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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7권. 젊음을 되찾은 아이손(Ae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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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데이아(Medea)와 아이손. 니콜라 앙드레 몽시오(1754–1837).



159행—163행.

메데이아(Medea)와 이아손(Jason).16세기.

하이모니아(테살리아 지방의 옛 이름)의 어머니들과
고령의 아버지들은 아들들(이아손과 그의 선원들)이
무사히 귀환한 것을 고맙게 여겨 선물을 바치고
제단의 불에다 넉넉하게 분향했으며, 서약한 대로
뿔에 금박을 입힌 제물을 잡아 바쳤다. 하지만 감사하는 무리 속에 아이손(이아손의 아버지)은 없었으니, 이제
그는 죽을 날이 가깝고 노쇠할 대로 노쇠해 있었던
것이다. 아이손의 아들(이아손)이 이렇게 말했다.
“여보(메데이아), 고백하자면 내가 구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당신 덕분이오. 당신은 내게 무엇이든 다 주었고,
당신의 아낌없는 은혜는 내 기대 이상이었소. 그런데
만약 가능하다면(하긴 당신의 주문으로 못할 일이
어디 있겠소?) 내 수명을 조금 덜어 아버지(아이손)의
수명에다 보태주었으면 한다오!" 그는 눈물을
억제하지 못했다. 그녀는 간청하는 남편의
효성에 감동되어, 그녀의 전혀 다른 마음속에 버리고
온 아이에테스(메데이아의 아버지)가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대답했다. "여보, 무슨 그런 당치않은 말씀을 하세요?
내가 누구에게 당신의 수명 일부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것은 헤카테(모든 마녀의 여신)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무리한 부탁이에요. 하지만
이아손, 당신이 그보다 더 큰 부탁을 하더라도 나는
해보려고 할 거예요. 세 형상(서로 등을 맞댄
세 개의 몸체) 여신(헤카테)께서 나를 도와주시고
이곳에 왕림하시어 내 대담한 계획을 승인해주신다면,
나는 당신의 수명을 줄이지 않고도 내 재주에 힘입어
연로하신 아버님의 젊음을 되찾아보겠어요." 달(초승달)의 뿔들이 서로 만나 둥근 원을 이루자면 아직도 사흘
밤이 남아 있었다. 꽉 찬 달이 환히 빛나며 이지러지지
않은 모습으로 대지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참고]

헤카테(Hecate). 기원후 2세기경. 이탈리아 고리치아(Gorizia).

서로 등을 맞댄 세 개의 형상의 헤카테.
대지와 달과 저승의 여신이 합쳐진 여신.


182행—201행.

메데이아는 긴 옷에 허리띠도 매지 않고 맨발로 집을
나섰다. 아무것도 쓰지 않은 머리가 어깨 위로 흘러내리는 가운데 그녀는 동행하는 이도 없이 혼자서 밤의 적막 사이를 헤매고 있었다. 사람도 새도 야수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잠은 소리 없이 기어왔다. 혼수상태와도
같은 잠이 소리 없이 기어왔다. 나뭇잎은 말없이 가만히 매달려 있고 눅눅한 대기는 침묵하고 있었다. 별들만이 반짝였다. 그녀는 별들을 향해 두 팔을 뻗고는 세 번이나 그 자리에서 돌았고, 세 번이나 시냇물을 퍼 올려 머리털에 뿌리더니, 세 번이나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딱딱한 땅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비밀의 가장
성실한 보호자인 밤의 여신이시여, 달과 더불어 낮의
빛을 이어받는 그대들 금빛 찬란한 별들이여, 내 계획을 다 알고 계시고 내 주문과 내 마술을 도우러 오시는
그대 세 머리의 여신 헤카테시여, 마술사에게  효험 있는 약초를 대주시는 그대 대지의 여신이시여, 그대들
미풍과 바람과 산과 강과 호수여, 원림의 모든 신과
밤의 모든 신이시여, 저를 도와주소서! 그대들이
도와주시면 제가 원하는 경우, 강둑이 놀라는 가운데
강물이 제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갔나이다. 그대들이
도와주시면 저는 주문으로 성난 바다를 잠재우고 잔잔한
바다를 뒤흔들 수 있으며, 구름을 쫓기도 불러들일 수
있으며, 바람을 내몰기도 부를 수도 있으며, 뱀의 아가리를 주문으로 찢을 수 있으며, 살아 있는 바위와 참나무를 그 땅에서 뿌리째 뽑을 수 있으며, 숲을 움직이고 산더러 떨고 대지더러 울부짖고 망령더러 무덤에서 나오라고
명령할 수 있나이다! 루나(달의 여신 셀레네)여,
테메세(이탈리아 반도 남서부 브로티움에 있는 도시로, 구리 광산으로 유명한 곳)의 청동 바라가 그대의 고통을 줄이려고 아무리 애써도 저는 그대도 아래로 끌어내리나이다. 제(메데이아) 할아버지(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마차(태양 마차)도 제 주문에 창백해지고, 제 독약에
아우로라(새벽의 여신 에오스)도 창백해지나이다.
그대들은 저를 위해 황소들의 화염을 약하게 만드셨고, 짐이라고는 져본 적 없는 그것들(황소들) 목에
구부정한 쟁기를 채우셨나이다. 그대들은 또
뱀(땅에 뿌린 뱀의 이빨)에서 태어난 자들의 맹렬한 공격을 그들 자신에게 돌리셨고, 잠을 모르는 감시자(황금
양모를 지키는 용)를 잠재우셨으며, 지키는
자(용)를 속이신 다음 황금(황금 양모피)을 그라이키아(그리스의 라틴어 이름)의 도시들로 돌려보내셨나이다
지금 저는 노인(아이손)이 젊음을 되찾아
꽃다운 젊은이로 돌아가고 청춘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영액이 필요하나이다.


