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8행—742행.

전령장을 들고 다니는 신(전령의 신 헤르메스)은
한 쌍의 날개를 펴고 그곳(필로스)에서 솟아올라
하늘을 날며 무니키아(아테나이의 주변 지역)의
들판과 미네르바(아테나이의 수호신 아테나 여신)가
사랑하는 나라(아테나이)와 유식한
리케움(아테나이의 주변 지역으로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운 학교가 있던 곳이다. 그래서 ‘유식한‘이란 말을
쓴 것 같다)의 원림을 내려다 보았다. 그날은 마침
팔라스(전댕의 여신 아테나의 별칭) 여신의
축제일(아테나 여신의 탄생을 기리는 매년 7월 말에
개최되는 ‘판아테나이아’ 축제일)이라 순결한 소녀들이
관습에 따라 화환을 두른 바구니에 정결한 성물을
담아 머리에 이고 성채(아테나이의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아테네 여신의 파르테논 신전)로 나르고
있었다. 날개 달린 신(헤르메스)은 소녀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는 곧장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고
하늘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그 모습은 마치 더없이
날랜 새인 솔개가 제물로 바쳐진 짐승을 보고는 사제들이
제물 주위로 몰려드는 동안에는 겁이 나서
주위를 맴돌되 그렇다고 감히 더 멀리 가버리지도
못하고 바라는 먹이 주위를 날갯짓하며 탐욕스럽게
빙글빙글 날아다닐 때와도 같았다. 퀼레네 출신의
민첩한 신(헤르메스)은 악테(아티카의 아테나이)의
성채(파르테논 신전) 위를 빙글빙글 맴돌며 쉴 새
없이 같은 하늘에다 원을 그렸다. 마치
루키페르(루시퍼 Lucifer ‘빛을 가져다 주는 자‘라는
뜻. 샛별, 새벽별)가 모든 다른 별보다 더 밝게 빛나고,
황금의 포이베(달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별칭)가
루키페르를 무색케 하는 것과 같이, 그만큼 걸어가는
헤르세(케크롭스의 딸)는 모든소녀 가운데서 돋보였고,
엄숙한 행렬과 동행하는 친구들의 자랑거리였다.
유피테르(제우스)의 아들(헤르메스)은 헤르세의
아름다움에 놀랐고, 공중에 떠 있는데도
정염(불꽃같은 정)으로 활활 타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발레아레스족(서부 지중해에 있는
발레아레스 섬들. 즉 지금의 마요르카 및
미노르카 섬에 살던 부족)의
투석기에서 납탄이 던져질 때와 같았으니, 납탄은
날아가며 운동에 의해 가열되어
구름 밑에서는 전에 없던 열기를 갖는다.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는 이제 진로를 바꾸어
하늘을 떠나 대지로 향했다.
그는 변장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외모에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의 자신감은 정당한
것이었으나, 그래도 그는 섬세히 손질하여 자신감을
더욱 복돋우었다. 그는 머리를 손질했고, 외투를
매만져 아래로 늘어뜨리고 황금 옷단이 눈에
잘 띄게 했다. 그는 또 잠을 부르기도 하고 쫓기도 하는
지팡이가 오른손에서 광이 나게 했고,
‘날개 달린 샌들(탈라리아)‘이 깨끗한 발바닥에서
번쩍이게 했다. 집안의 외진 곳에는 상아와
거북 등딱지로 장식된 방이 셋 있었는데, 그중
판도로스(케크롭스의 딸)여, 그대는 오른쪽 방을,
아글라우로스(케크롭스의 딸)는 왼쪽 방을,
헤르세(케크롭스의 딸)는 가운데 방을 차치하고
있었다. 왼쪽 방을 차지하고 살던
소녀(아글라우로스)가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가
다가오는 것을 맨 먼저 알아차리고
신에게 감히 이름과 찿아온 용건을 물었다.
742행—759행.

아글라우로스에게 아틀라스와 플레이오네(마이아의
부모)의 외손자(제우스와 마이아의 아들 헤르메스)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하늘을 지나 아버지
(제우스)의 명령을 나르는 이다. 내 아버지는
유피테르(제우스) 그분이시다. 나는 찾아온 용건을
둘러대지 않겠다. 다만 너는 네 언니(헤르세)에게
성실하고, 기꺼이 내 아들의 이모가 되겠다고 승낙하라.
나는 헤르세 때문에 여기 왔다. 청컨대 너는 사랑에
빠진 나를 호의로써 도와다오.” 아글라우로스는
얼마 전에 금발의 미네르바(아테네)의
비밀(헤파이스토스가 아테네 여신을 겁탈하려다
실패하여 땅에 뿌려진 정자에서 태어난 아들인
에릭토니우스)을 들여다보던 바로 그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봉사의 대가로 많은 무게의 황금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녀는 일단은 그에게 궁전을
떠날 것을 강요했다. 이 순간에
전쟁의 여신(아테나)이 아글라우로스에게 성난
눈길을 돌리며 어찌나 깊이 그리고 격렬하게
한숨을 쉬었던지 여신의 가슴과 함께 가슴을
가리고 있던 아이기스(아테나가 가슴에 달고 다니는
방패의 이름)가 부르르 떨렸다. 여신은 그녀가
렘노스(헤파이스토스가 자주 찾던 곳)에 사는
신(헤파이스토스)의 어머니(아테나 여신 자신) 없이
태어난 아들(에릭토니우스)이 누워 있던 상자를
약조를 어기고 더러운 손으로 열고 들여다봄으로써
자신의 비밀이 드러나게 했던 일을 문뜩떠올렸다.
그런데 그러한 그녀가 지금 신과 언니의 호감을 사고,
게다가 탐욕스럽게 황금을 요구하여 부자가 되다니!
[참고. 아이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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