한
조수에 힘입어 함대는 해 질 무렵
장클레(시킬리아 북동부에 있는 도시 메시나
의 옛 이름)의 모래 해안에 도착했다.
729행—731행.

스킬라(요정 크라타이이스의 딸로 마녀
키르케에 의해 바다 괴물로 변신하지만 나중에는
카립디스 맞은편의 바위로 변한다)는 오른쪽
해안을, 쉬지 않는 카립디스(이탈리아와
시칠리아 섬 사이의, 스킬라 맞은편에 있는 위험한
바다 소용돌이)는 왼쪽 해안을 불안하게 했다.
후자는 함선들을 붙잡아 삼겼다가 도로 토해내고,
732행—749행.

전자(스킬라)는 시커먼 허리에 사나운 개떼를
두르고 있다.
스킬라는 처녀의 얼굴을 갖고 있으며,
시인들이 전한 말이 모두 거짓말이 아니라면,
그녀는 한때는 소녀였다. 수많은 구혼자가
스킬라를 찾았으나, 그녀는 그들에게 퇴짜를
놓고는 바다의 요정들을 찾아가 - 그녀는 바다의
요정들에게도 더없이 사랑받았던 것이다 -
젊은이들의 사랑을 어떻게 농락했는지
이야기해주곤 했다. 한번은 갈라테아가
스퀼라에게 자기 머리를 빗기게 하고는
잇달아 한숨을 쉬며 이런 말을 건넸다.
"소녀여, 그대의 구혼자들은 역시 인간이고
불친절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그대는 지금처럼 벌받지 않고 퇴짜를
놓을 수 있는 거예요.
한데 나는 아버지가 네레우스(바다의 신)이시고
어머니가 검푸른 도리스(바다의 여신)이시며,
수많은 자매(50여 명의 자매들)의 보호를 받고
있기는 하지만
키클롭스(‘눈이 둥근 자’라는 뜻. 키클롭스들
중에서도 폴리페모스)의
사랑을 고통 없이는 피할 수 없었어요."
그녀는 눈물에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소녀가 대리석처럼 흰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아주고 여신을 위로해주며 말했다.
"가장 소중한 이여, 그대가 슬퍼하는 까닭을
숨기지 말고 내게 이야기해주세요.
나를 믿어도 좋으니까요." 그러자 네레우스의
딸이 크라타이이스(스킬라의 어머니)의
딸(스킬라)에게 이런 말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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