[참고]

황금 양모를 지키는 용과 이아손.




216행—236행.

약초를 살펴보는 메데이아(1488).

그대들은 틀림없이 그것(영액)을 제게 주실 것이옵니다. 제 부름에 응하여 별들이 반짝인 것도, 날개
달린 용들이 끄는 수레가 여기 와 있는 것도 결코
부질없는 짓은 아닐 테니까요." 실제로 수레 한 대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녀 곁에 서 있었다. 그녀는 수레에 올라
용들의 고삐 달린 목을 쓰다듬으며 가벼운 고삐를 손에
잡고 흔들었다. 그러자 그녀는 하늘 높이 날아올라
테살리아의 템페 계곡을 저 아래로 내려다보며 전부터
잘 알고 있는 곳들로 용들을 몰았다.그녀는
옷사(테살리아 지방의 산)와 높은 펠리온(테살리아 지방의 산)과 오트뤼스(테살리아 지방의 산)와 핀두스(테살리아 지방 서쪽에 있는 높이 2,497미터의 산맥)와 핀두스보다 더 높은 올림포스(테살리아 지방의 높이 2,917미터의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산)에 난 약초를 살펴보고 나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모았는데, 일부는 뿌리째 뽑았고,
일부는 구부정한 청동 낫으로 베었다. 아피다누스(테살리아 지방의 강)의 강둑에 난 많은 약초도 그녀의 마음에
들었고, 암프뤼소스 강(테살리아 지방의 작은 강)에서도 그랬다. 에니페우스(테살리아 지방에 흐르는 강의 신)여, 그대도 공출을 면하지 못했소. 페네오스(테살리아 지방의 강 및 강의 신)와 스페르키오스(태살리아 지방의 강)의 강물도 무엇인가를 내주었고, 갈대가 우거진
보이베(테살리아 지방의 도시이자 호수)의 호반도
그랬다. 에우보이아(테살리아 맞은편에 있는 길고 큰 섬) 맞은편의 안테돈에서도 그녀는 장수의 약초를 캤다.
하지만 아직은 글라우코스(안테돈 시의 어부)의
변신(인어 형태의 바다의 신으로 변신)으로 그 약초가
유명해지기 전이었다. 그녀가 날개 달린 용들이 끄는
수레를 타고 나라란 나라를 두루 찾아다니는 모습을 벌써 아흐레 낮과 아흐레 밤이 보았을 때, 그녀는 돌아왔다.



[참고]

고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방.
고대 그리스의 테살리아 지방.



[참고]

바다 요정 스킬라(Scylla)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글라우코스(Glaucus).



[참고]

할아버지 헬리오스에게 선물받은 메데이아의 수레(1919).



236행—265행.

영액을 만드는 메데이아(Medea).

