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행—19행.

다나에의 아들(페르세우스, 황금비로 변신한 제우스와
다나에의 아들)인 영웅이 케페우스(아이티오피아의 왕)의 백성에 둘러싸여 무용담을 이야기하는
사이에 왕궁의 홀은 갑작스레 침입한 폭도(피네오스)로
시끄러웠다. 축혼가를 부르는 떠들썩함이 아니라,
치열한 전투를 예고하는 떠들썩함이었다.
그리하여 삽시간에 난장판으로 변한 연회장을 그대는
잔잔하던 물결에 광풍이 일어 거센 파도로 변한
바다에 비유할 수 있으리라. 폭도 가운데 앞장선
사람은 전투의 무모한 사주자인 피네우스(케페우스의
동생)였는데, 그는 청동 창끝이 박힌 물푸레나무 창을
휘두르며 말했다. “보라, 나는 빼앗긴 내 아내를 위해
복수하러 왔다. 네(페르세우스)날개도,
‘가짜 황금(황금비)‘으로 변했던 유피테르(제우스)도
나에게서 너를 구해주지 못할 것이다.” 그가 창을던지려 하자 케페우스가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우야, 무슨 광기에 쫓겨 이런 짓을 저지르려
하느냐? 이게 그 애(케페우스의 딸 안드로메다)를
구해주었다고 네가 주는 지참금이냐? 네가 원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너에게서 그 애를 빼앗긴 것은
페르세우스가 아니라, 네레우스(바다의 신)의
딸들(네레이데스)의 무서운 신성—안드로메다의
어머니인 카시오페이아는 네레이데스 자매보다
자신이 더 예쁘다고 뽐냈다—과 뿔난 암몬(머리에
뿔이 난 암몬 신은 네레이데스 자매를 달래기 위해
안드로메다를 제물로 바치라는 신탁을 내린다)과
내 내장을 포식하러 왔던 ‘바다 괴물(케토)‘이다.
그 애가 죽음에 내맡겨졌을 때, 그때 너는 그 애를
잃은 것이다.
20행—63행.

잔인한 자(피네우스)여, 혹시 네가 요구하는 것이
그 애의 죽음이 아니고, 네가 내 슬픔을 고소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너는 그 애의 삼촌이자 약혼자이면서도 그 애가 묶여 있을 때 구경만 했을 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
같구나. 너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누가(페르세우스가) 그 애를 구한 것이 안타까워 그에게서 상을 빼앗으려는 게냐? 너에게 그 상이 커 보인다면, 네가 그 애를
묶여있던 바위에서데려왔어야지!
그러니 그 애(안드로메다)를 데려와 내가 자식 없는 노년을 면할 수 있게 해준 그(페르세우스)가, 약속대로 공적의 대가를 갖도록 내버려두어라. 그리고 그는 너보다 선호된 것이 아니라 확실한 죽음보다 선호되었음을 알아두어라!“ 피네우스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왕과
페르세우스를 번갈아 쳐다보며 둘 중
어느 쪽을 겨냥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분노가 뿜어내는 힘을 모두 실어 페르세우스를
향해 창을 던졌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페르세우스는 자기가 앉아 있던 긴 의자에 창이 꽂히자
마침내 자리에서 펄쩍 뛰어 오르며 창을 뽑아 되던졌다. 그리하여 이 창은 적의 심장을 꿰뚫었을 것이나,
피네오스가 제단 뒤에 숨자 제단이 (그럴 가치가
없는데도) 범인에게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창은
헛되이 던져지지 않고 로이투스의 이마에 꽂혔다.
그자는 쓰러졌고, 그의 두개골에서 무쇠를 뽑아내자
그자는 발꿈치로 바닥을 치며 차려놓은 식탁들에
피를 뿌렸다. 그러자 폭도가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창을 던져댔고, 개중에는 그의 사위(페르세우스)와 함께 케페우스도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케페우스는 궁전의 문턱을 넘은 다음,
자신이 막았는데도 이런 소란이 벌어졌다며
정의와 신의와 주객의 신들을 증인으로 불렀다.
