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8권. 아들 멜레아그로스(Meleagros)를 죽이는 알타이아(Althaea).

반응형
아탈란테를 사랑한 칼리돈 도시의 왕자 멜레아그로스(Meleagros). 영국 빅토리아 멜버트박물관.

 


445행—470행.

죽어가는 멜레아그로스(Meleagros). 1713. 90 x 40 cm. 레네 샤르팡티에(1680–1723).


아들(칼리돈의 왕 오이네오스와 알타이아의
아들인 멜레아그로스)의 승리에 감사드리기 위하여
알타이아(멜레아그로스의 어머니)는 신들의 신전으로
제물을 가져가다가 오라비들(플렉십스와 톡세우스.
이들은 멜레아그로스의 칼에 죽었다)이 죽어서 실려
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가슴을 치며 애절한
곡소리로 도시를 가득 채웠고,
황금으로 수놓은 옷을 검은
옷으로 갈아입었다. 하지만 살해자(아들)가
누군지 안 뒤 비탄은 모두 사라지고, 눈물은
복수심으로 바뀌었다.
장작개비가 하나 있었는데, 테스티우스의
딸(알타이아)이 산욕기에 들었을 때,
세 자매(운명의 여신들)가 장작개비를 불속에 던져
넣고는 엄지손가락을 눌러 운명의 실을 자으며 말했다.
“방금 태어난 아가(멜레아그로스)야,
우리(운명의 여신들)는 이 나무와 너에게 똑같은
수명을 주노라!" 여신들이 이렇게 노래하고 나가자
어머니는 타고 있던 장작개비를 불속에서 낚아채더니
거기에다 흐르는 물을 끼얹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집안의 가장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었고, 안전하게
지켜지며, 젊은이(멜레아그로스)여, 그대의 수명을
안전하게 지켜주었소! 한데 지금 어머니가 그것을
꺼낸 다음 관솔과 불쏘시개를 쌓으라고 하더니
그 무더기에다 적대적인 불을 붙였다. 그러고는
네 번이나 장작개비를 불속에 던지려다 네 번이나
손을 멈췄다. 그녀 안에서는 어머니(멜레아그로스의
어머니)와 누이(플렉십푸스와 톡세우스의 동생)가
싸웠고, 그 두 가지 이름이 하나의 가슴을 반대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때로는 일어날 범행에 대한 두려움으로
그녀는 얼굴이 창백해졌고, 때로는 타오르는 분노가
그 붉은 빛깔을 그녀의 두 눈에 주곤 했다. 그녀의
얼굴은 어떤 때에는 무자비한 짓을 하겠다고
위협하는 것 같았고, 어떤 때에는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고 그대는 믿었으리라. 그녀의 마음속의
사나운 열기가 눈물을 메마르게 했지만 그래도 또
눈물이 흘러나오곤 했다.



[참고. 운명의 여신들]

모이라이(Moirai 운명의 여신들). 1496–1498. 로비넷 테스타(1471–1531).


<신들의 계보> 904행—906행.
그녀(제우스의 고모이자 아내인
정의의 여신 테미스)는 또 운명의 여신들인
클로토(운명의 실을 잣는 여자)와
라케시스(운명의 실을 할당하는 여자)와
아트로포스(목숨이 다하면 실을 끊는 여자)를 낳으니,
이들에게 지략이 뛰어나신 제우스께서
가장 많은 특권을 주시어 이들이
필멸의 인간들에게 복도 주고 화도 준다.


470행—497행.

멜레아그로스의 어머니 알타이아. 요한 빌헬름 바우어(1607–1640).


