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3권. 스킬라(Scylla)와 글라우코스(Glaucus).

반응형
스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글라우코스. 자크 뒤몽 르 로맹(1701–1781).




898행—903행.

스킬라의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갈라테이아가 이야기(갈라테이아와 아키스
이야기)를 끝내자 네레우스(바다의 신)의
딸들(네레이데스)의 무리는 뿔뿔이 흩어져
잔잔한 바다 위를 헤엄쳐 떠나갔다.
스킬라는 난바다에 자신을 맡길 용기가 나지 않아
걸어서 돌아갔다. 그녀는 옷도 입지 않고 목마른
모래 위를 거닐기도 하고, 지치면 외딴 만(灣)을
찾아내어 거기 안전한 물속에서 사지에 생기를
돋워주기도 했다.



904행—915행.

글라우코스에게서 도망치는 스킬라. 살바토르 로사(1615–1673).


보라, 글라우코스가 깊은 바다의 새 거주자로서
바닷물을 가르며 나타났으니, 그는 얼마 전에야
에우보이아(에게 해에 있는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섬)의 안테돈(에우보이아 섬에 있는 소도시)에서
변신한 것이다. 그는 소녀를 보자 애욕의 포로가
되어 멈춰 서서는, 도망치는 소녀를 멈추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말이면 무엇이든 말했다.
하지만 소녀는 도망쳤고, 두려움에 걸음이 더욱
빨라져 해변 가까이 있는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것은 바닷물과 마주보는 큰 산으로 하나의
봉우리로 솟아 있었고, 그것의 숲이 우거진
정상부는 바닷물 위로 멀리 뻗어 있었다.
스킬라는 거기 안전한 곳에 멈춰 서서 그가
괴물인지 신인지 알지 못한 채 그의 피부색과,
양어깨와 등을 덮고 있는 머리털과, 구부정한
물고기 꼬리로 끝나는 그의 하반신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915행—935행.

스킬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글라우코스. 크리스핀 반 데 파스 데 우드(1564–1637).


글라우코스는 그것을 느끼고는 바로 옆에 있는
바위에 기댄 채 말했다.
"소녀여, 나는 괴물이나 야수가 아니오.
나는 바다의 신이오. 바닷물에서는
프로테우스(여러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예언
능력을 가진 해신)도
트리톤(포세이돈과 암피테르테의 자식으로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물고기인 해신)도
아타마스의 아들 팔라이몬(아타마스와 이노의
아들 멜리케르테스는 포세이돈에 의해 해신
팔라이몬이 되었다)도 나보다 권세가 더 크지 않소.
그러나 나는 전에는 인간이었소. 나는 깊은 바다와
인연이 있던 터라 그때도 바다에서 하는 일에
종사했소. 나는 때로는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당기기도 하고, 때로는 바위에 앉아 낚싯대로
낚싯줄을 조절하기도 했으니까요.
초록빛 풀밭과 맞닿은 해안이 있는데, 한쪽은
파도에, 다른 한쪽은 풀에 둘러싸인 그 풀밭에서는
뿔난 암소들도 풀을 뜯어 해코지한 적이 없고,
평화스러운 양떼나 털북숭이 암염소 떼도 거기서
풀을 뜯은 적이 없소. 그곳에서는 부지런한 벌도
꽃에서 모은 것을 가져간 적이 없고,
그곳에서는 머리에 쓸 축제의 화관이 엮어진 적도,
낫을든 손이 풀을 벤 적도 없었소.
내가 처음으로 그 잔디밭에 앉아 물에 젖은
그물을 말렸고, 기회가 내 그물로 몰아주거나
아무 의심 없이 구부정한 낚싯바늘에 걸려든
물고기들을 세어볼 양으로 잔디밭에 나란히
널어놓았소. 지어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이야기를 지어내 내가 무슨 덕을 보겠소?



936행—966행.

스킬라애게 자기자신을 설명하는 글라우코스. 산토 프란체스코 아벨리(1487–1542). 도자기 그림.


내가 잡은 물고기들은 풀에 닿자 꼼지락거리기
시작하더니 몸을 뒤척이며 물에서도 마치
물에서처럼 이리저리 움직였소.
내가 놀라 머뭇거리는 사이에 물고기들은
모두 새 주인과 해안을 버리고 자신들의 고향인
물속으로 도망쳤소. 나는 어리둥절해하며
한동안 그 까닭을 알아보려고 생각에 잠겼소.
어떤 신이 그런 걸까, 아니면 그것은 풀의
액즙 탓일까? 어떤 풀이 그런 효능을 가지고
있는 걸까?'라고 말하고 나는 손으로 풀을 뜯어서
뜯은 것을 이빨로 씹었소.알수없는 액즙을
목구멍으로 삼키자마자 갑자기 안에서 가슴이
떨리며 마음이 다른 세계에 대한 그리움에
사로잡히는 것을 느꼈소.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는 찾지 못할 대지여, 안녕!'이라고
말하고 바닷물에 몸을 담갔소.
그러자 바다의 신들이 자신들 축에 낄 자격이
있다고 여기고 나를 받아주었고, 내가 지니고 온
인간 세상의 요소를 모두 제거해달라고
오케아노스와 테티스에게 요청했소.
나는 그분들에 의해 정화되었는데, 그분들은
아홉 번이나 주문을 되풀이하며 내 죄를
정화해주더니 일백의 강물에 가슴을 담그라고
내게 명령했소. 지체 없이 사방에서 강물이
흘러오더니 내 머리 위에 그 물을 모두 쏟았소.
여기까지 나는 생각나는 대로 그대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여기까지 나는 기억할 수 있소.
그 이상은 기억하지 못했소.
의식이 돌아온 뒤 나는 이미 온몸이 이전의
내가 아니었고, 마음 또한 전과 같지 않았소.
그때 처음으로 나는 이 암녹색 수염과,
긴 파도 사이를 쓸고 다니는 이 머리털과,
거대한 어깨와, 검푸른 팔과, 구부정해지며
끝이 물고기 지느러미가 되어버린 이 다리들을
보았소. 하지만 이런 모습이, 내가 바다의 신들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이, 내가 신이라는 것이
내게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이오? 그것들이 그대를
움직이지 않는다면 말이오." 이렇게 그는 말했다.



966행—968행

키르케(Circe)의 인물관계도.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그가 더 말하려 했지만 그때 스킬라는 신에게서
도망쳤다. 그러자 그는 퇴짜 맞은 것에 미치도록
화가나 티탄(태양신 헬리오스)의 딸
키르케의 마법의 궁전을 찾아갔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