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 작품과 함께 읽는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9권. 하신 아켈로오스(Achelous)와 헤라클레스(Heracles)의 혈투.

반응형
하신 아켈로오스와 영웅 헤라클레스의 혈투. 11.7 cm x 7.7 cm. 하인리히 알데그레버(1502–1561).

 


1행—30행.

칼리돈의 왕 오이네오스의 딸 데이아니라(Deianira). 에블리 드 모건(1855–1919).


그러자 넵투누스(포세이돈)의 아들인 영웅(테세우스.
일설에 따르면 테세우스의 친아버지는 아이게우스가
아니라 넵투누스라고 한다)이 왜 한숨을 쉬는지,
어쩌다가 한쪽 이마를 다쳤는지 하신(아켈로오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헝클어진 머리를 갈대로 묶고 있던
칼리돈의 하신(아켈로오스)이 대답했다.
"그대는 내게 괴로운 일을 청하시는구려. 자기가 진
싸움을 이야기하고 싶어할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소?
아니 그렇소? 하지만 내 순서대로 이야기해보리다.
싸웠다는 영광이 졌다는 수치보다 크고, 그토록
위대한 승리자(헤라클레스)에게 졌다는 것이 내게는
위안이 되니까요. 그대는 아마 데이아니라(칼리돈의
왕 오이네오스의 딸)라는이름을 들어보셨겠지요.
그녀는 더없이 아름다운 소녀였고, 지난날 수많은
구혼자의 마음속에 질투와 희망을 불러일으켰지요.
그들과 함께 나는 내 장인이 될 분(오이네오스)의 집에
몰려가 말했소. '파르타온의 아드님(오이네오스)이시여,
나를 사위로 삼아주십시오!'
또 알카이오스(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의 아들로
헤라클레스의 외할아버지)의 손자(알키데스. 그는
훗날 델피에서 헤라클레스란 이름을 받기 전에는
'알키데스'란 이름으로 불렸다)도 그렇게 말하자,
다른 사람들은 우리 두 사람에게 양보했소.
그는 그녀가 유피테르(제우스)의
며느리(헤라클레스는 제우스와 인간
알크메네의 아들이다)가 될 것이라는 점과,
자신이 치른 고역(헤라클레스의 12고역)의 명성과,
자기는 의붓어머니(제우스의 정실 부인 헤라)의
명령(헤라클레스의 12고역)을 성공적으로
이행했다는 점을 내세웠소. 내가 대답했소.
'신이 인간에게
(그는 아직은 신이 아니었소) 양보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오. 그대 앞에 있는 나로 말하면 그대의 왕국을
꾸불꾸불 흘러 내려가는 물의 주인(아켈로오스 강 및
강의 신)이오. 나는 그대에게 이방의 해안에서 보내진
이방인 사위가 아니라 그대의 동포가 되고,
그대 왕국의 일부가 될 것이오.
다만 여왕 유노(헤라)가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는
점과, 유노의 미움을 사지 않아 내게 고역이
부과되지 않았다는 점이내게 손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오. 알크메네의
아들(제우스와 인간 알크메네의 아들 헤라클레스)이여,
그대는 유피테르(제우스)에게서 태어났다고 자랑하는데,
그분은 그대의 아버지가 아니거나, 아버지라면
그대에게 창피한 일이오.
그분을 아버지로 주장한다면 그대는
어머니(알크메네)를 간통(제우스가 알크메네의
남편 암피트리온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동침하여 태어난 아들이 헤라클레스이다)한
여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겠소.
더 좋은 것을 고르시오. 유피테르는 지어낸
이야기라고 하든지,
그대는 치욕의 아들이라고 인정하든지 하란
말이오.' 그는 한참 동안 나를 노려보더니 끓어오르는
분노를 더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했소.
'나는 혀보다는 오른손이 더 쓸모가 있소.
싸움에서는 내가 이길 테니 그대는 언변에서나
이기구려!'


[참고. 칼리돈]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기원전 500년—기원전 479년.


그리스 아이톨리아(ATOLIA) 지방의
칼리돈(Calydon).
아이톨리아(AETOLIA) 지방과
아카르나니(ACARNANIA) 지방 사이의
서그리스 최대 하천 아켈로오스(Acheloos) 강 및
강의 신.

위성 이미지에 표시된 서그리스 최대 하천 아켈로오스(Acheloos) 강.

 


31행—51행.

영웅 헤라클레스와 하신 아켈로오스의 혈투. 31.1 cm x 24.3 cm. 귀도 레니(1575–1642).


그러더니 그는 다짜고짜 덤벼들었소. 나는 큰소리를
친 터라 물러설 수가 없었소. 그래서 몸에서 초록색
옷을 벗어던지고는 두 팔을 들어올려 불끈 쥔 두 손을
가슴 앞에다 대고 방어 자세를 취하며 싸울 채비를 했소.
그는 손바닥으로 먼지를 퍼 올리더니 그것을 내게
뿌렸고, (싸울 때 상대를 잡도록 상대에게
흙이나 모래를 뿌리는 것은 당시의 관행이었다)
그 자신도 내가 던진 황갈색 모래에 온통 누래졌소.
그는 때로는 내 목을, 때로는 번쩍이는 내 다리를
잡으며 또는 잡는 척하며 사방에서 나를 공격해댔소.
하지만 내 무게가 나를 지켜주어 나는 공격당해도
끄떡없었으니, 그 모습은 파도가 노호하며
덤벼들어도 그 무게에 힘입어 안전하게 버티고서
있는 거대한 바위와 같다고 할까. 우리는 잠시
떨어졌다가는 다시 맞붙어 싸웠고,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그 자리에 딱 버티고 서 있었소. 발에다 발을
갖다붙이고 나는 상체를 앞으로 구부린 채 손가락은
손가락으로, 이마는 이마로 밀어붙였소. 그와 다르지
않게 나는 힘센 황소 두 마리가 온 풀밭에서 가장
윤기 나는 암소를 싸움의 상으로 차지하고자 서로
덤벼드는 것을 본 적이 있소. 어느 쪽이 이겨 그토록
큰 지배권을 차지하게 될지 몰라 소떼는 두려움에
떨면서 지켜보고 있었지요. 세 번이나 알카이오스의
손자(헤라클레스)는 밀어붙이는 내 가슴을 자기
몸에서 밀어내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소.


