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9행—469행.

카이네우스는 벌써 다섯 명을 죽음에
넘겨주었는데 스티펠루스와 브로무스와
안티마쿠스와 엘리무스와
도끼로 무장한 피라크모스가 그들이오.
그들의 부상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수와 이름은 잘 알고 있소.
에마티아(마케도니아의 남부 지방)출신
할레수스를 죽이고 그에게서 빼앗은
무구(무사의 무기)들로 무장한
라트레우스(반인반마의 켄타우로스족)가
앞으로 뛰어나왔는데, 사지와 덩치가 엄청나게
컸소. 그자는 관자놀이 위의 머리털이
희끗희끗한 중년의 나이에 힘은 젊은이였소.
투구를 쓰고 방패와 마케도니아의 장창을
든 모습은 보기에도 장관이었소. 그자는
양군을 향해 번갈아 얼굴을 돌리며 무기를 흔들었고,
발굽을 달카닥대며 좁은 원을 그리면서 허공
속으로 수없이 큰 소리를 내뱉었소.
470행—495행.

'카이니스여, 나는 그대에게도 당해야 하는가?
그대는 내게 언제나 여자이고,
카이니스일 테니까 말이오. 그대의 근본(여자)이
그대에게 경고하지 않던가?
그대가 어떤 행위를 하고 그 대가를 받았는지,
어떤 대가를 치르고 남자의 가짜 모습을 마련했는지
생각나지 않는가? 그대가 무엇으로 태어났는지,
어떤 일을 당했는지 명심하라!
자, 집에 가 물레와 양실을 담는 바구니를 끼고
엄지손가락으로 실을 잣고, 전쟁은 남자들에게
맡겨두시지!' 그자가 이렇게 큰소리치자 달리느라고
쭉 늘어진 그자의 옆구리를 카이네우스가 창을
던져 맞히니, 그곳은 사람의 형상과 말의 형상이
이어지는 곳이었소. 그자가 괴로워 미친 듯이
날뛰며 필로스(텟살리아 지방의 소도시)출신
젊은이(카이네우스)의 드러난 얼굴을 장창으로
쳤소. 하지만 장창이 도로 튀어나오니, 그 모습은
용마루에서 우박이 튈 때나,
속이 빈 북에서 조약돌이 튈 때와 다르지 않았소.
그러자 그자는 가까이서 공격하며
카이네우스의 뚫리지 않는 옆구리를 칼로 찌르려고
안간힘을 썼소. 칼도 들어갈 자리가 없었소.
'그대는 벗어나지 못하리라. 비록 칼끝이 무디기는
해도 그대를 죽이리라.'라고 말하고 그자는 칼을
비스듬하게 쳐들었다가 카이네우스의 아랫배를
향해 오른팔을 길게 뻗었소. 그의 몸에서는 마치
대리석이 맞았을 때 나는 소리가 났고,
딱딱한 껍질을 친 칼날은
산산조각이 났소. 카이네우스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적에게 자신의 부상 당하지 않는 사지를
충분히 오랫동안 드러냈다가
"자, 이제는 내 칼로 그대의 몸을 시험해보리라!'
라고 말하고 죽음을 가져다주는 칼을 손잡이 있는
데까지 그자의 옆구리에 찔러 넣고는 보이지
않는 손을 거기 내 속에서 비틀고 휘저어 상처
안에다 또 상처를 입혔소. 보시오, 반인반마의
괴물들이 격분하여 크게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더니,
그 한 사람을 향해 무기를 던지고 휘둘렀소.
496행—503행.

창들은 무디어지며 떨어졌고, 엘라토스의 아들
카이네우스는 아무리 가격해도 뚫리지 않고
피에 물들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소. 이 놀라운
광경에 그자들은 아연실색했소. 그때
모니쿠스가 소리쳤소. '이 무슨 큰 창피란 말이오!
온 무리가 남자라고 말할 수도 없는 한 사람에게
지다니! 아니, 저자는 남자이고, 우리는 나태하게
행동함으로써 저자의 이전의 상태(여자)가
되어버렸소. 우리에게 거대한 덩치와 갑절의
힘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그리고 우리의 이중의 본성이 숨쉬는 것
가운데 가장 용감한 것을 우리 안에다
결합시켜준 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503행—515행.

