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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7권. 케팔로스(Cephalus)와 프로크리스(Proc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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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납치되는 케팔로스. 1733. 프랑수아 부시(1703–1770).



661행—700행.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1629). 피터 사이먼스.

그와 같은 그리고 그와 다른 여러 이야기를 하며
그들(아이아코스와 케팔로스)은 긴 하루를 다 채웠다.
그날 낮의 남은 부분은 잔치에, 밤은 잠에게 바쳐졌다.
황금빛 태양이 햇살을 끌어올린 뒤에도 여전히 동풍이
불어대며 고향(아테네)으로 돌아가려는 돛을
붙잡고 있었다. 팔라스(아테네 왕 아이게우스의
동생의 이름)의 아들들이 연장자인 케팔로스(아이올로스의 손자)를 찾아가자 케팔로스는 팔라스의 아들들을
데리고 왕(아이기나의 왕 아이아코스)을 찾아갔다.
하지만 왕은 여태까지 깊은 잠에 붙들려 있었다.
아이아코스의 아들 포코스(아이아코스와 요정
프사마테의 아들)가 문턱에서 그들을 맞았으니,
텔라몬(아이아코스의 장남)과 그의 아(펠레우스)는
전쟁을 위하여 군사를 소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포코스는 케크롭스(케크롭스 2세의 손자인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조부)의 자손들(아테네인들)을 안뜰을 지나 아름다운 방으로 안내하더니 그곳에서 그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그곳에서 포코스는 아이올로스의
손자(케팔로스)가 창끝은 황금이고 자루는 알 수
없는 나무로 된 투창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잠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포코스가
이야기 도중에 말했다. "숲과 들짐승의 사냥에 관한
일이라면 나도 열성적이오. 한데 그대가 들고 있는
그 창 자루는 대체 어떤 나무에서 베어온 것인지
한참 동안 의아해하는 중이오. 물푸레나무가 확실하다면 황갈색일 것이고 충충나무라면 마디가 있을
것이오. 그것이 어떤 나무로 만들어졌는지는 말할
수가 없군요. 그보다 더 멋있는 투창을 내 눈으로는
본 적이 없소." 악테(그리스 아티카 지방을 달리
부르는 이름) 출신 형제 가운데 한 명이 대답했다.
"그 겉모양보다 그 쓰임새에 그대는 더 놀랄 것이오.
그것은 어떤 목표물이든 맞히고, 우연이 그것을
인도하는 일은 없어요. 그리고 그것은 누가 회수하지
않아도 피투성이가 되어 되날아오니까요."
그러자 네레우스(바다의 남신, 여신 프사마테의
아버지)의 젊은 외손자(포코스, 프사마테의 아들)는
그것이 왜 그런지, 어디서 났는지, 누가 그토록 큰
선물을 주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 케팔로스는
그가 묻는 말에 대답해주었으나, 어떤 대가를 치르고
그것을 얻었는지는 말하기가 부끄러웠다. 그는 잠자코
있다가 아내를 잃은 설움이 복받쳐 울음을 터뜨리며
이렇게 말했다. "여신(프사마테)의
아들(포코스)이여, (누가 믿을 수 있겠소?)
바로 이 창이 나를 울게 하고, 또 오랫동안 울게 할
것이오. 내가 오래 살 운명이라면
말이오. 이것이 나와 내 사랑하는 아내를 함께 파멸시켰소. 차라리 내가 이런 선물을 받지 말았더라면!
내 아내 프로크리스는, 혹시
오레이티아(북풍의 신 보레아스에게 납치된 프로크리스의 동생)란 이름이 그대에게 더 친숙하다면,
납치당한 오레이티아의 언니요.
그대가 이 두 자매의 용모와 품성을 비교하려고 한다면, 프로크리스가 더 납치당할 만하지요. 프로크리스를
그녀의 아버지 에렉테우스(판디온 1세의 아들인
아테나이의 왕)가 나와 결합시켰고, 사랑이 그녀를
나와 결합시켰소.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고 또 실제로 행복했소. 하지만 신들은 생각이 달랐어요.
그렇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지금도 행복하겠지요.



[참고]

바다의 남신 넬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도리스의 딸로 포코스의 어머니인 바다의 요정(여신) 프사마테(Psamathe). 기원전 450년경.