그러자 팔라스(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네의 별칭)가
나타나 오라비(이복오빠인 페르세우스)를
아이기스(제우스의 방패 이름)로 가려주며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아티스라는 인디아의 젊은이가
있었는데, 강게스 강의 요정 림나이에가 수정처럼
맑은 물속에서 그를 낳은 것으로 믿어지고 있었다.
그는 빼어난 미남이었는데, 세련돼 보이는 옷이
그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는 이팔
십육, 열여섯 살의 다 큰 소년으로 황금으로 단을
댄 튀루스산(產) 자포를 입고 있었다. 목에는 황금
목걸이가 걸려 있었고, 몰약을 뿌린 머리털은 황금
고리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목표물도 맞힐 만큼 창던지기에 능했고, 활을
당기는 데는 더 능했다. 그런 그가 손으로 나긋나긋한
뿔들을 구부리는 순간 페르세우스가 제단
한 가운데에서 연기를 뿜던 햇불로 그를 쳐서 박살난
뼈들 속으로 그의 얼굴을 함몰시켰다. 아티스의
그토록 칭찬받던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것을 보자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드러내놓고 아티스에게 애정을
표시하던 앗쉬리아인 뤼카바스는 가혹한 상처를 입은 채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그를 위해 울고 나서 그가
구부려놓은 활을 집어 들더니 소리쳤다.
64행—110행.

“그대는 나와 싸워야 할 것이오. 그대는 소년(아티스)의 죽음을 오래 기뻐하지 못하리라. 그것은 그대에게 영광보다는 치욕을 안겨줄 테니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카로운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페르세우스가 피하는 바람에 화살은 그의 옷자락에 꽂혔다. 그러자 아크리시우스의
외손자(페르세우스)가 매두사의 죽음으로 검증된,
낫처럼 구부러진 칼을 그에게로 향하여 그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죽어가면서도 검은 암흑 속을 헤매는 몽롱한 눈으로 아티스를 찾아 둘러보다가 그 옆에 쓰러졌고, 그들은 죽음을 함께했다는 위안을 얻은 채
망령들에게로 갔다.
보라, 쉬에네인(人)으로 메티온의 아들인 포르바스와
리뷔에인(人) 암피메돈이 싸움에 끼어들고 싶어하다가 온 땅바닥을 뜨뜻하게 적시던 피에 미끄러져넘어졌다.
그들이 일어서려고 했을 때 칼이 두 사람을 막으며 한 명은 갈빗대를, 포르바스는 목구멍을 뚫었다. 날이 넓은
쌍날 도끼를 무기로 쓰던, 악토르의 아들 에뤼투스에게는 페르세우스가 ‘낫처럼 구부러진 칼(하르페)’로 공격하지 않고, 높은 돋을새김을 한 크고 무거운 포도주 희석용
동이(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동이에다
포도주를 물로 희석해서 마셨다)를 두 손으로
번쩍 집어 들어 내리쳤다. 에뤼투스는 붉은 피를 토하며 뒤로 나자빠져 죽어가는 머리로 땅바닥을 쳐댔다.
이어서 페르세우스는 세미라우스의 후손인 폴리덱몬,
카우카수스 출신의 아자리스, 스페르키오스 강변에 살던 뤼케투스, 머리를 깍지 않는 헬릭스, 플레귀아스와
클뤼투스를 눕힌 뒤 죽은 자들의 시신 더미를 밟고
다녔다. 피네우스는 감히 가까이서 적과 싸우지 못하고 투창을 던졌다. 하지만 그것은 빗나가 이다스를
맞혔으니, 이다스는 뒷전으로 물러나 어느 편도 들지
않았으나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성난 눈으로
잔혹한 피네오스를 노려보며 말했다.