용들은 약초의 향내가 닿았을 뿐인데도 오랜 세월
묵은 껍질을 벗었다. 메데이아는 도착하자 대문 밖에
멈춰 서서 문턱을 넘지 않고 하늘을 지붕 삼으며
남자와의 접촉을 멀리했다. 그녀는 뗏장을 떠 제단을
두 개 세웠는데, 오른쪽 것은 헤카테의 것이고, 왼쪽 것은 유벤타(청춘의 여신)의 것이었다. 그녀는 제단들에 야생 숲에서 꺾어온 나뭇가지들을 두르고 나서 가까운 땅에다 구덩이 두 개를 파고는 의식을 시작했으니, 검은(저승이나 지하의 신들에게는 검은 짐승을 제물로 바쳤다) 양의 목을 칼로 찔러 그 피를 열린 구덩이에 쏟았다. 그러고는 그 위에다 흐르는 포도주 몇 잔을 붓고 다시 더운
우유 몇 잔을 부었다.그와 동시에 그녀는 주문을 외우며 대지의 신들을 불렀고, 그림자(망령들)의 왕(지하
세계의 신 하데스)과 그(하데스)의 납치된 아내(페르세포네, 하데스는 그녀를 납치해서 아내로 삼았다)에게
노인의 사지에서 서둘러 목숨을 앗아가지 말라고
부탁했다.그녀는 한참 동안 나직한 기도로 이들 신을
달래고 나서 아이손의 노쇠한 몸을 바깥으로 모셔오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주문을 외워 그를 깊은 잠에 떨어지게 하고 나서 죽은 사람처럼 약초로 만든 침상 위에 길게
뉘었다. 그러고는 아이손의 아들(이아손)과 보좌하는  
자들에게 그 자리에서 멀리 물러나라며 입문하지 않은 자들은 자신의 비의를 보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그녀가 시킨 대로 물러났다. 메데이아는 바쿠스(포도의 신)의 여신도들처럼 머리를 풀고는 불타는
제단들 주위를 돌았다. 그리고 가늘게 쪼갠 홰들을
검은 피 구덩이에 담그더니 두 제단에서 그 홰들에 불을 붙이고 나서 노인을 불로 세번, 물로 세 번, 유황으로
세 번 정화했다. 그사이 불 위에 올려놓은 청동 솥에서는 강력한 약재가 하얗게 거품을 튀기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 솥에다 그녀는 하이모니아(테살리아)의
골짜기에서 베어온 뿌리들을 씨앗과 꽃과 검은
액즙과 함께 끓였다.


266행—296행.

아이손의 목에서 피를 뽑아내는 메데이아.

거기에다 그녀는 가장 먼 동방에서 구해온 돌들과
오케아노스(대양)의 썰물에 씻긴 모래알들을 던져
넣었다. 거기에다 그녀는 또 보름달이 뜰 때 모은
흰 서리와, 불길한 올빼미의 날개 및 살점과, 야수의
얼굴을 인간의 얼굴로 둔갑시킬 수 있는 늑대 인간의 내장도 넣었다. 거기에는 또 키뉩스 강(리비아 지방의 강)에 사는 가느다란 물뱀의 비늘 많은 껍질과
장수하는 수사슴의 내장도 없지 않았는데, 그것들에다
그녀는 또 아홉 세대를 산 까마귀의 부리와 대가리도
넣었다. 야만족의 여인(메데이아)은 이것들과
이름을 알 수 없는 그 밖의 수천 가지 물건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고 나서 자애로운 올리브나무의 잘 마른
가지로 크게 저으며 맨 위 것들을 맨 아래 것들과
섞었다. 그러자 보라. 뜨거운 솥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던 오래된 막대기가 처음에는 초록빛이 되더니
오래지 않아 나뭇잎을 입었고 이어서 갑자기 올리브
열매가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불길이 속이 빈 솥 밖으로 거품을 튀겨내어 뜨거운 방울이 떨어지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땅이 초록빛이 되며 꽃과
부드러운 풀이 돋아났다. 그것을 보자마자 메데이아는
칼집에서 칼을 빼어 노인(아이손)의 목을 따고는 늙은
피를 모두 뽑아낸 다음 그의 혈관을 자신이 만든 영액으로 채워 넣었다. 일부는 입으로, 일부는 상처로 그것을 들이마시고 나자 아이손의 수염과 머리털이 잿빛을 잃더니
검은색을 회복했다.잘 돌보지 않은 수척하고
창백한 모습은 멀리멀리 도망가고 움푹 팬 주름은
새 살로 메워졌으며 사지는 팔팔해졌다. 아이손은
이것이 사십 년 전의 자기 모습임을 기억하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리베르(바쿠스)는 하늘 높은
곳에서 이 놀라운 기적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자신의
유모들에게 그들의 청춘을 되돌려줄 수 있겠구나 싶어
콜키스 여인(메데이아)으로부터 이 선물을 얻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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