[참고]

북풍의 신 보레아스에게 납치되는 프로크리스의 동생 오레이티아(Oreithyia). 스웨덴 왕궁.



700행—716행.
결혼식을 올린 지 두 달이 지났을 때의 일이오.
내가 뿔 난 사슴을 잡으려고 사냥용 그물을 치고
있는데 어둠이 물러간 이른 아침에 사프란색의
아우로라(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언제나 꽃이 만발하는 히메토스(아테네 남동쪽에 있는 산)의 산꼭대기에서
나를 보고는 내 의사와 무관하게 나를 납치해 갔소.
이 사실을 발설하는 것을 여신께서는 용서해주시기를!
여신의 장밋빛 볼은 보기에 아름답고, 여신은 낮과 밤의 경계를 다스리고, 여신은 넥타르만(신들이 먹는
음료나 술) 마시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는 프로크리스였소. 내 마음에도
프로크리스가 있었고, 입술에도 늘 프로크리스가
있었소. 나는 신성한 결혼식과 새로 맺은 혼인과
신방과 버림받은 아내에게 한 지난날의 언약에 관해
말하곤 했소. 그러자 여신이 역정을 내며 말했소.
'이 배은망덕한이여, 이제 그런 말일랑 작작하고,
그대는 프로크리스를 갖도록 하구려! 하지만 내
마음이 앞을 내다볼 수 있다면, 그대는 그녀를 가졌던
것을 후회하게 되리라!' 결국 여신은 화를 내며
나를 돌려보냈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여신의
경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소. 그러다가 내 아내가
결혼의 서약을 잘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소.



[참고]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 납치되는 프로크리스의 남편 케팔로스. 기원전 470년—기원전 460년경. 도자기 그림.



717행—758행.

모습을 바꾼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요한 리스(1590–1629).

아내의 미모와 젊음은 나더러 아내의 간통을 믿으라 했고 아내의 품성은 그것을 믿지 말라고 했소. 하지만
나는 떠나 있었고 내가 방금 떠나온 여신도 불륜의
본보기가 아니었던가!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는
무엇에든 두려움이 생기지요.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괴롭히기로, 말하자면 선물로 아내의 정절을 떠보기로
결심했소. 내가 그런 두려움을 갖도록 아우로라가
나를 도와주며 내 모습을 바꾸어놓았소. (나도 그것을
느꼈던 것 같소.) 그리하여 내가 팔라스의 도시인
아테나이로 가서 내 집에 들어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집안에는 아무 허물도 없었고,
방종한 흔적도 보이지 않았으며, 집안 사람들은
납치된 주인(케팔로스)을 위해 걱정하고 있을 뿐이었소. 나는 수천 가지 계략을 써 간신히 에렉테우스의
딸(프로크리스)에게 접근할 수있었소. 아내를
보자 나는 정신이 아찔하여 그녀의 정을 시험해보겠다는 계획을 포기할 뻔했소. 나는 사실을 고백하고,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에게 입맞추고 싶었으나 간신히 이를
억제할 수 있었소. 아내는 슬픔에 잠겨 있었고
(그녀는 슬픔에 잠겨 있었지만 어떤 여자도 그녀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었소.) 납치된 남편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었소. 포코스여,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겠는지, 슬픔 자체가 그녀에게 얼마나 어울렸겠는지 한번 상상해보시구려! 얼마나 자주 그녀의
정절이 나의 유혹을 물리쳤는지, 얼마나 자주 그녀가
'나는 한 분을 위해 나를 간직하고 있어요. 그이가
어디 계시든 나는 그 한 분을 위해 내 사랑을 간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는지 내가 굳이 말해야겠소?
제 정신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만하면 정절의 시험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나는 성에 차지 않아 나
자신에게 부상을 입히려고 싸우기를 계속했소. 나는 그녀와의 하룻밤을 위해 그녀에게 상당한 재산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선물에 선물을 덧붙임으로써 마침내
그녀를 흔들리게 만들었소. 그러자 자신을 해치는
사기꾼(또는 승리자)인 나는 소리쳤소.
'사악한 여인이여, 나는 유혹자인 체했을 뿐 실은
그대의 남편이오. 배신자여, 나는 그대의
부정을 직접 목격했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아내는 부끄럽고 창피하여 말없이 음흉한 남편과
사악한 집에서 달아났소. 그녀는 내가 미워 모든
남성을 증오하며 산속을 헤맸고, 디아나(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하는 일에 열중했소.
그리하여 나는 혼자 남게 되자 사랑의 불길이 더
맹렬해지며 뼛속까지 스며들었소. 나는 용서를 빌며
내가 죄를 지었음을 인정했고, 그런 큰 선물이 주어진다면 나도 선물의 유혹에 넘어가 비슷한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고백했소. 내가 그렇게 고백하자, 그녀는
먼저 자신의 자존심이 모욕당한 것을 복수한 뒤에야
돌아와서 나와 행복하고 화목하게 몇 년을 보냈지요.
아내는 마치 그녀 자신은 하찮은 선물인 양 내게
개 한 마리를 따로 선물로 주었는데, 그녀의
퀸티아(디아나 여신의 별칭)가 '이 개는 달리기에서
다른 개들을 모두 앞지를 것이다.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준 것이었소. 그녀는 또 보시다시피 내가 손에 들고
있는 이 투창도 선물로 주었소. 그대는 다른 선물에
얽힌 이야기도 듣고 싶은가요? 놀라운 이야기를
들어보시오.



