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7행—321행.

메데이아의 간계는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으니,
파시스(콜키스 지방의 강) 여인(메데이아)은
남편(이아손)과 사이가 나빠진 척하고는 탄원자로서
펠리아스(이아손의 아버지 아이손의 이복형으로
이올코스의 왕)의 집으로 달아났다. 왕(펠리아스) 자신은 노령에 짓눌려 있던 터라 그의 딸들이 그녀(메데이아)를 영접했다. 교활한 콜키스 여인(메데이아)은 거짓으로
우정을 과시하며 금세 그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다.
그리하여 그녀가 자신의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아이손의 젊음을 되찾아준 것을
언급하며 그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자,
펠리아스의 딸들은 그와 비슷한 기술에 의해 자신들의
아버지도 젊음을 되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렇게 해달라고 간청하며 얼마가 되든 그 대가를 말하라고 했다. 그녀(메데이아)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않고 망설이는 것처럼 보였고, 신중함을 가장하여 간청하는 자들을 마음졸이게 만들었다. 한참
뜸을 들인 뒤 그녀는 그러겠다고 약속하며 말했다.
"그대들이 나의 이 선물(약)을 더욱더 신뢰하도록,
그대들의 양떼 가운데서 가장
나이 많은 길라잡이가 내 약으로 새끼 양이 되는 걸
보여주겠어요." 그러자 셀 수 없이 나이들어 쇠약해진
털북숭이 숫양 한 마리가 당장에 끌려 나왔다.
양은 움푹 팬 관자놀이 주위로 뿔이 꼬부라져 있었다.
그녀가 하이모니아산(테살리아산) 칼로 늙은
양의 앙상한 목을 따자, 워낙 피가 적었던 터라 칼날에
피가 조금밖에 묻지 않았다. 마녀(메데이아)는
가축의 사지를 속이 빈 청동 솥에 넣고는 그와 동시에
효험 있는 영액도 넣었다. 그러자 영액이 양의
사지를 오그라들게 하더니 뿔은 물론이고 뿔과 함께
나이도 태워 없앴다. 그리고 솥 안에서 약하게 매
하고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그 소리에 놀라고 있는데 갑자기 새끼 양 한 마리가 뛰어나오더니 젖을
먹여줄 젖꼭지를 찾아 정충껑충 뛰어 달아났다.
[참고]


[참고]


[참고]

322행—346행.

펠리아스의 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의 약속이 실제로 이루어지자 그들은 그녀에게 더욱더 간절히 졸라댔다. 포이부스(태양의 신 헬리오스 또는 솔)가
히(이)베리아(그리스 서쪽의 스페인의 라틴어 이름.
여기서는 서쪽이라는 뜻)의 강물에 잠겼던 자신의
말들에게서 멍에를 세 번 벗기고, 네 번째 되던 날 밤에
별들이 하늘에서 반짝이고 있을 때였다. 그때
아이에테스(콜키스의 왕)의 음흉한 딸(메데이아)은
센 불 위에 맹물을 올리고는 그 안에 아무 효험도
없는 약초들을 넣었다. 어느새 죽음과도 같은 잠으로
몸이 완전히 풀어진 왕(펠리아스)은 물론이요,
잠이 왕과 더불어 그의 호위병들을 사로잡았으니,
그 잠은 주술과 주문의 권능에 의해 그들에게 주어졌던
것이다. 왕의 딸들은 콜키스 여인(메데이아)의
명령에따라 그녀와 함께 그의 방으로 들어가 그의
침상 가에 둘러섰다. "왜 지금 그대들은 하는 일
없이 꾸물대는 거예요?" 하고 그녀(메데이아)는
말했다. "칼을 빼어 늙은 피를 뽑아내세요. 빈 혈관에
젊은 피를 다시 채울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대들 아버지의 생명과 청춘은 그대들 손에 달려 있어요. 그대들에게 효심이 있고, 그대들이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아버지에게 할 도리를 다하여 무기로 노령을 몰아내고 칼을 휘둘러 썩은 피를 쫓아내도록 하세요!" 이 말에 고무되어 펠리아스의 딸들은 효녀일수록 더 먼저 불효를 저질렀고, 죄를 피하는 것인 줄 알고 죄를 지었다.
하지만 다들 차마 자신의 칼부림을 볼 수가 없어
눈길을 돌렸다. 그렇게
고개를 돌린 채 그들은 무자비한 손으로 보지도 않고
부상을 입혔다. 노인은 피를 흘리면서도 팔꿈치로
몸을 괴고는 반쯤 난도질당한 채 침상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러고는 그토록 많은 칼에 둘러싸인 채
창백한 두 팔을 내밀며 "이게 무슨 짓이냐, 내 딸들아?
너희는 어쩌자고 무장을 하고는 아버지를
죽이는 게냐?"라고 말했다.
347행—349행.

그러자 그들은 사기도 떨어지고 손도 아래로 떨어졌다. 노인(펠리아스)이 더 말하려고 하자 콜키스의
여인(메데이아)이 그의 말과 함께 울대를 잘라버리고
그의 토막 난 몸뚱이를 끓는 물속에 담갔다.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7권. 메데이아(Medea)와 테세우스(Theseus). (1) | 2025.02.28 |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7권. 메데이아(Medea)의 도주. (0) | 2025.02.27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7권. 젊음을 되찾은 아이손(Aeson). (0) | 2025.02.25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7권. 이아손(Jason)과 메데이아(Medea). (4) | 2025.02.24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6권. 보레아스(Boreas)의 혼인. (0) | 202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