생각건대, 우리(켄타우로스족. 헤라의 환영으로
변신한 구름의 님페 네펠레와 익시온의 자녀들)는
여신(여신 헤라)의 아들들도 아니고,
익시온의 아들들도 아니오. 익시온은 위대한
유노(헤라)를 얻기를 바랄 만큼 포부가 크셨는데,
우리는 반쪽만 남자(카이네우스)인 한 명의 적에게
지고 말았으니 말이오. 그대들은 바위와 나무 밑동과
산을 통째로 저자 위에 굴리시오! 그대들은 숲을
내던져 저자의 끈질긴 목숨을 끊어버리시오!
숲이 저자의 숨통을 누르게 하고, 무게가 부상을
대신하게 하시오!' 이렇게 말하고 그자는 광란하는
남풍의 위력에 뽑혀나간 나무 밑동이 마침 눈에 띄자
그것을 집어 들어 강력한 적에게 내던졌소.
그것이 본보기가 되었소. 그리하여 순식간에
오트리스 산(그리스 북부 텟살리아 지방의 산)은
나무를 벗고, 펠리온 산(텟살리아 지방의 산)은
그늘을 잃고 말았소. 거대한 무더기에 묻히자
카이네우스는 나무의 무게에 눌려 몸부림치며
튼튼한 어깨로 나무 더미를 떠받치고 있었소.“
516행—535행.

그러나 짐이 그의 입과 머리 위로 자라자 그는
공기가 없어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그사이 그는
기운이 떨어졌소. 그는 때로는 헛되이 공기 있는
곳으로 머리를 들고 자신에게 내던져진 나무를
굴려보려 했고, 때로는 그것들을 움직이니,
그 모습은 마치, 보시오,
우리 눈앞에 보이는 저기 저 높은
이다 해산이 지진에 흔들리는 것 같았소.
그의 최후는
확실치 않소. 어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몸은 나무의 무게에 의해 공허한
타르타라(지하 세계)로 내던져졌다고 하오.
하지만 암피쿠스의 아들은 이를 부인했으니,
무더기 한가운데로부터 황갈색 날개를 가진
새 한 마리가 맑은 대기 속으로 날아오른 것을
그는 보았던 것이오. 나도 그 새를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았소. 몹수스는 그 새가 부드럽게
날며 자기 편 진지 위를 돌아다니는 것이 보이고
그것의 요란한 날갯소리가 귀에 들리자,
마음과 눈으로 똑같이 그것을 뒤쫓으며 말했소.
'반갑구려, 카이네우스여, 라피타이족의 영광이여,
전에는 가장 위대한 전사였으나, 지금은 하나뿐인
새가 된 카이네우스여!' 예언자의 이야기인 만큼
우리는 그 이야기를 믿었소. 우리는 괴로운 나머지
화가 치밀었으니, 한 사람이 그토록 많은 적에게
핍박당한 것에 분개한 것이오. 그래서 우리는
그자들(켄타우로스족들)이 반은 죽고,
반은 어둠을 틈타 도주할 때까지
칼로 분풀이하기를 그만두지 않았소."
[참고. 텟살리아]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2권. 아킬레스(Achilles)의 죽음 (0) | 2025.04.11 |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2권. 네스토르(Nestor)와 헤라클레스의 아들 틀레폴레모스(Tlepolemus). (0) | 2025.04.10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2권. 켄타우로스(Kentauros)족과 라피타이(Lapithai)족의 싸움. (3) | 2025.04.09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2권. 카이네우스(Caeneus)와 카이니스(Caenis). (1) | 2025.04.07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12권. 아킬레스(Achilles)와 키크노스(Cycnus)의 혈투. (0) | 2025.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