바람과 조류가 서로 반대쪽으로 낚아채면 배가
두 가지 힘을 느끼고는 갈팡질팡하며 그 둘에게
복종하듯이, 그와 다르지 않게 테스티우스의
딸(알타이아)도 상반된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번갈아 분노를 가라앉혔다가 그것을 다시 돋우곤 했다.
하지만 끝내 누이가 어머니보다 더 우세해지기 시작하자,
혈족의 그림자들을 피로 달래고자 그녀는
불경(不敬)을 통하여 경건해지기로 작정했다.
죽음을 가져다주는 불이 세어지자 "저것이 내 혈육을
태우는 장작더미가 되기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고는 끔찍한 손에 운명의 장작개비를 든 채 무덤이
될 제단 앞으로 다가서서 불행히도 이렇게 말했다.
복수의 세 여신들이시여, 자비로운 여신들
(이 말은 복수의 여신들을 달래기 위함이다)이시여,
그대들은 얼굴을 돌려 이 의식을 보소서! 내 행위는
복수이자 동시에 불의입니다. 죽음은 죽음으로
속죄되어야 하고, 범죄에는 범죄가, 파멸에는 파멸이
덧붙여져야 합니다. 켜켜이 쌓인 슬픔으로 이 불경한
집이 망하게 하소서! 행복하게도 오이네우스는
아들(멜레아그로스)의 승리를 즐기는데 테스티우스는
자식(알타이아의 오라비들)이 없어야 합니까?
그대들 둘 다 슬퍼하는 것이 더 낫겠지요. 오라비들의
망령들이여, 갓 죽은 혼백들이여, 너희만은 내 봉사를
느끼고, 죽은 이를 위해 아낌없이 치른 제물을,
내게 재앙이 되도록 태어난, 내 자궁의 열매를
받아주구려! 아아, 나는 어디로 휩쓸려 가는 것인가?
오라비들이여, 어미의 마음을 용서하구려. 이 손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그 애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그애의 죽음의 장본인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렇다고 그 애가 벌받지 않고
살아남아 승리자로서 자신의 성공에 잔뜩 부풀어올라
칼리돈 왕국을 차지해야 하는가?
너희는 한줌 재가 되어 싸늘한 그림자로 누워 있는데.
그것만은 용납할 수 없다.



[참고. 복수의 여신들]

테레우스와 프로크네의 침실을 꾸며준 복수의 여신들. 비르길 졸리스(1514–1562).


복수의 여신들(에리니에스 Erinys)은
알렉토(Alecto ‘멈추지 않는 여자'),
티시포네(Tisiphone ’살인을 응징하는 여자‘),
메가이라(Megeera ’시기심 많은 여자‘)
세 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들 머리카락은 뱀이 휘감고 있고,
한쪽 손에는 횃불, 다른 손에는 채찍을 들고 있다.
그녀들을 ‘자비로운 여신들’이라고 부르는 것은
복수의 여신들을 달래기 위함이다.




497행—506행.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기원후 2세기경. 루브르박물관.


죄인(멜레아그로스)은 죽어서 아비의 희망과 왕국과
폐허가 된 조국을 자신과 함께 가져가거라! 그러면
어미의 마음은, 부모의 자식 사랑은 어디 갔으며,
이오 십, 열 달 동안 견뎠던 내 노고는 어디 갔는가?
오오, 네가 어릴 적에 첫 번째 불에 죽었더라면! 그리고
내가 그것을 용납했더라면! 네 삶은 내 선물이었다.
이제 네 과실에 의해 너는 죽게 될 것이다. 너는
네 행동의 대가를 치러라. 너는 나에게서 한 번은
네가 태어날 때, 한 번은 장작개비를 낚아챘을 때
받았던 네 목숨을 돌려주든지 아니면 나도 오라비들의
무덤으로 보내다오!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구나.


506행—525행.

멜레아그로스의 죽음. 도메니코 피아셀라(1589–1669).


어떡하지? 내 눈앞에 오라비들의 상처와 끔찍한
살육의 장면이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어머니의
사랑과 어머니라는 이름이 내 용기를 꺾는구나!
나야말로 불쌍하구나! 오라비들이여, 너희가 이기는
것은 나쁘지만 그래도 너희가 이겨라. 나도 너희를
위로하려고 바칠 그애와 너희를 따라갈 수만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그녀는 얼굴을 돌린 채 떨리는 손으로
운명의 장작개비를 불 한가운데에 던져 넣었다.
장작개비는 내키지 않는 불에 휩싸여 활활 타오르며
신음 소리를 냈거나 아니면 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자리에 없던 멜레아그로스도 그 화염에 자신도
모르게 타올랐다. 멜레아그로스는 자신의 내장이
은밀한 불에 그을리는 것을 느끼며 마지막 용기를
내어 큰 고통을 참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피도
흘리지 않고 비겁하게 죽는 것을 슬퍼하며 부상 당한
앙카이우스를 행복하다고 불렀다. 그러고는 신음하며
연로한 아버지와 형제들과 헌신적인 누이들과
아내를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불렀다. 아마 어머니도
불렀을 것이다. 불과 고통은 커지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불과 고통이 동시에 사라지자, 차츰 잉걸불에 흰 재가
덮이면서 그의 혼백도 차츰 희박한 대기 속으로
사라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