“피네우스여, 그대가 나(이다스)더러 싸움에 끼어들도록 강요했으니, 그대는 나를 적으로 받아들여
—그대 자신이 그렇게 만들었으니까—부상을 부상으로 갚도록 하시오!” 그는 제 몸에서 뽑아낸 창을 되던지려다가 쓰러졌는데, 어느새 사지에서 피가 모두
빠져나갔기 때문아다. 그러고 나서 케페우스의 백성 중 왕 다음으로 지위가 높은 호디테스가 클뤼매누스의 칼에 쓰러졌다. 프로토에노르는 휩세우스가 쳤고, 휩세우스는 륑케우스의 자손(페르세우스)이 공격했다. 그들 중에는 고령의 에마티온도 있었는데, 그는 정의를 존중하고
신들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연로하여 무기로는 싸우지 못하고 혀로 싸웠는데,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범죄와 다름없는 폭도의 전투를
저주했다. 그가 떨리는 손으로 제단을 붙들고 있을 때, 크로미스가 칼로 그의 머리를 베었다. 그러자 머리가
곧장 제단 위에 떨어져 그곳애서 아직도
반쯤 살아 있는 입으로 저주의 말을 쏟아내며 재단의
불 한가운데로 마지막 숨을 내쉬었다. 이어서 썽둥이
형제 브로테아스와 암몬이 피네우스의 손에 쓰러졌다.
그들은 불패의 권투선수였지만 권투 장갑이 칼을이길 수는 없었다. 관자놀이에 흰 머리띠를 두르고
있던, 케레스의 사제 암퓌쿠스도 같은 변을 당했다.
111행—153행.

람페티태스여, 그대도 이런 싸움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노래하며 키타라(길이가 같은 7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를 연주하는 평화스러운 일에나
어울릴 것이오. 그대는 잔치와 축제를 노래로써
축하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니 말이오. 하지만 전투와는
무관한 채를 손에 들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그를 보고는 파이달루스가 조롱하며 “나머지는 스튁스(저승)의 망령들에게나 노래 불러주어라!” 하고 그의 왼쪽
관자놀이를 칼로 찔렀다. 그는 쓰러져 죽어가는
손가락으로 뤼라(길이가 같은 5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발현악기)의 현을 다시 뜯으려 했는데, 우연히도
그것은 애절한 곡조였다.
그 광경을 보고 미쳐버린 뤼코르마스는 그가 원수도
갚지 못한 채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오른쪽 문설주에서 튼튼한 빗장을 뽑아 살인자의 목뼈 한복판을
내리쳤다. 그러자 파이달루스가 도살당한 황소처럼
땅에 엎어졌다. 키뉩스(리뷔에 지방의 강. 여기서
키뉩스는 ‘리뷔에‘라는 뜻)의 펠라테스는 왼쪽 문설주에서도 빗장을 뽑으려다가 마르마리카(이집트의 서쪽에
있는 지방)의 코뤼투스가 던진 창에 그대로 오른손이
뚫려 나무에 꼼짝없이 꽂혀버렸다. 꽂혀있는 그의
옆구리를 아바스가 찌르자 펠라테스는 쓰러지지 않고,
자신의 손을 꼭 붙잡은 기둥에 매달려
죽어갔다. 페르세우스 편을 들던 멜라네우스도
쓰러졌고, 나사모네스족(북아프리카에 살던 부족)
나라의 갑부이자 대지주인 도륄라스도 그랬는데,
그보다 영지를 더 많이 가지고 있거나 그만큼 많은
향로 더미를 수확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던져진
무쇠가 그의 살에 비스듬히 꽂혔는데, 그곳은
급소이다. 부상을 입힌 장본인인 박트라 출신의
할퀴오네우스는 그가 헐떡헐떡 숨을 거두며 눈알을
굴리는 것을 보고 “네가 가진 넓은 땅 가운데서
네가 누운 땅만큼만 갖도록 하라!”라고 말하고
생명 없는 시신 곁을 떠났다.