[참고]

케팔로스에게 개 한 마리와 투창을 선물하는 프로크리스. 1620.




758행—774행.

그 희한한 사건에 그대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오.
라이오스(테바이 왕으로 오이디푸스의 아버지)의
아들(오이디푸스)이 그 이전 사람들의 재능으로는
이해할 수 없던 수수께끼를 풀자 그 어두운
예언녀(스핑크스)는 ‘거꾸로 떨어져(자살)’ 자신의
수수께끼도 잊은 채 누워 있었소. [물론 자애로운
테미스(정의의 여신)는 그런 일을 벌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지 않지요.] 곧장 아오니아(보이오티아
지방의 일부로 그곳에 헬리콘 산이 있다)의 테바이에
두 번째 재앙이 보내져 많은 시골 백성이 맹수(거대한
여우)때문에 겁에 질렸으니, 가축떼와 자신들의
파멸이 두려웠던 것이오. 그래서 이웃에 사는
우리 젊은이들이 모여 넓은 들판을 사냥 그물로
에워쌌지요. 하지만  그 짐승은 그물 위를 가볍게
뛰어넘었고, 우리가 애써 쳐놓은 덫을 훌쩍 뛰어
건너는 것이었소. 우리가 개떼를 풀어놓았지만,
그 짐승은 개의 추격을 따돌리며 새처럼 빠른 속력으로
개떼를 갖고 놀았소. 그러자 모두 이구동성으로 나의
라일랍스(‘돌풍‘) (그것이 아내가 내게 선물로 준 개의
이름이오.)를 풀라고 했소. 녀석은 아까부터 사슬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며 붙잡고 있는 가죽끈을 목으로
당기고 있었소. 우리는 녀석이 풀리자마자 도대체
어디 갔는지 알 수가 없었소.



[참고]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1808). 189 x 144 cm. 오귀스트 랭그르(1780-1867).


<신들의 계보> 326행—329행.
에키드나(포르키스와 케토의 자식)는 또 오르토스(에키드나의 자식)에게 눌려
카드모스(테바이의 건설자)의 백성들에게 재앙이
되도록 파멸을 가져다주는 스핑크스를 낳고 네메아의
사자도 낳으니, 이것을 제우스의 영광스런 아내
헤라(제우스의 누이이자 정실 부인)가 길러 인간들에게 고통이 되도록 네메아의 언덕에 살게 했다.