51행—61행.

하신 아켈로오스와 영웅 헤라클레스의 혈투. 108 cm x 137 cm. 니콜라 베르탱(1667–1736).


네 번째 시도 끝에 그는 꽉 붙들고 있던 나를 털어내고
꽉 잡고 있던 내 팔을 풀고는 손으로 쥐어박으며
(어차피 사실대로 말하기로 작정했으니까)
나를 빙 돌리더니 체중을 모두 실어 내 등에 매달리는
것이었소. 내 말을 믿으시오. 이야기를 지어내어
명성을 얻으려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치 산이 나를
내리누르는 것 같았지요. 나는 땀이 줄줄 흐르는
두 팔을 간신히 집어넣어 그 억센 포옹을 간신히
풀 수 있었소. 그는 다시 힘을 모을 기회를 주지
않으려고, 헐떡이고 있는 나를 계속해서 공격하며
내 목을 감았소.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땅에
무릎을 꿇고 모래를 씹어야 했소.


 
62행—79행.

뱀으로 둔갑한 아켈로오스와 헤라클레스의 혈투. 27 x 42.8 cm. 줄리오 보나소네(1498–1574).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나는 재주를 부려
긴 뱀으로 둔갑하여 그에게서 빠져나왔소.
하지만 내가 몸으로 똬리를 틀고는 두 갈래진 혀를
날름거리며 무시무시하게 쉭쉭 소리를 내자
티린스(그리스 아르골리스 지방에 있는 도시)의
영웅(헤라클레스)은 웃으며 내 재주를 조롱했소.
'뱀을 해치우는 것은 요람에 있을 때나 하던 일인데."
(헤라클레스가 태어난 지 8개월이 되었을 때 헤라가
그를 죽이려고 자고 있던 방에 뱀들을 풀어놓았으나
헤라클레스가 두 손으로 뱀들을 목 졸라 죽였다고 한다)
아켈로오스여, 그대가 다른 뱀들을 능가한다 하더라도
한 마리 뱀에 불과하니 에키드나의 딸인
레르나(펠로폰네소스 반도 동북부 아르골리스
지방에 있는 동네 및 늪이다)의 뱀(히드라)에 비하면
얼마나 작은가? 그 뱀은 자기가 받은 상처에서
더 불어났고, 백 개나 되는 머리 가운데 어느 것도
그냥 잘리기는커녕 반드시 두 개의 머리가 뒤이어
자라나 그의 목은 더 강해졌으니 말이오. 그것은 칼로
베면 뱀들이 또 생겨나 자꾸 가지를 치고 잃으면서도
자라났지만 나는 그것을 제압하여 열어젖혔소.
그대는 가짜 뱀으로 둔갑하여 남의 무기를 쓰며
남에게서 구걸해온 형상 속에 숨어 있거늘
그러한 그대가 장차 어찌되리라 생각하시오?'
그러더니 그는 사슬과도 같은 손가락들로 내 목의
윗부분을 죄었소. 마치 부젓가락에 눌린 양 목이
답답하여 그의 손아귀에서 내 목을 빼내려고
나는 버둥거렸소.


80행—97행.

황소로 둔갑한 하신 아켈러오스와 영웅 헤라클레스의 혈투. 포르데도네(1484–1539).


또 한 번 진 나에게는 세 번째로 억센 황소의 형상이
남아 있었소. 그래서 나는 황소로 둔갑하여 그에게
덤벼들었소. 그는 왼쪽에서 내 목을 두 팔로 감고는
내닫는 나를 끌어당기며 따라오더니 마침내 내 단단한
뿔들을 내리눌러 땅에 박으며 깊은 모래 속에다
나를 뉘었소.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그는
억센 오른손으로 내 딱딱한 뿔을 잡고 부러뜨려서
병신이 된 내 이마에서 떼어내는 것이었소.
그 뿔을 물의 요정들이 집어 과일과 향기로운 꽃으로
채워 봉헌하니, 착한 풍요의 여신은 내 뿔로 부자가
된 것이지요." 이렇게 하신은 말했다. 그러자 그의
시녀 가운데 한명으로 디아나(아르테미스)처럼
차려입은 요정이, 양쪽으로 고수머리를 늘어뜨린 채
들어오더니 풍요의 뿔에서 온갖 가을걷이와
맛있는 과일을 후식으로 차려 내놓았다.
날이 밝아 첫 햇살이 산꼭대기에 내려앉자 젊은이들은
출발했다. 그들은 강물이 평화를 찾아 조용히 흘러가고
홍수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아켈로오스는 촌스러운 얼굴과 뿔 하나가
떨어져 나간 머리를 물결 한가운데에 감추었다.






반응형