하지만 이때 아바스의 자손(페르세우스)이 아직도
따뜻한 상처에서 창을 뽑아 복수자로서 할퀴오네스에게 던지자, 창이 그의 코를 맞히며 목덜미를 뚫고 나와 앞뒤 양쪽으로 불거져 나왔다. 포르투나가 페르세우스를
도와주는 동안 그는 클뤼티우스와 클라니스도
넘어뜨렸는데, 이들은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으나
상처는 서로 달랐다. 클뤼티우스는 강력한 팔이 내던진 물푸레나무 창이 양쪽 허벅지를 꿰뚫었고,
클라니스는 이로 청을 깨물었기 때문이다. 멘데스
출신의 켈라돈도 쓰러졌고, 어머니는 팔라이스티네(지금의 팔라스티나 지방) 출신이지만 태어난 아버지는
알려지지 않은 아스트레우스도 쓰러졌으며,
전에는 다가올 일을 미리 알 만큼 현명했으나 그때는
거짓 전조에 속은 아이티온과, 왕의 무구(무사의 무기)를 들고 다니던 시종 토악테스와 악명 높은 친부 살해자
아귀르테스도 쓰러졌다. 하지만 페르세우스에게는
한 일보다 할 일이 더 많았다. 모두가 한 사람을 제압하기로 작정했고, 폭도가 똘똘 뭉쳐 공적과 약속을 부인하는 일을 위하여 사방에서 그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페르세우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은 소용없이 성실한 그의 장인(케페우스)과 그의 신부(안드로메다), 그녀의 어머니(카시오페이아)였고, 이들은 비명소리로
홀을 가득 메웠다.
154행—173행.

하지만 무구(무사의 무기) 소리와 죽어가는
자들의 신음이 그 소리를 압도했다. 한편 벨로나는
페나테스 신들(로마의 가정을 지키는 수호신)을
흘러내리는 피에 담가 피로 더럽히며 자꾸만 새로운
전투를 불러일으켰다.
그 한 사람을 피네우스와 천 명이나 되는 피네우스의
추종자가 둘러싸고 있었다. 겨울 우박보다 더 많은
창이 페르세우스의 양 옆구리와 눈과 귀 옆을 날아
지나갔다. 그는 큰 돌기둥에 양 어깨를 대고 서서
등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덤벼드는 폭도에 맞섰다.
왼쪽에서는 카오니아(쉬리아 지방의 도시) 출신인
몰페우스가 공격해왔고, 오른쪽에는 나바타이아(아라비아 반도에 있던 나라로 여기서는 ‘아라비아’라는 뜻) 출신인 에켐몬이 공격해왔다. 마치 허기에 시달리던 호랑이가 서로 다른 골짜기에서 두 무리의 소떼가 울어대는
소리를 듣고는 어느 쪽을 공격해야 할지 몰라 양쪽을
동시에 공격하기를 열망하듯이, 꼭
그처럼 페르세우스 역시 오른쪽을 쳐야 할지 왼쪽을
쳐야 할지 망설이다가 몰페우스의 다리에 관통상을
입혀 내쫓았다. 페르세우스는 그자가 도망치는
것으로 만족했으니, 에켐몬이 그에게 시간을 주지
않고 그의 목덜미 위쪽에 부상을 입히려고 미친 듯이
덤벼들었다. 하지만 에켐몬이 조심하지 않고 힘껏
내리친 탓에 기둥의 모서리에 맞아 칼날이 부러졌고
이것은 순식간에 칼 임자의 목구멍에 꼳히고 말았다.
그래도 치명상은 아니었다.
174행—197행.

그러나 떨면서 거기 서서 무장하지 않은 두 손을 헛되이 내밀고 있던 그자를 페르세우스가 퀼레네(헤르메스가
태어난 곳) 출신의 신(전령의 신 헤르메스)에게 받은,
‘낫처럼 구부러진 칼(하르페)’로 찔렀다. 페르세우스는 자신의 용기로도 다수를 대적할 수 없음을 보고는
“그대들이 그렇게 강요하니 나는 적에게 도움을 구할
것이오. 여기 내 친구로서 온 자라면, 얼굴을 돌리도록
하시오!“라고 말하고 고르고(메두사)의 얼굴을 들었다. ”그대의 요술에 놀랄 사람이라면
딴 데 가서 찾아보시지.“라고 테스켈루스가 말했다.
그러고는 치명적인 투창을 손으로 던지려다가
그 자세 그대로 대리석상이 되어 멈춰 서버렸다.
그다음으로 암퓍스가 위대한 정신으로 가득찬
륑케우스의 자손(페르세우스)의 가슴을 칼로
찌르려다가 찌르려던 자세 그대로 오른손이 굳어져
이쪽으로도 저쪽으로도 꼼짝하지 않았다. 자신이
일곱 갈래 닐루스(나일강의 의인화된 신)의
자손이라고 사칭하며 자신의 방패에 이 강의
일곱 흐름을 일부는 은으로, 일부는 금으로 새겨넣은
닐레우스가 말했다. “페르세우스여, 그대는 우리
가문의 기원을 보라. 그대가 죽어 침묵하는
그림자들(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서 실체없는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으로 믿었다)에게 가더라도 큰 위안이 되리라.