[참고] 스핑크스는 얼굴은 여자고 가슴과 발은
사자며 날개는 독수리인 괴물이다. 스핑크스는
수수께끼를 내어 그것을 풀지 못하는 사람을 잡아
먹었는데, 그 수수께끼란 '목소리는 하나뿐인데
때로는 두 다리로, 때로는 세 다리로, 또 때로는
네 다리로 걷되 다리가 가장 많을 때 가장 허약한
동물이 무엇이냐?'와 두 자매가 있는데 서로
번갈아 낳아주는 것이 무엇 이냐? 였다.
첫 번째 답은 사람이고, 두 번째 답은
낮(헤메라)<낮의 여신 헤메라(‘낮’)>과
밤(닉스)<밤의 여신 닉스(‘밤’)>이다.
오이디푸스가 마침내 수수께끼를 알아 맞히자
스핑크스는
절망하여 바위 꼭대기에서 떨어져 죽는다.



775행—792행.

뜨거운 먼지만이 녀석(개)의 발자국을 간직하고
있을 뿐, 녀석은 시야에서 사라졌소. 창도 그렇게
빠르지는 못하며, 빙빙 돌린 투석기에서 내던진 탄환도, 고르튀나(크레테 섬으로, 여기서는 '크레테'라는 뜻)의
  활에서 발사된 가벼운 갈대(화살)도 그렇게
빠르지는 못하오. 근처에는 높은 언덕이 하나 있었는데, 그 꼭대기에서는 주위의 들판을 내려다볼 수 있었소.
나는 그리로 올라가 그 기이한 달리기 경주를
구경할 수 있었는데, 야수(거대한 여우)는 한순간
잡히는 것 같다가도 다음 순간 덥석 무는 개의 입에서
벗어나곤 했지요. 그 교활한 짐승은 일직선으로 곧장
멀리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추격자의 입을 속이고
요리조리 돌면서 적이 공격하지 못하게 했소.
개는 그 짐승의 발꿈치까지 바싹 따라붙어 그것을
잡았다 싶었지만, 잡기는커녕 허공을 덥석 물 뿐이었소.
창의 도움을 받기로 했소.고리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오른손으로 창의 균형을 잡는 동안 나는 잠시 거기서
눈을 뗐소. 그리고 그곳으로 다시 시선을 향했을
때(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소.) 들판 한가운데에
두 개의 대리석상이 보이는 것이었소. 그대는 하나는
달아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잡으려고 추격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오. 확실히 그것들이 둘다 경주에서
지지 않는 것이 어떤 신의 뜻이었던 것 같소.



792행—810행.

어떤 신이 그것들(두 개의 대리석상)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말이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는
그(케팔로스)는 입을 다물었다. "그대의 창은 무슨
죄를 지었지요?"라고 포코스가 말하자 그는 창이 지은
죄를 이렇게 들려주었다. "포코스여, 내 기쁨은 내 고통의 시작이었소. 그러니 내 기쁨을 먼저 이야기하겠소.
아이아코스의 아들(포코스)이여, 내게는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모르겠소. 그때, 그러니까 신혼 몇 해 동안 나는 아내와
행복했고, 아내도 남편과 행복했소.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염려해주고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살았소.
그녀는 유피테르(제우스)의 침상을 내 사랑보다
더 선호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는 어떤 여자에게
흘리지 않았을 것이오. 설령 베누스(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자신이 온다 해도 말이오.
우리 가슴속에는 똑같은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소.
산꼭대기에 첫 햇빛이 비치는 이른 아침이면 나는
젊은이다운 열성으로 숲속에 사냥하러 가곤 했지요.
하인들이나 말들이나 코가 예민한 개떼나 매듭이 많은
그물 따위는 데려가거나 가져가지 않았소. 창만 있으면
안전했으니까요. 손으로 들짐승을 죽이는 일에 싫증이
나면 나는 서늘한 그늘과, 계곡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산들바람을 도로 찾아가곤 했는데,


811행—834행.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1474.