이토록 위대한 전사의 손에 쓰러졌다는 것은.“
그의 마지막 말은 도중에 끊어졌다. 닐레우스의
열린 입은 말하고 싶어한다고 그대는 믿겠지만
그 입으로는 말이 튀어나올 수 없었다. 이들
두 사람을 에뤽스가 나무라며 말했다. ”그대들이
굳어버린 것은 용기가 부족해서이지 고르고(메두사)의 위력 때문이 아니오. 그대들은 나와 함께 달려들어 요술 무기를 휘두르는 저 젊은이(페르세우스)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시오!“
198행—221행.

에뤼스는 달려들었다. 그러나 땅바닥이 그의 발을
꼭 붙들었고 에뤼스는 움직이지 않는 바위가 되고,
무장한 석상이 된 채 그대로 서 있었다. 이들은
사실 벌받을 짓을 하여 벌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페르세우스 편에서 싸우던 아콘테우스라는 병사가
있었는데, 그는 친구를 위해 싸우다가 고르고(메두사의 머리)를 보고는 돌로 굳어졌다. 아스튀아게스는 그가
아직도 살아 있는 줄 알고 긴 칼로 내리쳤다. 칼이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아스튀아게스는 그가
아직도 살아 있는 줄 알고 긴 칼로 내리쳤다.
칼이 쨍그랑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아스튀아게스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똑같은 힘에
사로잡혀 대리석 얼굴에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그대로
돌사람이 되었다. 죽은 병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자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이백 명이
전투에서 살아남았고 이백 명이 고르고(메두사)를 보고 돌로 굳어졌다. 그제야 피네우스는 이 불의한 전투를
후회했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그는 여러 자세의
석상을 보고는 그들이 자기 부하임을 알아보았다.
그는 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도움을
청했고, 잘 믿어지지 않아 자기 가까이 있는 육신들을
만져보았다. 그들은 대리석이었다. 그는 얼굴을
돌린 채 잘못을 시인하는 듯 손과 팔을 옆으로
향하고 탄원자로서 말했다. “페르세우스여,
그대가 이겼소. 그대의 그 무서운 괴물을 치우시오!
메두사(포세이돈의 애첩)가 누구든, 돌로 변하게
하는 메두사의 얼굴을 치우시오! 제발 치우시오.
부탁이오. 싸움에 나서도록 나를 부추긴 것은
그대에 대한 증오나 왕권에 대한 욕심이 아니오.
나는 내 약혼녀(케페우스 왕의 딸 안드로메다)를
위해 무기를 들었던 것이오. 공적에서는 그대의
요구가 더 정당하나, 세월에서는 내 요구가 더
정당하오. 그대에게 양보하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오.
하지만 가장 용감한 자여, 제발 목숨만 살려주시오.
221행—235행.

다른 것은 모두 그대가 가자시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간청하는 사람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그에게 페르세우스가 대답했다.
“가장 비겁한 피네오스여, (그대는 두려워 마시오.)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나는 줄 것이며, 그것은
겁쟁이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말하자면
그대는 무쇠로 고통 받지 않을 것이오. 천만에,
나는 그대를 위해 세월을 타지 않는 기념비를
세울 것이오. 그리하여 그대(피네오스)는
내 장인(케페우스, 안드로메다의 아버지)의
집안에서 언제나 구경거리가 되어,
내 아내(안드로메다)는 전에 자기와 약혼했던
자(피네우스)의 입상을 보고 위안을 얻겠지요.“
이렇게 말하고는 피네우스가 겁에 질린 얼굴을
돌린 쪽으로 포르퀴스의 딸(메두사)의 머리를
가져갔다. 피네오스는 또 눈을 돌리려 했으나
목덜미가 뻣뻣해지며 눈 안의 습기는 돌로
굳어졌다. 대리석상이 되어서도 그의 겁먹은
얼굴과 탄원자의 표정과 애원하는 두 손과
굴종하는 자세는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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