한낮의 더위 속에서 부드러운 산들바람을 찾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했소. 그것은 나를 노고에서 쉬게
해주었으니까요. '아우라(산들바람)여,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소.) 오너라!'라고 나는 노래하곤
했소. '나를 기쁘게 해다오! 가장 반가운 이여,
내 품속으로 들어와 늘 그러하듯 나를 불태우고 있는
열기를 진정시켜다오!' 아마도 나는 아첨하는 말을
몇 마디 더 덧붙였던 것 같소. (내 운명이 나를
그렇게 이끌었던 것이오.) ' 그대(산들바람)는
나의 큰 낙이오. 그대(산들바람)는 내 원기를 돋워주고
나를 애무해주오. 그대 때문에 나는 숲과 한적한
곳을 사랑하오. 내 입술로 언제나 그대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하고 나는 말하곤 했지요.
한데 누군가 이 애매모호한 말을 엿듣고 그 뜻을
오해했소. 그는 내가 그토록 자주 부르는
'아우라(산들바람)'란 말이 요정의 이름인 줄 알고
내가 그 요정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소.이 성급한
밀고자는 지체 없이 내가 불륜하다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프로크리스를 찾아가 자기가 들었던 것을 그녀에게
속삭였소. 사랑하면 쉬이 믿게 되지요. 내가 전해
듣기로는, 그녀는 갑작스러운 고통을 이기지 못해
실신했다고 하오. 한참 뒤에 정신이
돌아오자 프로크리스는 자신을 비참하고 불운한
여인이라고 부르며 나의 불륜을 저주했소. 그러고는
이런 근거 없는 고발에 마음이 산란해져 아무것도
아닌 헛것을, 실체 없이 이름뿐인 것을 두려워하며
실제로 자신의 시앗(남편의 첩)이 생긴 양 괴로워하고
불행해했소. 그러면서도 그녀는 때로는 미심쩍기도
하고 또 참담한 심정에서 자신이 잘못 들었기를 바라며
고자질한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남편의 실수를 저주하려 하지 않았소.


835행—843행.

케팔로스와 프로크리스. 1626. 로랑 드 라 이르(1606–1656).

다음날 아우로라(밤의 장막을 걷고 아침을 여는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빛이 밤을 몰아냈을 때 나는 집을 나서서 숲속으로 향했소. 그리고 승리자로서 풀밭에 누워
'아우라(산들바람)여, 와서 내 노고를 진정시켜 다오!'
라고 말했소. 그러자 갑자기 내가 말하고 있는 동안
신음 소리 같은 것이 들리는 것 같았소. 하지만
나는 '오라, 내 사랑이여!' 하고 말했소. 다시 나뭇잎이
떨어지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나는 그것이
짐승 소리인 줄 알고 창을 날려 보냈소. 그것은
프로크리스였소. 그녀는 가슴의 상처를 부여잡고
'아아 슬프도다!'하고 외치는 것이었소.


843행—865행.

프로크리스. 오라치오 젠틸레스키(1563–1639).

나는 내 성실한 아내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그것이
들려온 쪽으로 정신없이 허둥지둥 달려갔소. 가 보니
그녀는 반죽음 상태에서 옷이 피투성이가 된 채
(맙소사!) 상처에서 자신이 내게 준 선물을 뽑고
있었소. 내게는 내 자신의 몸보다 더 소중한 그녀의
몸을 나는 두 팔로 살며시 들어올려 가슴의 옷을
찢고는 잔인한 상처를 싸매어 피를 멎게 하려고 애쓰며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말라고, 나를 그녀를 죽인
죄인으로 만들지 말아달라고 간청했소. 그녀는 이미
기진맥진하여 죽어가면서도 억지로 이 몇 마디 말을
짜내는 것이었소. '우리의 결혼과, 하늘의 신들과,
나의 신들이 될 저승의 신들과, 내가 그대에게 해준
모든 것과, 내 죽음의 원인이었지만 내가 죽는 지금도
남아 있는 사랑의 이름으로 내 그대에게 간청하노니,
제발 아우라(산들바람)가 나 대신 그대의 아내가
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제야 나는 이름에서 오해가
비롯되었음을 알아차리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말해주었소. 하지만 말해준다고 무슨 소용 있겠소?
그녀는 내게서 미끄러져 가고, 얼마 남지 않은 기운마저 피와 함께 그녀에게서 빠져나갔는데. 그녀는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순간까지 나를 쳐다보며 내
입술에다 자신의 불행한 숨을 마지막으로 내쉬었소.
하지만 그녀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만족해하며
죽는 것 같았소." 이런 이야기를 영웅(케팔로스)은
눈물을 흘리며 들려주었고, 듣던 사람들도 역시 눈물을 흘렸다. 그때 보라, 아이아코스가 두 아들과 새로
모집한 군대를 이끌고 들어오자 용감하게 무장한
그들을 케팔로스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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